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대만 게이머들은 어디서, 어떻게 놀까?

포토뉴스 | 김규만,윤홍만 기자 | 댓글: 2개 |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취재 일정을 소화하면서, 대만 게이머들은 어딘지 모르게 같지만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작 게임은 거의 없는 게임쇼에서도 함께 웃고 즐기는 모습 하며, 인디 게임에도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문득, 이러한 생각은 대만 사람들이, 특히 게이머들이 평소에 어떻게 게임을 즐기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번졌습니다. 게이머들의 생태를 속속들이 파헤치기에 하루는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떤 힌트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게임 관련 장소들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고맙게도, 이번 여정에는 지난해 우연히 인연을 쌓게 된 개발사 네오바즈의 디렉터, 알 양(Al Yang)씨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신작 게임 개발로 인해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대만 게이머들이 즐기는 장소를 보여주겠다며 일일 가이드를 자처한 덕입니다.

오전에 게임쇼 일정을 어느 정도 소화한 우리는 먼저 대만의 전자 상가가 모여 있는 '중샤오신성'역으로 향했습니다. 타이베이 게임쇼가 진행되는 난강 전시센턴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또한, 게이머들의 성지라 불리는 타이베이 중앙역 지하상가와도 인접해 있기도 합니다.

종샤오신성 역 인근에 위치한 광화 전자상가, 그리고 그 주변 상가들은 게임보다는 전자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용산 전자상가, 그 중에서도 세운상가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컴퓨터, 주변기기는 물론 각종 디지털 제품들을 판매하는 모습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둘러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종샤오신성역 인근 골목을 거닐다 보면



▲ 뭔가 용산 전자상가, 또는 종로 세운상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길거리가 나타납니다



▲ 대낮에 PC를 들고 가는 사람이라니, 아주 잘 찾아왔군...



▲ 오, 바로 여기가 전자상가인가 싶었는데



▲ 그냥 진짜 '전자' 상가였고요



▲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지는 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 ...? 메이플스토리?



▲ 이제서야 잘 찾아왔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 광화상창이라 부르는 전자상가 주변으로 둘러볼만한 곳들이 꽤 많았습니다



▲ 노트북, 하드웨어, 게임 모두 찾을 수 있었고요



▲ 남녀노소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



▲ 닌텐도 타이틀을 파는 가게는 어디나 인기가 좋네요



▲ 광화상창 옆, 비교적 최근 지어진 상가는 더 많은 이들로 붐볐습니다



▲ UMPC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 탐나는 커스텀 PC도 전시되어 있었죠



▲ 콘솔 게임 시연대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고요



▲ 새학기 노트북을 준비하려는지?



▲ 생각보다 패키지 제품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광화상창 인근을 둘러본 뒤에는, 베이먼 역으로 가서 알 양 디렉터와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타이베이 중앙역 지하상가는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진 상점가가 미로처럼 자리하고 있는데, 게임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구역은 타이베이 중앙역보다 베이먼 역에서 더욱 가깝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광화상창은 보다 전자제품에 특화된 곳이고, 진짜 게이머들은 다들 타이베이 중악역 지하상가에 모인다고들 합니다. 여러 콘솔 게임샵은 물론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는 곳이 모여 있는, 그야말로 게이머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몇 주 뒤면 맞이하는 설날(춘절) 준비로 바쁜 타이베이



▲ 손오공이 왜 거기서 나와..? 오공 맞겠지?



▲ 지하상가는 대충 이런 모습입니다



▲ 이 기다란 줄은 무엇이기에 의자까지 준비했나 싶었는데



▲ 대만에서 인기인 포켓몬스터 게임 줄이라고 하네요



▲ 각종 게임기를 수리해 주는 사설 장인(?)도 계시는 지하상가

알 양 디렉터는 이곳을 지나며 여러 콘솔 게임 샵들이 저마다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처음 들러본 가게는 여느 게임샵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상점 주인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인디' 게임샵이라고 하더군요. 다른 기업의 간섭이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전시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든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게임샵을 다녀본 바 콘솔 게임을 패키지 버전으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도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신도림에 하나, 국전에 하나... 이렇게 장소가 나눠진 시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기도 했고요. 특히나 디지털 구매가 점차 늘어난 만큼 패키지 판매량도 감소했을 것이라 여겼지만, 대만의 모습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디지털로 게임을 구매하는 사람도 많아. 하지만 패키지로 사면 나중에 다시 되팔 수 있잖아. 그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콘솔 게임은 패키지로 구매하는 편이야" 알 양 디렉터는 제 궁금함에 대해 아주 간단한 문제라는 듯 대답해 줬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임샵을 둘러보니, 판매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대부분은 모두 중고 제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또 한가지, 대만 게임 시장의 특징은 여러 지역의 타이틀이 한 곳에 모이는 지역의 가마솥(?)이라는 것입니다. 판매되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등급 분류 표시가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죠. 어떤 게임은 대만 자체 등급 분류가 붙어있고, 또 어떤 게임은 PEGI가 붙어있는 등, 여러 지역의 타이틀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알 양 디렉터의 설명입니다.



▲ 대만 게임샵 특징: 자세히 보면 뭔가 귀한 타이틀이 전시되어 있음



▲ 오자마자 바로 게임 하나 구매하는 일일 가이드, 알 양 디렉터



▲ 등급 분류도 제각각인 대만 게임샵



▲ 신제품보다 중고 게임 파는 비중이 훨씬 높았습니다



▲ 이게 다 중고 게임이라고...



▲ 알 양 디렉터에 따르면, Xbox는 대만에서 그리 큰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 여기 보이는 게임이 전부였거든요



▲ 역시 아미보는 빠질 없는 상품이죠



▲ 헉 이것만 있으면 스플래툰 아미보 다 모으는데...!



▲ ?



▲ 어디서도 보기 힘든, 고전 게임 박물관 같은 가게도 있더라고요



▲ 웬만큼 나이 들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추억의 물건들



▲ 그러니까 이게... TV..?



▲ 1세대 VR 기기(?)도 있더라고요

지하상가를 둘러본 뒤에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시먼딩으로 향했습니다. 관광 명소로 명성이 자자한 만큼, 엄청난 인파와 미로같은 거리가 특징적인 곳이죠. 다행히 알 양 디렉터가 이끌어 준 덕분에 번화가 속에 아직 남아있는, 아케이드 센터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만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케이드 시장의 규모가 서서히 축소되는 과정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PC방이 줄어드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 정도겠습니다. 알 양 디렉터에 따르면 20여 년 전에는 대만도 PC방을 다니는 게이머가 굉장히 많았지만, 지금은 대체로 PC방을 가느니 집에서 게임을 한다는 주의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또, 그에 따르면 시먼딩에는 주요 아케이드 센터가 세 곳 정도 남아있다는데, 이번에 찾아가 본 두 곳의 아케이드 센터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번화가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휴일이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오락을 즐기는 모습은 아케이드 시장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시먼딩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메이플스토리가 정말 '어디서나' 보이더라고요. 이용자 층을 확장하기 위해 프로모션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알 양 디렉터는 최근 메이플스토리나 리니지 등 한국의 오랜 IP 게임들의 모바일 버전이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 광화상창부터 걷고 걷다 보니 어느새 시먼딩



▲ 거리 곳곳에 메이플스토리가 가득했습니다



▲ 보세요, 또 메이플스토리죠?



▲ 여기는 리니지M 프로모션 가판대



▲ 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이벤트에 참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시먼에 세 곳 남았다는 오락실 중 한 곳



▲ 규모도 꽤 크고, 여러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 철권 8이 나와도 오락실은 참을 수 없다



▲ 찾으려고 돌아다닌 게 아닙니다, 시먼딩 전체가 메이플스토리입니다



▲ 대만 사람들은 리듬 게임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네요



▲ 그러고 보니 리듬 게임 기기는 빈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 역시나 가족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어딘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대만 게이머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는지, 역시나 하루만에 모든 것을 다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일일 가이드로 활약해 준 알 양 디렉터 덕분에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대만 게이머들의 특징을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PC방 시장은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대만 게임 시장, 오락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이를 찾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많고요. 콘솔 게임 디지털 판매가 보편화되는 것과는 큰 관계 없이, 중고 거래를 위해 패키지 구매를 선호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루를 함께 다니며 알 양 디렉터는 제게 한국에도 이렇게 게이머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는지, 용산 전자상가는 이전의 모습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질문을 듣고 나니, 우리나라는 이제 게임 상가라고 부를 만한 곳이 거의 없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 쇼핑몰마다 게임을 판매하는 곳이 하나씩 있긴 해도, 상가 전체가 게임이라는 콘셉트로 이어진 공간은 이제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말입니다.

그것이 아쉽다거나, 옳고 그르다거나 하는 감정은 아닙니다. 그저 한국과 대만 게이머 사이의 차이, 그리고 유통 환경의 차이가 만든 모습이겠지요. 그리고 이런 점들만 제외하면, 게임을 즐기는 모습 자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도 않았고요. 그저 대만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게이머 분들이 계시다면, 저희가 다녀온 장소들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위해 함께 찾은 야시장



▲ 이쯤 되면 대만 국민 게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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