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이것이 DMC5다!" 게임의 감정을 유저에게 전하는 방법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3개 |


▲ 캡콤 이츠노 히데아키 디렉터, 매트 워커 PD, 오카베 미치테루 수석 PD

"Let's Rock! It's DMC5!"

강연 시작부터 왠지 심상치 않았다. 아니, 징조는 시작 전부터 있었다.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강연대 위에 선 캡콤의 이츠노 히데아키 디렉터, 오카베 미치테루 수석 PD, 매트 워커 PD의 사진을 찍어댔고, 그때마다 그들은 여유롭게 포즈를 취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러한 GDC 2019 강연장인지, 혹은 게임쇼 부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왠지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 곳곳에 녹아있는 유쾌한 감성이 어디서 왔는지, 금밤 피부로 느껴진다고 할까.

이츠노 디렉터와 워커 PD의 샤우팅은 강연의 주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유저가 어떻게 이 감정, 이 느낌을 받게끔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은 데빌 메이 크라이 제작진들이 시리즈를 이어오는 동안 항상 해오던 것들이었다.

'자신이 그런 느낌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타인도 느끼게 할 수 없다'는 철학으로 강연을 시작한 이츠노 디렉터. 이번 GDC 2019 강연에서는 데빌 메이 크라이5를 개발할 때 유저에게 어떤 느낌을 전하고자 테마를 짰으며, 액션 게임으로서 데빌 메이 크라이5를 플레이할 때 유저가 어떤 느낌을 받도록 설계했는지를 소개했다.


※이 강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이츠노 디렉터는 우선 자신이 '감정'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좀 더 정확하게 정의했다. 이를 풀어쓰자면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혹은 동기부여가 되는 그런 일련의 모든 것을 감정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게임 디자인은 유저가 어떤 감정을 느끼도록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이를 유발하기 위해서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이츠노 디렉터의 관점이었다.

게임을 기획할 때 유저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려고 하면, 우선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고 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저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 수단이다. 이츠노 디렉터가 이를 구분한 이유는 명확했다. 목적은 하나,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수단을 수반하는 것이 그가 본 게임 기획의 원리였기 때문이다.

이츠노 디렉터는 뿐만 아니라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 수단이 제대로 마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할지 모르면서 이에 맞는 수단을 갖춘다는 것, 그리고 그 여러 가지를 하나로 잘 어우러지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츠노 디렉터는 게임 기획자가 목적을 확고히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채워나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지, 라는 생각만으로는 그 재미를 생생하게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이 진짜로 재미있었던 때의 느낌 그대로, 그 생생함을 그대로 담고자 했을 때 유저한테 그것이 전달할 수 있다고 이츠노 디렉터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것을 조언했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들과, 여기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게임 기획 과정에서 어떻게 담아냈을까? 우선 그러한 경험의 어떤 부분이 자신을 감동시켰는지 먼저 생각하고, 이런 요소들을 다 추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뒤에는 그 요소들 하나하나를 제거해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감정을 느끼는 과정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그 요소 중에서 어떤 것이 핵심적이고, 어떤 것이 부수적이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 로직을 이해한 뒤에야 이를 자신이 개발하는 게임 속에서 재현하거나, 녹여낼 수 있다고 이츠노 디렉터는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감정을 유발하는 요소와 이를 자극해서 증폭하는 요소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데빌 메이 크라이5에서는 어떻게 이를 적용했을까? 이츠노 디렉터는 우선 데빌 메이 크라이5의 테마를 어려움을 겪은 뒤에 각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주연 세 캐릭터 모두 어려움을 겪고, 이를 이겨낸 뒤에 진정한 자신의 힘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데빌 메이 크라이5 곳곳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네로는 데빌브링거를 잃었고, 단테는 유리즌에게 패했다. 그리고 V는 버질의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져서 떨어져나간 인간성이었으며, 신체 능력도 작중 다른 인물에 비하면 형편없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까지 한다. 그러다 각자 마지막에 가서는 잃었던 것을 되찾고, 목표를 달성해나간다.

후일담으로 데빌 메이 크라이의 모든 시나리오는 네로가 마인화 각성하는 그 순간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이츠노 디렉터는 설명했다. 덩달아서 네로의 머리카락이 전작과 달리 매우 짧아진 이유도 밝혔다. 버질과 단테를 막아설 때 네로의 얼굴이 줌되면서 짧아졌던 머리가 갑자기 길게 사락, 흩날리면 마인화의 그 느낌을 좀 더 유저가 강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이츠노 디렉터가 여기에 담고자 한 느낌은 "우오오오! 캇코이이이!"였고, 이 느낌과 시나리오의 흐름을 2015년 때부터 계속 스태프에게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비단 이 씬뿐만 아니라 모든 씬, 모든 이벤트마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설계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몰입감을 줄 수 있었고 일관성을 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DM5에서는 주연들 모두가 어려움을 겪은 뒤, 이를 극복하고 각성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 모든 시나리오는 다 이 장면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데빌 메이 크라이5에서는 네로가 마인화 각성을 하고 버질과 단테를 막아서는 그 씬이 재생되고, 스테이지가 종료된다. 이러한 구성을 유저가 느낀 감정을 쭉 게임플레이로 이어나가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멋진 씬을 보고 "오오옷!"하고 느낀 다음에 스테이지 클리어 메시지가 뜨면 "다음엔 뭐 어떻게 될까?"라고 궁금해서 그 여세를 몰아서 계속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구성한 다음에는 액션 게임으로서의 디자인도 중요해진다. 결국 액션 게임은 씬을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조작하면서 또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츠노 디렉터는 액션 게임의 핵심을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난관을 자신의 컨트롤과 캐릭터의 액션으로 극복하고 "예스! 깼다!"라고 외칠 때 느끼는 희열, 쾌감, 성취감, 그것이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라고 보았던 것이다.

유저가 이런 느낌을 받게 하려면 유저 스스로가 적을 이기기 위한 방법과 기술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기술을 점차 숙달해서 마침내 적을 이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이츠노 디렉터는 한 가지 덧붙였다. 유저가 하다가 "너무 어렵잖아! 이런 개똥망겜 안 해!"라고 내팽개치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유저가 "예스!"라고 하게 만들려면



▲ 유저가 도전하고, 또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저가 적을 이기는 방법을 알아가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츠노 디렉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적의 행동을 유저가 관찰하게끔 하고, 그러면서 적의 패턴을 유저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행동에 주어지는 리스크와 리턴의 밸런스를 적절히 맞춰야 하고, 유저가 그에 맞춰서 행동하고 있다고 느끼게끔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을 디자인할 때, 유저들의 지역적-문화적 배경의 차이와 관계없이 모두가 비슷하게 패턴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라이엇'을 디자인 할 때는 몸을 말아서 공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라고 느껴지게끔 디자인을 했다고 밝혔다. 유저를 상당히 짜증나게 하는 '퓨리'는 라이엇과 비슷하게 도마뱀형이지만, 나름의 장치를 통해서 껄그러운 적임을 드러냈다. 처음 원안은 라이엇과 동일하게 어기적거리는 보행 유형이었지만, 직립 보행을 채택해서 보다 더 지능이 높은 적임을 암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컬러는 일부러 빨간색으로 했는데, 캡콤의 모든 게임에는 '빨간색의 적 캐릭터= 강하다'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 "퓨리가 강한 이유는, 빨간색 적 = 강캐라는 암묵적 공식 때문입니다. 또 강하니까 빨갛죠"

적을 이기는 방법을 알아가고, 이를 실현하게끔 하려면 유저가 기술을 연마하고 판단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조작감, 적당한 튜토리얼을 제공해줘야 하며 계단식의 적절한 레벨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 유저가 게임 속에서 판단력을 기르게 하려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유저가 성취를 이루어가고, 그러면서 자연히 게임 속에 녹아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이츠노 디렉터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개선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맥스 액트다. 전작에서 맥스 액트는 타이밍을 딱 맞춰서 입력하면 게이지를 3칸 다 채워주지만, 그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게이지가 아예 차지 않았다. 심지어 1프레임 안에 맞춰야 하는 만큼, 이를 활용하려면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아 안 해!"라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츠노 디렉터는 이를 단계적으로 변경했다. 대성공, 성공, 조금 성공, 실패의 네 단계로 나눈 뒤 각각 단계별로 게이지가 차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저가 맥스 액트를 활용해보고, "다음에는 퍼펙트다! 가자!"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 연습하면서 어느 타이밍에 버튼을 눌러야 된다는 판단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박치라도 이제 맥스 액트를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했으니 안 써봤으면 도전해보세요"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과 도전을 계속 하게끔 유도하는 전략과도 연관이 있었다. 무언가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플레이어는 계속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음 스테이지, 혹은 다음 씬에서 어떤 장면이 나올까 기대하게 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다. 혹은 다음 번에는 이길 수 있을 것처럼 아깝게 적에게 패하게 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이겨서 다음에 압도적으로 이겨보도록 시도하게 만드는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이츠노 디렉터가 고려한 사항이다. 그리고 컨티뉴 시스템을 개선했는데, 이는 게임오버 당했을 때 유저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전을 안 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드 오브를 쓰는 양에 따라서 각기 다른 체력으로 부활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호쾌한 액션이 데빌 메이 크라이5를 계속 붙잡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액션의 본질은 자신이 캐릭터를 조작해서 난관을 화려하게, 혹은 아슬아슬하게 극복해나가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이 유저가 무엇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를 고민하고, 유저가 "이런 똥망겜 안 해!"라고 하지 않고 "끝내준다! 이거 다음에 뭐가 나올까?"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하라고 이츠노 디렉터는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말 강렬한 감정을 느꼈던 그 순간을 떠올리고, 진심으로 접근하라고 덧붙였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중간 단계가 얼마나 황당하고, 우스꽝스럽더라도 말이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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