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표절, 도용, 선정성 광고, '난장판'이 된 이 게임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41개 |



"동화보다 더 동화같은 세상을 만나다"

5월 8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케페우스M'의 페이스북 광고 캐치프레이즈다. 케페우스M은 최근 몇 개월 간 공격적 마케팅을 지속하며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TV 광고에서는 수년째 '대세'를 이어오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 세 명이 동시에 출연했다. 연예인 마케팅이 뜸해진 최근 시장 동향을 생각하면, 거의 유일한 연예인 마케팅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SNS, 유튜브, 보도자료 등을 통해 케페우스M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광고를 만들어 배포했다. TV와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한 고예산 메인스트림 광고와 SNS, UC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저예산 광고까지. 케페우스M의 투트랙 광고 전략은 확실히 강력했다. 문제는, 광고를 만들고 뿌리는 과정에 아무런 기준과 선도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초, 케페우스M은 사이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그랑블루 판타지'의 이미지를 도용해 논란이 되었다. 비슷한 구도로 새로 그려낸 것도 아니었다. 원본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리터치해 약간의 소품만 더해 광고 이미지로 써먹었다.

SNS를 통해 뿌린 광고 이미지도 마찬가지, 엘소드, 프린세스 커넥트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의 캐릭터 삽화나 배경 일러스트가 조금씩 바뀐 채 그대로 케페우스M의 광고가 되었다. 비단 이미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공식 카페와 커뮤니티를 돌아다녀 보면 광고 BGM 또한 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게이머의 입장에서 공감은 어렵지만, 이해는 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산 게임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오고, 이 파도에 휘말려 기업윤리를 살짝 내려놓은 국내 기업들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지금, 이미지나 음원의 도용은 매우 흔한 사례다. 결코 옳은 일은 아니지만,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도용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최근, 케페우스M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광고 이미지를 게시했다. 네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일단 옷은 전부 탈의한 상태. 수건 한 장으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린 캐릭터들의 위에는 이런 캐치프레이즈가 쓰여 있다. "여자들 많이 모이는 MMO 모바일 게임" 최초의 동화보다 더 동화같은 게임은 어디로 간 걸까?




SNS나 구글 인앱, 유튜브 등에서 선정적인 광고가 등장한 것 또한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작년 이맘때 여러 게이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왕이되는자'나 올해 초까지 '막장광고'로 유명했던 '왕비의 맛'과 같은 게임들은 말도 안 되는 자극적인 광고를 대량으로 뿌려 악명을 얻었다. 현행법상 이를 막을 규정도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시정권고를 내려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따르지 않으면 그만.

그나마 이런 '막장 광고'를 내세운 게임들은 애초에 노골적이었다. 게임 자체가 대놓고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내보냈기에 게이머들도 대충이나마 어떤 게임일지를 짐작했다. '케페우스M'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힐링게임',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MMORPG'로 이미지메이킹을 모두 해 둔 상황에서 광고 윤리 최후의 선인 선정적 광고까지 내보낸 것이다.

마침, 지난 5월 7일 진행된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 발표 현장에서 선정적 광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사회통념상 부적절한 게임광고를 제한할 수 있는 법령 근거가 마련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 없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주도로 부적정 게임광고를 제한할 수 있게끔 바뀐다는 것 주요 골자다.




선정적 광고의 무분별한 노출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단지 그걸 신경쓰지 않는 광고주가 관련법이 개정되기 전 써먹은 것이다. 케페우스M도 조금 빨랐고, 마찬가지로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이나 인식은 재고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헐벗은 여성 캐릭터들을 조금은 더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핑계를 댈지도 모르겠다. 광고 외주를 주었는데 외주업체가 그렇게 일을 처리했다고 둘러댈 수도 있고, 몇몇 직원의 실수였다고 변명할수도 있다. 혹은, 다른 수많은 중국계 게임사들처럼 그냥 침묵으로 일관할 수도 있다. 크게 상관은 없다. 어떤 핑계를 대든, 광고 전략에서 그들이 저지른 실책만으로 이미 게임 이미지는 난장판이 되었으니까. 게임은 광고와 달리 괜찮다고 변명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그건 허위광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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