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술력 바탕의 미들코어로 글로벌 노린다! ANB 최동완 대표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3개 |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수많은 게임 회사들이 우후죽순 모바일로 뛰어들었다. 덕분에 모바일 게임 시장은 불과 2~3년만에 포화 상태까지 이르렀고, 이제부터는 과거의 온라인 게임 시장이 그랬듯이 서로의 영역을 빼앗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도태가 시작된다.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플랫폼의 위력 때문에 간단한 캐쥬얼 게임들의 강세는 이어지겠지만, 확고한 이용자층을 확보한 그들로부터 게이머를 끌어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캐쥬얼 게임 시장은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미 사라졌다. 대박을 치는 게임들은 앞으로도 나오겠지만, 확률은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까.

게임사들이 눈을 돌릴 곳은 게이머들이 기다리고 있는 미들코어 이상의 시장이고, 결국 개발력이 흥행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유명한 모 격언처럼 잘 만든 게임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게임들은 모두 잘 만들었다. 이제 모바일 시장도 대세를 판단해 치고 빠지는 눈보다는, 꾸준히 갈고 닦은 개발력이 빛을 발할 시기가 오고 있다.

실력있는 게임사라고 하면 어떤 게임사가 떠오를까? 사실 실력을 논하기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역사가 아직 일천하다. 기자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어온 것이 불과 4년 전이니, 자타공인 흥행과 실력 모두를 인정받을만한 '모바일 게임 회사'가 탄생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시장을 피처폰으로까지 확대해보면 의외로 한국에서도 눈여겨볼만한 회사가 많다. 한국 모바일 게임 업계의 쌍두 마차라는 평가를 받는 게임빌과 컴투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오늘 소개할 이 회사도 실력만으로 보자면 게임빌과 컴투스의 명성을 잇기에 손색이 없다.

ANB 소프트. 처음 듣는 회사같다고? 그럴만하다. 간혹 게임은 유명한데 회사는 전혀 유명하지 않거나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개발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는 회사들이 좀 있는데 ANB 소프트 역시 이렇게 조용한 가운데 꾸준한 회사로 손꼽힌다.

일단 시리즈 통산 1천만개를 넘기는 다운로드 숫자를 기록했던 '리듬스타'를 성공시켰고, 미니게임 모음집인 '파티천국'도 유명하다. 액션 RPG인 '크림슨 하트'는 피처폰의 말기에 출시되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역시 3대 통신사 모두에서 1위를 유지하며 많은 RPG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한국에서 1천만개를 넘는 다운로드를, 그것도 피처폰 시절에 기록했던 모바일 게임사는 한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런데 초기부터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했던 다른 모바일 게임사들에 비해, '크림슨하트 NS'를 스마트폰으로 출시한 이후의 ANB 소프트는 너무 조용해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과연 무엇을 감추고 있길래 이토록 오랫동안 조용했을까? 2005년 9월 ANB소프트를 설립했고, 일선에서 직접 활동하며 100 여명의 개발자가 근무하는 실력있는 모바일 게임사로 성장시킨 1세대 개발자, '최동완' 대표를 직접 만났다.






[ ANB소프트의 최동완 대표 ]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 본격적인 행보는 이제부터 기대해달라!"

무엇보다 가장 먼저 궁금했던 점.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들을 출시할 정도로 실력도 있고 리듬스타와 파티천국 등 흥행도 성공했던 ANB소프트는 왜 지금까지 조용했을까? 지금까지의 침묵에는 이유가 있었다. ANB 소프트의 최동완 대표는 침묵의 이유를 더 큰 도약을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남들 따라하지 말고 우리 게임을 만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외부에는 침묵으로 비춰진 것 같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초창기에 나왔던 '크림슨하트 NS'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있다. ANB소프트는 게임의 흥행 성적에 비해 회사의 브랜드가 많이 알려진 편이 아니다. 사실 한국에서 1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을 보유한 몇 안되는 회사인데 너무 조용한 것이 아닐까.


"어디에 집중하느냐의 문제인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잘 되는 게임에 먼저 집중해야지 회사 브랜드를 게임보다 앞세우면 안된다고 본다. 게이머들의 충성도는 회사가 아니라 게임을 향하기 때문에 게임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회사가 알려진다.

그리고 국내에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아예 시작부터 글로벌하게 가야 한다. 해외 시장도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보니 좀 기간이 길어졌다. 인지도는 ANB 소프트의 게임들이 출시되기 시작하면 금방 알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동완 대표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몇개의 게임들을 시연해보였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애니머스 for Kakao', 가까운 시일 내에 출시될 예정인 대작 RPG '크림슨 하트 2 for Kakao'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다.

게임명을 언급하긴 힘들지만 액션을 활용한 디펜스에 카드 게임의 요소를 섞은 게임도 있었고, 3D를 제대로 활용한 액션 슈팅이나 횡스크롤 액션도 있었다. 하나같이 가볍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게임들. ANB 소프트는 올해에만 대여섯개 이상의 미들코어 게임들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과 상관없이 ANB소프트의 게임들은 모두 기술력이 바탕이 되는 게임들을 추구한다. 현재 100 여명의 직원들이 8개 정도 팀을 이뤄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는데 단순한 게임들은 하나도 없고 모두 게이머들이 좋아할만한 미들 코어 이상의 게임들이다."

잠깐 치고 빠지는 식의 게임은 만들지 않는다. 오랜 기간 내부에서 갈고 닦은 게임들을 선보이려 하다보니 개발 기간이 길어지지만 그만큼 잘 정제된 게임을 내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음부터 든든한 기술력이 바탕이 되는 회사를 일궈왔고, 덕분에 출시되는 게임들의 숫자는 좀 적을지라도 수많은 특허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 ANB소프트의 한켠에 걸려있는 특허증.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라!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은 ANB소프트의 원동력

최동완 대표가 지금껏 걸어온 길은 이상하게 최초라는 단어와 인연이 깊다. ANB 소프트를 설립하기 이전에는 한국 최초의 휴대용 게임기 GP32를 개발했던 게임파크에 있었고, 동영상 서비스나 IT 솔루션 등 게임 산업에 몸을 담기 이전의 회사들 역시 대부분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ANB소프트에서 출시되었던 3D 모바일 스포츠 게임 'OTL 테니스'나 3D 네트워크 모바일 액션 '스트라이커(Striker)' 등의 게임들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력과 다양한 시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이런 도전이 곧바로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ANB소프트의 기술력을 기르는 토양이 되었다.







"닌텐도를 한번 넘어보자고 한국 최초의 휴대용 게임기를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결론은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니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후 소프트웨어 분야를 찾던 중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 창립을 결심했다. 하드웨어를 만들던 기술과 노하우는 회사 창립 초기부터 고성능 게임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 비즈니스 모델, 플랫폼 등 어떤 장점이건 간에 남들보다 빨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회사의 가치라는 것이 유지되고 게이머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을 따라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이 좋다."



말뿐인 도전이 아니다. 수많은 도전끝에 쌓아온 노하우는 ANB소프트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고, 이제 장르를 불문하고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내부의 기술로 제작된다. 물리 엔진부터 네트워크나 클라우드, 서버 싱크 처리나 DB 및 서비스 등 개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ANB 소프트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아이팟 터치조차 낯설던 시절에 실시간 3D 네트워크 대전게임을, 그것도 모바일에서 구현했다는 점 때문에 해외에서 엄청난 문의가 들어왔었다. 덕분에 전세계의 게임 개발자들이 모이는 미국 GDC에 초청받은 최동완 대표가 직접 기술 발표 및 게임 시연을 하기도 했다.

"기술력을 쌓아가는 과정은 인내가 필요하고 단번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빌려오면 쉽게 해결되는걸 우리가 처음부터 내부에서 만들게 되니까 아무래도 시행착오도 있고. 그러나 노하우가 우리 것이 되면, 그때는 남들이 한발짝을 걸을때 우리는 세 발짝을 뛰어갈 수 있다.

ANB소프트에서 출시되는 모든 게임들은 자체 엔진을 사용하고 기술과 서비스가 계속 누적되면서 반영되는 순환 구조가 갖추어져 있다. 게임의 지속적인 발전이나 확장은 물론이고 전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 200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및 2009년 디지털콘텐츠 대상 ]



누구나 인정할만한 명품 게임을 만들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최동완 대표가 생각하는 ANB소프트의 정체성에 대해 묻자 단번에 '명품 게임'이라는 말이 나왔다. 뛰어난 기술이 도입된 게임들을 추구하고 같은 장르라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 그렇게 재미와 기술이 조화되면 명품이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흥행하는 게임들은 많다. 그러나 10대부터 30대까지 세대를 넘는 인기를 얻으며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냥 유행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10년을 지배할 게임은 카피캣에서 나오지 않는다. 트렌드를 읽어서 잠깐 흥행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유행이 사라지면 게이머들의 냉정한 평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것은 결국 게이머들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력뿐이다."



현재 한국 시장에 불어오고 있는 모바일의 바람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현재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짙은 안개에 휩싸인 망망대해. 사실 한국에서 누구보다 빨리 모바일 게임에 뛰어들었던 사람이 최동완 대표인 만큼, 그가 생각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의 미래가 궁금했다.

"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걸 알면... (웃음) 다만 현재 세계적인 추세 자체가 스마트폰이 PC를 앞지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프리카같은 국가에서도 PC보다 스마트폰이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모바일이 대세가 될 것이다.

구글, 애플, 삼성이 무엇때문에 지금 싸우고 있을까?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오면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에 이끌려갈 것이고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 게임은 그 어떤 매체보다 큰 잠재력을 갖고 있으니 한국으로 한정하지 말고 글로벌을 기준으로 시장 전략을 세워야한다."










ANB소프트는 현재 모든 게임들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발하고 있으며, 카라멜 게임즈라는 브랜드를 통해 세계의 여러 나라들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에서 첫손 꼽히는 거대 퍼블리셔 '게임포지'와는 계약을 완료했고, 중국과 미국, 일본도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중국 퍼블리셔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중국측 퍼블리셔가 '중국에 게임을 가져가면 1개월 내에 카피 게임이 나오는 걸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꺼냈는데, ANB소프트의 게임을 보여주자 '제대로 베낄려면 1년은 걸릴 것 같다.'는 말을 하며 계약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농장 게임이나 달리기 게임이 아니라, 쉽게 나오기 힘든 미들 코어 게임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퍼블리셔들과의 이야기도 쉽게 진행되는 편이다. 올해 게임스컴에 게임포지를 통해 유럽에 게임을 선보였고, 앞으로 다른 국가들로의 진출도 이어질 것이다."


ANB소프트에서 내놓는 게임들은 대부분 철저한 기술 중심의 노하우가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출시를 준비중인 크림슨 하트 2는 도트 그래픽으로 추억속의 고전게임같은 느낌이지만 범위 공격과 띄우기 공격, 콤보, 벽이나 몬스터와의 충돌 등 격투 액션 못지않은 콤보가 가능하다.

피처폰 시장에서부터 누적되어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ANB소프트의 게임들이 드디어 출시를 준비중에 있다. 게이머의 입장에서 터트리거나 달리는 게임이 아니라 미들코어의 구색을 제대로 갖춘 게임들이 나온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게이머분들에게 재미를 인정받은 리듬스타도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피처폰 순위에서 10위를 넘어가면 아예 팔리지 않는 수준이었는데, 꾸준한 업데이트로 유저들을 모았고 결국 20위권 바깥에서부터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올라가 1천만개를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기술력이 좋은 게임도 재미없으면 그만이다. 게임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게이머들에게 맡겨야 한다. 다만 기술력이 바탕이 되는 재미있는 게임은 게이머분들이 오래도록 기억해주기 마련이다. ANB 소프트가 게이머분들과 글로벌 퍼블리셔들에게 개발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로 기억되는 것이 꿈이다."







[ 기술력 바탕의 미들코어로 글로벌 진출! ANB 소프트의 최동완 대표 (사진제공:ANB소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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