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를 찾아서#21] 하드 고어의 끝장을 본 '프리스트 온라인'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33개 |



'독특한 게임'은 당시에 조명 받지 못하더라도, 시대가 지나면서 재조명되기도 하고 처음 인상이 너무 강렬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곤 합니다. 그렇게 기억되는 게임들 가운데에는 꽤 수작도 적지 않았고, 그런 재미를 잊지 못해서 고전 게임을 찾는 분들도 있죠.

그러나 이렇게 독특함을 추구하는 게임들은 대중성을 갖지 못해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케이스가 드뭅니다. 그러니까 '독특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요. 인기가 좋고, 큰 성공을 거뒀다면 그런 게임들은 '대세'가 되곤 합니다.

오늘 IP를 찾아서 코너를 통해 소개할 게임은 아쉽게도 대세가 되지는 못했지만, 개성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게임입니다. 원작 코믹스의 개성을 잘 살렸고, 한국 게임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하나의 족적을 남기기도 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파격적인 그래픽과 엄청난 하드 '고어', 거기에 강렬한 전쟁 콘텐츠까지 있었으며 온라인 게임에서 최초로 논타겟팅을 도입해서 확실한 매력을 보여준 게임, '프리스트 온라인'이 이번 주 IP를 찾아서를 통해 재조명해볼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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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온라인'은 어떤 게임인가?
한국 최초로 풀 논타게팅을 도입한 하드 '고어' 온라인 게임.




'프리스트 온라인'은 JCE(현 조이시티)가 개발한 온라인 MMO 게임입니다. 2003년 1월 4일 오픈 베타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죠.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형민우 작가의 코믹스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게임들은 중세 판타지를 주로 배경으로 삼았는데, 프리스트 온라인은 골드러시 시대의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점이 아주 독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저들은 기본적으로 두 개의 진영(종족) 중 하나를 선택하고, 여기서 직업군을 나누어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진영인 '이반'과 타락한 천사 진영인 '테모자레'의 종족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진영이 둘로 나뉜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진영의 대립이 아주 잘 드러나는 게임입니다.




각 종족별로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근거리 공격, 원거리 공격, 저주와 회복, 그리고 버프에 특화된 네 개의 클래스가 있었습니다. 클래스는 진영별로 이름이 좀 달랐죠. 드라군, 헌터, 패스터, 마샬과 센티널, 비스트, 네크로사이드, 로맨까지 총 8(4)개의 클래스가 있었습니다.이러한 클래스는 성별 모두 존재해서 성별의 선택이 자유로웠던 게임입니다. 이렇게 나누어진 종족과 클래스들의 조합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이 대립하는 게 주요 컨셉이었죠.

이러한 컨셉을 반영해서, 게임 속에서 두 진영 간의 대화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PvP가 가능했죠. 사냥터의 내 자리에서 다른 종족을 만났다? "살려주세요" 같은 나약한 말을 꺼내지 말고 도망치거나 이 자리를 상대의 묫자리로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었죠.

물론 이러한 약육강식의 세계에 피곤한 유저들을 위해서, 공동 사냥터 외에도 종족 전용의 사냥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레벨 유저들을 위해서는 PvP 용 맵이 따로 만들어져 있었죠. 레벨업이 단순한 숫자 올리기가 아니라, 레벨을 통해서 스탯을 투자하는 개념이라서 레벨업도 꽤 중요했습니다. 스킬과 레벨업, 장비 모두 사실상 PvP와 직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었죠.

영상 출처 : 테모자레 유튜브

개인적으로 가장 큰 특징은 PvP라고 봅니다. PvP를 표방한 게임들은 대부분 '보상'을 목적으로 한 PvP와 전쟁이 많았죠. 프리스트 온라인은 좀 달랐습니다. 그냥 게임의 목적이, 싸움입니다. 대화는 필요 없고, 싸워라. 오죽하면 게임 내 최대 PvP라고 할 수 있는 성지점령전 이후에, 패배 진영을 마음껏 학살할 수 있는 '피의 축제'라는 시간도 있었겠습니까? 승자의 권리를 마음껏 취하라는 거죠. 지금이라면 심의 거부당하기 딱 좋은 콘텐츠 같기도 해요.

게임 내 최대 콘텐츠였던 성지 점령전은, 당시 승리한 종족에게만 성지맵이 오픈되었으므로 고레벨 유저들은 꼭 노려야 하는 장소라 엄청난 혈전이 있었습니다. 200vs200의 싸움이 펼쳐지느라 서버가 버틸 재간이 없었죠. 이 성지점령전은 맵 끝에 위치한 서로의 보스 NPC를 잡아내야 하기에, 별동대나 페이크로 수비 분산 등 다양한 전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아주 치열한 대규모 PvP였습니다.



이것이 플레이어 캐릭터!!

게다가 프리스트 온라인은 당시에 흔치않은 '성인용'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게임 속에서 유혈이 낭자하는 묘사가 아주 강렬하고 날 것 그대로 드러났고, 시신 훼손도 가능할 정도였죠. 이러한 묘사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건, 그로테스크한 그래픽이었습니다. 이러한 그래픽과 연출은 원작 '프리스트'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아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논타겟팅'을 정말 제대로 구현한 첫 번째 게임이 바로 '프리스트 온라인'이라는 점입니다. 게임 속에서는 타겟팅과 논타겟팅을 바꿔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논타겟팅 모드에서는 공격이 화면 중앙으로만 나가고, 이를 플레이어가 딱 맞추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타겟팅 조차 안됐어요.

이렇게 자신만의 매력을 갖춘 '프리스트 온라인'이었지만, 아쉽게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바로 PvP, 싸움 말고는 정말 할 게 없었다는 거죠. 억지로라도 붙이자면 싸움과 사냥 외에는 채팅밖에 할 게 없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의 한계는 많은 인기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반등을 노리는 업데이트도 유저들의 피로도만 더 높이면서 결국 실패했고, 심지어 원작자인 형민우 작가도 퇴사하면서 '프리스트'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결국 프리스트 온라인은 2004년 2월, 오픈 베타를 시작하고 약 1년하고도 한 달밖에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그러나 프리스트 온라인은 여기서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프리스트 온라인 시절부터 채용했던 서부 배경과 건맨 방식의 액션과 시스템은 여전히 시장에서 유니크함과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요소였죠. 이를 바탕으로 18세 이용가에서 15세 이용가로 표현 등의 수위를 조절하고, 밸런스와 편의성을 개선해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섭니다. 그렇게 프리스트 온라인은 '러쉬 온라인'으로 2004년 5월 클로즈베타를 거쳐 7월에는 오픈 베타를 시작했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제2막 러쉬 온라인은, 안타깝게도 프리스트 온라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PvP를 제외하고는 별로 할 게 없었어요. 아무리 PvP가 매번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드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질리는 시점은 있기 마련이죠.

맵을 돌아다닐 수 있는 편의성이나 밸런스 조정 등 분명히 진화된 부분은 있었지만, 반대로 '프리스트 온라인'에서 보여주었던 그로테스크함과 강렬한 연출은 사라지면서 15세 이용가로 낮춰진 부분도 있었죠.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한 러쉬 온라인도 결국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2006년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대대적인 개편으로 재개봉까지 했지만, 결국 쓸쓸히 막을 내리면서 이렇게 '프리스트 온라인'의 국내 여정은 끝납니다.



'러쉬 온라인'은 프리스트 온라인의 DNA를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프리스트 온라인'의 IP 현황은?
원작이 있는 게임, 그리고 여전히 서비스중인 중국.

'프리스트 온라인'의 개발사인 JCE는 현재의 '조이시티'입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1994년 설립된 게임사로 '룰 더 스카이'와 '프리스타일' 시리즈가 유명한 게임사죠. 현재의 이름인 '조이시티'는 과거 JCE에서 개발한 동명의 온라인 게임이었고, 채팅과 방 꾸미기 등 다양한 생활적 요소와 커뮤니티를 내세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사명 변경 이후에는 '게임 조이시티'라고 언급되는 편이고요.

프리스트 온라인은 2003년, JCE 시절 중국 'T2E'와 과 라이센스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T2E는 중국에서 현재 '프리스타일'을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고, 현재도 '天之游侠'(천지유협, 러쉬 온라인의 중국 서비스명)의 중국 서비스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장팩과 다양한 패치가 있어서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부분들이 꽤 있는 편이에요. 비록 한국에서의 서비스는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는 계속해서 서비스가 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중국 서버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중국에서 여전히 서비스중인 '러쉬 온라인'

그런데 여기서 좀 돌아봐야 한다고 봅니다. 과연 유저들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거죠. IP 자체가 중요한 게임도 있지만, 꼭 IP가 중요하지 않은 게임들도 있으니까요. 게임 디자인이 중요한가, 혹은 IP가 중요한 가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스트 온라인이 제공했던 그로테스크하면서 유혈이 낭자하는 연출, 이러한 괴기한 분위기와 서부 개척시대라는 느낌의 배경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당연히 원작의 IP가 중요합니다. (전혀 다른 내용이긴하지만)영화화까지 됐고, 국내에서는 50만 부가 판매된데다가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 33개 국에서 판매량이 100만 부가 넘은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해외에서도 나름대로의 팬층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원작은 여전히 형민우 작가의 영향력이 큽니다. 비록 지금은 연재가 되고 있지 않지만, 이전의 인터뷰를 통해 삼별초의 연재가 끝나면 다시 '프리스트'의 연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프리스트' 원작의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IP가 중요하고, 이렇나 IP는 당연히 원작자인 형민우 작가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별종이었던 프리스트 온라인
확실한 매력과 한계는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잘 기억된 게임.




세월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스트 온라인'과 '러쉬 온라인'이 주던 재미를 기억하는 유저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중국 서버에서 직접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있다고 할 정도면, 확실하게 사람을 휘어잡을 수 있는 '매력 요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프리스트 온라인은, 한국 게임 역사를 놓고 봐도 꽤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그래픽과 컨셉이 있고, 일단 제일 큰 의미는 바로 한국 시장의 온라인 RPG중에서 첫 번째로 '완벽한 논타겟팅'을 선보였다는 점입니다. 이 논타겟팅 시스템은 지금도 여러 가지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완벽한 논타겟팅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프리스트 온라인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논타겟팅 시스템은 프리스트 온라인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그래픽, 그리고 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와 어울려서 좋은 액션성과 타격감을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무장된 시스템으로 PvP 또한 소규모 및 대규모로 나뉘어 진행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제공하는 재미가 남달랐습니다. 논타겟팅 시스템에 대한 가능성을 확실하게 제시했죠.

전투가 재미있었던 만큼, 레벨링을 위한 사냥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PvP의 재미가 돋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리스트 온라인은 이러한 PvP의 재미를 극대화하려고 했고, 단순한 보상을 위한 전쟁 콘텐츠가 아니라 진짜 전쟁의 '목적'을 명확하게 명시해두는 방법으로 PvP에 힘을 크게 실은 게임입니다. 당시 온라인 게임의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처음부터 별종이었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PvP에만 의존하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PvP에 올인하는 형태는 무조건적으로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유저들끼리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분명히 언제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제공하고, 끝없이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콘텐츠라고 할 수는 있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음을 많은 게임들이 증명했죠. 그 점이 프리스트 온라인의 아쉬운 한계였다고도 봅니다.

어떻게 보면 가능성을 보고 도전했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성인 전용 게임에 그로테스크한 그래픽, 그리고 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와 연출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액션성, 이를 완성하는 논타게팅 시스템까지. 분명히 확실한 매력을 갖추고 팬층도 형성되었지만 콘텐츠적으로 이들을 오래 끌어들이는 요소들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죠.




부활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프리스트 온라인이 제공했던 독특한 분위기와 강렬한 액션성은 충분히 지금 시대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매우 오래전 게임인 만큼, 현대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은데 특히나 좀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프리스트 온라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개성이라고 할 수 있던 '논타겟팅'이 문제입니다. TPS식 조작은 그래도 이제 꽤 익숙해진 유저들이 많지만, 논타겟팅 형식의 액션보다는 타겟팅과 논타겟팅을 적절히 조합한 디자인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편이었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형태로 온라인 RPG의 전투가 채용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프리스트가 정말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했다면 이런 시스템들은 손봐서 부활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프리스트 온라인'이 만화보다 더 인기가 있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느냐고 하면 대부분이 부정하겠죠. 확실한 팬층을 사로잡은 건 맞지만, 대중적으로는 다가가기 힘든 모습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석에서 프리스트 온라인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호불호가 갈리는 전투와 그래픽을 꼽습니다.

게다가 이는 거의 '프리스트 온라인'의 정체성에 가깝기 때문에, 쉽사리 고치기가 힘들겠죠. 차라리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싱글형 게임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혹은 반대로, 액션의 방향을 바꿔서 3인칭 슈팅을 채용한 MMO가 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슈팅 기반의 MMO는 이미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게임들도 있으니까요.



차라리 진짜 처음부터 '별종'인게 더 낫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요즘 시대에 프리스트 온라인 같은 게임도 필요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 저 게임 장점을 집어서 만들어진 혼종보다는, 오히려 근본부터 자신의 개성을 내세우는 별종(?)형 게임이 더 확실하게 뇌리에 남을 테니까요.

고어하고 기괴한 몬스터, 그리고 전쟁을 위한 전쟁. 물론 부족했던 PvE는 던전이나 레이드 등으로 보강해서 유저들이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협동하는 콘텐츠들도 만들어주는 형태가 된다면 '프리스트 온라인'도 같은 게임도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이렇게 행복 회로를 굴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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