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해설 김정민이 말하는 e스포츠와 프로

인터뷰 | 장민영 기자 | 댓글: 93개 |
한국 e스포츠의 첫 시작인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시작해 신작 오버워치 해설자까지. 김정민 해설은 e스포츠의 산증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게임 장르부터 접하는 환경까지 많은 변화를 몸소 접하고 있죠. 1:1 게임에 익숙했지만 팀 게임에 적응해야 했고,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과 개인 방송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민 해설은 변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부터 해설을 준비하는 자세까지 프로게이머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해설의 질이 떨어질까 봐 해보고 싶은 게임마저 포기하는 것처럼 아직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프로게이머 경력 7년, 해설자로서 12년 차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요.

이제 프로게이머들도 공식 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와 개인 방송 등 다양한 경로로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로서 가져야 할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보고 있죠. 변화 속에서도 '한결같은 e스포츠인' 김정민 해설이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Q. 오랜만에 김정민 해설의 인터뷰를 접하는 독자 여러분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OGN에서 히어로즈와 오버워치에서 해설을 하는 김정민입니다.


Q. 최근 SNS를 통해 득남 소식을 접했어요. 축하드립니다. 요즘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사실, 크게 다르진 않아요. 집에서 아내가 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장모님도 집안일을 도와주세요. 저도 시간이 나는 대로 최대한 아이와 교감하려고 해요. 예전보다는 확실히 바쁘고 잠을 깊게 못 자지만, 행복한 일상이라 기분 좋게 보내고 있어요.


Q. 예전에는 하스스톤 캐스터부터 현재는 히어로즈-오버워치 해설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게임 해설을 맡게 됐나요?

저는 무조건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면 미리 해보면서 준비하는 스타일이에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알파 테스트 시절부터 시작했고, 하스스톤은 우리나라에서 출시되기 전부터 해왔어요. 아무래도 저에게 중계 제의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으므로 미리 해놓는 편이에요. 물론, 이렇게 OGN에서 오버워치 같은 게임 해설 제의가 들어올 거라고 확신은 못 했어요. OGN에서 제의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중계할 기회가 올 거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버워치는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했고, 출시해도 반응이 괜찮을 것 같았어요.

새로운 게임을 계속해보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저는 예전부터 '하드코어' 게이머였어요. 형의 영향을 받아서 초등학생 때부터 다양한 비디오 게임을 접했죠. 지금까지도 PC 게임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까지 다 해보진 못하더라도 어떤 타이틀이 신작인지는 다 알고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게임을 좋아해요.

세 개의 종목을 해설하다 보니 일정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시즌제라 일정이 심하게 겹치진 않았어요. 한 종목이 끝날 무렵 다른 종목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죠. 저보다 다른 종목을 해설하는 분들이 실제로 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더라고요.


Q. 일 년 내내 리그가 이어져서 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 쉬는 시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쉬는 시간이 없어요(웃음). 일이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 생활 속에서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 있어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Q. 다양한 블리자드 게임 해설을 맡으셨는데, 가장 좋아하는 블리자드 IP가 있다면?

당연히 스타크래프트죠.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게임이죠. 지금도 길거리를 걷거나 식당에 들어가면 사장님이나 직원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세요. 지금은 다른 종목을 중계하느라 스타크래프트를 신경 쓰지 못하지만,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게임이기에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Q. 히어로즈 해설을 하면서 해설진과 경험담을 자주 나누곤 하는데, 주로 영웅 리그 유저인가요? 아니면 같이하는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영웅 리그가 1인 시스템으로 바뀌어서 같이 못 해요. 예전에는 정우서, 신정민 해설과 위주로 했어요. 초창기에는 MVP 블랙 '사케' 이중혁, '락다운' 진재훈-'하이드' 진경환 형제와 정말 많이 했어요.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잘했어요. 물론, 프로 레벨은 아니었지만 같이하면서 경기 흐름을 따라가는 정도는 했다고 봐요(웃음). 지금은...나이 때문인지 티어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희망 사항이 있다면 게임의 재미를 위해 영웅 리그도 듀오 정도는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히어로즈라는 게임 특성상 혼자만 하면 재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언제부턴가 팀원들과 소통하는 게임이 대세가 됐잖아요.


Q. 이전까지 혼자서만 하는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위주로 하셨는데, 히어로즈나 오버워치 같은 팀 게임에 처음 적응하는 것이 힘들진 않았나요?

다른 팀 게임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해설을 1년 정도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 도타2를 했어요. 도타2로 AOS와 팀 게임 중계를 미리 준비해놨죠. LoL은 제가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할 당시에 나와서 혹시라도 해설의 질이 떨어질까 봐 일부러 안 했어요. 처음 팀 게임을 할 때 조금 어렵긴 했지만, 대화하면서 함께 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팀 게임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벗어날 수 없죠. 그런데, 그게 절대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스트레스보다 크진 않아요. 모든 게임은 내가 승리하고 티어를 높이려고 하면 스트레스 받기 마련이죠. 물론, 팀 게임에서 아군을 욕하는 것을 보면 심하다고 느끼는 건 있어요.


Q. 그렇다면 히어로즈나 오버워치를 해보면서 어떤 재미를 느꼈나요?

히어로즈는 팀원과 합을 맞춰서 무언가 해낸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1:1 게임과는 많이 다른 재미죠. 히어로즈는 쉴 새 없이 교전이 이어지다 보니 빠른 템포가 좋았죠. 요즘에는 영웅이 많아져서 재미있어졌어요. 밴픽부터 이제 AOS 게임 다운 면모를 갖췄잖아요. 다양한 영웅으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됐죠.

그리고 새롭게 출시되는 영웅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해요. 대략 3주마다 하나씩 나오는데, 어떤 블리자드 게임에서 다음 영웅이 등장할지에 대해 말하죠. 이번에 '디아블로 영웅이 나오면 다음에는 워크래프트가 나오겠지?'라는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100명의 영웅까지 이런 속도로 나왔으면 해요.

오버워치는 기존 FPS와 달라요. 일단, 캐릭터의 독창성부터 남다르죠. 영웅을 기획한 사람들이 전 정말 천재들이라고 생각해요. 영웅 하나하나가 대사부터 행동까지 개성이 넘치잖아요. 한조를 보세요. 게임 내에서 굉장히 악독한 영웅이 돼버렸죠. 이렇게 캐릭터가 나오자마자 살아 움직이는 게임은 많이 없을 거예요.


Q. 오랫동안 해설하면서 많은 경기를 중계했는데, 프로 간 대결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무엇일까요?

프로들에게 두 가지 면이 있어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슈퍼 플레이를 해내는 모습. 오버워치 중계하면 12명 중에 누군가 한 명은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여요. 그런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신나요.

반대로 프로지만 일반인처럼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죠. 프로게이머들도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경기 중에 당황하거든요. 그런 경우 큰 실수를 하죠. 2월 7일에 열린 경기에서 원래 러너웨이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경기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1세트 거점 쟁탈전에서 한 번 역전패를 당하니 멘탈이 무너진 것 같더라고요. 상대팀인 콩두 판테라는 기세를 타서 한조-위도우메이커 등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자신감있게 보여줬어요.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3:0으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죠.

다른 어떤 e스포츠 종목보다 오버워치가 팀의 기세가 정말 중요해요. 미칠듯이 빠른 템포로 경기가 진행되잖아요. 단 한 방에 킬이 나와버리니 단 1초도 방심할 수 없는 게임이에요. 누군가 한 명이라도 경직되면 바로 경기에 영향을 주죠. 다른 게임은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시간이 있지만, 오버워치는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려요. 아군 멘탈 관리를 정말 잘 해야 하죠. 누군가 한 명이라도 무너지면 연쇄 폭탄처럼 안 좋은 영향이 퍼져나가요.

특히, 한 발, 한 발이 중요한 맥크리, 메이 같은 경우는 기세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콩두 운시아의 '버드링'이 기세를 타니까 잘 안나오는 맥크리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반대의 경우 '에임이 가출한다'고 하죠? 실수가 쉴 새 없이 나와요.

짧은 게임 안에서도 승패와 상황이 극명히 갈리는 게 오버워치입니다. 승리하는 팀을 보면 정말 기뻐하는 게 표정에서 느껴져요. 짜릿하거든요. 다른 게임보다 킬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오버워치가 진정한 멘탈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의 멘탈이 게임 내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커요. 이런 점을 잘 잡아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게 중계진의 역할이기도 하죠. 중계진이 언급하는 순간, PD의 지시에 따라 카메라 감독님들이 선수의 표정을 잡아주면 시청자들도 함께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Q. 시청자 입장에서 오버워치의 관전자 모드 때문에 생생하게 전달되기 힘들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관전자 모드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문제점으로 보고 있진 않아요. 요즘 시대가 바뀌어서 매니아들이 보고 즐기는 게임이 됐죠. LoL도 마찬가지죠. 단지 매니아가 많아져서 대중적인 e스포츠가 됐지만요. 그런데 LoL도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말들이 많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게임 중계도 아는 만큼 보이거든요. 오버워치를 새롭게 배운 어린 친구들은 아마 지금 게임 관전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 빠른 템포 속에서도 자신이 보고 싶은 내용은 다 보이거든요. 프로게이머들 개인 방송을 보는데, 시청자들이 스스로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서 정말 즐겁게 보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솔직히 처음에는 보기 힘들고 흥미도 떨어졌어요. 그런데 몇 달을 세밀하게 파고 보니 보이기 시작하니까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10대, 20대 초반 친구들이 왜 이 게임에 열광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커뮤니티를 돌아봐도 요즘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잘 없어요. 다 관전 시스템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보고 반응하는 것이니까. 물론, 새로운 게이머가 더 많이 유입되도록 관전자 모드에서 몇 가지 기능 정도는 추가되면 좋겠죠. 하지만 FPS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관전의 한계점은 있다고 봐요.




Q. 히어로즈 e스포츠의 현주소는 어디쯤 왔을까요?

히어로즈는 지금 바람직하게 가고 있어요. 트위치tv를 기준으로 시청자 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게 느껴져요. 블리자드에서 신경쓰고 있다는 증거죠. 영웅을 3주마다 하나씩 찍어내고 있고 HGC 리그를 거의 24시간 중계해요. 한국에서 끝나면 유럽, 북미, 남미 등 이어지니까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글로벌 시청자 수가 이 정도로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안 쓰이던 영웅까지 리메이크해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죠. 기술이나 특성 자체를 없애버리고 새로 만들면서 굉장히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해요. 전체적인 밸런스를 확실하게 잡아주겠다는 생각.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서비스하겠다는 장인 정신이 느껴지죠. 최근에 더 완벽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유저들은 분명 느낄 거에요.

아르타니스를 보세요. 완전히 새로운 영웅이 돼버렸죠. 그리고 다른 영웅들을 살펴봐도 새로운 퀘스트 특성이 많아졌잖아요. 그 퀘스트를 쌓고 완수하는 게 실력이자 피지컬이에요. 어떤 유저가 타이커스를 잡느냐에 따라 타이커스 퀘스트 특성을 활용한 화력의 차이가 커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은신 영웅을 출시하는 빈도수는 조금 줄어들어야 하지 않나(웃음). 그리고 특별한 퀘스트를 만들어서 맵 전역에 울려퍼지는 짜릿한 소리를 만들면 어떨가 싶어요. 전장에서 내가 홀로 살아남았을 때 특수 대사라던가 징표가 남는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처럼만 히어로즈가 발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오버워치가 e스포츠로서 더 나아가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오버워치도 모든 영웅이 경기에서 쓰일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강력한 특정 영웅이 선호되고 있죠. 예를 들어, 현재 솔져 : 76가 딜러 역할에 힐까지 가능하니 그 자리를 다른 캐릭터가 범접하기 힘들어요. 맥크리는 정말 뛰어난 장인이 아니고서야 물리면 쉽게 죽기 때문에 활용하기 힘들죠. 좀 더 다양한 영웅, 전략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 3탱-2힐-1딜에서 2탱-2힐-2딜이나 3딜 체제까지 새로운 조합들이 많이 나오는데 긍적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 e스포츠 경기에 대한 통계가 해설진에게라도 공개 됐으면 좋겠어요. 딜량, KDA, 방어량 등 객관적인 수치들을 바탕으로 확실하게 선수들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어떤 라인하르트가 방어를 가장 많이 했고, 누가 돌진을 가장 잘 활용하는지 알면 선수마다 캐릭터를 만들어주기 쉽죠. '대지분쇄'의 성공률만 봐도 누가 눈치가 빠른지 알 수 있잖아요. 아나 수면총을 누가 가장 잘 맞추는가, 킬을 기록하는 지원가 '토비' 같은 선수들에게 '리그 최강자'의 칭호를 붙여주고 싶은 거죠.

APEX 시즌2부터 선수들에게 스토리가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예요. 첫 시즌은 이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이미지 메이킹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하지만 시즌 2부터 가능해졌어요. '류제홍' 같은 경우는 (임)요환이 형에 빗대어 '그분'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학살'은 겐지가 막히면 힘을 못 쓰고 세계 최고 중 하나인 '감수'의 라인하르트가 고통받는 것 등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제는 팬들도 알죠. 앞으로 확실한 데이터를 가지고 이런 선수와 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Q. 현 kt 롤스터가 KTF로 불리던 시절, 그보다 훨씬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당시와 지금의 게임 구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지금 게임단은 자세히 몰라요. 추측이 될 수 있는데, 예전보다 조금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봐요. 제가 프로게이머였던 시절에는 모든 팀이 강압적인 연습 환경을 고집했어요. 새벽까지 게임하고 기상 시간이 매일 9시, 늦으면 10시 일 정도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곤 했죠. 개인마다 게임 할당량이 있는데, 리그와 상관없이 다 채워야 했어요.

제가 프로게이머를 은퇴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생활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프로게이머들은 저녁 시간에 개인 방송을 하잖아요. 예전에는 팀 연습이 끝나고 할애하는 개인시간마저 간섭을 받았어요. 이런 점은 조금 위험하죠. 선배로서 프로게이머가 게임밖에 모른다는 사회적 이미지가 아쉬웠어요. 제가 활동할 당시에는 1, 2등을 하는 팀이 모두 그렇게 하니까 나머지 팀들도 그들을 꺾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습하더라고요. 다행히 요즘에는 연습시간이 끝나면 자기 자신을 위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고 들었어요. 보기 좋은 현상이죠.


Q. 최근 오버워치 e스포츠 씬에서 선수들과 관련한 여러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어요. 본인이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볼 때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에요. 사람이 많아질수록 문제도 많아지죠. 게다가 요즘 인터넷 문화가 발달해서 실시간으로 소식이 순식간에 퍼져나가잖아요. 스마트폰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죠.

그래도 오버워치는 신생 게임인데, 안 좋은 이슈가 연이어 나오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오버워치 리그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로 팬들과 하나가 되서 잘 만들어가고 싶은데, 자꾸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리고 있어요. 게임과 선수들 이야기만으로 즐거운 이야기들이 화제가 되면서 탄력을 받아 성장해야 하는 시기인데 말이죠. 이런 사건 사고도 오버워치 e스포츠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가야지...어쩌겠습니까.




Q.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고만 보기에 힘든 경우도 있는데, 이런 안 좋은 이슈를 줄여가기 위해 신생 게임단에 어떤 발판이 필요할까요?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각 팀에서 규율을 정해놓고 철저하게 지켜야 해요. 관계자들에게도 말하는데, 절대 팀에서 코치진과 '형-동생'으로 부르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서로 지켜야 할 점은 확실히 지키고 그렇지 않았을 시에 불이익을 줘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과도하게 자유분방해지고 팀이 하나가 되질 못 해요. 지금도 선수 개개인이 따로 행동하다 보니 안 좋은 이슈가 자꾸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요즘 신생팀을 보면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경우가 있어요. 조금 뜨고 잘 나가게 되면 프로게임단 생활에 불만이 생기는 것이죠. 혼자서 팀을 나가서 개인 방송해도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에요. 선수들에게도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팀에 있기 때문에 팬들이 개인 방송을 보러오는 것이지, 팀에서 나가서 활동해봤자 시청자 수는 계속 떨어질 겁니다. 지금 이렇게 사랑받는 게 행복한 줄 알아야 해요. 개인 방송 시청자수가 자신의 권력인 것처럼 착각하면 안됩니다. 팀과 팬이 있기에 시청자가 늘어나는 것이죠.

개인 방송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선수들에게 정말 중요하죠. 많이 벌면 더 좋고요. 다만, 연습 시간이나 팀과 약속처럼 지킬 건 지켜야죠. 연습 시간을 못 맞추면 큰 죄를 짓는 거예요. 팀원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팬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는 겁니다. 정해진 연습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게 프로게이머 다운 모습이죠. 그렇지 않다면 그 선수는 그냥 '즐겜'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저도 인생을 배워나가는 단계지만, 많은 분들이 저에게 장수한다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저는 일단 이상한 행동은 안 해요. 제가 특출나게 잘하는 건 없다고 봐요. 다만, 적어도 제가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알아요. 할지 말지 고민되는 행동이 있으면 안 하면 됩니다. 전 정말 다양한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못해요. 제가 맡은 게임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런 습관이 있었기에 프로게이머 7년, 중계진으로 제가 약 12년을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개인으로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바람직한 건 경기를 통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가장 좋은 것은 승리지만, 패배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팬들이 따라오고 장수하는 프로게이머로 남을 수 있어요. 개인 방송으로 얻는 단기적인 수익을 넘어 스폰서, 인기 등 장기적인 모든 것들이 다 따라와요. '페이커', 임요환, 이영호를 부러워하지말고 프로게이머로서 본인이 그렇게 해보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근에 콩두 운시아의 '버드링', 판테라 '라스칼' 선수를 보고 그런 점을 느꼈어요. 실력은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튀고 싶어 해요. 게임 중에 자신이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이건 본능이에요. 세상에 '류제홍'처럼 아나로 수면총을 쏘려고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팀원들이 아나 뭐하냐고 소리칠 만한 플레이를 하려고 하잖아요. 무아지경에 빠져서 본인의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 뛰어든거죠. 슈퍼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봐요. 이런 장면 하나가 APEX와 오버워치, 한국 e스포츠 씬 자체의 품격을 높이는 거예요. 많은 팬들 앞에서 자기 실력을 뽐내고 멋있는 척도 좀 하면서 늘어나는 팬들 사이에서 인기도 제대로 누려봐야죠. 그렇게 프로 생활을 즐기다 보면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시청자 및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히어로즈 HGC를 중계하면서 반응을 보고 정말 감사했어요. 중계진으로서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아요. 예전까지 스케줄이 너무 힘들고, 중계진 경쟁도 쉽지 않았죠. 항상 힘이 들었는데, 작년부터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올해에는 히어로즈, 오버워치 팬들이 제가 하는 말들을 재미있게 들어주셔서 같이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저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관심 보여준다면, 중계를 통해 제가 그이상으로 갚겠습니다.





사진 : 남기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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