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9] 장수 게임의 생존 전략, 고인물을 공략해라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 로드컴플릿 주용익 기획팀장

  • 주제: 장수 게임의 생존 전략
  • 강연자 : 주용익 - 로드컴플릿 / LoadComplete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권장 대상 : PD, 기획직군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오래된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는 분명 게임 산업의 한 축인 것은 맞지만 주목받기 어려운 영역이다보니 이러한 영역에 정보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찾기도 힘듭니다. 저는 이 발표를 통해 정보가 필요하지만 구하기 힘든 라이브 개발자들에게 제가 경험한 정보를 공유하고 더 나은 방향의 개발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단순하게 도식화할 때 전체의 50%가 신규 개발을 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나머지 50%는 라이브 서비스를 하는 쪽이다. 이때 다시 25%는 신작의 라이브 서비스를 한다. 나머지 25%는 오래된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를 한다고 보면 된다.

    25%.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아무도 오래된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오래된 게임이라고 해도 나름의 애착을 가진 유저도 많고 여전히 인기를 끄는 게임도 많건만 이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로드컴플릿의 주용익 기획팀장이 나섰다. 과연 오래된 게임은 어떻게 라이브 서비스를 해야 할까? 그가 맨땅에 헤딩하면서 익힌 경험을 들어보자.






    ■ 오래된 게임의 현실 - 남은 건 고인물 뿐이지만 충성도만큼은 최고




    정확히 어떤 게임을 오래됐다고 할 수 있을까? 주용익 기획팀장은 다음과 같은 게임들을 기준으로 했다. 2000년대 초 PC방 부흥기와 함께 오픈한 게임들, 10년 이상 서비스 중인 PC 온라인 게임, 모바일의 경우 5년 이상 서비스 중인 게임, 그리고 그중에서도 대형 퍼블리셔가 아니어서 마케팅 등에 큰 투자가 어려운 게임들이다. 이런 게임들은 이제 부활하거나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꾸준히 오래도록 서비스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오래된 게임은 꾸준히 서비스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휴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사에서의 휴경은 비옥도가 낮아진 농경지를 묵혔다가 비옥도가 회복된 후 다시 농경지로 쓰는 방식을 말하는데 게임도 마찬가지다.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도 이벤트가 아닌 콘텐츠를 우선시하며 쉴 기간을 줘야 한다.

    만약 이런 휴경기를 놓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어떤 게임의 매출을 100%라고 잡을 때 콘텐츠 추가 없이 캐시 이벤트 진행한다고 해보자. 2배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순간적으로는 매출이 극대화된다. 200%까지 치솟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내 약빨이 다 되면 오히려 매출은 평소보다 감소한다. 80% 수준이 된다. 이걸 해결하려고 다시 캐시 이벤트를 진행하면 이번에는 160%의 매출밖에 안 된다. 그리고 다시 약빨이 다 되면 매출은 감소한다. 캐시 이벤트에만 의존한 결과다.




    그리고 이게 반복됨으로써 게임의 기반은 무너진다. 유저는 떠나가고 이걸 복구하는 데는 전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해진다. 게임의 휴경기가 필요한 이유다.

    휴경기를 가진다고 해도 끝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산적해 있다. 첫 번째는 오래된 게임이 갖는 문제 중 하나로 매니아 게임이 된다는 거다. 어느 게임이나 그렇다. 처음에는 전부 소프트 유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떠나는 유저와 남는 유저가 생기면서 점점 하드유저가 늘어난다. 그 결과 어느덧 하드유저가 전체 유저의 절반을 넘게 된다. 흔히 말하는 고인물화다.

    이렇게 매니아 게임이 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하드 유저의 경우 충성도가 매우 높기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안정적인 접속률이 유지된다. 어떤 경우에는 2년 가까이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음에도 유저풀이 꾸준히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즉, 오래된 게임의 경우 이런 하드 유저에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 오래된 게임의 서비스 개념 - 유저가 만든 고유문화를 이해해라




    오래된 게임의 타겟층은 단연 올드 유저다. 10년이 지난 게임에 신규 유저를 기대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향후 개발 방향에서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주용익 기획팀장 역시 이런 실수를 했다고 고백했다. 오래된 게임인데 신규 유저를 모으기 위해 노력한 거다. 그리고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타겟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저 하드 유저를 타겟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도 신경 써야 할 점들은 많다. 첫 번째는 하드 유저들의 고유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디지몬 RPG'를 예로 들자면 PvP에서 유저들이 스스로 다양한 룰을 만들었다. 미튀전이라고 해서 서로 때리다가 미스가 난 유저가 진 걸로 치는 룰을 만들거나 PvP를 할 때 레벨이 낮은 유저가 선공을 하거나 비슷하다면 불리한 속성에게 선공을 양보하는 식이었다. 다른 게임의 유저가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주용익 기획팀장 역시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유저들이 이런 룰을 만든 건 아니었다. 유저들 나름대로 PvP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한 거다. 바둑에서 상수가 하수에게 양보하는 문화와 비슷하다.




    이런 고유문화는 비단 '디지몬 RPG'만의 얘기가 아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 역시 이런 고유문화가 있었다. 경쟁적 보상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고 길드 콘텐츠에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한편, 유저들끼리 서로를 놀리면서 노는 독특한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다. 이 역시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주용익 기획팀장은 얘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이해할 수 없다며 무시할 순 없었다. 오래된 게임들은 이런 유저들의 고유문화를 이해한다는 배경을 깔고 콘텐츠를 만들거나 기획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주용익 기획팀장 역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 오래된 게임의 나아갈 방향 - 유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라

    그렇다면 오래된 게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앞서 하드 유저를 타겟층으로 하고 그들의 고유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래된 게임도 유저를 유치하긴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신규 유저가 아닌 복귀 유저를 노려야 한다는 거다. 게임을 이탈했다고 해도 모두 완벽하게 그 게임과 인연을 끊는 건 아니다. 떠났지만 그래도 괜시리 패치 노트를 본다던가 하면서 주변을 맴도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주변을 맴돌기에 복귀시키기 쉽다는 게 아니다. 신규 유저와 비교해서 정착시키기도 쉽기 때문이다. 신규 유저가 정착하려면 그래픽, 시스템, 경제 시스템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오래된 게임은 그래픽으로 만족시키기 부터 쉽지 않다. 하지만 복귀유저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에 수월하게 넘어간다. 남은 건 상위권으로 복귀하는데 얼마나 될까만 고려한다. 신규 유저에 비해 벽이 훨씬 적은 셈이다.




    이때 개발자가 할 일은 복귀유저가 상위권 유저와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어느 정도는 지원하되 상위권으로 오르기 위해선 유저 스스로가 나서도록 말이다.

    유저에 대한 것 외에도 신경쓸 점으로는 바로 보안이다. 아무래도 오래된 게임은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장비는 노후화됐고 인력은 적다. 지원 역시 부족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안 문제는 대부분 그 조짐이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이템 복사의 경우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특정 아이템 물량이 급증하거나 수많은 유저가 특정 유저를 신고하는 등이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복사로 인해 큰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꾸준히 동향을 파악하고 이상 현상을 빠르게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




    이벤트의 경우에는 대다수의 유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그저 보는 것보다 직접 참여한 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건 모든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몇몇 유저만을 위한 이벤트는 되려 실망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래된 게임의 경우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개발 히스토리를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오래됐기에 히스토리가 없다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비효율적인 작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주용익 기획팀장 역시 맵 하나를 만드는데 히스토리가 없어서 큰 고생을 했다고 회고했다. 맵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만드는지 관련 문서도 없고 있는 건 달랑 툴 뿐으로 그 툴을 분석하는 데만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이다.

    개발에 대한 신경 써야 할 점은 히스토리를 남기는 것 외에도 더 남아있다. 바로 개발 최적화에 대한 부분이다. 오래된 게임은 타게임의 시스템이 뭔가 흥미롭더라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할 수밖에 없다. '디지몬 RPG'에 적용한 유사 인스턴스 던전인 로얄베이스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실제로 인스턴스 던전은 아니었으나 공간의 폐쇄성, 네임드 보스의 존재, 고유 아이템이라는 인스턴스 던전의 특징은 모두 내포하고 있었다.




    유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드 유저는 곧 코어 유저이기에 개발자와 유저 간의 거리는 짧을수록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저들이 더 게임에 애착을 갖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이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어디까지나 공적으로 가까워야 한다는 거다.

    끝으로 주용익 기획팀장은 서비스의 투명화를 강조했다. 어떤 게임이라도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처가 중요하다. 보통은 사건이 터지면 상황 파악, 사건 정리, 보상책 공개 순서로 진행된다. 이때 중요한 건 유저는 보상보다는 사건 처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더 궁금해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상황 파악이 끝나면 어떻게 대응할지 유저들에게 빠르게 공개하는 게 좋다. 이른바 대처의 골든타임으로 사건 정리나 보상책 공개 등은 이후에 해도 된다. 유저들이 납득한 상태라면 이슈 해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려도 대부분 이해해준다. 하드유저인 만큼,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강연을 끝마치며 주용익 기획팀장은 자신 역시 오래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오래됐기에 라이브 서비스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라이브 서비스를 할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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