[IP를 찾아서#19] 끝나지 않은 '드래곤라자 온라인'의 이야기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27개 |



판타지 및 무협소설로 대표되는 장르 문학과 소설들은 게이머들에게 아주 익숙한 콘텐츠입니다. 많은 게임들의 설정과 모험이 장르 소설들과 유사하고, 때로는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죠. 실제로도 많은 게임들이 이러한 판타지 소설이나 원작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있는 편이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크게 끌며 최다 GOTY의 영예를 맞이한 게임도 등장했습니다.

소설뿐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등 수많은 미디어들이 게임으로 들어왔고, 이제는 만화나 소설이 아니라 '게임'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하며 IP를 확장한 작품들도 생겨났습니다. 반대로 게임이 이러한 미디어로 믹스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이제 게이머들에게 '원작'이 있는 게임이나 반대로 게임 원작의 미디어는 익숙해진 콘텐츠입니다.

기사의 제목을 보고 예상하셨겠지만, 오늘은 '드래곤라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국 장르문학의 시조 격 존재이자 아직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드래곤라자'. 사실 국내 인지도도 이렇게 큰 데 게임으로 제작되지 않는 게 이상하죠.

오늘 IP를 찾아서를 통해 다시 조명해볼 게임은 '드래곤라자 온라인'입니다. 드래곤라자 IP의 첫 온라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으로서 당시 막 개발되던 온라인 게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죠.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드래곤라자 온라인과 드래곤라자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 내용수정 6.16 : 현재 '드래곤라자 온라인'의 IP 홀더가 확인되었으며, 해외 서비스에 대한 현황을 확인하고 기사를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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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라자 온라인'는 어떤 게임인가?
'울티마' 감성이 느껴지는 MMORPG




'드래곤라자 온라인'는 당시 한국에서도 꽤 잘 알려져 있던 명작 '울티마 온라인'을 벤치마킹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온라인 게임입니다. 물론 드래곤라자만의 설정을 그대로 담아서, 게임은 소설의 설정처럼 자이펀과 바이서스의 대립도 있었죠.

드래곤라자 소설의 요소를 잘 담아낸다는 모토로 개발된 '드래곤라자 온라인'은 2000년 9월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죠. 삼성전자와 이소프넷이 합동 개발한 '드래곤라자 온라인'은 많은 온라인 게임이 그랬듯, 정액제로서 서비스를 시작했죠.

그래서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생성할 때 자신의 국가를 선택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 진영과 대립합니다. 그리고 '일스'를 선택하면 용병으로서 원하는 국가에 지원해서 싸우는 형태로 대립에 참여할 수 있었죠. 설정을 그대로 반영한 탓인지, 게임 속에서 상당히 PvP가 활성화되어 있었던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일행을 대표하는 직업들이었네요.

기본적으로는 전사, 도적, 마법사, 성직자, 궁수까지 총 다섯 개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 선택 과정이 독특했습니다. 우선 앞서 언급한 다섯 개의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고, 위자드와 프리스트(성직자와 마법사) 중 하나의 스펠을 선택합니다. 이렇게 스펠과 함께 자신의 전투직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로 캐릭터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드래곤라자는 울티마 온라인을 벤치마킹하면서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는 꽤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울티마 온라인처럼 전문 기술을 모두 익히면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 특별한 아이템을 설계하여 '직접' 만들고 옵션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렸죠.

전투 중심의 레벨업에서 벗어나 자기가 좋아하는 직업과 전문 기술을 갈고닦을 수 있어서 나름(?) 평화로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죠. PvP(당시는 PK)를 꽤나 강조한 형태의 게임이었지만, 반대로 평화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랄까요.




물론 이렇게 설정과 방향성이 좋다고 반드시 흥행하리라는 법은 없죠. 아쉽게도 드래곤라자 온라인은 많은 유저들의 기대치보다는 미흡한 모습으로 출시된 편이었고, 실제로 당시 메이저급으로 인기를 달리던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의 경쟁에서는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리니지를 비롯한 타 온라인게임들의 인기가 굉장히 강했고, 울티마 온라인 감성을 잘 아는 유저 수 자체가 엄청 많은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드래곤라자는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갔고, 대만 등지로 수출되면서 꾸준한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메이저 인기급의 게임은 아니었지만, 나름 탄탄한 유저층을 확보하면서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갔죠. 물론 정액제를 계속 이어갔고요.



과거 잡지에 등장했던 '드래곤라자 온라인'의 모습.

하지만 당시 시대는 모두가 알다시피 정액제 대신 부분유료화 정책으로 변환되던 시기였습니다. 드래곤라자 온라인 역시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고 재도약을 노리면서 2005년, 부분유료화를 도입합니다. 다만 부분유료화의 반응은 좋지 못해서 많은 유저들이 빠져나갔고, 더불어 함께 서비스 중이던 엔에이지의 성적도 썩 좋지 못했기 때문에 많이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결국 이소프넷은 2006년 경 경영 악화로 부도를 맞았고, '드래곤라자 온라인'의 판권은 바른손 인터랙티브로 이관됩니다. 이관 이후에도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나갔지만 바른손 인터랙티브가 그라비티에 인수되면서, 그라비티 게임즈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시대를 이기지 못한 드래곤라자 온라인은 2011년 8월,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글로벌 서버에서 볼 수 있는 과거 일러스트. 일러스트 평이 정말 좋았죠!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IP 소유자, 그리고 '드래곤라자'가 가지는 의미
'드래곤라자'의 권리는 출판사에 있습니다.




이소프넷은 과거 '코룸'으로 게이머들 기억에 남아있는 하이콤을 흡수 합병한 회사입니다. 이소프넷은 삼성전자와 함께 드래곤라자 온라인을 개발하고 이후 코룸 온라인 등을 개발했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 이력을 가지고 있죠. 나름 잘 버티는 듯했습니다만, 경영 악화로 인한 부도를 맞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때 당시 서비스는 그라비티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후로 드래곤라자 온라인은 서비스를 종료하죠.

(※내용수정 6.16)드래곤라자 온라인의 권리는 현재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시소프트가 확보중입니다. 과거 이소프넷의 부도 당시 세시소프트가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다수의 게임 IP를 확보했고, 이 중 '드래곤라자 온라인'에 대한 권리도 함께 확보를 했다고 합니다. 다만 서비스의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다른 회사들이 담당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물론 이는 '드래곤라자 온라인'이라는 게임의 판권이며, '드래곤라자'라는 IP는 당연히 원작자와 출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핵심으로 봐야 할 건 '드래곤라자'라는 이름입니다. 이영도 소설 원작 '드래곤라자'는 한국에서는 정말 큰 위상을 가지고 있는 IP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판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도 상업성을 증명했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회자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일본과 대만,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드래곤라자는 꾸준히 게임화가 진행되었고,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으로도 두 차례가 제작됐습니다. 물론 두 번째 모바일 게임은 순수 드래곤라자가 아닌, 드래곤라자 연대기에 포함된 퓨처워커를 바탕으로 개발된 게임이지만요.



이미지 출처 : 황금가지 홈페이지

아무튼 중요한 건 드래곤라자가 가지는 위상입니다. 국내 장르문학의 대표 주자이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데다가 팬층도 두텁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은 꾸준히 새로운 드래곤라자의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다리고 있을 정도죠. 이영도 작가의 '새' 연대기 작품들도 팬층이 만만찮게 많지만, 드래곤라자는 여전히 국내에서 판타지라는 장르문학의 시조 격 존재이자 대표적인 존재라는 위상을 지닙니다.

그래서 언제나 드래곤라자가 게임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많은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지, 괴물 초장이나 운차이, 샌슨, 칼, 네리아, 이루릴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무엇을 할지. 그리고 이들의 모습은 어떨지 관심을 끝없이 쏟아내죠.

이런 유명한 IP들, 위상이 있는 IP들은 미디어믹스에서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단순한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팬층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게임사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드래곤라자라는 이름의 영향력은, 최소한 한국에서만큼은 정말 강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드래곤라자 온라인'
'소설'의 게임화에 대한 단상




재미있게도 오늘 소개한 드래곤라자 온라인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의 서비스는 종료되어서 역사가 끝났지만, 여전히 해외에서는 역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지역에서는 인기리에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고,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판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두 지역의 게임이 꽤나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두 게임의 모습은 시스템을 비롯해서 다른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내용수정: 6.16)앞서 언급한대로 세시소프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러한 서비스는 현재 합법적인 내용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합법적이지 않은 서비스, 그것도 글로벌에서 진행되는 터라 대응이 힘든 상황으로 보입니다. 비록 합법적이지 않은 정식 서비스는 아니지만, 그대로 '드래곤라자 온라인'을 기억하는 유저들이 있는 점에서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긴하지만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기도 했고, 다른 이유로도 '드래곤라자' IP의 게임에 대해서는 사실 더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여전히 IP의 힘은 굳건한 데다가 비교적 최근에도 꾸준히 게임이 등장해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동안 '드래곤라자'라는 IP를 채용한 게임들이 감성을 잘 살렸느냐에 대해서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소설'의 게임화입니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게임들도 제법 많이 있지만, 성공한 사례로 꼽자면 그리 많지는 않아요. 특히나 장르소설, 판타지나 무협 소설들이 주로 게임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게임과 잘 어울리는 컨셉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큽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소설은 이미 독자들에게 보여준 시놉시스, 스토리가 존재하고 엔딩도 존재합니다. 열린 결말로 끝난 소설들이라도 결과적으로는 팬층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매우 많고 원작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원작이 있는 게임들에서 얼마나 원작을 잘 재현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당연히 원작이 있는 게임은 팬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게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기죠. 원작을 그대로 충실히 재현을 하면, 팬들이 모든 사건을 다 알고 있으니까 재미가 떨어질 수 있죠. 그래서 '게임'만의 매력이나 새로운 요소를 넣는 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원작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일이죠. 원작과는 다른 요소가 게임에 추가되었을 때, 이질감보다는 신선함을 줘야 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글'입니다. 당연히 '소설'은 캐릭터의 컨셉이미지나 느낌 등 대부분의 묘사가 글로 되어 있으므로, 이를 시각화 하는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팬 들 모두 만족시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인지 만화나 영화 등 다른 미디어들보다 소설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에서 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마냥 부정적으로 볼 만한 일은 아닙니다.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로 새롭게 태어나는 일 자체는 긍정적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충실한 '위쳐'라는 작품도 있죠. 사실상 위쳐는 1편부터 3편까지 정제된 트릴로지로서 확실히 기반을 다지고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위쳐는 게임으로서 어떻게 확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개인적인 견해로는 위쳐와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처음은 미흡했을지언정, 원작과 잘 어울리는 장르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게임'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과정이죠. 그래서 해당 IP의 정체성이 소설뿐 아니라 게임도 나름대로 영향력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새로운 팬층과 기존 팬층을 기반으로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IP의 근본적인 영향력과 힘은 '인지도'에서 나오니까요.

또 다른 긍정적인 점은, 드래곤라자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황금가지 출판사가 '드래곤라자' 뿐 아니라 이영도 작가의 다른 작품을 채용한 게임을 제작하는데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게임에 대한 논의가 나왔고 발표도 있었습니다. 또한 실제로 제작된 게임도 어느새 세 개나 있죠. 좋은 게임으로서 드래곤라자를 만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꾸준히 관리가 되고 있는 만큼, 과거 출시되었지만 다시 플레이해볼 수 없는 게임 IP들에 비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루릴의 인사,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이 인사말처럼 언젠가는 '드래곤라자'도 우리의 추억을 정말로 만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게임으로 등장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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