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탈 컴뱃11 Review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1개 |



팥 없는 찐빵. 이거 사실 좋은 말 아닙니다. 생각만 해도 그렇잖아요. 쫀득쫀득 씹히는 빵에 달짝지근한 팥 맛이 사르르 퍼져야 하는데 그냥 물 없이 먹기 힘든 퍽퍽한 빵밖에 안 남는 거니까요. 흔히 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게 어떤 게임인지 물었을 때 하는 말이 그렇습니다. 과도한 잔혹함에 기댄 게임. 피 튀기고 써는 것 빼면 별 거 없는 격투 게임. 바로 '모탈 컴뱃'입니다.

물론 페이탈리티를 먼저 떠올릴 만큼 잔혹함을 정면에 내세운 게임 맞습니다. 하지만 잔혹함이라는 팥이 없어도 빵 자체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로 맛있다면, 팥 없는 찐빵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시리즈 최신작 '모탈 컴뱃11'은 격투 게임의 기본기를, 언제나처럼 잘 갖추고 있습니다.


대전 격투의 스토리는 이렇게 만드는 것
이번에도 영화 같은 네더렐름 식 스토리

네더렐름의 자랑이 된 스토리 모드는 이번에도 건재합니다. 그간 격투 게임이 선택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따라 몇 번의 대전 후 엔딩을 보는 식이었죠. '모탈 컴뱃 vs. DC 유니버스'를 시작으로 네더렐름은 캐릭터 개개인이 아닌 큰 줄기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큰 이야기를 구분 짓는 챕터별로 주역이 되는 캐릭터를 조작해 4~5회 전투를 진행하는 식이죠. 그렇게 10개 이상의 챕터가 전체 스토리를 만들고요.

몇몇 격투 게임이 이미 중심이 되는 스토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네더렐름은 여기에 연출을 더했죠. 스토리 모드를 시작하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대화나 액션을 통해 챕터가 진행되죠. 그러다 격투 시퀀스가 되면 자연스럽게 장면이 이어지며 대전이 시작됩니다. 물론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인게임과 스토리 연출의 그래픽 차이가 커 이질감이 들기도 하지만, PC, 거치형 콘솔의 경우 꽤 자연스럽습니다.



▲ 트레일러의 한 장면 한 장면이 곧 스토리 화면이다

형식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모탈 컴뱃11'의 스토리는 호불호가 조금은 갈리는 내용입니다. 신과 같은 힘을 보여주는 시간 수호자 '크로니카'은 여러 시간대에 존재하는 영웅과 악당들이 한 세계에 모아 플레이어 앞에 등장합니다. 일부는 되살아나고 몇몇은 다른 모습의 자신들과 맞닥뜨리죠. 특히 자신의 과거, 미래와 만난 인물들의 감정 연출은 기존 스토리 팬들에게는 일종의 총집편 같은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이야기 자체의 세련됨은 좀 떨어집니다. 언제나 그렇듯 선과 악의 싸움과 함께 권선징악 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또 선한 캐릭터들이 주로 주역을 맡다 보니 상대 진영은 마땅한 묘사 없이 패배하는 적 A 정도로 소모되는 느낌도 지우기 어렵죠. 그래도 한편의 북미식 코믹스, 혹은 히어로 영화를 본 느낌 정도로 즐기면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격투 게임에서 스토리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모탈 컴뱃이기에 가능하기도 하지만요.

거대한 스토리 외에도 기존 격투 게임과 같은 캐릭터별 스토리도 존재하는데요. 캐릭터 각각이 크로니카의 힘을 얻어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후속작과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주연들의 특색이 잘 드러난 엔딩들이니 이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죠.



▲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적 크로니카


적에게는 거칠지만 내 유저에게는 친절하지
프레임 개념까지 알려주는 친절빌런 모탈컴뱃

시리즈를 처음 접하거나, 새로 추가된 시스템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르는 게 바로 튜토리얼입니다. 그런데 이 튜토리얼의 친절함이 흔히 생각하는 모탈 컴뱃의 이미지와는 아주 다릅니다. 거친 게임과 달리 그 어떤 게임보다도 세세하고, 친절한 튜토리얼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기본적인 움직임이나 버튼 조작을 시작으로 콤보 시스템의 이해와 특수기 등을 튜토리얼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기존 격투 게임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이제 기본적으로 느껴질 정도이지만, '모탈 컴뱃11'은 한발 더 나아갔죠. 화면 상단에 버튼 안내는 물론 내가 누른 버튼을 아래 이미지로 띄워진 패드 모양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셀렉트 버튼으로 컴퓨터 시범까지 즉시 볼 수도 있죠.

구성도 다양한데요. 연계기 말고도 타이밍에 맞춰 공격을 방어하면 혜택을 얻는 플로리스 블록, 배경 사물을 이용하거나 거리 등을 맞추면 나가는 크러싱 블로우 등의 설명도 예를 보여주며 세세하게 이루어집니다.

특히 격투 게임을 접한 적 없는 유저가 어려워할 프레임 튜토리얼까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당 60프레임으로 이루어진 게임이 공격, 방어, 반격, 이동에 몇 프레임을 소모하고 어떤 상황에서 유리한 지 색으로 구분해 알려주죠. 프레임을 잘 모르는 어려운 격투 초심자에게는 개념을 다잡을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 프레임까지 설명해주는 격투 게임이 있다?



▲ 무브 설명표에도 프레임 정보가 세세하게 표시되어있다


매끄러운데도 모탈컴뱃 맛이 나요
특징은 살리고 진입 장벽은 낮추다

'모탈 컴뱃11'은 격투 게임의 근간이 되는 대전 자체에 변화를 가했습니다. 게임의 핵심은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말이죠.

모탈 컴뱃은 기존 횡이동 격투 게임에 친숙한 유저들마저 난감해하는 이질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흔히 파동권 커맨드로 불리는 ↓↘→의 움직임은 ↓→ 식으로 입력해야 하죠. 여기에 선 입력 콤보에 움직임도 무겁고 연계기 또한 자연스럽다기보다는 각각의 공격을 나열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 덕에 시리즈 특유의 묵직함은 더해졌지만요.

'모탈 컴뱃11'은 그간 시리즈가 보여줬던 절제된 듯한 모션을 덜어냈습니다. 커맨드 입력의 부드러움은 물론 움직임 후 딜레이까지 자연스럽게 구현됐습니다. 네더렐름의 전작인 '인저스티스2'의 움직임과 비슷한데요. 다만 배트맨, 슈퍼맨 등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작품의 경쾌한 액션은 자제했습니다. 대시 거리는 줄이고 피격도 더 둔탁하게 표현됐죠.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타 격투 팬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시리즈의 상징적인 감성은 살렸습니다.



▲ 전작들과 비교해 한결 자연스러운 모션, 모탈 컴뱃보다는 '인저스티스2'에 가까운 모습이다

시스템의 변화도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모탈 컴뱃X'는 공격 후 대시와 가드 버튼을 함께 눌러 딜레이를 없앤 후 콤보를 이어가는 속칭 런캔슬 숙련이 필수였죠. 이번 작품은 딜레이 캔슬 기술은 줄이고 공격, 방어 타이밍이 주는 이점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체력이 적을 때 발동되는 페이탈 블로우는 전작의 엑스레이 공격을 대체하고 있는데요. 대전 중 한 번, 강력한 피해를 주는 만큼 일발 역전의 여지도 남겨뒀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시리즈지만, 여러모로 초심자를 위한 배려를 추가했다는 느낌입니다.



▲ 시각화가 잘 되어있는 온라인 매칭 시스템들

모탈 컴뱃의 온라인 대전이 시스템에 비해 원활하게 굴러간다는 느낌은 적습니다. 모탈 컴뱃을 처음 접한 유저라면 지금까지 쾌적하게 즐겼던 기존 온라인 격투와 다른 불편함을 새삼 느끼긴 할 겁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유저가 온라인 대전에 호평을 아끼지 않는데 이는 네더렐름 온라인 대전 특유의 불편함이 그나마 나아진 데에 따른 착시효과쯤이 아닐까 합니다. 확실히 전작 이상의 다양한 시스템들로 매칭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고 또 하고, 그런데 어렵기까지?
지옥 같은 반복 요소

한 번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캐릭터 간의 싸움 외에 즐길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격투 게임의 특징을 보완하기 위해 모탈 컴뱃은 수집 요소와 수급처가 되는 게임 모드를 다수 도입했습니다. 그 덕에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요소도 훨씬 다양해졌죠.

커스터마이징은 색상이나 복장 등을 구분하는 스킨, 3종류의 기어, 전투 시작과 승리 모션, 페이탈리티와 브루탈리티, 도발 그리고 특수 스킬 바리에이션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탈 컴뱃의 최고 인기 캐릭터 중 스콜피온을 보면 닌자 마스크와 허리춤에 걸친 두 자루의 카나타, 그리고 스피어 같은 기어를 교체할 수 있죠.



▲ 꾸미기 요소는 착실하게 구성되어 있다

게임 모드도 다양해졌습니다. 스토리와 아케이드 외에 캐릭터별로 고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타워 오브 타임, 맵 곳곳에 뿌려진 상자를 한편의 어드벤처 게임처럼 만들어 낸 크립트 모드가 처음 생겼죠. 크립트 모드는 그간 단편적인 모습만 그려졌던 생쑹의 섬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팬들에게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상자를 열기 전엔 말이죠.

크립트 모드 곳곳에 펼쳐진 상자들은 게임 재화인 코인과 심장은 게임 중 아주 소량만 얻을 수 있죠. 또 특수 상자를 제외하면 획득 상품도 랜덤입니다. 출시 초창기 해외에서는 모든 수집품을 모으기 위해 120,000,000,000 코인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었는데요. 몇시간 플레이해서 수만 코인을 얻는다는 걸 생각하면 가히 몇 대를 물려주며 게임을 해도 모자랄 판국이죠.

보상이 확실한 타워 오브 타임은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AI와 대전을 펼치는 만큼 대전 자체의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여러 기믹이 하나의 벽을 만들죠. '모탈 컴뱃 X'의 테스트 유어 럭이나 '인저스티스2'의 멀티 버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타워를 오르며 줄곧 등장하는 적들을 물리치지만, 점프 불가나 가드 불가, 지속해서 대미지를 받거나 스턴이 걸리기도 하죠. 이런 방해 요소를 잘 견뎌냈다 하더라고 적들의 웃지 못할 높은 체력이라는 벽에 다시 한번 막힙니다.



▲ 플레이어한테만 불리한 특수 기믹으로 가득 찬 타워 오브 타임

결국 원하는 보상을 얻기 위해 눈을 돌리는 게 프리미엄 상점입니다. 다만 여기도 구매 자체가 쉽지는 않은데요. 스킨, 기어는 물론 다양한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 요소 중 랜덤하게 5종만 진열대에 오르죠. 상품이 교체되는 시간은 십수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내가 원하는 캐릭터의, 원하는 품목이 판매된다는 보장도 없죠. 만약 원하는 품목이 상품대에 올라도 300, 혹은 500 크리스털 오브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인앱 결제로 얻는 재와의 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5,000원에서 10,000원 정도입니다.

게임의 플레이가 얻기 힘든 보상과 보상을 얻기 위한 재화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 서버 접속을 시시각각 요구합니다. 이는 불법적인 재화 획득 등을 판별하기 위해 꼭 필요하죠. 하지만 '모탈 컴뱃11'의 경우 이 시간이 길고 과도하게 잦아 게임 로딩을 한 차례 더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또 기기 슬립 모드나 인터넷 상황이 잠시라도 좋지 않으면 어김없이 서버 연결이 끊어집니다. 이게 바로 재접속되기도 하지만 끝내 접속이 되지 않아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야 할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 이렇게 스킨을 확정으로 살 수 있기는 한데...

네더렐름은 게임의 훌륭한 만듦새가 아까웠는지 플레이 타임을 반복 요소로 늘린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공부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들으면 더 하기 싫은 것처럼 억지로 플레이하도록 만든 시스템 탓에 대전게임이 주는 승리의 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기기는 어려운데 이겨봐야 더 어려운 전투와 쪼잔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결국 개발진은 업데이트로 타워 오브 타임의 적 체력을 다듬고 게임 보상도 늘렸습니다. 최근 추가된 캐릭터 튜토리얼을 끝내면 보상 스킨을 제공하죠. 네더렐름이 패치를 통해 게임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바꾸겠다고 공언한 만큼 게임 전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개선의 여지가 조금은 남아있는 듯합니다.


역시 답은 인저스티스?
진화한 잔혹함, 정식 발매는 여전히 불가능

과도한 반복 요소로 유저들의 평가가 한없이 나빠졌지만, '모탈 컴뱃11'은 시리즈 감성을 유지한 채 현대적인 진화를 거듭한 북미의 대표 격투 게임입니다. 그 근간은 격투 게임의 기본기, 하나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스토리, 그리고 오늘 이야기에서 잠시 뒤로 미뤄둔 특유의 잔혹함에 있습니다. 앞서 팥으로 설명했지만 캡사이신으로 범벅이 된 매운 닭라면 소스 이상의 매콤함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죠.

페이탈리티로 대표되는 모탈 컴뱃의 잔혹성은 게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이미 승패가 끝난 상황에서 적을 끝장내는 일종의 퍼포먼스지만, 상대의 장기를 대신 자랑해주고 관절 마디가 건강한지 직접 뽑아내 확인하는 등 여느 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이죠.



▲ 이걸 그냥 올렸다간 리뷰가 페이탈리티 당한다

이 페이탈리티의 강한 인상에 일부 가려져 있는 느낌이지만, 잔혹한 연출은 게임 곳곳에서 존재를 뽐내고 있습니다. 배경에 존재하는 아이템을 이용하거나 타이밍에 맞춰 기술을 사용하면 뼈가 으스러지고 피가 터지는 크러싱 블로우가 발동되는데요. 엑스레이처럼 몸 안이 그대로 투시되어 그 모습이 과도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펀치 하나, 킥 하나에 피를 뿜고 관절이 돌아가는 피격 모션도 여타 게임 이상으로 잔혹하죠.

탄탄한 기본기가 게임을 오래 즐기는 유저들이 모탈 컴뱃을 놓칠 수 없는 이유라면 이 잔혹함은 라이트 유저에게 어필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게임은 잘 모르지만 어떤 잔인한 장면이 나올까 하는 기대로 게임 영상을 찾아보고, 구매하는 식으로요. 개발사 입장에서도 잔혹한 표현을 덜어내진 않을 겁니다. 시리즈 제작자로 유명한 에드 분 역시 매 작품 역대급 잔혹함을 세일즈 포인트로 꺼내 들고 있죠.



▲ 피 튀기는 격투는 모탈 컴뱃에서는 일상

그런 탓에 국내 정식 출시는 이미 날아가 버렸고 같이 플레이할 친구도, 원활한 지연 속도의 국내 대전상대로 찾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 어떤 게임과 견주어도 빼어난 대전 격투로의 재미를 가지고 있음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구매하라고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슈퍼맨과 배트맨 등 DC 유니버스의 슈퍼 히어로가 전면에 나서는 모탈 컴뱃의 순한 맛 버전, 인저스티스의 신작이 더욱 기대됩니다. 한껏 진화한 게임 시스템에 잔혹함을 덜어내며 국내 출시가 가능하고 비판받은 반복 요소가 개선될 여지가 있으니 말이죠.

아, 그리고 혹시 구매를 생각한다면 DLC 캐릭터 프로스트는 사지 않아도 됩니다. 스토리 초반인 챕터 4를 깨면 자동으로 해금되어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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