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근본의 '총싸움'으로 돌아온 '블랙 옵스 콜드 워' 멀티플레이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5개 |



많은 이들이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생각하면 좋은 연출과 완성도 높은 캠페인을 보여주는 선형 방식의 레일 슈터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캠페인보다 멀티플레이에 훨씬 더 많은 게이머가 몰려 있는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유저가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북미지역에서는 매 시리즈마다 수십만의 게이머들이 몰리니 말이다.

시작은 4번째 넘버링 타이틀이자, 지금의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존재하게 한 '모던 워페어'부터였다. 이전 시리즈에도 멀티플레이는 있었으나 고전 FPS의 멀티플레이 공식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모던 워페어부터 퍽(Perk)과 킬스트릭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지금에 이르는 '콜오브듀티'만의 멀티플레이 감각이 완성되었다.



▲ '콜옵류' 멀티의 시작점. 모던워페어(2007)

'밀리터리에 기반을 둔 패스트 페이스 FPS'. 오늘날의 콜오브듀티 멀티플레이를 정의하는 문장일 것이다. TTK(Time to kill: 적중 시 처치까지 걸리는 시간)가 짧고, 건플레이에 초점을 둔다는 점은 기존의 밀리터리 FPS의 법칙을 따르지만, 다소 정적인 타 게임과 달리 엄청나게 빠른 페이스로 게임이 진행된다. 기존의 콜오브듀티 시리즈들의 경우 조금씩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가끔은 이능력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앞서 말한 문장을 따라갔다.

'블랙 옵스 콜드 워'가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국내외 게임 미디어 및 스트리머들과 함께 콜드 워의 멀티플레이를 시연하는 자리를 가졌다. COVID-19로 인해 대면 시연이 아닌, 각자 개인의 컴퓨터를 통해 미리 세팅된 별도의 계정으로 게임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 시간동안 겪은 바를 글로 풀어볼까 한다. 세 시간동안 진행된 시연이기에 게임의 모든 것을 훑기는 힘들었지만, 적어도 이번 작품의 멀티플레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 '컴바인드 암스' 모드 '아르마다' 맵 시연 영상. 녹화 사정 상 몇몇 스트리머분(빅헤드, 딩셉션, 00231)들의 음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레이 환경(32:9)이 특수하기에 게시 해상도는 정상입니다.


더.. 더 강화된 '건플레이'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를 플레이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게임을 켜고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로드아웃'이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로드아웃이 굉장히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모던 워페어'에서 퍽 시스템이 등장한 이후 로드아웃의 개념이 단순히 총기를 정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과거 '픽10'이라 해서 퍽과 가젯(소모품 장비류), 총기 부착물을 최대 10개 한도 내에서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던 적도 있고, 최근작인 '모던 워페어'의 경우 총기 부착물을 최대 5개까지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변경되면서 건플레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콜드 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모양새에 가깝다.



▲ 깔끔한 형태의 로드아웃

콜드 워는 '픽10' 시절의 난잡함에 비하면 퍽 건조한 형태의 로드아웃 시스템을 채용했다. 하나의 주무기와 보조무기, 전술용과 공격용, 야전용으로 나뉘는 세 종류의 소모품, 그리고 세 종류의 퍽과 하나의 와일드카드가 모든 로드아웃에 공평하게 배분된다. 여기서 변수를 만드는 건, 블랙옵스2부터 추가된 '와일드카드'다.

와일드카드로 무엇을 고르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성향이 결정된다. 각각 영역이 구분된 퍽을 영역 구분 없이 섞어 쓰거나, 최대 6개까지 가져갈 수 있는 건 물론, '건파이터' 와일드카드를 선택 시 총기 부착물을 무려 8종까지 달 수 있다. 시연 버전에서는 부착물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었기에 전작인 '모던 워페어'처럼 총몸 빼고 모든 것을 바꾸는 수준의 마개조가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지만, 예상으로는 아마 가능할 것이다.

덕분에, 자신만의 총기를 디자인하고 그 총기에 의존하는 건플레이는 한층 더 강화되었다. 실제 시연에서도 다수의 게이머가 다른 와일드카드가 아닌 '건파이터'를 선호했는데, FPS의 시작이자 끝, 근본인 총기의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총을 집어넣고 냅다 뛰는 전력질주는 삭제되었다. 이번 작품은 달리기가 끝이다.



▲ 총기 개조의 폭은 매우 넓다.

총기 밸런스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끼고자 한다. 시연 시간이 길지 않아 모든 총기를 활용해보긴 무리였고, 모든 부착물이 개방된 상황도 아니었기에 특정 무기군의 강약을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각 총기의 손맛과 총성은 전통의 콜오브듀티답게 최상급.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킬스트릭' 시스템은 기존의 시리즈와 거의 흡사하며, 퍽 또한 특별히 변화가 가해지지는 않았다. 소모품의 수를 늘린다거나, 폭발 데미지를 감소한다거나, 전통의 냉혈과 유령, 닌자까지 그대로 존재했다. 다만, 퍽의 유용성 자체는 과거에 비해 다소 감소된 느낌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배경 그래픽 수준이 높은데다 냉전 시기에 걸맞게 캐릭터가 온갖 위장 패턴을 두르고 나오기 때문에 색적 자체가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 이 화면 어딘가 적이 있다. 찍고 바로 죽었다.

색적이 어렵다 보니 전투 양상은 누가 빠르게 적을 발견해 먼저 사격하는가의 양상이 되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냉혈이나 닌자 등 색적을 낮추는 퍽의 유용성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전술적 움직임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건플레이가 강화된 만큼 조준 속도와 TTK가 빠른 총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퍽의 유용함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콘솔 유저와 키보드&마우스 유저 간의 밸런스를 어떻게 잡을지는 앞으로 두고보아야 할 부분이다. 콜드 워는 전작 모던 워페어와 마찬가지로 기종 간 크로스 플레이를 기본 지원하는데, 패드의 조준 어시스트가 뛰어난 편이기에 콘솔 사용자가 밀리긴 커녕 엄청나게 강하다. 전작의 워존 같은 경우 컴퓨터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대다수를 차지했기에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PS4 유저가 더 많았던 이번 시연에서는 킬캠을 보고 핵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 게임 시작 전 연출은 매우 좋은 편이다.


장비와 백병전의 이상적인 균형 '컴바인드 암스'

'모드'로 넘어가면, 전통의 6:6 모드와 12:12 규모의 전장이 준비되어 있다. 6:6의 경우 고전적 팀 데스매치부터 하드 포인트, 사살 확인 모드가 기본으로 포함되고, 'VIP 에스코트' 모드가 추가되었다. 팀원 중 한 명이 권총만 사용 가능한 VIP가 되고, 이 VIP가 헬기 탈출에 성공하면 승리하는 라운드제 게임인데, 시연시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TTK가 워낙 짧은 게임이다 보니 게임이 전체적으로 소극적으로 진행되었고, 이 때문에 페이스가 루즈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전작의 지상전에서 크기를 대폭 줄였지만, 지상전의 감성은 보유한 '컴바인드 암스' 모드의 경우 매우 호평받았다. 12:12로 진행되는 게임은 '배틀필드'의 컨퀘스트 모드나 전작의 지상전처럼 다수의 점령지가 존재하는 전격전인데, 전격전 치고는 인원 수가 적은 편이지만 리스폰 타임이 따로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인원이 충원되기 때문에 전장이 빈다는 느낌은 없었다.




▲ 결국 게임의 기본은 백병전

무장 보트나 전차의 경우 당연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대응 불가능한 정도의 강함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총구의 부착물에 차량 상대 피해량을 늘려주는 업그레이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탄량과 차량 피해량을 높인 경기관총이면 상대 차량을 말 그대로 갈아버릴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비의 수가 많지 않은 편이고 결국 전장의 주요 패권은 보병 간 백병전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총기를 들었다면 백병전에서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결국 장비전과 백병전 간 밸런스가 오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400점이라는 넉넉한 승리 포인트, 그리고 쉴 틈 없이 벌어지는 전투와 감초처럼 등장하는 차량, 입체적인 맵 구조 덕분에 게임 내내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모드.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은 최대 15분 정도로 길지 않으며,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달리 사망 시 킬스트릭 포인트가 소멸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백병전을 다소 힘들어하는 게이머들도 여유롭게 킬스트릭을 사용해볼 수 있다.




▲ 강하지만 무적은 아닌 전차

다만, 전작의 지상전이 치트 플레이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는 점은 한 번쯤 짚어볼만한 포인트다. 콜드 워는 모든 기종의 게이머가 함께 플레이하기 때문에 핵을 피해 콘솔로 도망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전작의 지상전은 총 64인의 게이머가 개활지에서 돌아다니는 특성 상 치트 플레이어들이 엄청나게 활개쳤다. 사실상 멀티플레이 FPS게임에서 핵을 피하긴 어려운 현실상 컴바인드 암스 모드가 또다른 치터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무리하자면, '콜드 워'의 멀티플레이는 기존의 콜오브듀티 멀티플레이의 DNA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플레이를 한층 더 강화한 게임이라 평할 수 있다. 적 식별이 한층 어려워지고, 상대를 일소할 수 있는 특수능력이나 스킬 등이 배제되면서 '로지컬'보다 '피지컬'이 한층 더 중요해진 '실력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 질주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게임 페이스는 무척 빠르고, 의문사는 잦으며, FPS의 기본인 '누가 총을 더 잘 쏘는가'가 게임의 중심으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대할 건 '워존'이다. 모던 워페어의 기본 멀티플레이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플레이하지만, 워존 출시 이후 상대적 찬밥이 되었다. 콜드 워 또한 워존 모드가 높은 인기를 보일 것은 자명한 사실. 작품 특유의 강화된 건플레이가 워존의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지 상상해보는 것도 이번 작품을 기다리는 퍽 즐거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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