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외계인 납치, 기술 이식 성공적. 레이저 Viper 8KHz 게이밍 마우스

리뷰 | 이형민 기자 | 댓글: 2개 |



기술의 발전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언뜻 보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처럼 전반적인 생활 수준 방면에서 굉장히 포괄적인 뜻을 품고 있지만 게이머인 우리에게도 당연히 해당된다. 질 좋은 제품 쓰고 만족을 느꼈으면 그걸로 된 거니까. 예를 들면, "향상된 게이밍 성능, 신속한 입력, 부드러워진 출력!"처럼 짙은 광고성의 케케묵은 홍보 문구가 속하겠거니와 때로는 동시대 기술력으로 실현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초월적인 기술을 선보여 유저들을 놀래키곤 한다.

기자는 혁신적인 기술의 탄생이나 눈부신 발전을 이룬 소식을 접하면 정말 우리가 사는 차원 너머 은하수 어딘가에는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간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느라 고문 받는 외계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물론 외계 생물체일리는 없고 기술자들.

HD(100만 화소)라는 성능의 제품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치자. 시대가 지나면서 그 다음 세대는 FHD(200만). 이어서 QHD(400만), UHD(800만)... 성능의 제품이 거듭해서 나오는 건 누구나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혁신적, 초월적, 외계 기술이라는 말을 담기에는 약간 과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HD에서 성능이 약 2배 증가한 FHD 기술을 건너뛰고 뜬금없이 8배 증가한 UHD 기술을 공개한다면 어떨까?




위에 해상도는 단순히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 아쉽게도 모니터에 관련된 기사는 아니고 마우스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이번 시간에 알아볼 제품 장르는 초록빛 삼두사가 돋보이는 레이저(RAZER) 사의 Viper 8KHz이다.

마우스의 주요 스펙이라 하면은 먼저 센서, 무선, 배터리 용량, 쉘 등이 있겠다. 다 맞는 말이지만 게이밍 마우스 시장에 널리고 널린 최대 1000Hz 폴링레이트 마우스일 때의 얘기다. 레이저 바이퍼 8KHz는 폴링레이트를 최대 8000Hz까지 지원한다. 감이 안 온다면 다시 자세히 보자. 1000Hz에서 8000Hz, 8배 증가.

여기서 폴링레이트란 마우스와 PC 간의 정보를 주고받는 주기를 뜻하는데, 1000Hz 폴링레이트 마우스를 1초 동안 1cm 움직였다면 이동한 거리 방향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총 1천 번 위치함을 말한다. 1초에 144장의 그림을 뿌리는 144hz 모니터를 떠올리면 더욱 쉬울 것이다.

레이저 바이퍼 8KHz는 자사의 첫 8000Hz 폴링레이트 지원 제품으로, 고속 USB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사용한 하이퍼폴링(HyperPolling)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초당 최대 8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며, 입력 딜레이를 1㎳에서 1/8㎳로 줄인 것이 큰 특징이다.



▲ 폴링 레이트란 마우스-PC간의 정보를 주고 받는 주기를 뜻한다

이 제품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8KHz 하이퍼폴링 기술 외에도 2세대 레이저 옵티컬 마우스 스위치가 적용되어 내구도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바실리스크나 바이퍼 미니를 사용하면서 흔들고 누르면 특유의 찌걱거리는 유격 현상이 있었는데 이 부분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또한, 낮은 지연의 Focus+ 옵티컬 센서, 최대 20,000DPI 지원, 71g 무게, 온보드 메모리, 마우스 사용 시 걸리적 거림을 최소화한 파라코드 케이블, 시냅스(Synapse) 소프트웨어를 통한 키할당 및 마우스가 공중에 떠있을 때 인식 거리 조절이 가능한 비대칭 컷오프 기능까지 스펙만 보면 유일한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유선마저 용서가 될 정도다.









너의 스펙과 외관은?
바이퍼 사용자라면 익숙한 스펙과 디자인




  • Razer Viper 8KHz
  • 마우스 센서: Razer™ Focus+ 옵티컬 센서
  • DPI 및 폴링레이트: 20,000 DPI / 125~8000Hz (6단계)
  • 최대 IPS 및 가속: 650 IPS / 50g
  • 라이트: 1680만 Razer Chroma™ RGB
  • 스위치: 2세대 Razer™ 옵티컬 마우스 스위치
  • 무게 및 크기: 126.73mm X 57.6mm X 37.81mm / 71g (케이블 제외)
  • 소프트웨어: Razer Synapse 3 지원
  • 케이블: 유선, 1.8m Speedflex 케이블



  • ▲ #00FF00 색상만 봐도 설렌단 말이지



    ▲ 옆면과 뒷면에는 보다 자세한 스펙이 적혀져 있다




    ▲ 뭐야 걸윙 도어야?






    ▲ 구성품



    ▲ 사용설명서 및 스티커, 초록색 삼두사가 아니라서 아쉽다



    ▲ 이런 고급 감성은 환영이다






    ▲ 대칭형 쉘. 삼두사 문양이 희미하게 보인다



    ▲ 마우스 휠. 스크롤 시 구분이 명확하다



    ▲ 좌측 2개, 우측 2개 총 4개의 사이드 버튼



    ▲ 게이밍 마우스에는 파라코드가 필수지



    ▲ 갬성 +1



    ▲ 갬성 +2



    ▲ 의도한 건 아니지만 무선처럼 나와버린 샷



    ▲ 피트가 꽤 넓적하다



    ▲ 최대 5단계, 20,000 DPI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외형은 L사의 인기 절정인 대칭형 마우스와 비슷하나, 막상 쥐어보면 레이저 바이퍼 8k가 약간 더 길쭉하고 갸름하게 쭉 빠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Z사의 등이 깨나 높은 비대칭 마우스를 사용했는데 바이퍼 8k에 적응하느라 애 좀 먹었다. 등이 원체 낮다고 느껴지는 탓에 사용 중 기자도 모르게 클로 그립이 반강제됐다.

    전 세대에서 개선된 2세대 Razer™ 옵티컬 마우스 스위치 덕분에, 클릭 구분감이 이전 바이퍼 마우스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 매우 가볍고 경쾌한 클릭감에서 약간 육중해졌다고나 할까. 또한, 휠 부분의 내구성도 증가했다. 스크롤 구분감도 향상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뻑뻑하다고 생각되어 인터넷 서핑에 적합하진 않았다. 차라리 바실리스크처럼 휠 저항 조절이 가능했으면 싶다.

    약 1주 동안 사용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전체적인 내구도가 향상되었으며, 이전 바이퍼 제품의 결함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우스를 흔들었을 때의 유격과 클릭 시 찌걱거림이 사라졌다는 정도.

    제품의 상판 재질은 평범한 플라스틱이나 약간 꺼끌한 질감을 갖췄다. 불쾌한 수준은 아니다. 땀이 났을 때 미끌거리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마우스를 쥐면 엄지, 약지, 소지 3개의 손가락이 측면과 닿는다. 마우스 양쪽은 고무 처리가 되어 접지력이 꽤 높다. 미끌거림 때문에 실수로 마우스를 놓칠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DPI 조절 버튼은 미니를 제외한 기존 바이퍼 제품과 동일하게 하단에 위치한다. 게임 도중 순간적으로 DPI를 변경하는 플레이는 기대하기 어려우나 마우스 하단에 위치함으로써 깔끔한 디자인과 클릭 실수를 방지하는 장점도 고려하면 나쁘지만은 않다. DPI 변경 버튼은 총 5가지로 이루어졌으며, 디폴트 기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하늘색, 연두색 순으로 LED가 점등된다.



    ▲ TMI - 기자의 손 크기는 F10이며, 18/10/10cm, 클로그립이다







    RAZER Synapse
    키 설정, 매크로, 비대칭 컷오프 등 다양한 기능 탑재




    레이저 시냅스(Razer Synapse)는 레이저 주변기기들을 설정하거나 매크로를 할당할 수 있는 통합 구성 소프트웨어이다. 단순 제품 설정 이외에, 게임 진행 도중 유저의 움직임을 기록해 통계와 히트맵으로 나타내며, 게임 플레이를 분석할 수 있다. 레이저 시냅스의 설정은 클라우드를 통해 손쉽게 불러올 수 있다고 하니 다방면에서 활용하면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시냅스 메인화면. 연결된 장치가 보인다



    ▲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설치가 가능하다



    ▲ 게임별 프로필 설정



    ▲ 마우스 설정은 물론이고



    ▲ DPI, 폴링레이트 등



    ▲ RGB LED 설정



    ▲ 스마트 트래킹과 비대칭 컷오프

    레이저 시냅스를 통해 키보드, 마우스 기능을 설정할 수 있으며, 총 10개의 키에 유저가 원하는 대로 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마우스 DPI(인치당 도트 수)를 최대 5단계까지 할당할 수 있으며, 대칭 마우스답게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구애받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설정 그대로 위치 변경이 쉽다.

    마우스 등쪽에 탑재된 RGB LED 설정을 조명 탭에서 바꿀 수 있다. 다른 레이저 제품을 사용 중이라면 레이저 크로마 장치와 동기화가 가능하다. 크로마 스튜디오, 크로마 이펙트 모듈을 통해 변경이 가능하니 다양하게 활용해보자. 이왕이면 깔맞춤이 좋지.







    8000KHz 테스트
    CPU : 제발 ... 죽여... 줘



    ▲ 8K라고 8K!

    레이저가 자랑하는 하이퍼폴링 레이트를 테스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다익선이란 말이 있는데 과연 폴링레이트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일까.

    실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체감해본 바로는 FPS 장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FPS에서 에임이 많이 개선되었으며, 고폴링레이트 체감보다는 저폴링레이트 역체감이 유독 심했다. 리뷰가 끝난 이후 어쩌면 1000Hz 폴링레이트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폴링레이트에 의한 체감은 유저마다 다를 수 있음을 참고 해야하며, 기자가 사용한 모니터는 240hz 주사율이다. 모니터, 디스플레이 벤치마크 참고 사이트로 유명한 testufo에 따르면, 360hz 같은 높은 주사율의 모니터에서 더 큰 변화를 얻을 수 있다고한다. 결국 지출이 지출을 부르는구나.




    다음으로 8K 테스트에 사용된 툴은 인터넷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tecagile에서 진행했다. 온라인 폴링레이트 테스트 사이트 관심이 있다면 독자들도 테스트해보길 바란다. 창을 열고 시작 버튼을 누른 뒤 마우스를 흔들면 상단에 자신 마우스의 폴링레이트 평균값이 뜬다.



    ▲ 아무리 흔들어도 5K를 넘지 못한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폴링레이트 테스트는 간간히 5천 후반대의 폴링레이트를 보였으나 6천을 넘기지 못했다. 웹사이트의 한계인 걸까? 고민하던 와중 레이저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폴링 레이트 테스트 앱을 다운받을 수 있었다.

    설치가 필요 없는 단순 exe 프로그램인데 다행히도 8K까지 지원이 잘 되더라. 이것저것 만지다 보면 가끔 화면이 깨지는 이슈 말고는 괜찮았다. 레이저 마우스 말고도 다른 마우스도 인식을 하니 두고두고 써먹어야지.



    ▲ 레이저 폴링레이트 테스터



    ▲ 그래프 설정 이후 마우스를 흔들면 그래프로 기록이된다



    ▲ 작업 관리자를 켜봤는데 CPU가 터질라고 한다....

    레이저 바이퍼 8KHz는 8000Hz 폴링레이트 지원 제품으로, 기존 게이밍 마우스의 최대값인 1000Hz보다 8배 많은 데이터를 PC에 전송하기 때문에 CPU 성능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총 3개의 다른 CPU로 진행하며, 사용률을 살펴보았다. 테스트에 사용된 CPU는 인텔 i5-6600, i5-11600, AMD 라이젠 5600X이다.

    i5-6600의 경우, 테스트 프로그램 내의 사용률은 8K 폴링레이트 사용시 85% 이상으로 육박했으며, i5-11600은 40%, 5600X는 35%를 기록했다. 이동 거리를 낮춰 낮은 폴링레이트를 기록하면 CPU 사용률은 그만큼 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폴링레이트를 기록하는 테스트 프로그램 특성상 실사용과는 거리가 멀 거라 생각될 수 있어서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은 바탕화면에서도 레이저 바이퍼 8KHz를 사용해봤다.



    ▲ 마우스 사용을 멈추면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gif 빨리 감기 적용)

    위의 이미지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듯, 실행 프로그램이 없는 바탕화면에서도 i5-6600은 80% CPU 이용률을 기록했고 i5-11600, 5600X 역시 앞에서 테스트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각 35%, 25%). 다만, 폴링률을 1000Hz로 낮추면 i5-6600 CPU 이용률이 20%를 넘지 않으니 CPU와 마우스 사용 목적에 알맞게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CPU 점유율은 프레임 드랍 등 게임 플레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폴링레이트를 낮추거나, 높은 등급의 CPU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옛 세대의 CPU일 경우 지뢰찾기나 스파이더 카드 게임에도 스로틀링이 걸리는 끔찍한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i5-11600은 40%까지 올라간다








    기술력만큼은 인정한다. 레이저 바이퍼 8KHz
    그래서 다음 외계인은 누군데요, 무선 원해요




    2세대 광축, 8K 폴링 레이트, 단점으로 꼽혔던 찌걱임과 유격 문제 해결, 우수한 코팅 표면, 레이저 감성 등. 많은 마우스들을 써보면서 이렇다 할 특색 있는 제품을 골라내기가 힘들었는데 레이저 바이퍼 8KHz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괜찮은 마우스였다. 가격도 어마 무시할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그닥 비싼 편도 아니였고.

    사실 고 폴링레이트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이론만 놓고 본다면 정확도가 좋은 유저일수록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손떨림이 많은 유저라면 그 미세함마저 화면에 나타나니까.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장기간 이 마우스를 써보니 시간이 약이더라. 다만, 리뷰를 끝낸 뒤 사무용 마우스를 쓰는데 역체감이 너무 심해 고통 좀 받았다.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놀라운 제품들이 세상에 공개된다. 반대로 나이는 들고 빠릿하던 피지컬은 떨어지면서 티어는 점점 떨어지니 값비싼 하드웨어나 게이밍 기어에 기대는 경향이 늘었다. 고사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때마침 그에 맞는 8K 폴링레이트라는 마우스가 나타나 반가울 뿐이다. 게임 핑계로 마우스를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8K 무선을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통장 잔고나 차곡차곡 쌓아놔야 할 것 같다.



    ▲ 다 필요없고, 우리가 레이저를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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