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7] 심재근 넥슨 기획 파트장이 말하는 '시스템 기획자'가 되는 길

게임뉴스 | 이시훈 기자 |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심재근 넥슨 기획 파트장은 메이플스토리 기획, 하이퍼유니버스 기획. 헌드레드소울 시스템 기획을 맡은 후 현재는 넥슨의 신규 프로젝트 기획 파트장을 맡고 있다.

이 강의는 시스템 기획에 대한 개념을 잡고, 좋은 시스템 기획자가 되기 위한 연습 및 준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 강연주제 : 시스템 기획자에 대한 기본 지식과 준비 과정

⊙ 게임 기획과 기획자의 분화





게임 기획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콘텐츠 기획자와 시스템 기획자. 콘텐츠 기획자는 말 그대로 게임 내부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신규 직업', '스토리', '퀘스트' 등을 게임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요소를 만드는 사람이 콘텐츠 기획자다. 반면, 시스템 기획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필수 요소인 '캐릭터 동작', '스킬', '점수 시스템', '매칭 시스템', '네비게이션' 등 다양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시스템 기획자는 복잡한 공식이나 프로그래밍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 출신이 타전공에 비해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심재근 기획 파트장도 '컴퓨터 공학 전공자라서 유리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게임을 많이 플레이할수록 콘텐츠 기획에 유리하지만, 시스템 기획은 게임을 많이 하더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분야라서 시스템 기획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스템 기획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사실 처음 소프트웨어가 등장했을 때, 모든 작업은 프로그래머 한 명이 했다. 프로그래머 한 명이 개발자, 디자이너, 아티스트, 스토리 작가, 컴포저 역할을 모두 했다. 하지만,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업무가 점차 세분화 됐다. 세분화된 영역에 특화된 전문 직군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던 초창기에는 시스템 기획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국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이미 시스템 기반이 있는 게임에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같은 성공한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서 콘텐츠를 채워 나가면 새로운 게임이 탄생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게임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한국 온라인 게임 개발 시장에 날아온 핵폭탄 WoW가 모든 것을 바꿨다. 수준 높은 시스템과 방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WoW의 등장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눈높이가 한없이 높아졌다.

어그로 시스템, 인스턴스 던전, 복잡하고 다양한 레이드 시스템 등 압도적인 양과 질로 국산 게임을 위협했다. WoW를 플레이하면서 높아진 게이머들의 기대치에 맞게 국산 게임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게임은 점점 복잡해지고 필요한 시스템이 많아지면서 실력 있는 시스템 기획자가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 시스템 기획 개념잡기

좋은 시스템 기획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기 전에 '시스템'의 개념을 잡고 출발하겠다. 시스템은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를 의미한다. '게임 시스템'은 게임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고 이를 쉽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요소와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조직화한 것이다. 상호작용은 시스템을 다루는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는 필요한 기능이 너무나도 많다. 기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수 있지만, 모든 개발에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기능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구조화된 기능과 기능 조작 인터페이스가 존재하는 기획을 '시스템 기획'이라고 하고, 파편화된 기능과 기능 조작 인터페이스가 없는 경우를 '비 시스템적인 기획'이라고 한다. 물론, 초기 기획/개발 비용은 '시스템 기획'이 '비 시스템 기획'보다 높지만, 콘텐츠 제작과 테스트를 생각하면 '시스템 기획'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 좋은 시스템 기획자가 되기 위한 준비





시스템 기획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쉽게도 초심자가 기획자가 되는 길은 굉장히 좁다. 특히 시스템 기획의 경우 더 심하다. 무책임한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작은 기회라도 잡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심재근 넥슨 기획 파트장은 말한다.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역기획'이다. 시스템 기획 능력 개발에 있어서 가장 좋은 훈련 수단인 '역기획'은 이미 존재하는 게임의 시스템적인 성공 요소를 거꾸로 분석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게임에 도입할 기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역기획을 잘하기 위한 네 가지 팁이 있다. 첫째, '역기획의 작업 단위를 작게 가져가라'. 이 말은 역기획의 결과물은 실제 개발할 때의 기획 결과물과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용 게임의 큰 시스템을 역기획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작은 단위부터 역기획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기능을 나열하지 말고 구조화하라'. 기능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은 쉽지만, 기능들을 구조화하는 것은 어렵다. 구조화를 하면 할수록 시스템 설계 능력에 도움이 된다.

셋째, '눈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신경 써라.' UI와 같은 그래픽 요소에 눈이 가기 쉽다. 진짜 중요한 규칙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완성도 높은 아이템이나 스킬 등을 분석할 때,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그래픽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닌, '속성', '수치', '특수 능력' 등 보이지 않는 다양한 요소를 신경 쓰라는 뜻이다. 넷째, '시스템에 반영된 기획자의 의도를 파악하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의도를 파악해야 나의 기획력이 성장한다.

또한, 시스템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보드게임과 친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컴퓨터 게임은 게임의 규칙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모든 규칙을 알려주지 않는다. 반면, 보드 게임은 모든 규칙을 따로 정리하여 '룰북'으로 제공한다.

보드 게임은 규칙이 매우 중요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 보드 게임의 룰북을 잘 읽으면 양질의 규칙을 접할 수 있다. 재미있는 규칙을 만드는 연습을 하기 위해 직접 보드 게임을 해보면서 규칙을 체험하는 것이 좋다. 보드 게임과 친해지기만 해도 양질의 RPG 규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단순히 룰북을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다른 사람과 보드 게임을 하면서 규칙을 설명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사람에게 규칙을 설명하는 것은, 게임 규칙을 개발자에게 설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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