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7] '언차티드'의 대화가 맛깔난 이유, 너티독이 사실적인 연기를 만드는 법

게임뉴스 | 이명규 기자 | 댓글: 16개 |



현존 최강의 게임 개발사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회사는 여럿 있지만, 사실 그 후보군이 무척이나 많지는 않다. 매년 GOTY를 노리며 내는 게임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게임 개발사, '너티독' 역시 그 중 하나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든든한 우군이자 세상에서 가장 영화같은 게임을 만드는 이들, 사실 우리가 하는 게임 자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굉장히 세세하게 짜여진 스토리 보드와 디테일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너티독'은 어떻게 우리에게서 이렇게 눈물을 쏙쏙 빼내고, 모험심을 대책없이 자극하는 걸까? 그들의 게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너티독에서 리드 에디터를 담당하고 있는 라이언 M 제임스(Ryan M James)는 너티독이 어떻게 '사실적인 연기'를 만드는지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연기라, 이들은 정말로 자신들을 연출자로서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 대단한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가독성을 위해 강연자의 직접 서술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 너티독 라이언 M 제임스 리드 에디터



나는 7년 동안 너티독에서 에디터로 일해왔다. 이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연기를 완벽하게 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무엇이 사실적이고 훌륭한 연기를 만드는지 알고, 이를 통해 게임 속 연기들이 완벽하도록 만든다. 이는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단순히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 뿐만 아니라 대사들, 비주얼 요소, 오디오, 카메라 효과 등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너티독은 언제나 게임을 통해 역동적인 영화같은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심리스 지역 속에서, 컷씬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감정적인 순간과 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 말이다. 캐릭터의 배경이나 세세한 디테일들을 조정하는 것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탐구하게 하고자 용기를 북돋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럼 먼저 생각해보자. 무엇이 사실적인 연기를 만드는가? 사실, 이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 시각적인 요소들 모두가 사실적인 연기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 플레이어가 감정을 몰입하고 이입할 수 있도록, 또 감정적인 동기를 부여받도록 하면서, 게임의 순간 순간 사이에서 컷씬과 다른 요소들을 통해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게임플레이를 만들어야 한다.

게임의 제작과정은 변화의 연속이다. 하나씩 제작하며 완성해내면 다시 편집 팀에게 맡겨진다. 우리는 인간적인 순간들을 마주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 좋은 변화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개발의 첫 단계부터 돌아보자. 가장 먼저 볼 것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다. 우선 굉장히 많은 분량의 시나리오와 스토리 보드와 콘티를 짜놓는다. 캐스팅 된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모든 과정을 알고 자신의 연기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배우가 게임 플레이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미리 알고 있도록 장면을 인지시킨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게임 플레이에 앞서 항상 컷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티독의 컷씬은 모두 모션 캡처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이 모션 캡처란 기술은 주의할 점이 굉장히 많이 있다. 허공을 바라보고 연기를 하지 않도록 상대 역할을 맡아줄 배우와 배우가 상호작용할 주변 환경을 조성해 놓아야 한다. 모션 캡처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추어 많은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모션 캡처에 앞서 모두가 스크립트를 읽고 피드백을 하며 회의를 진행한다. 배우들과 편집팀들의 의견을 받아 현장에서 즉석으로 변경되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또한 프리 프로덕션 단계의 모션 캡처에서는 모든 것을 담는다. 갖가지 앵글과 사운드, 모션 캡처에서 기록 가능한 모든 것이 남고, 이것은 완벽한 마스터 필름이 된다. 이것이 컷씬을 만드는 근원이다.

이 단계에서 에디터, 편집자의 역할은 디렉터가 정한 방향을 지키는 것이다. 그가 남긴 주의사항, 특별히 강조해야할 부분들, 디테일을 현장에서 적용시키는 것은 편집자의 몫이다. 또한 현장에서 변화한 부분들에 대한 모든 기록을 편집자가 남기고, 그 변화를 스크립트에 적용시킨다.




또 하나의 원칙은 모션 캡처 이후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4개의 장면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최종 결과물 하나, 각 캐릭터의 얼굴을 비춘 모션 캡처 둘, 전체의 모습을 모션 캡처한 하나까지 4개의 장면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비교한다. 카메라로 먼저 촬영하고, 얼굴과 피부를 입히고, 오디오 파일을 손보는 등 무한한 것들을 할 수 있으며, 우리는 컷씬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무한한 자유도를 얻게 된다. 몇몇 카메라 앵글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다.




픽처 락(Picture Lock) 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미 완성이 된 컷씬을 더이상 수정하지 않고 고정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보다는 픽처 래치(Latch, 자물쇠) 라는 방식을 선호한다. 완성본으로 고정은 해두되, 자잘한 부분에서 수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모델링에서 어색한 부분들을 꾸준히 고쳐나가고, 컷씬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플레이어들이 심리스 공간에서 벌어지는 컷씬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컷씬과 게임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어라.

다음은 우리가 IGC(In Game Cinema) 라 부르는 기법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게임 플레이 안에서 적용되는 기법인데, 모든 서사를 컷씬으로 이어가는건 무척이나 부자연스럽고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게임속 지역을 무대로 일종의 미니 시네마틱 컷씬의 느낌으로, 게임 플레이와 컷씬 사이에 컷 단절이 없도록 이어주는 역할이 바로 IGC다.




IGC에서 중요한 것은 오디오인데, 이 오디오 조정만으로도 어려운 도전이 되곤 한다. 한가지 문제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카메라는 리스너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캐릭터의 말을 듣는 마이크이면서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말해주는 스피커이기도 하다. 때문에 캐릭터와의 거리나 방향, 상황에 따른 확장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서 오디오를 장면과 맞도록 최적화해야 한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이 게임플레이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드레이크가 폐허를 탐사하면서, 먼저 도착한 그의 라이벌과 라이벌이 고용한 용병과 대치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토리텔링의 컨베이어 벨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 5분 남짓한 장면 안에는 IGC, 컷씬, 적들의 대사, 아군의 대사, 스토리를 진행하는 대사 등 굉장히 많은 스토리 요소가 들어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게임 내에서의 대사 활용이다. 인 게임 대사들은 컷씬의 사이사이에 부족한 공간들을 채우는 역할을 하며, 캐릭터가 게임 내내 살아있도록 해준다. 게임 플레이 속에서 자연스레 듣게되는 모든 대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많은 IGC에 쓰이는 목소리 녹음은 모션 캡처와 별도로 진행된다. 이를 위한 스크립트 또한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이들은 게임 플레이에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를테면 유저들이 사용해야 하는 오브젝트들, 중요한 목표, 무엇인가 상호작용해야 하는 것들을 통해 이 인 게임 대사들이 이를 주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게임을 이끌고 도와주는 역할이다.

이런 대사들은 각각의 목적이 있고, 순간이 있다. 모든 히어로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동료들은 정보를 전해주는-아주 간단한 이쪽이야! 여길 좀 봐! 하는 것을 포함해-대사를 하게 되어 있다. 이 대사들은 같은 내용이지만 서로 다른 표현을 쓴 것들이 여럿 그룹지어져 있고 랜덤하게 골라서 출력된다.




이런 스크립트 상에는 각각의 대화가 이어지는 타이밍들을 적어 놓는다. 각 캐릭터 간의 대화 순서와 어느 것이 나온 뒤에 어떤 것이 이어져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기능한다. 그리고 이 대사들을 구성하고 출력할 때에는 사람마다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유저들은 스토리 대사를 모두 꼼꼼하게 챙기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모두 패스해버리고 달려나가는게 먼저인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에 도움을 주는 대사들은 스피드런 플레이어들이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빠르게 제시되어야 한다. 대사가 제시되는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단순히 대사 만으로는 부족한, 더 많은 것을 전달해야 할 때에는 제스처를 추가한다. 몇몇 특별한 AI 모델이나 주인공은 별도의 전용 제스처를 사용하기도 한다. 말할 때 어떤 의도인지, 감정적인 표현들에 효과적이다. 또한 유저들의 카메라는 보통 캐릭터 뒤의 먼 곳에 있기 때문에, 각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도록 할 수 있다.




다음 부분은 시스템 대사다. 예시중 하나로 동료 AI가 적을 발견했을 때 하는 '여기 적이 있어!' 등의 반응이 있다. 이는 게임 진행을 보다 빠르게 하고, 플레이어가 적을 발견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결정하도록 유도한다. 이 또한 여러가지 버전을 랜덤하게 반복 사용한다. 적 AI 의 대사 또한 중요한데, 적 AI 와의 상호작용 역시 캐릭터를 살아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대사는 영웅, 적 뿐만 아니라 멀티플레이 캐릭터들도 사용한다.




적의 시스템 대사는 적이 현재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적이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인데, 가장 첫번째는 존재를 모를 때이다. 이때의 적은 서로 잡담을 나누며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주인공과 동료는 속삭이면서 조심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그 다음은 조사 단계로, 적은 장소를 수색하고, 소리를 지르고, 아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플레이어가 위협을 느껴 여기서 탈출하거나 싸우도록, 반응을 결정하도록 한다. 세번째는 수색 단계다. 적이 플레이어의 존재를 알고 찾아내고자 하는 것으로, 이때 동료가 좀더 개입해 주인공을 위험에서 구하려고 한다. 네 앞에 적이 있다! 같은 느낌으로.




마지막 전투 단계에서는 모두가 소리를 지르고, 전투 감각을 높인다. 또 동료 AI 는 상대에 따라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한편 적들은 플레이어의 배후를 공격할 때나 새로운 무기, 새로운 패턴을 가진 적을 등장시킬 때 이 사실을 플레이어에게 주지시키고 공략할 정보를 주기 위해 대사를 사용한다. 동료 또한 그 파훼법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주인공의 대사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대변하는 역할이다.

최종적으로는 이런 대사들도 모듈화되기도 한다. 주어, 동사, 목적어 등을 서로 모듈화해서, '너/너희들, 그/그놈들 을 찾아와!' 하는 식으로 상황에 맞춰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시스템 대사들은 언제든 자연스럽게 끊기고,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적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주인공의 총격으로 방해받거나 하는 경우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기 위해서는 몇가지 더 준비물이 필요하다. 비명이나 의성어, 감탄사들의 셋이 필요하고, 상황이 급격히 변화할 때 대화의 톤에 맞추어 각각의 상황에 맞는 말투가 나오도록 하고, 대사가 끊기더라도 꼭 들려줘야만 하는 중요한 대사의 순서, 다시 시작되는 지점 등을 지정해놓아야 한다.




이렇게 모든게 끝나면 진짜가 시작된다. 바로 폴리싱 단계다.

게임 속에 들어간 어느 요소이든 그것이 게임의 파이널 컨텍스트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캐릭터의 포즈, 표정, 대사, 행동 등 모든 부분에서 의도하는 감정과 분위기가 나타나고 자연스럽게 보이며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잘 조절되지 않은 톤은 모든 분위기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갑작스런 행동이나 맥락없는 것들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연속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뀌어야 하는 것과 바뀌어서는 안될 것을 계속 고민하라.




그리고 이 이후에 오는 것이 현지화다. 이 부분은 무척이나 어렵다. 모든 대사나 컷씬 등 게임 내 스토리텔링 마테리얼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아예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은 정말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현지화 일정은 언제나 빠듯하다는 점이다. 게임 제작이 완료되고나서 출시를 기다리기까지의 그 정말 짧은 시기 동안 모든 현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말로 바쁘고 정신이 없다.




선별작업을 통해 게임 플레이에서 꼭 들려줘야만 하는 대사를 선별하고, 어떻게 플레이를 유도할 것인가를 모두 리뷰한 다음 오디오와 대사 라인을 긴밀히 다시 짜야 한다. 모든 것이 편집되어야 한다.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그렇다. 이게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시간' 이다. 시간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게임을 만들어 나간다.

우리는 이 모든 미친 짓들을 해왔다(We do all crazy shit).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각자의 부서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우리의 게임을 행복하게 즐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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