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9] 류금태 대표의 게임 시장 정글 속 '생존의 법칙'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 [스튜디오비사이드 류금태 대표]

  • 주제: 살아남는 서브컬쳐 게임 만들기
  • 강연자 : 류금태 - 스튜디오비사이드 / studiobside
  • 발표분야 : 프로덕션&운영
  • 권장 대상 : 게임 개발자, 학생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우선 살아남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서브컬쳐 스타일의 액션 게임을 만들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겪은 어려움과 고민, 이를 통해 나름대로 내린 결론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살아남는 서브컬쳐 게임, 그리고 액션 게임을 만들기 위해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일반적인 주제와 함께 현재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서브컬쳐 게임의 위상과 변화에 대하여 참관객 여러분과 함께 대화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한때는 만들기만 해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PC 온라인 게임의 전성기. 완성된 게임을 만드는 그 자체가 어렵다 보니, 제대로 게임을 만들기만 하면 어느정도의 성공이 따라오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생존은 '게임을 끝까지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개발비가 부족하거나, 팀원 간의 의견이 뒤틀리거나. 내외적 요인으로 팀이 와해되는 경우만 아니면 생존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게임업계에서 생존의 정의는 바뀌었다. 플랫폼의 헤게모니가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개발과 오픈 자체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다만, 종착지였던 라이브 서비스는 출발선이 되었다. 지금 시대의 '생존'은 말 그대로 살아남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게임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게임을 만드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스튜디오비사이드의 류금태 대표는 생존했다. 본인 스스로는 '운이 좋았다'라 평하지만, 사회 생활을 해본 이라면 운 또한 실력의 일부라는 것을 알 것이다. '엘소드', '그랜드체이스', '클로저스', 그리고 개발 중인 '카운터사이드'에 이르기까지, 그는 수년간 다양한 서브컬쳐 소재의 게임 개발에 참여해왔고, 지금껏 생존해왔다. NDC 2019의 첫 날 진행된 그의 강연 주제도 이 '생존'을 담고 있었다.





    ▶관련링크 : [인터뷰] 류금태 대표, "디렉터 업무의 절반은 '견디는 것'이다"


    ■ 주제1 - 이 시대의 '생존'이란 무엇인가?

    류금태 대표의 강연을 요약해서 한 줄로 정리하면 '서브컬쳐를 소재로 한 메이저 게임의 생존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메이저'라는 단어인데, 서브컬쳐를 소재로 한 게임은 워낙 많고, 그 영역 또한 굉장히 넓어 인디씬부터 초대형 프로젝트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 류금태 대표는 먼저 현재 게임 시장에서 '생존'이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가부터 설명했다.

    '생존하는 게임'은 숫자의 논리 속에서 꽤 냉혹한 평가 기준에 부합해야만 성립된다. 류금태 대표는 생존하는 게임을 판단하는 두 가지 기준을 말했다.

    1. 5년 이상 서비스되면서 동시에 의미있는 수의 유저가 유지되는 게임

    2. 개발비를 모두 청산하고, 개발팀을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차기작을 만들 정도의 수익을 거두는 게임


    이 기준은 결코 쉬운 기준이 아니다. 류금태 대표는 간단한 수식과 예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메이저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면 최소 40명의 개발진이 필요하며,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둔다면 그 배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개발 기간은 최소 2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잡아야 하며, 이렇게 개발한다 했을 때 2년 간 필요한 예산은 부대 비용을 포함해 약 50억 원에 이른다.



    ▲ 숫자로만 계산해도 생존은 꽤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2년을 개발한 후 다음 2년 간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 유지비를 감당하고 개발비를 모두 상환하려면, 직원 연봉을 4천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세금과 퍼블리셔 배당금을 고려해 월 12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하루 4천만 원의 매출을 2년 간 꼬박 기록해야 겨우 개발비를 상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지표로 환산하면, 2년 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기준으로 20~25위 권에 안정적으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이 디렉터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류금태 대표는 이 수치 또한 간단히 계산한 것이고, 실제로 소모되는 비용은 훨씬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쯤되니 관객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생존'이란 생각처럼 쉬운 단어가 아니었다.



    ■ 주제2 - '생존할 수 있는 게임'은 어떤 게임인가?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이시대의 게임들은 생존하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의 과정을 거친다. 그럼 생존하는 게임은 과연 어떤 게임들인가? 류금태 대표는 게임을 '상업 예술'중 하나라 말한 후, 상업 예술의 목표를 먼저 설명했다.

    '상업 예술'은 쉽게 말해 '돈이 되는 예술'이고, 오늘날 우리가 소모하는 상업적 문학,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모든 문화 콘텐츠를 일컫는다. 상업 예술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즉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다수가 공감하는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인데,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다수'와 '욕망'이다.



    ▲ '다수'의 '욕망'을 자극해야 한다.

    욕망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 성적인 욕망이 있고, 내재된 폭력적 욕망도 있다. 도덕적인 올바름을 원하는 욕망도 있으며, 시각적, 청각적 욕망도 있다. 이런 '욕망'을 자극하는 것은 상업 예술로서는 당연한 바이며, 마땅히 추구해야 할 길이다. 동시에, 이런 욕망이 어떤 특정 계층만을 만족시켜서는 안된다. 최대한 많은 수의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 때. 상업 예술은 '성공한 상업 예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욕망만을 추구하는 작품은 오히려 성공하기 힘들다. 물론 이런 작품들도 존재하며, 생존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제작비가 굉장히 싸거나, 포르노와 같이 특별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하지만 대중 상업 예술에 포르노를 섞을 수는 없다. 여기서 또 하나의 결론과 이어지는 의문이 생긴다. 결론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욕망을 자극하되 좋은 작품의 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의문은 '그럼 좋은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이다.



    ▲ 화두가 바뀐다. '좋은 작품'은 무엇인가?



    ■ 주제3 - '재미'와 '매력'은 전혀 다르다.

    류금태 대표는 좋은 서브컬쳐 작품을 만드는 방법이 굉장히 많다고 말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모든 개발자들은 저마다의 개발 철학이 있고, 이에 따른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서로 자신의 방법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부분도 있다. 개발자 스스로 '왜 이 게임을 만드는지', 그리고 '이 게임이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류금태 대표의 경우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그런 게임이 존재하지 않아서 직접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서브컬쳐 소재의 게임이 만들어졌다. 이런 성찰의 과정은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코드인 '재미'와 '매력'을 확보하기 위한 밑작업이다.



    ▲ 왜 이 게임을 만드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얼핏 비슷해보이는 개념이지만, '재미'와 '매력'은 이리저리 뒤섞이고,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하지만 꽤 다른 선상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차이는 '설명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재미는 '이것이 왜 재미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가령 조작 시 움직임이 빨라서 재밌다거나, 기상천외한 액션을 볼 수 있어서 재밌다거나 하는 식이다.

    하지만 매력은 설명할 수가 없다. 매력의 정의는 '그냥 좋은 것'이다. '매력'은 게임에 굉장히 중요한 성공 요소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매력이 '팬덤'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매력이라는 요소를 가장 잘 사용하고 있는 산업은 아이돌 산업이다. 어떤 아이돌을 보았을 때. 그들의 음반이 좋아서 노래를 듣는다면, 그것은 아이돌이 주는 '재미'에 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음반이 좋지 않아도 그들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매력'에 끌리는 것이다.



    ▲ 매력이 중요한 이유는 '팬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매력으로 만들어지는 팬덤은 생존하는 게임의 필수 요소라 봐도 좋을 정도로 중요하다. 매력이 이토록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에서 특정 시스템이 굉장히 재미있어 유저가 몰렸다면, 업데이트로 그 시스템이 망가지는 순간 유저들은 썰물 빠지듯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 매력이 있어 유저들이 모여 있고, 팬덤을 이루었다면 몇 번의 업데이트 실수 정도는 눈을 감아준다.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리고 실수를 범했을 때. 게임의 매력은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 주제4 - 게임의 '매력'을 만드는 방법.

    여기서 또 한번 강연의 주제가 바뀌었다. 매력있는 게임이 성공한다는 것은 꽤 쉬운 명제다. 그렇다면 게임 내에서 '매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류금태 대표는 게임 내에서 가장 매력을 확보하기 쉬운 장치로 '캐릭터'를 꼽았다. 게임 팬덤은 세계관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때도 있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역시 '캐릭터'이다.

    캐릭터가 중요한 이유는 꽤 단순한 이유다. 사람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고, 캐릭터는 세계관이나 일어난 사건에 비해 훨씬 변화가 자유로운 요소이다. 또한, 수천 년 전부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여긴다. 가상의 인물이 너무나 많은 오늘날, 캐릭터는 '현실의 이웃보다 더욱 가까운 타자'일 수 있다. 나아가, 캐릭터의 매력은 팬덤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소재가 된다.



    ▲ '좋은 캐릭터'가 생존하는 게임의 키워드

    류금태 대표는 좋은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로 세 가지를 꼽았다. '비주얼', '월드',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비주얼'은 캐릭터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이쁘고 귀여우면 일단 한 번은 시선이 간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이쁘고 잘생긴 사람은 한 번쯤 보게 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눈길을 주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현실성'은 딱히 좋은 캐릭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의 손길이 간 이상, 현실적인 캐릭터는 있을 수가 없다. 다만, '개연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살벌한 전장에 나서는데 기본적인 보호장구도 없이 헐벗은 캐릭터라던가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캐릭터가 볼륨감이 너무 심하다거나 하는 건 개연성이 무너지는 부분이다.

    '월드'. 즉 세계관은 캐릭터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 가령, 마법을 쓸 수 있는 캐릭터라면 너도 나도 마법사인 세계관 속에서는 눈에 띌 수 없다. 반면, 현대에서 마법을 쓰는 주인공이라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세계관 또한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일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사실성'은 띄고 있어야 한다. 결국 가상의 세계는 거대한 거짓에 불과하고 이를 소비하는 유저들은 거짓임을 알고도 적당히 속아주는 것이다. 류금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을 만드는 건 결국 뻥을 치는 겁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보다 성의있게 뻥을 치는 거죠"

    마지막은 '스토리'다. 스토리가 없는 캐릭터는 마네킹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 캐릭터를 인간적인 대상으로 만들고, 성격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스토리가 하는 일이다. 천족과 마족이 싸우던, 제국력 1073년에 일이 벌어지건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틈바구니 속에서 캐릭터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떻게 행동했는가이다. 앞서 말했듯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여기서 마네킹과 다를 바 없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고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스토리의 역할이다.



    ▲ 캐릭터는 스토리를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



    ■ 주제5 - 생존하는 게임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캐릭터만 잘 만들었다고 게임이 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캐릭터도, 구상을 넘어서 구현의 단계에 이르러야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강연의 막바지에서 류금태 대표는 게임 자체가 아닌 '게임을 만들 기반이 되는 외적 요인'과 디렉터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성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금 만드는 게임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게임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또 되묻는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다수의 대중의 입맛을 만족시킬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디렉터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이 본인이 원하는 게임과 합일되지 않는다면, 개발 과정은 끝없는 의심의 과정이 된다.

    나아가, 스스로 게임에 대한 가치판단이 가능해야 한다. 가치판단이란 '어떤 요소가 좋은지, 나쁜지를 가늠할 수 있는 판단력'을 뜻한다. 류금태 대표는 여기서 본인의 예를 들었는데, 그는 FPS 게임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런 만큼 FPS 게임에 대한 조예도 떨어지고, 나아가 FPS 게임에서 어떤 요소가 좋고, 좋지 않은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 디렉터라면 애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만드는 게임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내릴 수 있어야 한다.



    ▲ 디렉터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자리다.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동료'에 대해 말했다. "인맥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알아가고, 공을 들여야 좋은 인맥이 만들어져요" 그는 그간 만들어온 게임들이 자신이 신뢰하고, 자신을 신뢰하는 동료들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적지 않은 시간 인생을 걸고 따라와준 덕분에 오늘날 그 게임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좋은 인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강연의 끄트머리에서 그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주변 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하세요. 다 나중에 소중한 사람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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