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미국 법조인이 본 루트박스 이슈, "규제될 이유가 없다"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14개 |


▲ 데비보이스 앤 플림턴의 윌 부커(Will Bucher)

루트박스(Lootbox), 확률형 아이템은 지난해 각국의 게임 업계를 달궜던 사안이었다. 2018년 연초부터 이와 관련한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고, 몇몇 국가에서는 실질적인 규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를 감행한 게임까지 있었으니, 나라별로 다른 규제를 어떻게 적용하고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는 개발사가 생길 법도 했다.

미국의 로펌, 데비보이스 앤 플림턴(Debevoise & Plimpton)에서 재직 중인 윌 부커(Will Bucher)는 이번 GDC2019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그간 비디오 게임 협회의 소송대리인으로서 활약하며, 상담을 진행한 바 있는 강연자는 '루트박스의 법적 함정과 구멍'이라는 일견 도발적인 제목을 내세웠다.

강연에서는 루트박스를 규제하고 있는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고,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우회할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윌 부커는 먼저, 루트박스의 정의를 알아본다. 그는 루트박스의 정의를 광범위하게 판단하면 '제품의 무언가가 무작위 기회를 가지고 제공되는 상품'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을 소비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무작위한 가치를 갖는 무언가를 보유한 상품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로는 게이머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루트박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이 포함된다. 유료 상품은 물론이고 게임 내 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무작위 장난감이 들어가 있는 킨더 초콜랫, 어떤 비율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M&M 초콜렛, 매직더게더링의 부스터. 심지어 자동차 구매 시 받는 한정 워런티까지 루트박스의 영역이 된다.




이렇듯 해석에 따라 루트박스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기에, 루트박스에 대한 규제는 규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루트박스 자체가 게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면 루트박스로 인한 자녀의 과소비 문제 등이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각 국가의 규제 사례는 어떨까. 윌 부커는 나라별로 발생하는 개발사의 어려움과 대응 방법을 가상의 개발사 '섀이디 콥'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섀이디 콥은 자신이 개발한 체스 게임에 루트박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체스말 스킨 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정했다. 이를 미국과 유럽, 중국에 출시하고자 할 때 겪을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책을 정리했다.


■ 미국

미국은 루트박스와 관련된 법적인 규제를 받지 않는 시장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이 스토어 내부에서의 규제안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법적인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경우, 루트박스를 아이템의 등급에 따른 확률 공개를 요구한다. ESRB의 경우에는 인게임 구매 요소가 있는 게임에는 별도의 마크를 붙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게임을 줄 경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법적인 규제가 아니기에 섀이디 콥은 미국에서 자신의 게임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ESRB는 법적인 규제책이 아닌데다, 인터넷으로 게임을 판매할 때에는 등급을 받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iOS에 게임을 내고자 한다면, 애플의 정책을 따를 필요는 있다.

여기서 강연자는 실제로 애플 앱스토어로 게임을 내려는 개발사들의 상담을 진행한 바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애플의 정책과 관련한 이슈가 나오기는 했으나, 아직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애플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때에는 애플과의 소통을 통해 정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알렸다.





■ 유럽

지난해 PEGI를 비롯해 많은 루트박스에 대한 규제가 이어졌던 유럽은 미국과는 달리 법적인 규제에 들어갔다. 특히, 벨기에와 네덜란드 두 나라에서 게임을 출시하고자 한다면, 게임의 콘텐츠를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벨기에의 경우, 현금을 이용해 구매하는 루트박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현금을 통해 구매하는 상품과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 섀이디 콥은 게임 내에서 루트박스를 제거해야 한다. 게임 내의 콘텐츠를 변경할 수 없다면 접속자의 IP에 따라서 다른 상품을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들면,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접속하는 유저들에게는 확정 패키지 상품을, 다른 나라 유저들에게는 루트박스 상품을 노출하는 방법이다. 아니면 해당 국가의 유저들은 구매 자체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도 해결책이 된다. 사실상 루트박스가 게임 내에 존재하면 출시가 어려우므로, 전반적인 BM을 재설계해야 하는 국가인 셈이다.


■ 중국

중국은 유럽과는 달리, 국가가 아닌 기관에 따라서 루트박스와 관련한 규제책이 존재하고 있다. 문화 관광부 (MOCT, 中华人民共和国文化和旅游部)는 콘텐츠의 영역을, 신문출판총서(GAPP, 中华人民共和国新闻出版总署)가 라이센싱의 허가 측면에서 규제로 작동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규제는 크게 현금화와 메커니즘을 중점으로 규제를 진행한다. 무작위로 등장하는 이벤트가 게임 내에 존재한다면, 규제의 영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루트박스를 판매할 때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유료 아이템의 개별 확률을 공개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즉, 게임 내에 A, B, C 상품이 존재할 때, 각 아이템이 등장하는 확률을 반드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섀이디 콥이 중국에 게임을 출시할 때에는 루트박스로 판매하는 상품의 등급별 확률뿐만 아니라, 개별 항목의 구체적인 숫자까지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등장하는 스킨의 확률을 조정한다면? 표기된 숫자와 실제 숫자가 다르다는 점이 파악되었을 때에는 법적 조치를 맞이할 수도 있다.





■ 루트박스는 규제될 것인가?

각국의 사례를 살펴본 윌 부커는 마지막 가정을 청중에게 던졌다. 작년부터 시작하여 루트박스가 규제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법적으로 루트박스가 더 규제될 것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강연자는 로펌의 시각에서 판단했을 때, 루트박스 문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중국을 제외하고는 '강화되는 추세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규제 주체에 따라서 루트박스의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산업 전반으로 보면 직접적인 문제가 되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페이 투 윈 메커니즘과 같은 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규제의 기준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없기에 자칫하다가는 모든 것을 규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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