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세미나] 교육, IT, e스포츠 전문가들이 말하는 '게임의 필요성'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지난 5월, WHO 총회에 따라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에 대한 질병 코드가 등재되면서 게임이용장애는 국제질병분류(ICD)의 11차 개정안에 질병으로 등록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우 독자적 질병 분류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사용하기에, 다음 개정까지 몇 년의 세월이 남았기 때문에 즉각적 도입은 불가능하지만, 게임업계인들은 몇 년 후부터 자신들이 종사하는 산업이 '질병유발산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오랜 기간, 게임 산업은 여러 계층과 마찰을 빚어 왔다. 대부분은 '게임'이라는 미디어에 익숙해지지 않은, 게임을 일종의 쾌락주의적 산업 발달의 결과물로 바라보는 계층이었다. 수십 년에 걸쳐 게임에 대한 인식 재고가 여러 차례 이뤄졌고 게임의 긍정적 효과들이 검증되면서 게임이라는 미디어에 중립적, 혹은 긍정적 시선을 보내는 계층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존재한다. 나아가 정치적, 종교적인 시선과 여러 이익집단이 생기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의 혼잡성은 나날이 깊어지고만 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주관하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반대 공동대책위가 후원한 이번 오픈세미나 또한 '게임'이라는 미디어와 이를 둘러싼 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발판이 되고자 마련된 행사였다. 2019년 9월 25일, 성남시 정자역 인근에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는 각각 교육, IT, e스포츠의 권위자들이 연단에 올라 '게임'이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이를 바탕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 스마트교육학회 조기성 학회장




▲ 스마트교육학회 조기성 학회장

스마트교육학회 조기성 학회장은 현직 교사이자, 어떻게 하면 학습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먼저, 뭐가 되었든 '중독'의 단계에 이르게 되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것이 '게임'이 아니라 해도, 심지어 몸에 좋다는 '운동'조차도 중독에 이르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는 일선 교육자로서 '요즘 아이들'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20년 전, ADHD로 진단받은 아이가 한 반에 1~2명 꼴이라면, 지금은 1~2명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ADHD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급해지고 산만해졌고 말했다. 이유인즉, 20년 전에는 놀 시간이 충분했기에 급해질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쉴 시간과 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라도 무언가를 계속 찾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기성 학회장은 이런 아이들을 위한 학습 방법을 연구했고, '즉각적', '흥미 유발', '점진적 성장'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토대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재미있어야 하고,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교육 중간에 자신이 '레벨 업'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 그는 역사 교육에 게임을 접목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를 실제로 만들어 수업에 접목한 후배 교사는 그 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미 해외에서는 교육과 게임의 접목이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학습과 게임은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과제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게임으로 만들어진 학습 수단은 실제로 뚜렷한 학습 효과를 보인다"며, 몇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조기성 학회장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계속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면 게임을 접목한 학습 방법도 쓸 수가 없을 테고, 결국 현시대의 아이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교육 방법도 사용할 수 없게 될 거라 말하며, 그 전에 게임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 알서포트 신동형 전략기획팀장




▲ 알서포트 신동형 전략기획팀장

'알서포트(Rsupport)'의 신동형 전략기획팀장은 앞선 조기성 학회장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게임의 필요성을 말했다. IT 전문가인 그는 최근 IT 산업에서 가장 핫한 화제인 '5G'의 보급과 이에 기반한 삶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게임을 바라보았다.

신동형 팀장은 5G의 개념과 정의를 설명하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글로 옯기면 길고 복잡한 내용이 되기에 핵심을 줄이면, 4G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 트래픽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 2.5Gb 크기의 영화 한 편을 1초면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가 5G 환경에서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때문에, 이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복잡한 알고리즘의 AI나, 초고품질의 스트리밍이 가능해진다. 스트리밍 기반의 게임 플랫폼인 '지포스 나우'나 '구글 스태디아'가 올해 들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또한 5G라는 기반 산업이 마련된 결과다. 나아가 영상과 음향,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반영하는 '초실감형 콘텐츠'를 스트리밍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장면이 실제 삶이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여기서 게임의 역할은 차세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신동형 팀장은 여러 다른 미디어는 갖지 못한 게임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말했다. 바로 '양방향 소통' 이다. 미디어는 텍스트, 보이스, 이미지, 비디오의 단계를 거치며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이 모든 과거의 미디어는 일방적이었다. 전달은 하지만, 사용자의 의견을 수용할 장치는 없었다.

하지만 '게임'은 미디어임에도 사용자가 직접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 5G 기술이 산업 전반에 깔리게 되면, 인간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풍부한 미디어 사이에 둘러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미디어 중에서,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게임 뿐이다. 신동형 팀장이 기술 발전의 시선에서 게임의 존재 당 위성을 주장하는 이유였다.



■ 베리이스포츠 한승용 대표 Q&A




▲ 베리이스포츠 한승용 대표

'콩두', '스틸에잇'을 거쳐 '베리이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e스포츠업계에 종사해온 한승용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e스포츠가 보여줄 긍정적 사회 변화의 측면에서 게임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는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한국의 e스포츠 산업 성장률은 연 3%~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다르게 국내 e스포츠 산업의 성장세는 더뎌진 것.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인정받는 이유는 한국이 새로운 게임의 e스포츠 가능성을 시험하기에 너무나 적합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프라가 완성되어 있고, 전용 경기장이 있으며, 당장 선수로 뛰어도 될만한 게이머층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e스포츠 산업이 국내에서 크지 못하는 이유는 '직업적 측면'에서 e스포츠의 불안한 면이 만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기성 세대에서 흔히 알고 있는 e스포츠 관련 직업은 '프로 게이머' 정도에 국한된 수준이다. 하지만 e스포츠를 둘러싼 생태계는 익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넓으며, 파생되는 직업 또한 매우 많다. 단순히 '놀이'의 일환이 아닌,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되는 다양한 산업 중에서도 핵심 산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승용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스포츠 시장에 대한 투자는 현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큰 규모의 자본이 흘러들어올 것이다. 한 대표는 아이를 망치는 것이 아닌, 현시대의 흐름에 맞는 '미래 먹거리'로서 e스포츠를 바라보게끔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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