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컬쳐] 이렇게 섹시한 피카츄가 또 있을까? '명탐정 피카츄'

리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5개 |

"PIKA PIKA?"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캐릭터 중 하나인 '피카츄'. 특유의 통통한 외형과 발랄한 색감 그리고 귀여운 목소리와 행동 덕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큰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사실상 포켓몬은 피카츄요, 피카츄는 포켓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피카츄'가 가장 대표적인 포켓몬으로 자리 잡고있다.

그런 피카츄가 데뷔한 지 23년 만에 대대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평소보다 약간 도발적이고, 시크하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목소리를 입은 덕에 섹시하기도 하며, 때론 건방진 느낌도 물씬 풍긴다.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피카츄', '명탐정 피카츄'를 통해 만나보자.

* 해당 리뷰는 영화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데드풀 + 피카츄 = ?
흔히 알던 피카츄를 기대하면, 큰.코.다.친.다.구

우리가 알던 피카츄는 참 귀여웠다. 웃기도 잘 웃고, 울기도 잘 우는 그런 친구였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언제나 지우를 올망졸망 따라다니며 각종 고생을 같이 했고, 게임 속에서는 든든한 '나'의 파트너였다.

항상 본인 이름 3글자로만 모든 의사소통을 소화해냈던 '피카츄'였지만, 영화관에서는 아주 사뭇 달랐다. 무척이나 유창하고, 걸쭉한 어휘가 피카츄의 빵빵한 볼에서 쏟아져나왔다.



▲ "내 말 못 알아듣겠지만, 스테이플러 내려놔. 아님 전기로 쏴 버린다."

'푸핫'하는 소리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걸걸한 목소리와 피카츄의 오묘한 만남이 압권이었다. 언뜻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구성이라 매력이 넘실넘실 흘러넘쳤다.

주변에서도 큭큭대는 소리가 들렸다. 막상 어른들이 더욱 크게 웃었다. 그만큼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피카츄'의 이미지를 아주 보란 듯이, 그리고 재치있게 부서버린 것이다.

이 도발적인 피카츄의 힘찬 행진은 영화 내내 아주 줄기차게 이어진다. 재치있는 입담을 기본 장착한 덕에 피카츄가 극 중 서사의 핵심을 맡는다. 7살 어린이부터 아이 데리고 온 어르신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개그코드다.



▲ 포켓몬 팬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세계

아울러 극 초중반부에 보여지는 '라임시티'의 모습은 팬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포켓몬 유토피아 그 자체다. 다종다양한 포켓몬이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 사회를 구성해가는 모습이 괜히 뭉클하기까지 하다. 포켓몬스터의 올드팬이라면, 소박한 픽셀 속에서 상상의 나래로만 만나봤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니 감동을 금할 수 없기 마련이다.

피죤투가 우편을 배달하고, 파이리가 중화요리의 불 조절을 담당하고, 꼬부기가 소방관으로 맹활약하는 등 각 캐릭터의 특징이 세계관 속에 잘 녹아나있다. 그 평화로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단 하루라도 저런 세계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런 모습의 포켓몬스터 게임을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도.

앞서 언급한 피카츄의 격한 입담과 생생한 포켓몬스터 세계관 덕에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솟구쳤다. 이 영화는 분명 게임 원작 영화의 오명을 씻겨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어쩐지 시간이 지날 수록 시무룩해졌다. 점차 아쉬운 점이 내게 다가왔다.


전체 관람가...라면서요?
아니 저 에이팜 눈빛, 실화인가요?

예고편을 통해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포켓몬들의 모양새가 어릴적 브라운관을 통해 바라본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닐 것이란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전체관람가'를 받은만큼, 아이들의 동심을 위해서라도 적당히 귀여운 모습을 유지해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초반에 보여준 피카츄의 깜찍함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이후 찾아온 몇몇 몬스터들의 생김새는 '호러' 그 자체였다. 특히 에이팜과의 추격적은 유명 드라마 '워킹데드'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관람하던 당일,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7살 남짓한 꼬마는 에이팜의 모습을 보고 '악'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보라빛으로 이글거리는 그 눈동자를 견디다 못한 그 꼬마는 이윽고 엄마 품에 안겨 한동안 시청을 포기했다. 내가 보기에도 다소 과했다.



▲ 기자조차 깜짝 놀라게 한 에이팜의 살벌한 눈빛

반면, '스토리'는 아주 전형적인 전체관람가용이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자면, 논리가 비약되거나 어딘가 어설픈 부분이 계속 눈에 밟혀 몰입을 방해한다. 너무 현실적인 탓이다.

주인공의 '보험조사원'이란 직업 설정은 라임 시티에 가자마자 의미를 상실하고, 악당의 행동들은 어딘가 치밀하지 못하고 어설프다. 물론, 아이들이 보기엔 더할나위 없이 직관적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보기엔 너무나 징그러운 비주얼'과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나 어설픈 스토리'가 맞물려있다는 점이다. 안 좋은 의미에서 시너지가 발휘되며 어느 연령층이 보기에도 애매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시청자에 따라 꺼릴만한 요소도 명확하게 존재한다.


데드풀 피카츄'맛'을 기대했는데...
어딘가 아쉬운 뒷맛


명탐정 피카츄 티저 영상에서 받은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걸걸하고 시크한 목소리가 상큼한 피카츄의 입에서 터져 나왔을 때의 그 충격이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뻔한' 게임 원작 영화를 탈피하고자 아주 과감한 캐스팅을 했다고 생각했다. 무려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를 선택했으니, 우리가 알던 피카츄의 모습을 완벽하게 뒤흔들어버릴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이 부분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쩐지 그 티저가 영화의 '모든 것'이었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피카츄를 위한, 피카츄에 의한, 피카츄에 대한 영화였다. 특유의 반전 캐릭터성과 연기는 팬이라면 분명 인상 깊게 볼만한 부분이지만, 그걸 위해 2시간을 투자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쉽게 말해 영화의 밀도가 낮다. 구멍이 숭숭 나있다. 피카츄 하나로 얼핏 가려지긴 하지만, 빈틈투성이인걸 부정할 수는 없다. 아울러 앞서 말한 것처럼 메인 타겟이 10세 미만의 어린 친구들인지, 아니면 성인 올드팬인지 명확하게 와닿지가 않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포켓몬스터의 팬이라면 꽤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건 분명하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 피카츄의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올 때 즈음 어딘가 아쉬움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과감했으면, 한발 더 나아갔으면 어땠을지, 그런 아쉬움 말이다.

그래도 아마 한동안은 게임 속 '피카츄'를 볼 때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섹시한 목소리가 떠오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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