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아직 모자라지만, 전작의 분위기는 엿보였다 - 스토커2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 미디어 데이에도 길게 늘어선 '스토커2'의 시연 대기열

게임스컴 2023 8관에 위치한 Xbox 부스에서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스타필드의 게임플레이를 시연하는 상영관과 함께, Xbox 게임패스로 만나볼 수 있는 다채로운 게임들의 시연대가 꾸며졌다. 그리고 그 중에는 우크라이나의 게임 개발사 GSC 게임월드가 개발중인 신작 '스토커2'의 모습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비공개 부스에서 시연이 이뤄진 '스토커2'는 지난해 시작된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출시가 무기한 지연되는 등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GSC 게임월드는 전쟁 발발 이후 체코 프라하로 사무실을 옮겼으며, 게임을 개발하던 많은 개발자들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입대해 지금도 러시아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 부스 한 편에는 스토커의 분위기를 살린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스토커'시리즈는 마지막 작품인 콜 오브 프리피야트가 2010년 출시된 이후로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나름 인기를 가진 프랜차이즈다. 때문에 정식 후속작인 '스토커2'가 몇 차례 연기 끝에 출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었을 때 상심한 게이머도 적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전쟁이라는 믿을 수 없는 악재가 겹치며 개발진을 응원하는 목소리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스토커2'를 시연해 보려는 참관객의 발걸음은 게임스컴 2023 개최 첫날부터 끊이지 않았다. 비록 다소 짧은 분량의 게임플레이와 약간은 엉성한 면이 보이는 시연 빌드였으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게임을 완성하고자 하는 개발진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 시연은 비공개 부스에서 진행했으며, 게임 화면 촬영은 금지되었다

비공개 부스에서 시연이 진행된 스토커2는 게임 화면을 촬영하는 것이 금지되었기에, 시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만 정리를 해보려 한다. 첫인상부터 말하자면, 전작 시리즈의 세계관을 충실히 유지하면서, 보다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돋보였다.

시연 빌드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이 돌연변이 들개에게 습격을 당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들개에게 목숨을 잃으려던 찰나에 위기에서 벗어난 주인공은 이어 자신의 주변에 있던 누군가로부터 '볼트'를 전달받는다.

스토커 시리즈에서 '볼트'는 던져서 적의 주변을 분산시키는 등에 활용하는, 일부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다. 하지만, 스토커 세계관에서만 사용되는 또 하나의 사용처가 있는데, 바로 금지 구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어노말리)를 체크하는 것이다.

각기 다양한 이상 현상을 내뿜는 어노말리는 일종의 자연 재해로, 플레이어가 가까이 다가가면 큰 대미지를 입거나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위험한 요소다. 게임 내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가장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법은 볼트를 던져 어노말리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볼트에 맞아 활성화된 어노말리가 잠시 힘을 잃고, 다시 활성화되기까지 찰나를 이용해 해당 구역을 탈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공적으로 어노말리를 빠져나와 주변에 있던 낯선 이에게 접근하고 나면, 그는 주인공에게 의약품을 나눠주며 생존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후에는 화면 위에 표시된 퀘스트 마커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첫 번째 마커에 다가가면 저 멀리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서 누군가가 들개 떼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UI상 아무런 표시가 없기에 그 사람이 들개에게 총을 쏘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을 향해 쏘는 것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결국 나에게도 총을 쏠지 모른다는 생각에 멀리서 저격을 하고 나니, 누군가를 만나라는 퀘스트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처럼 자신 외에 누군가를 믿을 수 없다는 느낌은 '스토커' 세계관이 대대로 제공하는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죽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공격한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남을 위하면 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이 행동이 이후 퀘스트 라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안타깝게도 시연 빌드에서는 확인해볼 수 없었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사람으로부터 탄약과 총기를 챙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밴딧들이 점거하고 있는 건물을 마주하게 됐다. 대략 대여섯 명의 적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했던 구간으로, 시연 도중 '스토커2'의 전투를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던 대목이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총에 맞게 되면 출형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긴장감을 유지했으며, 각종 의약품마다 다른 효과를 가진 것은 일종의 현실성을 더하는 장치로 다가왔다.

그밖에 건플레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제한된 탄약 등 한정된 자원 내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스토커' 특유의 감각은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AI 적들 또한 플레이어의 사각에서 나타나며 대응 사격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출시 후에는 보다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작인 '스토커'의 감각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 외에 '스토커2'는 아직 미완성된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픽도 10여년 전 출시된 전작들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개선된 모습이었지만, 아직 더욱 다듬어야 할 단계가 많이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UI 또한 특별히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가운데, 일부 버그들은 시연 도중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다가오기도 했다. 특히 FPS에서 치명적인 마우스 감도 문제가 그것인데, 인게임 감도와 메뉴 UI 진입 시 마우스 감도가 지나치게 차이나는 경우가 발생해 게임플레이의 흐름을 방해했다. 자원을 위해 시체를 루팅하는 것도 '스토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무기 조준 시 감도와 루팅 후 인벤토리 UI가 떴을 때 감도가 다르면 어떤 느낌일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물론, 아직까지 개발자들 중 일부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의 변화를 바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게임스컴에 시연작을 선보인 점이 인상깊을 정도다. 긍정적인 점은 '스토커' 특유의 요소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니, 언젠가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스토커' 팬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기를 기다려 본다.



▲ 특유의 감성을 살린 게임으로 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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