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이 알지 못하는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No.1 "아이액션북"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10개 |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라는 상이 있다. 세계 3대 디자인 상이라고도 불리고 최근에는 현대차의 디자인이 일부 선정되어서 화제가 되었는데, 어쨌든 디자인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권위있고 유명한 독일의 시상식이다. 그런데 2012년, 정말 뜬금없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한국의 한 게임 업체가 만든 어플리케이션 '재미있는 야구백서'가 이름을 올렸다. 시상 분야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 이후에도 진격은 거침이 없었다. 이 게임 업체가 만든 '숲에서 만난 곤충'은 애플이 뽑는 '2012년을 빛낸 최고작'의 우수작으로 선정되었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지에서는 2012년 최고의 아동용 앱으로 이 앱을 선정해 미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숲에서 만난 곤충'의 뒤를 이어 출시된 '우리동네 곤충친구'는 까다롭고 합리적이기로 유명한 미국 학부모들의 모임인 'Parent’s Choice Award'에서는 금상을 수상했고,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스마트폰 앱 콘테스트에서 은상, 그리고 애플의 아이패드 TV 광고에까지 소개되었다.

이쯤에서 정체가 궁금해진다. 미국과 독일, 홍콩 등에서 다양한 수상과 함께 언론에 소개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용/아동용 어플리케이션 제작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 어플리케이션의 제작 업체는 어디일까? 이 글을 읽고 있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이 회사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엔씨소프트"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리니지와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의 바로 그 엔씨소프트. 한국의 게이머치고 엔씨소프트라는 이름을,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엔씨소프트에서 게임이 아니라 아동용/교육용 앱을 만들고 있고,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과 시상식에 연거푸 소개될 정도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기자도 몰랐다.

"엔씨 아이액션북(NC iactionbook)은 아이와 i, 액션과 인터랙션 등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교육사업 서비스 이름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양한 터치 기반의 움직임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나레이션, 풍부한 소리가 주는 생동감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재미있게 지식을 알아가는 인터랙션 북, 즉 상호작용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짜고짜 찾아간 엔씨소프트의 교육사업실, 디지털콘텐츠 사업팀의 팀장으로 전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송준서 차장과 백과 시리즈의 PM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권민정 주임에게 엔씨 아이액션북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더욱 궁금한 부분만 늘어났다.






[ 곤충백과 시리즈 1편 '숲에서 만난 곤충' ]



그냥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모바일 게임도 아니고, 도대체 왜 엔씨소프트에서?'

물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어플리케이션이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에서 모바일 게임도 아니고 교육용/아동용 어플리케이션이라니. 개인적인 편견일 수 있겠지만 왠지 쌩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심지어 성과까지 좋다.

"엔씨소프트의 비전은 그냥 게임이라는 분야에만 한정짓기보다는, 즐거움으로 연결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교육사업실, 그리고 저희 디지털콘텐츠 사업 팀들도 이런 엔씨소프트의 비전에 공감하고 동참한 식구들이기 때문에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을 만들고 있는 분들과 업무 환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곤충 백과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회사 내에서 자녀가 있는 부모님 세대의 직원 분들도 굉장히 좋아할 뿐더러, 이용자 분들도 항상 큰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 긍정적인 반응들 하나하나가 저희의 지지와 응원이 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지만, 게임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과 사업 분야를 연구하는 곳이 있다. 실력으로는 한국에서 손꼽힌다고 자부하는 개발자들이 모인 엔씨 소프트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개발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중의 한 분야가 바로 교육사업실.

이런 노하우와 실력이 모인 결과일까? 엔씨 아이액션북은 교육용/아동용 앱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이미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렇다면 실제 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참 좋습니다. 곤충백과 2편 '우리동네 곤충친구'는 미국의 권위있는 교육 재단인 Parent’s choice 재단으로부터 금상에 해당하는 골드 메달을 받았습니다. 곤충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부분이나 선생님과 학생들이 큰 화면에서 함께 볼 수도 있는 기능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 기획을 할때 아이들 교육에서도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관찰일지같은 기능들을 고민해서 넣었는데, 국내와 해외의 일부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어 놀라웠습니다. 앞으로는 선생님들도 직접 찾아뵙고 배워서 현장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 영어로 소개되고 있는 곤충백과 동영상 ]



직접 사용해보니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면서 일일이 터치에 반응하는 등 풍부한 자료와 인터랙션이 놀랍다. 자료 확보는 어떻게 할까? 특히 곤충들의 생생한 동영상이나 전문가 못지않은 자료를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했다.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의 눈높이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것을 궁금해할까?'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이용을 할까?' 를 제일 많이 고민합니다. 최근 진행 중인 신규 프로젝트에는 다섯 살인 저희 큰 딸과 자주 의논을 합니다. 아이에게서 많이 배워요. 이렇게 눈높이를 맞추고나면 필요한 자료를 모으게 됩니다."


아이들은 때묻지않은 순수함과 번뜩이는 창의력을 함께 갖고 있다. 엉뚱해보이는 행동과 질문이 때론 놀라운 단서가 된다. 곤충백과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했던 권민정 PM의 경우 아이들과 놀면서 배운다는 말처럼 곤충백과 시리즈를 제작하고 난 뒤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지식의 흡수가 빠른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에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안되니 검수 및 제작 과정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고.


"주변의 지인부터 각 분야의 전문가까지 현장 조사를 포함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료를 모읍니다. 구체적으로, 재미있는 야구백서의 경우는 NC 다이노스의 창단 준비를 하던 팀과 야구 전문가인 허구연 해설위원님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허구연 해설위원님은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내용 검수는 물론 목소리까지 재능 기부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곤충 백과 시리즈의 경우에는 국립 중앙 과학관에 직접 문의하고 방문해서 취지를 설명드렸고, 전문가 분들에게도 정보는 물론 영상 등 다양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엔씨 소프트 내부의 사운드팀 분들에게도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곤충백과 시리즈의 생동감을 더하는 사운드 전반에서 물심양면으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수상한 '재미있는 야구백서' ]



한국에 잘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이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나 아시아 스마트폰 앱 콘테스트의 수상 등 엔씨 아이액션북은 완성도 높은 교육용/아동용 앱으로 인정받고 있다. 직접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낸 제작자가 생각하는 호평의 이유는 뭘까?


"이용자분들의 생각을 제가 다 알 수야 없겠지만,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 사실적인 디자인과 나레이션, 생동감있는 소리나 재미있는 퀴즈와 유용한 기능 등 앱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살아있는 곤충도감'이라는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에게는 좋은 학습 교재, 부모님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사주고 싶은 디지털 백과,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곤충 생태체험관. 요즘 아이들이 곤충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데, 디지털 백과를 통해 실제의 자연에서 곤충을 만나보는 듯한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힘이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 하나. 모든 사업은 결국 수익을 목표로 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자선 사업이 아닌 이상 수익이 나야 계속 유지될 수 있다. 기능성 게임이나 교육용 어플리케이션 분야가 차세대 주요 시장 중의 하나라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엔씨소프트는 어떨까?

"운좋게 많은 주목을 받으며 수상을 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고, 수익보다는 좋은 레퍼런스를 쌓아간다는 점에 더 주력하고 있습니다. 태블릿으로 뭔가를 배우는 방법을 찾을때 자연스럽게 엔씨 아이액션 북이 떠오르고, 또 유저분들이 '역시 엔씨 아이액션 북이야!'라는 기대감과 만족감을 표현하실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수익은 좋은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 홍콩에서 개최된 아시아 스마트폰 앱 콘테스트 은상 ]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송준서 차장 역시 처음에는 선택과 집중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곤충의 움직임을 모두 넣으려다보니 용량이 말도 안되게 늘어나거나, 보기에는 멋져도 실제 학습이나 교육에 필요하지 않은 기능들도 있어서 수많은 논의 끝에 결국 제외되는 과정을 겪었다.

엔씨 아이액션북에 사용된 기술이 유달리 특별하거나 뛰어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송준서 차장은 엔씨 아이액션북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으로 제작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꼽았다. 완벽만을 추구하는 제작자의 욕심이 아니라 진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핵심에 집중하고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사업팀에게 남은 앞으로의 과제는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디지털 백과 시리즈.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노하우에 더해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영유아들의 학습을 돕는 교육용 어플리케이션도 개발중이라고 한다.

"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많습니다. 꽃도 있고 새나 동물도 있죠. 앞으로 차근차근 백과 시리즈를 완성해나가고 싶습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크게 두가지인데, 아가들부터 유치원생들까지 재미있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학습 놀이 시리즈와 디지털 백과 시리즈가 첫번째입니다. 영유아 놀이 시리즈는 현재 마무리 단계라서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일상 생활의 기초 과학 시리즈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냥 자기력하면 굉장히 딱딱하지만 냉장고나 자동차 등 실생활에서 만나는 것들과 함께 원리를 설명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과 학습 효과를 이끌어내는 방식입니다. 다양한 방향을 고민중에 있습니다."







[ 애플의 아이패드 TV 광고에 소개된 '우리동네 곤충친구' ]






[ 엔씨소프트 디지털콘텐츠 사업팀 송준서 팀장(좌측)과 권민정 주임 ]



엔씨소프트의 품에서 온라인 게임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No.1 콘텐츠가 등장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성과는 긍정적이지만,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앞으로도 게임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분야와 장르의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유명 게임 개발사 엔씨소프트.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교육용/아동용 앱의 개발사인 엔씨소프트. 10년지기 친구에게서 여전히 새로운 점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처럼, 게임으로만 한정되어 있던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일면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TV에서 애플의 아이패드 광고를 보는데, '살아있는' 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저희가 만든 '우리동네 곤충친구'가 소개되더군요. 곤충 백과 시리즈의 기획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한 문구라서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정말 좋은 교육용/아동용 앱을 기다리는 분들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는 앱들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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