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코로나 #3] 게임,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보다

기획기사 | 이두현 기자 | 댓글: 4개 |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3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위와 같이 코로나19를 평가했다. 3월 심각 단계에서 이제는 일상으로 복귀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시민을 많이 볼 수 있다.

달라진 일상은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는 게임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게임사 재택근무가 오랜 기간 이어졌으며,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서 소개하던 유니티 역시 오프라인 강연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롤파크에는 팬들의 함성이 그친지 오래다.

이에 게임업계는 각자의 방식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건이 제한되자, 새로운 아이디어로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넥슨과 유니티, 에픽게임즈,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로부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사례를 공유했다.


After 코로나의 시대
  • 1부 : 기부와 동참 '게임'이 앞장설 수 있다
  • 2부 : 플레이는 따로, 기부는 함께 '게임'의 선한 영향력
  • 3부 : 게임,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보다


    에픽게임즈는 코로나19 동안에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게임사다. 그동안 에픽게임즈는 자신들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포트나이트를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갔다. 작년 마시멜로 공연이 대표적이다. 최근 에픽게임즈는 트래비스 스캇과의 협업을 포트나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이벤트가 취소된 상황에서 포트나이트 내 트래비스 스캇 공연은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비췄다.

    트래비스 스캇 공연은 그동안 게임업계에 없었던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1,23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 트래비스 스캇 첫 번째 공연을 관람했다. 전체 공연 관련해서는 4,580만 번 이상의 이벤트 참여 횟수를 기록했다. 순 방문자 수는 2,770만 명에 달한다. 오프라인 콘서트로는 이루기 힘든 수치다.

    이번 포트나이트 내 트래비스 스캇 공연은 재택근무만으로 이루어 낸 결과물이다.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세부적인 공연 준비 작업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는데, 중간에 코로나19 유행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돼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졌었다"며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에게 멋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회사 역량을 총동원했고, 재택근무 환경에서 멋진 결과를 내 에픽게임즈로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에픽게임즈는 게임의 메타버스화 가능성을 넓혔다. 메타버스는 아직 게임업계 내에서 합의되지 않은 개념이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IT 및 미디어 전문가 매튜 볼(Matthew Ball)은 특히 심도 있게 지속적이고, 실시간이고, 모든 참여자가 같은 시공간에 있고, 제대로 기능하는 독자적인 경제 체계가 존재하고, 디지털과 현실 양쪽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모든 정보와 자산이 호환되고, 누구나 콘텐츠 및 경험을 생산할 수 있어야 메타버스라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사람들 간 소셜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가상 공간으로의 도약이다. 포트나이트 공연은 유저가 직접 게임 내 무대를 가고, 원하는 시점으로 관람하고, 함께 춤추고 환호하는 감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다른 온라인 공연과 차별화를 이뤘다.

    최근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에 '파티로얄' 모드를 추가했다. 파티로얄은 배틀로얄의 액션 빌딩 요소를 뺀 새로운 3D 소셜 공간으로, 빅스크린 원형극장,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메인 스테이지 등의 다양한 공간과 랜드마크로 구성됐다.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다.

    공연 외에도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 쪽에서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더욱 많은 무료 리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역시 전 세계 스토어 사용자들에게 더욱 폭넓고 다양한 무료게임을 제공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 무관중으로 진행된 2020 LCK 스프링 결승전 현장(출처: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e스포츠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가 중단된 가운데, e스포츠는 이어졌다. 특히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LCK 스프링 스플릿을 안전하게 마무리 지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리그 구성원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코로나19를 대비했다. 아무리 무관중으로 진행하더라도, 방송을 위해선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이 롤파크로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잠재 위협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각 분야별 담당자들이 숙지하도록 했다. 언제나 의료진 두 명이 상주해 의심증상이 있었을 경우에 바로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선수들이 각 숙소에서 경기를 치루더라도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다각도로 신경 썼다. PC의 최소 권장 사양을 롤파크 경기장 PC를 기준으로 설정해 PC 사양 차이로 인한 공정성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했고, 기준치 미달인 팀들의 경우에는 백업 PC 수량까지 감안해 롤파크 PC들을 대여했다. 매 경기마다 각 팀 PC에 설치된 불필요한 프로그램 및 네트워크 성능 등을 사전에 점검했다. 팀 보이스 체크와 인게임 위반사항 등 기타 대회 진행에 필요한 점검 사항도 오프라인 경기 수준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최근 젠지는 한성스포츠, T1은 BMW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롯데제과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월드콘 모델로 발탁했고, LCK 후원도 결정했다. 이전까지 후원은 게임 관련 기업이 주로 해왔다. 이제는 자동차, 제과, 유통 기업이 e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어지는 e스포츠를 보고서 기존 산업군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성과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건은 앞으로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e스포츠 주목도가 높아졌다면, 안정화 이후에는 관심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관계자는 "기업들이나 시청자들이 다른 콘텐츠의 부재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LCK와 e스포츠를 보게 됐더라도 이들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는 요인을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롤파크가 생긴 이래 처음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자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관계자는 "현장에 팬들의 함성과 응원이 없어 생경하게 느껴졌다"고 아쉬워하며 "직관 대신 집관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역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같이 호흡하는 것만큼 동기부여가 되는 건 없는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선수와 e스포츠 관계자로 하여금 팬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유니티는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캠페인 #PlayApartTogether(플레이어파트투게더) 파트너사로 선정돼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장 행사를 자제하기 위해 매년 5월경 개최했던 '유나이트 서울'을 올해에는 12월로 미뤘다.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다방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개발자와 크리에이터, 기업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유니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개발자 및 크리에이터들이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온라인 스마트워크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 중이다. 유료 교육 플랫폼이던 Unity Learn Premium(링크)을 무료로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신 유니티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적용 사례와 Q&A 등을 담은 온라인 웨비나 '유니티 데브 웍스(링크)'를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기술 강연은 현장과 다르게 참여자들이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보기 힘들단 단점이 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니티는 온라인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자들의 관심 분야를 파악했다. 그 결과 최근 게임업계 이슈가 된 넷마블 ‘A3: 스틸 얼라이브’의 테크니컬 아트 리뷰나 게임 내 수익화 방안 등 실용적인 세션들을 마련하게 됐으며, 최신 유니티 기능 등에 대한 소개도 포함될 수 있었다.

    더불어 실시간 채팅창을 활용해 질의응답을 진행, 참석자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유니티 관계자는 "참여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반응이 긍정적이다"고 전했다.

    비대면 비즈니스 및 마케팅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VR/AR 기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 패스트컴퍼니는 가장 혁신적인 VR/AR 기업 90%가 유니티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유니티는 코로나19 이후 AR 기술을 비대면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이미 유니티의 AR 기술을 활용한 사례는 '스노우 제페토', 'KT 나를', 'LG 유플러스 AR', '이베이 it9' 등이 있다.





    이중 'LG 유플러스 AR'은 아이돌의 모습을 스마트폰을 통해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 LG 유플러스는 가수 청하의 댄스 모습을 360도 회전하며 3D로 보는 광고를 선보였다. '이베이 it9'는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AR 기술을 활용해 실제 공간에 가구를 배치해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앞으로 AR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넥슨 브이포티비

    넥슨은 '언택트 마케팅'을 통해 유저들에게 다가갔다. 넥슨 AG마케팅팀 V4 담당 나동진 팀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언택트 마케팅 조짐은 있었다"며 "불편한 소통보다는 편리한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 경향이 그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예컨데 점차 온라인 프로모션이 활성화되고 무인 단말기(키오스크) 도입 등이 사례다. 나동진 팀장은 앞으로 많은 기업이 언택트 마케팅을 더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넥슨은 언택트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한차례 피파온라인4 PC방 이벤트 논란은 있었지만, 넥슨은 피드백을 발 빠르게 받아들여 PC방 이벤트를 중지했다. 유저와의 새로운 소통 방법을 고민한 넥슨은 온라인 생중계로 업데이트 정보를 소개하는 '브이포티비'부터 K리그 선수들이 직접 'FIFA 온라인4'로 치르는 랜선 축구 대결까지 팬들과 소통하는 이색 이벤트를 마련했다.

    나동진 팀장은 브이포티비 운영이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일목요연하게 알리는 것은 물론 실시간 채팅으로 이용자들과 소통도 늘어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으며 "여러 온라인 채널을 통해 얻은 피드백을 개발진에게 잘 전달하고, 이를 반영한 즉각적인 업데이트로 이용자 편의성 및 즐거움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이장주 소장은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 사례를 주목했다. 당시 흑사병으로 인해 약 2억 명, 유럽 인구 50%가량이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흑사병은 많은 걸 바꿨다. 기도를 해도 흑사병이 낫질 않자 교회에 대한 믿음은 의심이 됐다. 신권이 약화되자 왕권이 강화되어 중세가 마감됐다. 이후 자연스레 인문주의 르네상스 기반이 마련됐고, 줄어든 인구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토지소유주는 높은 임금을 제공해 농노제 해체가 가속화됐다.

    코로나19도 많은 걸 변화시키고 있다. 게임 관련으론 지난해 같은 시기 열렸던 2019 우리은행 LCK 스프링이 기록한 12만 명에 비해 3월 중 8만 명 가까이 증가한 20만 명을 기록했다. 누적 시청 시간은 5,265만 시간으로 3,544만 시간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1,700만 시간이 늘었다.

    이장주 소장은 "코로나19로 게임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상황, 일상 속에서 뺄 수 없는 핵심으로 자리를 잡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주 소장은 예로 EBS에서 트래픽 부하로 온라인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MMORPG 운영 노하우로 적극 개입하는 걸 제시했다. 또는 연대활동용 아이템(스킨) 판매 수익으로 전 세계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방호복, 고글, 마스크와 생필품 위주 구호물품 전달을 제안했다.

    현재 세상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 코로나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 사이에 있다. 이장주 소장은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혼란이 있기 마련이지만, 혼란은 비주류에게 큰 기회일 수 있다"며 "위기가 무사히 지나고 후세 역사가들이 코로나19를 극복을 서술할 때, 게임문화의 주류화가 AC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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