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콘텐츠로는 아이온 못지않아? 지용찬 표 모바일 RPG '어디서나 던전'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41개 |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가 딱 그랬다. "저 지용찬인데요."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모를리가 없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어도 한국 게임 업계에 종사한다는 사람치고, 아이온을 만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전의 재발견, 그리고 문화의 새로운 부흥을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때문에 한껏 높아진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침체되어가던 시기. 엔씨 소프트의 '아이온'은 재생이라는 말 그대로 한국 온라인 게임 업계의 르네상스를 여는 기폭제가 되었다.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시기 적절하게 흥행을 터트려주면서 등장한 아이온때문에 비관론에 휩싸여 있던 한국의 온라인 게임 업계가 다시 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흥행이 증명한다. 아이온은 출시 이후 100주 이상 PC방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아이온을 주도했던 지용찬 기획팀장도 덩달아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아이온의 흥행이 한참이던 2010년, 그는 갑작스럽게 엔씨 소프트를 떠난다. 이후 킹덤언더파이어 2를 개발하던 블루사이드에 입사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머문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2012년 1월, 지용찬 대표는 갑작스럽게 레이드몹이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차린다.

지용찬 PD가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다는 소문에 당연히 업계의 모든 시선이 쏠렸으나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벌써 2년이 흘렀다. 그동안 세상도 많이 변했다. 불과 2년만에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2년간의 침묵을 깨고 전화가 걸려온 이유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신작 모바일 게임이, 그것도 RPG가 들려 있었다. 지용찬 대표가 2년간의 침묵끝에 만든 모바일 게임은 과연 어떤 게임일까?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라는 노래가 저절로 떠올랐다.



▲ 레이드몹 지용찬 대표(우측)와 박장호 부사장


모바일 게임사의 대표로 만나게 될 줄은 정말로 예상치 못했다. 온라인 게임 만든다고 하면 두 손 모아 환영하는 대형 회사들도 많았을텐데, 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이온을 만들고나서 개인적으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두 가지가 있더라. 하던대로 MMO,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것. 현 세대의 MMO는 본질적인 면에서 에버퀘스트 이후 크게 바뀐 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엔씨 소프트에서 계속 있었다면 MMO라는 장르의 본질을 바꿀만한 재미와 콘텐츠에 대해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회사를 나오게 되었으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 RPG를 여전히 좋아하기도 하지만, 모바일에서 멋진 RPG를 만들어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유행따라 결정한 것은 아니고, 회사 만들고 모바일 게임 만들기 시작한지 벌써 2년 가까이 되어간다."


모바일에서는 보통 6개월이면 게임을 하나 만든다고 한다. 며칠만에 유행이 바뀔만큼 시장의 변화도 빠르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2년은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린 것이 아닐까?

"2년 동안 하나만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갈아 엎은 타이틀만 4개 정도 된다. 처음에는 감각도 익히고 여유롭게 소규모 동호회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만들다보니 콘텐츠는 늘어나고 시장은 계속 바뀌고... (웃음) 그만큼 많은 경험을 했고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특징에 대해 한발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직접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보니 어떤가? 마음먹은대로 개발이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원래는 굉장히 간단하게 생각했었는데, 생각했던 대로 살 붙이고 만들고 하다보니 늦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PC보다는 개발 기간이 짧아서 좋다. (웃음) 개발의 일정보다는 게임 자체의 재미를 허들로 생각하고 있다. 최소한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재미를 만족하지 못다면 출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안부 인사는 이제 충분하다. 이제 진짜로 게임을 보자. 지용찬 대표가 만든 모바일 게임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유혈 낭자에 어두운 느낌의 하드코어 RPG? 아니면 아이온같은 느낌의 풀 3D RPG일까? 그런데 막상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보니... 이건 너무 화사한데?

2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길었나보다. 지용찬 대표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너무 잘(?) 적응한 것 같다. 게임 제목은 '어디서나 던전', 그래픽은 요즘 유행하는 모바일 RPG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깔끔하고 화사한 느낌이다.

[▲ 어디서나 던전의 프로모션 영상]




▲ 어디서나 던전의 로비와 전투 화면.



아니, 한국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지용찬 대표의 첫 모바일 게임인데... 유혈 낭자한 하드코어 RPG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심리스 풀 3D 정도는 나와줘야 되는 것 아닐까?

"게임 보여주면서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난 원래 이런 스타일도 좋아한다. (웃음) 그래도 첫인상과는 다른 게임이다. 조금만 더 해보면 알게 된다."

속는 것 아닐까? 미심쩍은 마음을 간직한 채 튜토리얼이 끝나고 게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눌러대다보니 훌쩍 시간이 지나간다. 지용찬 대표의 말이 맞았다. 이 게임, 첫인상과 전혀 다르다. 시작은 흔한 카드 RPG같은데, 갖춰진 콘텐츠는 온라인 MMORPG 뺨치는 수준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게임 속의 스킬+α 에 해당하는 소환수 시스템. 게이머는 성장에 따라 게임 내에 등장하는 소환수들을 최대 6개까지 마음대로 장착할 수 있는데, 이런 소환수들은 온라인 게임의 스킬 트리와 흡사하게 작용한다.

즉, 게이머는 탱킹, 힐링, 딜링, 메즈, 버프, 디버프 등 원하는 기술과 능력치를 가진 정령들을 짜맞추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게다가 최대 4명까지 초대가 가능한 친구들 역시 전투에 참가하니 최고의 파티를 만들고 싶다면 갈 길이 멀다.

"아이온을 처음 내놓았을때도 비슷하게 말했던 것 같다. 겉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깊이와 재미가 있는 게임. '어디서나 던전'은 처음에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점차 자신만의 직업을 세팅하고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장비와 소환수 그리고 친구까지 활용하면 어지간한 MMORPG 이상의 깊이를 갖추게 된다. PvP도 가위바위보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고민할 부분이 많고, 게임 내의 던전은 게이머의 전략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외형은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콘텐츠의 깊이 등 여러 면에서 기존의 게임들과 다를 것이다."





▲ 소환수가 곧 스킬! 게이머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지용찬 대표가 처음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많은 신경을 쓴 것은 두가지. 하나는 모바일의 접근성이었고 또 하나는 모바일에서 느낄 수 있는 RPG의 재미였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어디서나 던전'. 말그대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모바일의 접근성과 RPG의 핵심 콘텐츠인 던전을 더했다.

"출시 기준으로 약 140여종 이상 등장하는 소환수들은 전사, 도적, 법사 등 계열로 나뉘고 각 개체별로 특징도 다르다. 같은 계열이라도 A 소환수는 기술의 위력이 강하고, B 소환수는 기술의 위력 자체는 좀 약하지만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준다거나. 게이머가 어떤 소환수를 얻고,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전투가 달라진다.

친구를 데려갈 때도 유리한 조합이 있고 반대로 내가 파티원이 되어 도움을 줄 때 유리한 조합도 있다. PvP도 가위바위보 형태의 상성이 있어 전체적인 콘텐츠의 폭이 굉장히 넓은 편이다. 물론 이런 모든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걱정도 된다. 직접 해보니 '어디서나 던전'은 지용찬 표 RPG라는 말에 어울리는 재미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첫인상이 너무 평범하다. 뭐랄까... 게이머들이 기대했던 지용찬 표 RPG가 아니라, 그냥 모바일 게임 같다.

"첫인상에 대한 불안함이 없지는 않은데, 일단 시장에 내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 게임은 예산과 개발 인원, 기간을 보면 '대충 어떤 게임이 언제 나오고 성과는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결과가 눈에 보이는데, 모바일은 저도 처음이라 예상하기 힘들다. (웃음)

다만 확실한 것은 제가 RPG를 좋아하고 또 만들던 사람이니,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분들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만 알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별도로 언제든 시장의 변화에 맞게 대처할 준비도 하고 있다."




▲ 아이템과 파티, PvP 등 RPG의 핵심을 모두 담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하나 더 있다. 무모한 자신감일수도 있지만, 지용찬 대표는 첫 게임을 자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for Kakao도 아니고,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해줄 퍼블리셔도 없다. 결국 게임의 콘텐츠와 재미에 걸었다는 뜻인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플랫폼과 마케팅이 갖고 있는 위력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오히려 하나의 게임만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규모가 큰 회사의 장점도 잘 알지만, 장점에 가려진 한계 역시 잘 알고 있다. 퍼블리셔나 플랫폼과 함께 하면 장점이 많지만, 우리 레이드몹이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2년간 내놓은 결과물도 없는 상황에서, 만나봐야 서로 바라는 결과도 다를 것이다. 퍼블리셔나 플랫폼 홀더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끝나겠지. (웃음) 무모할 수도 있겠지만, 대신 게임의 개발 과정은 훨씬 개방적이다. 경험을 토대로 잘된 부분은 살리고 아닌 부분은 빼거나 보완하고. 이런 식으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첫인상과 달리 RPG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게임. 문득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MMORPG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인데, 최근 모바일 게임에 등장하는 RPG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PC나 온라인 게임과 직접 비교를 해서 RPG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힘들고, 단지 서로 차이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PC에 비해 접근성은 좋고, 지속성은 약하고. 최근에 유행하는 방식의 모바일 RPG들이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 같다.

결국 RPG가 갖고 있는 콘텐츠의 재미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모바일의 특징과 융합을 시키는 것이 숙제가 아닐까. 나 역시 비슷했다. '어디서나 던전'을 개발하면서도 콘텐츠의 깊이와 접근성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융화시켜나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말 출시가 코 앞이다. 슬슬 마케팅 등 게이머들에게 알리기 위한 준비를 해야할 시기. 2년간의 침묵 끝에 내놓는 첫 게임인데 기대가 클 것 같다.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 시장에서의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도 있긴 하지만, 첫 게임인 만큼 출시 후 얼마나 시장에 대한 피드백을 잘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디서나 던전'은 이동만 빼고 MMO에 있는 콘텐츠가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레이드몹은 RPG 특화 회사를 꿈꾸고 있다. 물론 모바일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계속 RPG를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더 나아가 다른 플랫폼에서까지 최고로 RPG를 잘 만드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 온라인 못지않은 기술과 연계! 어디서나 던전의 플레이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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