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DEC] 3종 세트로 진행된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의 컨셉 모델링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4개 |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각기 다른 화풍의 일러스트레이터나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하게 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타 게임의 캐릭터들이 콜라보로 게임에 편입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이 진행되다보면 캐릭터가 컨셉을 살리면서도, 게임 속에 잘 녹아들게끔 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은 닌텐도의 다양한 게임 캐릭터들이 모이는 대전 격투 게임이다. 마리오에서부터 동키콩, 젤다까지, 각 작품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신체 비율이나 특성, 분위기도 다 다르다. 심지어 닌텐도에서만 작업한 것이 아니라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에서도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의 타니구치 유키히로 배경 디자이너, 이케자와 타카노리 아티스트, 나카무라 요시로 프로그래머는 이번 CEDEC 2019에서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 개발 과정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한 게임에 어우러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왔다. 그리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강연을 통해서 공유했다.



▲ (좌측부터) 타니구치 유키히로 배경 디자이너, 이케자와 타카노리 아티스트, 나카무라 요시로 프로그래머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이미 원본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설계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야 했다. 각자 컨셉이 뚜렷한 데다가, 전혀 다른 세계관에 맞춰져서 작업이 됐기 때문에, 이를 한 자리에 녹여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작의 모델링을 그대로 도입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어떤 캐릭터는 눈에 잘 띄지만, 어떤 캐릭터는 배경에 묻혀서 잘 안 보였던 것이다. 일례로 이케자와 계장은 마리오와 스타폭스를 비교해보았다. 마리오는 전통적으로 빨간색과 파란색, 즉 서로 대비되는 색에다가 채도도 높은 칼라로 심플하게 구현이 된 캐릭터다. 그렇지만 스타폭스의 색은 비교적 채도가 낮고, 색도 여러 가지가 섞여있다. 이 둘을 같은 스테이지에 놓았을 때, 마리오는 잘 보이지만 스타폭스는 눈에 잘 안 띄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마리오는 잘 보이는데 스타폭스는 눈에 잘 안 띄면 공평하지 못하고, 균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은 대전 게임, 즉 서로가 공평한 조건에서 싸우는 게임이다. 해당 장르에서 특정 캐릭터가 눈에 잘 안 띄거나, 너무 띈다는 것도 밸런스가 어긋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따라서 원작의 컨셉 모델링을 참고하되,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 속에서 균일함이 느껴지도록 새로이 디자인해야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데포르메, 명도와 채도, 질감과 음영에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었다. 우선 스타폭스를 살펴보면 원작의 캐릭터 모델링보다 얼굴을 키웠으며, 털의 디테일을 조금 줄이고 음영을 적게 주었다. 반면에 마리오는 옷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너무 눈에 확 들어왔기 떄문에 채도 및 명도를 낮추는 식으로 캐릭터 간의 밸런스를 조율해나갔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서 스타폭스와 마리오, 그리고 그 외 다른 캐릭터들이 서로 컨셉은 살리면서도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이라는 게임 속에 어울리게 녹여낼 수 있었다.



▲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느 하나가 튀지 않게끔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었다



▲ 비교적 복잡한 스타폭스는 좀 더 심플하게, 그리고 신체 비율도 변화를 줬다



▲ 마리오는 너무 명도, 채도가 높아서 텍스쳐를 입히고 음영을 더했다

그렇다면 좀 더 신체 비율의 격차가 있는 캐릭터 간의 밸런스, 예를 들어 마리오와 링크는 어떻게 작업했을까? 스타폭스와 달리 이때는 신체 비율 자체를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스타폭스는 신체 비율을 조금 더 마리오와 비슷하게 해도 원작의 컨셉을 해치지 않지만,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에 넣고자 한 링크의 모델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포르메는 신체 비율보다는 옷의 질감 표현에 더 중점을 두었다. 링크의 옷과 마리오의 옷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질감 표현이었고, 여기에 데포르메를 줘서 서로 밸런스를 맞춰간 것이다. 데포르메를 줄 때의 유의한 부분은, 어느 쪽이든 어떤 컨셉의 배경과 더 들어맞는다거나, 더 튄다거나 하는 것이 없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마리오는 컨셉 모델링을 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했다. 마리오 시리즈의 그래픽 특성상 정교한 쉐이더를 넣지 않았던 만큼, 쉐이더를 추가해서 다른 캐릭터와 밸런스를 맞춰야 했기 떄문이다. 그래서 실제 피규어를 보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음영을 넣고자 했으며, 채도를 조절해도 그 톤 자체가 너무 튀었기 때문에 모델링의 외곽도 흐릿하게 처리했다.



▲ 더 사실적인 음영을 넣기 위해서 실제 피규어까지 참고하면서 작업했다

추가로 라이트가 좀 더 자연스럽고, 질감의 조정이 쉬운 PBR(물리 기반 렌더링) 쉐이더를 활용했다. 라이팅에는 디렉셔널 라이트와 엠비언트 라이트, 리플렉션, 림라이트를 활용했으며, 블룸과 룩업테이블로 후처리 작업을 진행했다.



▲ 최초에는 이렇지만



▲ 쉐이더, 라이팅, 후처리를 통해서 이와 같이 구현해냈다

이와 같은 효과를 넣으면서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은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의 카메라 워크가 굉장히 격하다는 것과, 화면에 보이는 캐릭터의 크기 변화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었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은 다른 대전 격투 게임과 달리 최대 4명까지 한 화면에서 동시에 전투를 벌이며, 배경도 평면적이지 않다. 스테이지에 따라서 위, 아래로도 격차가 크고, 그 필드 안에서 네 명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바삐 움직이는 것이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의 게임 플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괜찮아보이던 모델링도 특정 상황에서는 어색하거나, 그 효과가 잘 살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키노피오나 요시, 커비는 얼굴에 음영이 크게 지지 않지만, 데이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과 눈쪽에 음영이 생긴다. 카메라가 가까울 때는 음영이 진 곳과 아닌 곳이 드러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카메라가 멀어지면서 음영과 피부의 구분이 어려워지고, 데이지의 얼굴빛이 원래 기획했던 것보다 더 어두워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캐릭터의 음영 효과는 카메라와의 거리에 따라서 콘트라스트를 적게 주는 형식으로 구현했다. 이때 레프판을 도입해서 하단에서도 빛이 들어오게 해서 그 콘트라스트를 줄였다.



▲ 데이지만 음영 때문에 얼굴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 이를 레프판을 넣어 콘트라스트를 줄이는 식으로 해결했다

각 캐릭터가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의 세계 속에서 균일감을 느끼게끔 디자인했다면, 그 다음 문제는 스테이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 역시도 과거 대난투 시리즈의 스테이지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계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다른 스테이지도 추가해야 하는 만큼, 과거 스테이지들이 어떤 규칙을 토대로 만들어졌는지 분석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었다.

앞서 보았던 것처럼 배경은 게임의 밸런스상 모든 캐릭터에게 중립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스테이지를 분석해보면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에서는 벽과 바닥의 오브젝트가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였다. 이를 어떤 식으로 구축해야 대난투 시리즈의 느낌을 옮길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다. 그리고는 아트 측면에서 볼 때, 그 스테이지만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서도 중립성을 해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따졌다.



▲ 이미 기존의 스테이지 디자인이 있었지만, 이를 최신 기종으로 새로이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의 배경은 일반적인 원-중-근경과 플레이 캐릭터들이 뛰어다니는 구간인 정중선, 총 네 가지로 구분이 된다. 이와 같이 구분한 이유는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의 카메라 각도가 약 30도 기울어져있어서 캐릭터가 점프할 때 근경과 중경을 계속 오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캐릭터의 동선의 핵이 되는 정중선이라는 개념을 도입,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인지 혹은 어떤 공간인지 추가로 보여주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바닥의 중앙은 유저들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서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어둡게 콘트라스트를 주지만 외곽은 다소 어둡다가도 밝게 하면서 유저의 눈에 더 띌 수 있게 했다. 카메라의 화각을 30도로 한 이유는, 카메라의 화각이 넓어졌을 떄 유저가 외곽면과 캐릭터 간의 거리를 착각하기 쉽기 떄문이었다.



▲ 전통적인 원근경 외에도, 플레이에 중심이 되는 정중선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 화각이 너무 넓으면 캐릭터와 오브젝트, 특히 모서리와의 거리를 정확히 계측하기 어렵다

스테이지의 아트 구현은 최대한 전작에 있는 스테이지들을 기초로 하면서, 그 스테이지 안에 있는 트릭과 기믹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구축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이 스테이지를 구축할 때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는 느낌과 살벌한 전투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여기에 비주얼적으로 화려함까지 더해져서 심미성을 높이는 것이 스테이지 아트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이와 같은 규칙을 바탕으로 스테이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카메라 워크는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은 카메라가 근거리와 원거리를 빠르게, 자주 오가는 카메라 워크를 채택했기 떄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스테이지가 움직이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스테이지의 통일성을 살리고, 그 스테이지의 전반적인 모습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주로 오브젝트를 정면샷 위주로 구축했다. 이때 유의할 사항은 화면상에서 상단 부분은 되도록이면 비워두는 것이었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에서는 주로 점프, 그리고 위로 솟구치는 식의 액션이 많이 활용된다. 이때 배경이 꽉 차있으면 캐릭터의 움직임이 덜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 위아래로 왔다갔다 하는 동작이 많은 만큼, 캐릭터가 더 드러나게 위는 비워두는 편이다

그리고 역동감을 더 살리고 긴박함을 주기 위해서 시메트리보다는 비대칭적으로 스테이지를 디자인했다. 바닥의 블록도 다 똑같은 크기가 아니라, 제각각 크기와 모양에 변화를 줘서 언밸런스한 느낌을 살렸다. 이런 것이 카메라 워크와 합쳐지면서 좀 더 역동적이고, 긴박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였다.

이와 같이 오브젝트 곳곳에 언밸런스함과 비대칭성을 강조한 만큼, 다른 곳에서 이런 요소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어 디렉셔널 라이트만으로는 스테이지 상단과 하단이 콘트라스트가 심하게 지기 때문에 레프판을 스테이지 하단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스테이지 하단에 반사광이 생기면서 콘트라스트가 줄었다. 그리고 스테이지의 발판도 디렉셔널 라이트가 비치는 정도에 따라서 음영이 다른데, 이를 장소에 따른 오염 표현이나 텍스쳐 매핑을 활용해서 명암이 튀는 효과를 최소화했다.



▲ 실제로 스테이지를 잘 보면 발판 오브젝트 배치는 대칭을 이루지만, 배경과 텍스쳐는 비대칭이다

아티스트나 배경팀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면,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프로세스 처리 과정의 부하를 줄여나가는 것에 좀 더 집중해야했다.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에서는 특히나 FHD 환경에서 60FPS를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래야 카메라가 멀어져도 캐릭터가 배경에 눌리지 않고 유저에게 명확히 인식이 될 수 있고, 또한 유저가 컨트롤했을 때 즉각 반응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리 과정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동시 처리가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이 있나 살펴봐야 했다. 다른 팀은 간과하기 쉬웠지만,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은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았다. 캐릭터, 오브젝트, 스테이지 아이템, 여기에 사용된 라이팅 등만 해도 이미 열 가지는 되기 때문이다.



▲ 이 많은 것을 동시에 처리되어야 한다

최적화를 위해서 프로그래머가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하드웨어 성능이었다. 해당 기종에서 어느 정도까지 소화해낼 수 있는지 파악해야만 어느 정도에서 안정적으로 프레임을 뽑아내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주요 부하 요인과, 어떤 요소가 어느 정도 비율로 하드웨어에서 처리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체크해야 햇다. 예를 들면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에서는 스테이지가 40%, 이펙트가 10%, 아이템이 8%, UI 처리에 2%, 캐릭터 처리에 25%, 시스템 처리에 15%가 분배가 됐다.

이를 계측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최적화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추가로 조사해나가는 한편, 처리를 줄여나갈 수 있는 부분을 줄여나갔다. 예를 들어서 킹크루루는 망토를 펄럭거릴 때 처리량이 많아지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 망토가 몸에 가려서 안 보일 때는 없앴다가 다시 불러오는 식으로 작업했다.

이런 자작업 외에도 닌텐도 스위치라는 기기 특성상 휴대 모드, 거치 모드에 따른 성능 변화도 감안해야했다. 거치 모드를 기준으로 하면 FHD까지 지원은 가능하지만, 휴대 모드는 720p까지 지원되는 식이다. 그런 만큼 두 모드에서 테스트하면서 렌더 타겟 사이즈를 조절해나가는 식으로 추가 작업이 이루어져야만 했다.






▲ 하드웨어의 스펙 체크 및 지속적인 테스트로 최적화를 진행해나갔다

이처럼 3D 컨셉 모델링 작업은 아트뿐만 아니라 배경, 프로그래머 등 여러 직군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의 세 개발자는 이번 강연은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에 한정해서 이야기했지만, 여기에서 사용되는 것들 중 일부는 다른 곳에서도 응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들 역시도 기존에 다른 게임을 만들다가 닌텐도와 합작하게 되면서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 개발에 참여하게 됐고, 그들이 다른 게임을 만들면서 익혔던 노하우가 섞이면서 지금 강연을 소개할 수 있었기 떄문이다.


현지시각 9월 4일부터 일본 요코하마에서 세덱(CEDEC 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세덱 현장에서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세덱 2019 뉴스센터: https://bit.ly/2lF0i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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