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리 육성, 이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게임뉴스 | 양영석 기자 | 댓글: 51개 |
'대리'의 사전적인 의미는 남을 대신하여 일을 처리하거나,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한다. 그러므로 '대리 게임'은 계정의 소유주 대신 다른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그러한 모든 행위가 '대리 게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리 컨, 대리 육성, 대리 클리어, 대리 랭 등 이러한 '대리 게임'의 형태는 이제 단순히 '대리 게임' 하나 모든 성격을 묶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대리 게임은 온라인 게임 역사의 어두운 일면 중 하나다. 특히나 이런 대리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서로 경쟁하는 PvP에서 불거졌다. 경쟁이 주 콘텐츠이거나 이러한 행위 자체가 주력 재미 포인트인 게임에서, 대리 게임은 만인의 지탄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LoL의 대리랭, WOW 투기장의 대리 플레이가 있었다.

대리 게임은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었기에 당연히 떳떳하지 못한 행위에 해당했다. 게임사들은 이러한 대리 게임을 제재를 해왔다. FPS나 대전 콘텐츠, 순위 등 '경쟁'이 주요한 게임에서는 대리 게임이 '엄격히' 금지됐다. 프로게이머의 대리 게임 사실이 발견됐을 경우, 강도 높은 비난과 제재를 절대로 피해갈 수 없을 정도니까.




최근 두드러진 부분이 바로 '대리 육성'이다. 대리 육성 뿐 아니라 대리 클리어 및 대리 컨트롤 등의 용역 형태가 부쩍 눈에 띄게 됐다. 때로는 이러한 '대리 플레이'가 영상 혹은 스트리밍 콘텐츠로 소비되기도 한다.

대부분에 게임에서 '육성'은 단순한 '성장 과정'이자 일회성 콘텐츠에 가까워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특히나 만렙부터 시작되는 콘텐츠가 많은 MMORPG들은 이런 대리 육성이 적지 않았고,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대리 육성도 엄밀히 따지면 대리 게임으로 인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돈으로 시간을 산 셈이며, 손 안 대고 코 푸는 대신에 돈을 낸 것뿐이다. 결국 플레이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쌓아 올린 것들이 곧 실력이자 강함이라고 할 수 있는, Time to win 구조의 MMORPG에서도 대리 육성은 부정행위다.

단순히 레벨업 과정보다는 최대 레벨의 엔드 콘텐츠가 중요해졌기에, 대리 육성은 상대적으로 덜 지탄받은 것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친한 플레이어들, 혹은 친구들끼리는 대가없이 캐릭터를 빌려주는 경우도 잦았다. 경쟁의 범위라 할 수 없어서인지, 이러한 행위는 큰 지탄을 받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저 검색 한 번이면 다 나올 정도로 버젓이 드러나있다.

전문적으로 대리 육성을 하는 업체와 이러한 일을 '업'으로 삼는자 경우는 이와는 양상이 좀 달랐다. 이러한 업체단위의 대리 육성 행위나 대리 게임만 전문적으로 하는 개인 유저들은 이미 온라인 게임 시장 초기부터 있었다. 이러한 행위는 과거에도 모든 플레이어가 지탄하고, 게임사에서도 제재를 가하며 근절에 노력했다. 이제는 이러한 대리 육성 뿐 아니라 '부주'라고 부르는 일종의 관리 용역형 대리 게임 역시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해 6월 부터 실시된 '대리게임 처벌법'에서도, 이러한 행위를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대리 게임은 어떻게 처벌하는가?
대리 게임 처벌법의 개요 및 요지는?




2019년 미래통합당(당시 바른미래당)의 이동섭 의원이 발의한 '대리 게임 처벌법'이 도입됐다. 대리 게임업자와 듀오, 광고, 용역 알선과 같이 이윤 창출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 처벌 대상이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대리 게임 처벌법의 기준을 제시했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몇 가지 질의를 전달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대리 게임의 범위와 처벌 대상 및 제외 대상과 같은 '대리 게임업 수사기관 수사의뢰 판단 기준안'을 만든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분석을 해보면, 대리 게임 처벌법의 기준은 '업'으로 삼는 기준이 되는 점게임사의 확실한 스탠스, 공식 입장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위를 통해 답변을 받아본 질의응답에서도 '업'으로 삼는 자의 기준과 현물의 가치의 판단 기준, 그리고 게임사의 스탠스가 수사 의뢰 및 처벌에 큰 영향을 끼친다. 다만 게임위는 이러한 판단 자체를 게임위가 아닌, 사법기관이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게임위는 이용자의 민원 신고와 게임사 및 위원회 모니터링을 통해 로그 기록, IP 기록, 승률 변화 등을 기초로 대리 게임업을 판별해 수사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또한, 게임위는 대리 게임 광고 행위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뢰해 차단 조치 방침을 세웠다.





게임물관리위원회 QnA
'업'의 기준과 게임사의 스탠스가 중요하다




Q. 경쟁형 게임이 아닌 MMORPG에서 상호 합의하에 계정을 공유하고, 해당 계정의 레벨을 올려주는 행위가 꽤 자주 발견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가성 현물(혹은 현금)이 오갔다면 이들도 대리 게임 처벌법의 처벌이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나?

​=MMORPG와 같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게임사가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서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대리행위를 업으로 한다면 대리게임 처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Q. 만약 이 과정에서 오고간 대가가 인게임 화폐, 혹은 재화나 아이템이라면 이 또한 대가성 현물로 간주할 수 있는지 궁금하고, 이도 처벌대상인지 궁금하다.

=업으로서 대리게임을 할 경우 처벌대상이므로, 행위의 지속성, 그 대가가 현물로서 가치가 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에 대한 판단은 사법기관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Q. 개인이 부수입(현물 혹은 인게임 재화)을 위해 진행했다면 이 또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나? 그리고 인게임 아이템을 받아 이를 현금화하면 현물 거래로 판단할 수 있는가? 또, 대리 게임에 대한 광고 배너들이 노출된 인터넷 방송들은 대리 게임 알선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나?

=위 답변과 동일하게 대가의 현물가치 정도를 봐야할 것으로 판단되며, 사법기관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이벤트를 대신 참여해주는 등의 용역은 대리처벌법 위반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다만, 용역의 형태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니, 게임사에서 승인하지 않는 방식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Q. 만약 게임사가 약관상 계정 공유에 대해 '권장하지 않는다'정도의 대응을 취하면 법적으로도 대리 게임에 대한 수사나 처벌을 의뢰할 수 없는가?

=대리게임 처벌법 위반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게임사가 해당 행위를 승인하는지, 정상적인 영업에 방해가 되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게임사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Q. 단순한 친분으로 상호 동의하에 계정주가 이미 클리어한 특정 콘텐츠(ex 공격대 던전, 레이드)를 간혹 파밍해주는 행위에서도 대가성 현물(혹은 현금)이 있었다면, 대리게임 처벌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업으로 보기는 어려운 케이스로 판단되나, 해당 행위의 지속성을 포함한 업으로의 활동 여부 확인, 게임사의 공식입장 등을 판단해야 할 것 같다.


Q. 대리 게임 처벌법에서 단순한 게임 실력 향상을 위한 단순 교습은 제외된다고 했는데, 이게 어느정도 범위까지 허용이 될 지 알고 싶다. 이 또한 게임사에서 어느정도 약관으로 조정해줄 수 있을지, 게임위가 이를 안내해줄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다른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교습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게임사의 판단에 의한 승인여부가 중요하므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그 정도를 안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게임사의 입장은?
넥슨,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입장

일단 현재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대리 게임'을 금지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 혹은 악용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경쟁형 게임이 아닌 경우 유저와 게임사도 대리 육성에 대해서 너그러운 편이지만, 약관 및 운영 정책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대리 게임에 있어서 의뢰자는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리 게임 의뢰자는 게임사의 이용 약관과 운영정책이 제일 큰 관심사다. 이용 약관 및 게임사의 태도에 따라서 정지가 될 수도 있고, 경고 조치로 끝날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대리 게임에 대한 가장 활발한 행위가 일어나는 게임 중 하나로, '메이플스토리'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대리 작업, 대리 클리어, 대리 컨트롤, 대리 육성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리 플레이'의 형태가 다양하고, 실제로 이러한 행위들이 스트리머 혹은 BJ 등 인터넷 방송인들을 통해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대리 플레이 관련해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3월 한 차례 공지사항을 통해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이와 관련된 대리 게임 및 대리 육성과 관련해 문의를 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서 넥슨이 전해온 입장은 아래와 같다.




대리 게임에 관한 운영정책은 전체적으로 법률 및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방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영리 목적, 개인 간 친분 등을 통해 이뤄지는 단순 계정 공유 행위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순 계정 공유 이외 금전 이동이나 기타 법령 및 운영정책 위반 행위가 동반한 대리 활동이 확인되면 그에 맞게 제한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단적인 플레이, 불법 프로그램 사용, 클라이언트 변조 같은 기록이 이에 해당합니다.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안내한 ‘대리 육성을 빌미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면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작업장’도 같은 절차로 탐지한 것입니다.

자신의 개인 정보나 계정 정보를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약관을 통해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는 게임 이용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선량한 유저가 의도치 않게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피해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작업장 단속 강화를 위한 운영정책 개정 및 이에 기반한 작업장 근절 노력 등이 그 일환이며, 건전한 게임 이용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껏 여러 내용을 반영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필요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반영해갈 계획입니다.


물론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다른 게임의 경우 명확하게 대리 게임 및 육성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리니지M을 포함한 대부분의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은 '현금이나 현실의 재화/용역을 대가로 다른 사람에게 캐릭터를 맡겨 대리 육성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게임상 제재를 하고 있다. 또한 대리 게임 및 대리 육성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입장은 아래와 같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대리게임과 관련해 NC운영 정책에 의거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운영 정책에 따라 대리 육성 행위 및 대리 게임 자체를 금지하고 제재 기준에 따라서 회사 차원의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현금거래에 대하여 현금이나 현실의 재화/용역을 대가로 다른 사람에게 캐릭터를 대리 육성하게 하는 행위는 30일에 제한 조치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며, 이후로도 추가적인 내역이 발견될 경우 더 강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작업장 등 대가를 받고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조직적으로 대리 육성하는 행위는 통합계정 영구 이용제한의 조치가 취해진다.

다만 현재 플레이중인 계정이 대리 플레이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작업장이나 전문 대리 육성 업체 등에 대한 사법기관의 수사가 이루어지며 관련 자료를 요청하거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대리 게임 적발과 단속, 이제 시작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법의 보완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대리 게임에 관한 법률, 그리고 운영 정책이나 약관을 통해서 처벌이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대리 게임을 '의뢰한 자'의 경우 법적인 제재는 없으나 게임사에서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 대리 게임 처벌법의 입법 의도나, 목적 역시 대리 게임으로 인한 공정성을 훼손하는 경쟁형 게임이 주된 목적이며 주로 업자들을 처벌하기 위함이다.

대리 게임 처벌법은 2019년 6월 25일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이제 1년이 지난 셈이다. 현재 게임위는 법을 토대로 계속해서 단속과 시정, 혹은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있다. 법안이 시행된 2019년만 해도 대리 게임 관련 행정 조치를 받은 건 수는 2,162건이며, 이중 14건은 수사의뢰가 진행됐다. 올해인 2020년 5월까지 게임위는 292건의 수사 협조 및 행정 조치를 진행 중이고, 현재 세 건이 수사의뢰에 단계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리 게임은 가장 단속이 어려운 게임 업계의 난제 중 하나다. 대리 게임과 관련된 논란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고, 꾸준한 단속과 게임사의 제재가 있음에도 근절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검색엔진에서 대리 육성 등의 단어로만 검색해도 등장하는 '공식 사이트'가 있을 정도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메신저를 통해 의뢰자와 접촉하는 방식으로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법과 운영정책, 약관의 회색 지대라는 음지에 있던 어두운 시장이, 양지로 나와 당당하게 장사를 하고 있는 꼬락서니다.



이런 업자들은, 이미 콘텐츠별 가격도 이미 다 책정하며 버젓이 장사하고 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리 게임 처벌법으로 대리 육성까지도 명확한 불법행위 규정지을 수 있고, 이러한 업자들에게 적절한 사법조치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됐다. 게임위도 적극적으로 단속과 시정에 나섰고, 게임사들도 대리 게임 배너를 게재하고 있던 영상물 콘텐츠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을 정도다.

대리 게임에 대한 이슈는 치팅 프로그램과 매크로처럼, 영원한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이제는 여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법의 허술함을 뚫고 또 다른 대리 게임의 행태가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리 게임은 다른 어뷰징 및 치팅 프로그램 사용에 비해 단속이 매우 어렵다.

꾸준한 신고와 조치로 사례를 만들면서도, 법의 허점을 찾아서 보완할 수 있도록 개인과 게임 개발사 및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대리 게임 처벌법의 허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꾸준히 보완하고, 개정을 통해 시대에 맞고 올바른 취지로 작동할 수 있는 법이 되도록 꾸준히 모두가 힘써야 한다.

이제는 불법 사설 서버를 직접 단속하는 것처럼, 게임사들도 대리 게임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약관, 운영 정책 등을 보완하는 것 뿐아니라 대리 게임이 성행하는 콘텐츠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거나 더 나은 콘텐츠 디자인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처벌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개발사의 자세다. 그만큼 대리 게임 처벌 및 신고에도 개발사 및 운영사가 많이 관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대리 게임이 어떠한 공정성을 해치고 게임에 악영향을 주는지, 게임을 즐기는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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