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큐라레의 카드가 현실로? 일곱 명의 미녀 코스어, 큐라레와 만나다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28개 |
처음에는 새로운 프로 코스프레팀이 탄생했나 싶었습니다. 코스프레라는 말이 생소하던 초기부터 꾸준히 활동했던 유명 코스츔 플레이어, 하루님을 주축으로 여러 미녀 분들의 코스프레가 속속 공개되었으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깜놀이었죠!

팜플의 큐라레:마법 도서관에 등장하는 예쁜 캐릭터들이 마치 현실로 살아나온 듯 사진의 퀄리티도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우월한 코스프레 사진들을 뽑아내는 하루님 & 미녀 군단들의 활동은 여느 유명한 프로 코스프레팀들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구요.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연락을 넣어봤지만 당시에는 아쉽게도 하루님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사진은 순서대로 공개되고 있지만 이미 프로젝트가 끝난 상황이었고, 당시 코스프레에 참여한 분들도 각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니 인터뷰 약속을 잡기도 힘들었거든요.

결국 아쉬운 마음을 접고 연락처만 남긴 채 발길을 돌렸는데, 기다리는 자에게는 결국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루님이 새로운 코스프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죠.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바로 하루님과 미녀군단에게 인터뷰를 빌미로 초청장을 날렸습니다.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지만,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절대 잃고 싶지 않다는 아름다운 아마추어! 큐라레의 멋진 캐릭터들을 현실로 구현해낸 일곱명의 미녀들, 그녀들은 어떻게 큐라레 코스프레 프로젝트를 결심하게 되었을까요?



▲ 큐라레 코스프레 프로젝트, 시즌 2! 많이 기대해주세요!


인벤: 일단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앞서, 호구조사를 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하루: 안녕하세요. 하루라고 합니다. 어릴때부터 만화도 좋아했고 파이널판타지나 철권 등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코스프레를 하게 되었어요. 게임 쪽 코스프레 경험이 좀 더 많은데, 아무래도 한 눈에 유저를 사로잡아야하는 게임이 일러스트가 화려하잖아요? 그래서 좀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큐라레 코스프레를 하게 된 이유는... 업계에 알만큼 알려졌지만 (웃음) 남편이 덕력으로 유명한 개발자구요. 남편이 제작에 참여한 큐라레의 카드들을 보다보니 캐릭터나 의상들이 너무 예쁘고 화려해서 '한번 해볼까? 할 수 있겠는데?' 싶더라구요. 그래서 예전에 같이 코스프레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죠. 농담으로 화석캐기라고 불렀는데, 덕분에 제 별명이 고고학자가 되었어요.

아카리: 저는 아카리라는 이름을 쓰고 있고.. 사실 저도 코스프레 활동을 쉰지는 오래 되었어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슬슬 활동을 접으면 다 같이 쉬게 되니까요. 그렇게 조용히 손씻고(?) 살다가 하루 언니의 곡괭이에 걸려서 화석에서 부활했구요. (웃음)

개인적으로는 서양 귀족 아가씨나 안경 쓴 캐릭터 느낌을 좋아하고, 의상으로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플라스틱 스타일같이 현실에서 입지 않을 것 같은 의상을 입은 캐릭터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디도: 저는 디도라고 하구요. 좋아하는 취향은...

하루: 언니 취향은 확실하지. (웃음)

디도: 저는 좀 섹시하고 화려하고 무기 좀 들고 있고, 그런 캐릭터를 찾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귀여운 캐릭터도 좋아하지만 저랑 이미지가 너무 안 맞아서... 제가 몸매가 좋은 편은 아닌데, 섹시한 계열의 캐릭터를 좋아해요. 그래서 게임 캐릭터를 많이 코스프레했었어요. 게임은 한번 하면 너무 빠지는 성격이라 자주 하지는 않지만 오락실의 격투 게임들은 대부분 좋아했구요.

인벤: 약간 베요네타같은 느낌의 캐릭터를 좋아하시는군요?

아카리: 디도 언니 취향이면, 베요네타보다는 좀 더 노출도가 높아야 할걸요? (웃음)




▲ 코스프레 프로젝트의 원흉(?)인 하루님 (취미-화석캐키, 부업-고고학자)


하루: 이 자리에 모인 여섯 명과 바빠서 참석 못한 한 명까지, 저희 일곱 명이 모두 좋아하는 캐릭터가 달라요. 서로 좋아하는 취향이 확실하다보니 겹치는 캐릭터가 별로 없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영역이 겹치게 되면 팀을 짜기가 힘들거든요. 서로 어떤 캐릭터를 할지 협상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빙유카: 이제 제 차례네요. 안녕하세요. 전 얼음 빙 자를 써서 氷유카라고 해요. 저는 좀 만들기 어렵고 화려한 걸 좋아해요. 그래서 판타지 기반의 엘프 캐릭터가 나오는 리니지 2나 마비노기 등의 온라인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도 많이 했고, 파이널 판타지 13의 라이트닝이나 격투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도 꽤 했네요. 다만 혼자 만드는 걸 좋아해서 어디 소속되어서 작업을 한 적은 없구요. 음, 그리고...

하루: 떨지마. 유카야, 힘내! (웃음) 유카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덕분에 게임 회사에서도 일을 했었어요.

빙유카: 모 게임 회사의 분석 마케팅 부서에서 팀을 맡고 있었어요. 하루가 말한 것과 같이 본래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해서, 왠만한 온라인 게임들에는 어느 정도 육성한 캐릭터가 한 두개씩 있을 정도구요.

인벤: 온라인 게임이라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함께 파티...가 아니고, 주로 어떤 게임 좋아하세요?

빙유카: 제일 많이 좋아했던 게임은 마비노기에요. 마비노기의 던바튼에 주차(?)해놓고 24시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오랫동안 VIP 회원이었고 로나와 판의 판타지 라이프 DVD 및 마비노기 관련 물품들이라면 거의 빠지지 않고 소유하고 있어요!

지현: 다음이 내 차례인데, 난 지금 유카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웃음)

하루: 유카가 게임쪽에 지식이 깊다보니 코스프레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아요. 캐릭터의 표현이라던가 특징에 대해 항상 함께 이야기하구요. 다음은 저희 모임에서 가장 손재주가 좋은 지현님 차례!

지현: 안녕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코스프레 의상을 제작하고 있기도 하고, 원래부터 의상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하게 되었네요. 게임보다는 만화를 더 좋아하는 편이고, 주로 동양풍의 의상이나 화려한 느낌의 드레스를 좋아해요. 평범하지 않은 코스프레 의상의 제작도 자신있습니다!

하루: 특히 제 코스프레의 모든 일정은 지현님의 스케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제가 전화해서 '지현님 이번에 될까요?' 이렇게 매번 물어보죠. 의상을 제작하는 프로시다보니 정말 꼼꼼하고 완벽하고, 심지어 소품까지 잘 만들어요.

지현: 의상뿐만 아니라 그냥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소품도 자주 만들어요. (웃음)



▲ 실제로 의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지현님


이이다: 제가 마지막인가요? 안녕하세요. 이이다라고 합니다. 닉네임이 너무 일본 느낌이라고 해서 바꾸려고도 했었는데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대로 쓰고 있어요.

인벤: 이이다라고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는 하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설마?

이이다: 지뢰진 맞아요. (하루: 역시 우리는 통하는게 있나봐! 언니, 나도 그 캐릭터 너무 좋아해!)

인벤: 지뢰진이라고 하면, 등장인물들 중에서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범죄 만화 아닌가요? 지뢰진을 좋아한다는 여성분은 제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이이다: 제가 어렸을때부터 좀 중2병스러운 면이 있어서... 이 자리에 지뢰진 좋아하는 여성 분들이 세 명이나 있는데요? (웃음) 저는 가이낙스에서 팬티&스타킹 이전에 나왔던 작품들 좋아해요. 좋아하지만 못하고 있는 건 공각기동대? 다만 취향보다는 그냥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은 것 같아요.

하루: 이이다 언니는 코스프레 사진을 찍었을때 소화력이 정말 좋아요. 어떤 캐릭터를 해도 멋진 사진과 표정이 나와서 정말 부러워요.

이이다: 사실 해보고 싶은 코스프레는 많아요. 코스프레가 취미면 만화나 게임, 애니메이션 등 보다가 끌리는 캐릭터면 다 해보고 싶어지거든요. 게임하다가 어? 이 캐릭터 멋지네? 그러면 코스프레로 연결되요. 다만 전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보다는 다 같이 여러 명이 하는 것이 좋아서 묻어가죠. (웃음)





▲ 이이다님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네요. 간단한 개인 소개 질문 하나 던졌을 뿐인데... 옆에서 키보드가 부서져라 분당 600타로 대화를 받아치던 모 기자는 이미 혼이 나갔습니다. 조금만 더 수다가 길어지면 키보드 워리어로 각성할 것 같으니 살포시 스마트폰 녹음을 켰습니다.

폭풍 수다의 부담도 덜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봤습니다. 각자 열심히 활동하는 직장도 있고 심지어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분들도 많은데, 그녀들은 어떻게 다시 코스프레를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인벤: 화석캐기라고 하셨는데 (웃음) 그만큼 예전 취미에 다시 뛰어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찍은 사진이 인터넷의 어딘가에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점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굉장한 부담이구요. 다시 코스프레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디도: 아예 코스프레를 안 해봤던 사람이 지금 제 나이라면, 새로 코스프레를 시작한다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다만 저희는 원래 코스프레를 했었던 경험이 있으니 좀 더 쉽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루: 저희가 요즘 주목받는 프로 코스프레 팀도 아니고, 정말 순수하게 돈도 안 받고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거든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전문적으로 하지도 않고 서로 친한 사이끼리 한번 해볼래? 이렇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구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경력을 말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나오잖아.

아카리: 경력 빼고 시작한 나이만 말하면 되지. (웃음)

하루: 고등학교 때부터 코스프레를 시작해서... 그냥 오~~래 했어요. 전 집단병 같은게 있어서, 뭘 하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모여 하는걸 좋아해요. 그래서 예전부터 함께 했던 언니 동생들에게 하나 둘 연락하다보니 이렇게 일곱명이 모이게 되었네요.

인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는 해도 확실히 예전과는 코스프레의 문화나 인지도가 달라졌잖아요. 취미로 시작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예전부터 워낙 유명했던 분들이기도 하구요.

디도: 예전에는 일일이 발품 팔아가면서 열정만 갖고 코스프레를 했었는데 지금은 각각 직장도 다녀야 하고, 또 요즘에는 전반적인 코스프레 퀄리티까지 올라가서 따라가기 쉽지 않아요. 요즘에는 맞춤 가발에 색깔 렌즈에 신발까지 맞추잖아요.



▲ 디도님 (사진 - 토토리님)


이이다: 어렸을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하나도 안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재미는 있지만 힘든 것 같아. 일단 체력부터 딸려. (웃음)

하루: 저희가 코스프레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옷만 좀 신경써서 입으면 되었거든요. 화장도 안 하고, 가발도 안 쓰고... 유카님이 그나마 가발을 잘 활용해서 인기가 많았지. 그때는 노력이 많이 들었지 돈도 별로 안 들었는데 결혼이나 직장 생활로 쉬는 동안 정말 많이 변했더라구요. 게다가 왜 하필 큐라레를 해서... (웃음) 카드 게임은 화려한 일러스트가 정말 많아서 제작이 쉽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디도: 딱 보면 예쁘다는 생각만 들지만 만들다보면 어렵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 시점에서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은거죠.

하루: 제가 본의 아니게 지현님을 낚은 적도 있어요. 캐릭터가 예뻐서 이걸 만들어야 한다고 카드 이미지를 보내줬는데 나중에 확대하고 보니 의상에 문양이나 소품이 정말 대박 너무 많은거에요.

지현: .... 정말 힘들었어요.

하루: 미안. (웃음) 가뜩이나 복잡한 의상을 여러개 하느라고 덕분에 비용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아마 큐라레 코스프레에 들인 비용을 다 합치면 명품 가방을 샀어도 두 개는 샀을 거에요. 이건 정말 속시원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저희 의상 제작에 아무 돈도 안 받고 순수하게 취미로만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의상 준비하다 말고 막 '우리가 하는 고생을 알아?!' 라고 구박한 적도 있어요. 남편은 힘들면 하지 말라고 말리는데 또 좋아하는거라서 그만두기는 싫고.. (웃음)

디도: 그래도 정말 마음에 맞고 대화도 잘 통하는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서 옛날로 돌아간 기분?

이이다: 맞아. 코스프레 만드는 과정이 꼭 동창회같았어. 다들 바쁘다보니 만나기도 힘든데 요즘 코스프레하게 되면서 서로 더 자주 만나고 즐거웠던 것 같아.

하루: 다시 코스프레를 하게 되면서 잃은 것도 많아요. 시간, 돈, 체력... (웃음) 예전에도 그랬거든요. 학생 신분에 코스프레 복장 한벌이면 용돈 이상의 돈이 깨지잖아요. 다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즐거운 사람들과 행복한 경험. 코스프레를 해오면서 만난 사람들이 지금의 친구들이니까요.




▲ 아카리님(우측)과 디도님


하루님과 미녀분들의 큐라레 코스프레가 시리즈로 공개된 이후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코스프레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데, 혹시 프로로 전향하거나 복귀하기 위한 과정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녀들은 여전히 순수한 아마추어의 활동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벤: 지금은 아마추어로 활동하고 있지만 혹시 프로 수준의 코스프레 의뢰가 들어온다면?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프로로 활동해보실 생각도 있나요?

아카리: 지금이야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하는거지, 전 부끄러워서 프로는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이다: 전 꼭 해야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으로 하면서 원하는 수준의 코스프레를 한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거든요.

지현: 저는 코스프레 의뢰가 들어온다면 의상 제작 쪽으로 가고 싶어요. 역시 모델보다는 제작쪽의 일이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서... 그리고 이제는 체력이 안되요.

디도: 저희가 코스프레 경력이 길다보니 정식으로 비용을 받고 코스프레를 했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처럼 매체에서 다뤄질 정도로 코스프레가 올라온 시절이 아니었긴 했지만.

빙유카: 용산 행사나 시청 앞 SICAF 무대 행사를 한 적도 있고.. 리니지 팬픽 어워드라는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참여한 적도 있어요. 아! 스타크래프트가 인기있었던 시절에 기욤 패트리 선수가 나왔던 방송에 모델 비슷하게 나간 적도 있었어요. 고스트 캐릭터였던 듯! 이외에도 디도 언니와 함께 이것저것 했었어요. (웃음)

하루: 저도 게임쇼 부스에서 활동한 적이 있고, 디제이맥스라는 PSP 게임의 한국 광고와 이벤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외 이런저런 경험도 코스프레 덕분에 많이 해봤던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게임방송에서 코스프레 코너를 잠시나마 맡은 적도 있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두달 만에 끝났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몇년 전이었나? 까마득하네요. (웃음) 지금은 생업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취미로만 활동하게 되지만요.



▲ 빙유카님 (사진 - 와와님)


인벤: 최근 코스프레 문화가 퍼지면서 해외로 초청받는 등 외부 활동도 많은데, 예전에는 어땠나요?

지현: 저는 한번 초청받아서 나가봤던 경험이 있어요. 초청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생소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하고, 행사 자체도 정말 즐거웠고 해외 코스플레이어들과의 만남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코스프레 하는 기간 동안 제일 기억이 남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옷을 완성할 시간이 부족해서 밤을 지샜더니 출발 당일날은 폐인이 되서 일본에 도착을 했었어요. (웃음)

빙유카: 저는 그런 외부 활동이 시작될 때에는 회사에 완전히 매여있던 시기라서, 일본 행사의 초청이나 국내 행사의 심사위원 의뢰 등 연락을 받아도 해보지는 못했어요.

디도: 저희가 한참 활동하던 시기는 워낙 초창기라서 초청받아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막 초청이 되기 시작했을때는 저도 회사원이라 일정이 안 맞아서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랑 유카는 일본 여행을 가서 코미케 같은 행사를 개인적으로 참가했었죠.

아카리: 그때는 초청받아 나가기보다는 해외의 유명한 플레이어를 초청해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 아카리님


하루: 지금 한국의 유명 코스츔 플레이어나 프로 팀들이 초청을 받고 나가는 것처럼, 예전에는 일본쪽 코스츔 플레이어들을 많이 한국으로 초청했었어요. 그때부터 코스프레 문화가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으로 교류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으로도 시작되던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교류가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여행삼아 일본 코믹 마켓이라는 큰 동인지 행사에 개인 자격으로 몇번 참가했었어요. 다른 나라, 특히 일본의 코스프레 행사가 궁금했거든요. 코스프레 행사가 다양하고 많이 발전한 격이다보니 궁금하거나 배우고 싶은 점도 많았고... 그 때에도 일본은 코스프레 메이크업이 화려한 편이었는데... 무슨 용기였는지 저는 화장도 안 하고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었죠. (웃음)

이이다: 대박이네. 하루가 열정이 엄청났었구나. (웃음)

하루: 모든 것이 가능한 코미케잖아?! (웃음) 온갖 화려한 치장을 한 일본 코스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떳떳하게 메이크업도 안하고 있었지. 아무튼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 아카리님(사진 - Rei님)


계속 아마추어로 활동하실 계획이라니 개인적으로 감사 환영하면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아마추어로 활동하면서 으레 달리게 되는 악성 댓글이나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요? 사실 게임 캐릭터들은 시선을 끌기 위한 노출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인벤: 약간 다른 문제를 언급해볼까요? 아무래도 아마추어시다보니 더욱 피부로 느껴지실 것 같아요. 코스프레가 홍보의 일환으로 부쩍 인기를 끌다보니 너무 상업화된다거나, 혹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출만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이다: 한국은 게임의 홍보와 함께 코스프레의 상업화가 일어난 것 같아요. 코스프레의 발전이 약간 늦었을려나? 어쨌든 홍보를 위한 긍정적인 방향이라면 전혀 문제없을 것 같은데, 다만 일본처럼 너무 성인 취향의 문화로 흐른다면 알아서 자제해야겠죠.

하루: 상업화는 양날의 검이지만, 제 생각으로는 당연한 수순인 것 같아요. 꼭 코스프레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전문적으로 하다보면 잘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더욱 확장되면 직업이 되잖아요. 코스프레 역시 전문화된다면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들 내에서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코스프레라는 문화가 알려지던 초창기에 너무 일본색깔이 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지만 결국 사그라들었잖아요? 만약 코스프레가 위험하거나 나쁜 방향으로 흐른다면 코스프레를 좋아하고 즐기고 지켜봐온 사람들이 서로 지적을 해주실테고 자연스럽게 고쳐나가면 될 것 같아요.

아카리: 코스프레의 발전과 상업화는 서로 함께 진행되는 것 같아요. 재료가 다양해지고 표현이 발전하면서 상업적인 요구까지 부합하는 수준이 되고, 규모가 커진 만큼 세간의 관심도 증가하고... 그렇게 코스플레이어들의 노하우도 쌓이고요.

하루: 노출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쪽으로 흘러가도록 팬과 코스츔 플레이어들이 모두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자정작용을 통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코스프레 문화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하루님 (사진 - Marc님)


인벤: 에티켓을 지키자는 운동도 있지만, 악성 댓글로 인한 문제도 많습니다. 캐릭터를 멋지게 살렸는데 외모에 대한 비하를 한다던가, 아니면 성희롱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경우도 있구요. 아마추어로 활동하신다면 이런 인터넷의 반응들이 부담이 되지는 않나요?

하루: 저희는 워낙 초기부터 활동을 해서 한번씩 다들 그런 경험들이 있어요. 이유없이 달리는 악플이나 비난, 활동하면서 생기는 오해들을 보면서 당연히 상처가 되고 힘들기는 한데, 참다보면 무뎌져요.

디도: 솔직하게 말해서 저희가 연예인들처럼 엄청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예쁘다는 분들도 온갖 욕을 먹고 있는데 평범한 저희가 악플을 안 받을리가 있나요. 다만 코스프레를 좋아하니 참는거죠.

이이다: 저희와 어느 정도 취미를 공감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인벤같은 곳이면 게임도 좋아하고 취미가 비슷한 분들도 많으니까 그나마 서로 이해가 되고 아파도 참고 하는데, 진짜 완전히 모르는 대중분들 앞에 서게 된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아요. 저희는 아마추어고 일반인이니까요.

하루: 맞아요. 좋은 댓글만 달릴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저희가 코스프레로 활동하는 걸 아예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 이이다님 (사진 - J 님)


코스프레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다보니, 지난번에 진행되었던 큐라레의 코스프레 의상들도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마법사의 지팡이부터 하늘하늘한 드레스, 코스프레를 완성해주는 장식품이나 장신구까지 모두 그녀들의 손에 의해 탄생하죠. 제작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을까요?

인벤: 코스프레를 제작할 때의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하루: 일단은 모여서 캐릭터 선정을 하죠. 직접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X톡을 통해서...어떤 캐릭터가 좋은지 서로 추천해주기도 하고 전체 스케쥴을 봐서 제작에 들어가요.

지현: 의상 제작은 소품이나 디테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아카리: 저건 의상 제작을 생업으로 하시는 프로님 기준입니다. (웃음) 저 같은 경우는 이번 의상도 3주가 꼬박 걸렸어요. 직업이 따로 있으니 여가 시간에만 만들어야 해서 더 오래 걸리기도 하구요. 직접 하나 하나 다 만들면 보람이 있어서 좋기는 한데...

빙유카: 저도 제가 직접 다 만들기는 하는데 일주일보다는 오래 걸려요. 평균으로 2주 이상? 이번 큐라레 같은 경우에는 인벤의 큐라레 카드 갤러리에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카드 정보의 업데이트가 빨라서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디도: 지현님이 만든 의상을 보고 제가 만든 옷을 보면 완성품이 워낙 다르게 나오다보니 가끔 돈을 써서 지현님께 의뢰하고 싶다는 유혹을 받기도 해요. 그냥 전부 다 지현님에게 맡겨버리면... (웃음)

지현: 어떻게 보면 도전같은 느낌이에요. 캐릭터 의상은 디자인마다 패턴도 다르고 소품도 다르고, 한번도 만들어본 적 조차 없는 옷들까지 있으니까요. 처음 볼 때는 '아 이게 될까?' 싶은데 신기하게 고민해서 만들다보면 또 만들어져요. 그런 점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하루: 아이디어를 많이 짜내야 되요. 하다못해 컵라면 용기나 PET 병을 보면서도 저걸 어떻게 잘라서 소품으로 만들지를 고민하니까요. 원화 그리시는 분들도 대단한 분들이지만 저희는 실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죠. 아예 구조적으로나 인체 구도 상으로 어려운 의상이라면 답도 없고... 공공의 적도 있어요. 김형태님. (웃음)




▲ 좌측부터 이이다님, 지현님, 빙유카님



인벤: 이건 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네요. 한국에서 손꼽히는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분인 김형태님이 왜 공공의 적인가요? 김형태님 캐릭터는 다들 좋아하시지 않나요?

이이다: 정말 너무 멋져서 코스프레를 하고는 싶은데, 막상 옷으로 만들려면 제작자 입장에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의상들이 많거든요. 절대 평범한 의상이 없으니까. 그래서, 죄송합니다!(웃음) 김형태님 캐릭터들은 애증의 대상이에요.

하루: 쉽게 포기할 수 있도록 예쁘지나 말던가. 대신 이렇게 독특한 의상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장난이 아니에요. 그래서 어떻게 진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어낼지 생각을 정말, 저~~~엉말 많이 해야 되요.

이이다: 재봉선이 어떻게 들어가 있고, 어떤 방향으로 입어야 하는지 대충 감이 오는 의상이면 만들기도 편해요. 그런데 어떻게 실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어야할지 잘 모르는 의상들도 있거든요. 천이 아니라 고무 틀로 콱 찍어내야 될 것 같은 의상도 있고, 문양 패턴은 복잡하고 어깨에 뭐가 막 달려있고...

아카리: 요즘 코스프레를 다시 하면서 든 생각인데, 코스프레는 종합 예술인 것 같아요. (웃음) 표정 연기 해야 되고 사진도 연구하고, 의상 제작에 소품 제작까지 안 해보는 것이 없어요.

하루: 회사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면 혼자만 자연스럽게 찍힌다는 장점이 있죠. 카메라가 익숙하니까.

빙유카: 눈감는 실수도 없이 순간 포착되는 스킬도 생기고... (웃음)

아카리: 일상까지 이어지는 좋은 점도 많아요. 재봉과 재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생기고 원단의 재질을 구분하는 눈도 생겨요. 전 웨딩드레스 고르고 촬영하면서 '코스프레로 얻는 장점이 너무 많은데?' 이런 생각까지 했을 정도라니까요.

하루: 그냥 개인적인 의견인데, 지현님처럼 직업이 의상과 연관이 있는 분이라면 코스프레를 한번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의류 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의상을 만들고 구현해본다는 보람이 굉장히 크구요. 또 일상복과 다른 느낌이다보니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나와요.

지현: 하루님 의견에 동의해요. 회사든 어디든 의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지현님 (사진 - itsuki님)


코스프레 초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녀들이 다시 뭉치게된 계기 역시 코스프레였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평범한 프로필 사진을 공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코스츔 플레이어로 활동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첫번째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친 후, 이제 그녀들의 두번째 코스프레 시즌이 시작됩니다. 주제는 여전히 큐라레지만, 전 시즌 못지않게 좀 더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벤: 인벤에서도 한번 코스프레 제작을 겪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힘들다는 걸 느꼈습니다. 소중한 여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면서까지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빙유카: 일단은 무엇보다 좋아서가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코스프레가 좋았다면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고, 또 새로운 걸 만든다는 느낌도 좋구요.

아카리: 저도 시작은 만화가 좋아~ 캐릭터가 좋아~ 였지만 이제는 친구들과의 놀이같은 느낌? 한편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과 다른 삶을 만들어주는 활동이라는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하루: 저는 코스프레도 좋아하지만 함께 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일을 크게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코스프레를 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전화기를 들어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들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디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보면서 멋지거나 예쁘다는 생각 많이 하잖아요. 저희는 경험이 있으니 그냥 그런걸 자연스럽게 실제로 해볼 수 있게 되는거 아닐까요?

지현: 저는 의상을 제작하는 것이 직업이라서, 어떤 느낌의 캐릭터라는 걸 상상을 하고 만들어서 진짜 그대로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는 것 자체가 좋아요. 종이로 그려진 그림을 제 앞에 현실로 탄생시켜서 내놓으면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희열같은게 느껴지니까요.

이이다: 그냥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하는거면 다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왜 아무 생각이 없지? 멋진 이유가 생각이 안 나.

하루: 언니는 내가 전화해서 (웃음)

인벤: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하는, 혹은 하고 있는 분들께. 그리고 코스프레를 좋아하고 즐기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세요?

이이다: 코스프레 하고 싶으면, 아무 생각없이 하다보면 됩니다.

하루: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못하신다면, 안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하고 안하고는 정말 종이 한장 차이니까, 어렵다고 혹은 부끄러울 것 같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현: 우선 본인이 좋아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세요! 눈앞에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좋아하고 즐거운 것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고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펼쳐질수도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점이 무서울 수도 있지만 즐거운 일일수도 있구요. 취미생활이든 회사생활이든 결국 자기 자신이 즐겁고 성취감을 느껴야한다고 생각해요. 코스프레가 여러분께 인생의 즐거움중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이다: 해보고나서 좌절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희들도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코스프레를 즐기게 되었으니까요. 재미있는 경험과 인연도 생기고 배우는 것도 많으니 즐기시면 될 것 같아요. 헤어, 메이크업, 재봉, 소품, 그리고 요즘은 포토샵까지... 그래서 종합 예술인가? (웃음)

모두: (전원 동감)


- 향후 인벤을 통해 시즌 2의 모든 코스프레 사진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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