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스프링] '공격성에 예리함 더하다' 당당히 주전 정글러 된 ‘하루’ 강민승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29개 |



승패를 떠나서 보게 되는 LCK 경기가 있다. 잘 등장하지 않는 픽, 화끈한 한타로 승부를 보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다. 확실히 기존 팀들과 다른 행보로 색다른 흥미를 선사한다. 드래곤을 섭취하면서 잘 드러눕는 게 어느덧 승리 공식이 돼 버린 현시점에 한화생명은 마치 언제든지 일어나서 싸울 준비가 돼 있는 팀 같았다. 패색이 짙어질 때도 트린다미어로 마지막 한타를 벌이고 장렬히 패배를 맞이했다. 쌍둥이 포탑 뒤에 숨어서 상대의 실수만 기다리는 대신 뭐라도 해보기 위해 달려드는 팀이 한화생명이었다.

최근 대세 스타일과 다른 선택을 했기에 한화생명의 경기 결과가 항상 좋을 수만 없었다. 그런데도 한화생명은 의외의 승리를 만들어 낼 줄 알았다. 지난 샌드박스 전 2세트에서는 글로벌 골드 7천 격차를 뛰어넘는 저력을 발휘해 역전승을 일궈내는 모습이었다.

한화생명이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기까지 정글러 '하루' 강민승의 역할이 컸다. 샌드박스전 1세트는 킬 관여율 100%를 기록했고, 스프링 스플릿 내에서도 킬 관여율이 83.7%로 LCK에서 가장 높은 정글러다. 다른 정글러가 대부분 70-60%의 킬 관여율을 기록할 때 홀로 80%를 넘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는 극적인 바론 스틸로 시간을 벌 정도로 '하루'가 어느새 한화생명에서 판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양상은 '하루'가 남다른 예리함을 갖고 경기에 임하기에 가능했다. 특유의 예리함은 픽 선택과 플레이에서 모두 잘 드러난다. 다이애나-올라프와 같은 자신이 딜을 넣는 역할을 맡았을 때, 그리고 교전을 여는 자르반 4세를 선택한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확연히 달랐다. 다이애나-올라프로는 충분히 성장해 레벨 격차를 벌린 뒤, 상대 핵심 딜러를 본인이 끊어내는 성과를 냈다. 정글러의 성장이 힘들다고 말하는 10.2 패치에서도 의외의 딜을 뿜어내는 그의 T1전 올라프는 놀라울 뿐이었다.

가장 최근 보여준 자르반 4세 플레이 역시 자신이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핵심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잘 성장한 상대를 먼저 끊어내며 교전을 여는 법. 이동기가 없는 상대 '뚜벅이' 딜러의 발을 묶고 어떻게 딜을 못하게 CC기를 넣어야 할지까지. 한타가 일어나기 전, 짧은 순간임에도 '하루'가 내린 판단은 정확했다.

당시 후반 딜이 부족한 자르반 4세로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였다. 최적의 챔피언 활용을 보여준 '하루'의 능력은 언제든지 상황만 맞으면 독특한 챔피언을 뽑아들 수 있는 한화생명과 잘 맞는다. 어떤 상황에서 특정 챔피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한화생명이 원하는 모습을 완성할 수 있었다.



▲ 렝가 장인에게 맹수의 예리함(?) 더해졌다





그리고 당당히 2020 LCK에서 '하루'는 처음으로 홀로 팀의 주전 정글러 역할을 맡게 됐다. CJ-삼성 갤럭시-KSV-젠지 시절만 하더라도 주전 역할을 맡기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초반 스노우볼과 공격력은 인정받았으나 '무리한 플레이가 나온다, 운영 능력이 의문이다'라는 평가도 종종 따라다녔다. 중요한 경기마다 '앰비션' 강찬용이 나와 극적인 승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고, '하루'는 최고의 자리에서 자신이 주인공 역할을 하진 못했다. 작년 T1에서도 섬머 스플릿 4경기에서 1승 3패라는 아쉬운 성적만을 남기고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하루'는 이전 팀에서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나 보다. 오랫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을 잃거나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있으나 '하루'는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한화생명에서 이전보다 더 예리해진 감각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공격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만의 경기력이 나와 더 놀라웠다.

바로 다음 경기에서 '하루'가 만나는 상대는 작년 LCK 최고의 정글러라고 평가받았던 '클리드' 김태민이다. T1에 있을 당시 '하루'는 주전 경쟁에서 '클리드'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이제 동등한 주전의 자리에서 만나게 됐다. 현 상황 역시 젠지와 '클리드'가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하루'는 상대가 어떤 팀이든, 게임 내에서 격차가 얼마나 나든지 패기 있게 밀어붙이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가 젠지와 '클리드'라고 위축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승패를 떠나 자신들의 선택을 이어가는 '하루'와 한화생명의 '봄의 도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듯하다.





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 스플릿 12일 차 일정

1경기 한화생명e스포츠 vs 젠지 e스포츠 - 19일 오후 5시
2경기 T1 vs 드래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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