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9] 드래곤 하운드의 '진짜 사냥',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22개 |


▲ 넥슨 이현기 디렉터

  • 주제: '드래곤하운드' 새로움과의 새로운 싸움
  • 강연자 : 이현기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게임기획, 프로그래밍
  • 권장 대상 : 게임 기획자, 프로그래머, 디렉터
  • 난이도 : 기본적인 사전지식 필요


  • [강연 주제] '드래곤 하운드'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로움'이라는 단어에 딸려오는 여러 어려움과 도전의 경험에서 느낀 것들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게임을 만드는 방법은 세상에 있는 팀의 개수만큼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새로운 게임은 이렇게 만듭니다'보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다 보니 새롭게 고생스럽더군요'라는 이야기로 새로움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넥슨코리아의 이현기 디렉터는 개발 경력만 27년 정도 되는 중견 개발자다. 그간 개발에 참여한 타이틀 또한 주로 콘솔 위주다. 킹덤 언더 파이어 크루세이더스, 킹덤 언더 파이어 히어로즈, KUF 서클 오브 둠, 그리고 나인티나인나이츠까지. 그간 여러 게임의 디렉터를 역임했던 그는 강연을 통해서 '게임은 만들 때마다 막막하고 힘들다'고 설명한다. 개발 과정은 곧 도전이자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넥슨이 지난해 공개했던 '드래곤 하운드'의 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현기 디렉터.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인 이 게임에서 개발진은 어떤 것을 '새롭다'고 정의하고 있을까. 이현기 디렉터는 이번 NDC 2019에서 자신의 개발 과정을 되돌아보고, 새로움에 대한 정의와 기준,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



    ■ 첫 단추 끼우기 -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드래곤 하운드가 어떤 생각에서 출발했는지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이현기 디렉터가 입사하던 시기. 한 장의 아이디어와 그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현기 디렉터는 입사 날 받은 한 장의 이미지. '앵그리 몬헌 버드'에서 드래곤 하운드가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이미지는 말을 탄 기사가 있고 당겨서 놓으면 화살이 발사되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이다. 이를 멋진 연출과 쉬운 조작을 한 게임으로 모바일 기기에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개발한 것이 앵그리 몬헌 버드라는 기초 컨셉만 존재하는 결과물이다.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결과물은 드래곤 하운드의 2D 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포를 쏴서 몬스터를 공격하고, 사슬탄을 발사해 머리를 내린다거나 하는 구조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용이 플레이어를 공격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2D 평면에서는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워 난항을 겪었다. 약 두 달 정도를 개발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추가적인 개발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현기 디렉터는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해 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링토스, 마비노기 듀얼 개발에 참여하여 게임을 출시까지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이현기 디렉터 본인에게는 미련이 남아있었다. '꼭 그걸 만들었어야 했는데'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한 개인적인 이유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했던 이현기 디렉터는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세상에 없는 게임, 새로운 경험을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무언가. 진정한 개발과 두근거림을 만들어 내려는 기대가 있었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은 크게 변한 상태였다. 중국이 엄청난 개발속도와 개발량을 보이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컸던 것은 시장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강연자는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고 살아가면서, '모바일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간 콘솔 게임을 꾸준히 개발해왔기에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보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경쟁을 피해서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체험과 게임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후 무언가를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2018년 스팀에만 게임이 만 개 가까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어떤 게임을 만들지. 스스로는 어떤 부분에 강점을 가졌는지. 게임에 대한 정의가 바뀐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과거 이현기 디렉터가 존경하던 크리에이터들도 자취를 감추며 롤모델이 사라진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인간의 본질. 기억에 남았던 감정과 느낌으로 되돌아갔다. 재미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람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오는 감정과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 배우지 않아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내린 결론이 '진짜 사냥, 날 것의 느낌'을 전하는 것이었다




    날 것의 느낌을 전하는 데 있어, 강연자가 주목한 것은 마상 수렵이었다. 강연자는 생명을 취하는 행위가 남자의 마음 깊은 곳에 있다고 봤다. 물론, 재미로 무언가를 죽이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본 것은 아니다. 일종의 신성함과 같은 느낌이 수렵에 있다고 해석했다. 살아있는 것이 기계적으로 변하는 부분이 사냥이라는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인상을 남긴다고 봤다. 실제로 행동에 반응하던 존재가 죽어가는 과정. 그리고 여기서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냥이라는 개념이 줄 수 있는 독특한 감정. 바로 이 감정이 인간의 마음속 깊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이현기 디렉터는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 프로토타입 가제, '용돌이' - 드래곤 하운드의 초기 개발

    개발 초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앵그리 몬헌 버드'를 살려보려 했으나, 공격이 어렵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전투를 진행하려 해도 용이 자유롭게 움직이지를 못했다.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문제였다. 따라서 개발진은 절차적 애니메이션으로 몬스터의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자 했다.

    절차적 애니메이션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을 의미한다. 계산으로 움직임을 구현하고 게임에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 뼈대를 먼저 구축하고 움직임을 넣는 걸음마 단계부터 시작했다. 척추와 다리는 물론, 동력기관인 날개를 달아보는 시험도 거쳤다. 이를 통해 별도의 애니메이션 생성 없이도 몬스터의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절차적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것은 미래의 개발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4족 이상의 거대 몬스터를 구현하는 데 있어, 다양한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해야 했다. 따라서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만들기는 소화할 수 없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여기다 다리가 없거나 더 달린 몬스터를 추가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절차적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면서 몸 구조만 바꾸면 움직일 수 있도록 구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리가 6개든, 2개든, 머리가 많든 적든 간에 자연스레 움직일 수 있는 애니메이션 구조가 완성됐다. 당시에는 이를 이용하여 모바일 환경에서 일종의 용을 키우는 게임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꿈을 꾸기도 했다.

    몬스터 뿐만 아니라 말과 사람도 절차적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자 했다. 시연에서 보여줬던 드래곤 하운드의 애니메이션 대부분은 전부 계산에 의해서 구현된 것이다. 다만, 이후 개발이 진행되면서는 모든 것을 기계가 만드는 구조는 벗어났다. 팀 작업으로 전환되면서 애니메이터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을 기계가 분석해 사용하는 형태다. 현재 개발팀은 머신 러닝으로 애니메이션을 분석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 새롭고 독특한 세계관 - 처마, 함포, 용, 말, 부적

    프로토타입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방향이 잡힌 뒤에는 '세계관'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컨셉은 명확했다. 80-90년대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사람들(이현기 디렉터의 취향도 이쪽이다)에게 '로망'을 주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1차 세계대전 정도의 과학 기술에 부적, 마상 전투가 한데 섞인 독특한 세계관으로 형태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현기 디렉터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이 한데 엮였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민트 초코에 홍어 삼합을 얹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세계관의 비주얼 또는 키워드는 '처마, 함포, 용, 말, 부적'이 됐다. 독특한 세계관인 만큼, 이를 구현하는데 참고한 이미지도 독특하다. 종로에서 한옥 기와와 전선이 한데 엉켜있는 건물의 이미지를 게임 내에 담아내려 했다. 이와 함께 차이니즈 고딕이라는 점에서 구룡성채를 바탕으로 마을을 디자인했다. 함포, 말 등을 한데 섞은 로망이 넘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 용을 잡아보자 - 공격을 위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들

    세계관에 대한 컨셉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플레이어들의 장비, 무기를 상상하고 구체적인 공격 방법들을 구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진짜 사냥의 느낌. 날 것의 느낌을 전한다는 측면에서 진행됐다. 이를 위해서 용에게 장기를 구현하고 장기를 다치면 행동이 변하는 등 세부적인 요소는 물론, 플레이어가 이용하는 매력적인 장비들을 준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플레이어의 장비는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로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말, 마구, 개인화기, 중화기 등 플레이어가 직접 로망을 느낄 수 있는 요소이기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리고 로망을 게임에 구현하면서 중요한 요소를 '그럴싸한 것'으로 확정 지었다.




    현실적이고 물리적으로 정확한 표현보다는 '그럴싸함'을 드래곤 하운드가 보여주는 로망으로 삼은 셈이다. 따라서 드래곤 하운드의 무기는 동작 절차와 무기의 효과로 표현하고자 했다. 예를 들면, 탄피가 튀어나오는 연출이나 충격으로 생기는 먼지에 집중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탄에서 나오는 먼지가 플레이어의 갑옷에 묻어나는 연출도 이러한 방향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지스타 시연 버전에서는 빠져있지만, 게임 내에는 연기를 이용한 독특한 체계가 들어갈 예정이다. 동작과 이에 따른 효과에 집중하여 약탄의 연기를 지나가야 몸에 붙은 불이 꺼지는 등 그럴싸한 체계를 갖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게임 내에는 그럴듯한 무기들이 다수 등장할 계획이라 알렸다. 마을에서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는 '함포지원'은 물론이고 신기전과 같이 화살에 폭죽이 달린 무기, 빨대가 달려 용의 출혈을 유도하는 무기. 그리고 개틀링건과 같이 다수의 탄환을 발사하는 무기들도 기획되었고 게임 내에 등장할 예정이다.

    플레이어가 착용하는 갑옷, 중완도 그럴듯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됐다. 커다란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장착하는 갑옷이며, 중화기를 들기 위한 외골격의 느낌을 주는 요소다. 중완은 착용하지 않을 때에는 개인화기를, 입으면 중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










    날 것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 몬스터에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몬스터 내부에 장기를 구축하여 살아있는 몬스터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드래곤 하운드의 몬스터는 살아있다고 표현해도 좋으며,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심장이 뛰기도 한다.

    게임 내 모델링에 실제로 눈을 심었으며, 눈이 파괴되었을 때에는 파괴된 눈 방향에 있는 플레이어가 공격을 덜 받도록 설계했다. 플레이어가 발사하는 탄 또한 피부를 뚫고 장기에 도달해 피해를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기에 따라 유리한 무기와 약품 등이 나뉘어, 특수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복잡도를 갖추기도 했다.

    또한, 별도의 장기를 구성했으므로 이에 따른 몬스터의 행동 변화도 보여주도록 신경 썼다. 뇌가 손상될 때는 쓰러져 바동대기도 하고, 폐가 손상된 용은 행동을 멈추고 헉헉대기 시작한다. 이외에도 날개가 파괴되면 날지 못한다거나, 다리 근육 파괴 이후에는 다리를 저는 등 '진짜 사냥의 느낌'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 하지만 개발자들이 싸운 것은 용이 아니었고 - 복잡한 개발 과정

    현실적이고 복잡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는 했지만, 이를 한데 넣고 뭉치니 문제가 발생했다. 이현기 디렉터는 이 과정을 되돌아보며 "용이 아니라 복잡도와 싸우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멋지다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지만, 이를 한데 묶는 과정이 사람을 잡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구현의 복잡도에 있었다. 용이 나는 것 하나만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하늘길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크기에 따른 네비게이션의 버그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날 것인지 걸을 것인지를 몬스터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다.




    몬스터 하나에 필요한 설정값만 1,400개에 이를 정도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많았다. 이동 속력, 날지 않는 거리, 피부 두께, 관통 저항, 경도, 도탄 등 실제 개발 과정은 매우 복잡했다. 용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와 관련된 설정들도 복잡도를 더했다. 속성별 흡수, 방어, 레벨에 따른 수치 변화는 물론이고, 개인화기에 따른 수많은 설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현기 디렉터는 개발 과정에서 개발팀의 힘과 노력 덕분에 아름답게 수습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지만, 버려지는 수치 없이 제어권에 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유저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수치로 수습하는 데 목적을 두며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왜 그렇게 어렵게 사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진은 유저가 깊게 팔 수 있는 요소를 다수 준비하고 싶었기에 준비한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개발진이 준비한 요소를 하나씩 배워나가게 하려 했고, 이 과정을 게임 내에서 구현하고 배우는 과정에서의 당위를 제공하려 했다.

    그리고 각 요소를 내세우지 않고 숨기는 방향으로 개발했다. 복잡한 게임 내의 요소들을 언젠가 전부 알게 되겠지만, 플레이어가 하나씩 만져봐야 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드래곤 하운드에서의 당위는 스토리가 담당한다. 껍데이기의 역할이자, 바람잡이의 역할이다. 게임마다 스토리의 용도는 다르겠지만, 드래곤 하운드의 스토리는 새로운 요소를 플레이어가 체험하기 위한 당위가 된다. 분량은 약 50시간 정도이며, 스토리 전부가 튜토리얼이 되는 셈이다. 콘솔 게임처럼 밀도 높게 구성하면 10시간 정도가 될 테지만, 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 활용하는 방향이다.

    스토리를 통해서 플레이어들이 목표를 가지고 복잡한 요소들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도 있다. 반복해서 플레이어들이 무언가를 체득하는 구조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봤다. 의미 없는 반복과 노가다성 플레이가 가져오는 지루함이 게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드래곤 하운드의 스토리는 한 번 쓰고 버린다는 각오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 느낀 점 -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깨달은 교훈들

    드래곤 하운드의 개발 과정을 돌아본 이현기 디렉터는 개발을 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고 강조했다. 만들 때마다 막막하고 힘들며,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은 더더욱 그러했다는 회상이기도 하다. 드래곤 하운드처럼 지표가 될 수 없는 게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발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에서 실제 구현까지. 이현기 디렉터는 개인적인 기준으로 몇 가지 요소를 선정해, 교훈을 청중에게 전하려 했다.

    첫 번째 교훈은 공유가 너무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찾아보기 힘든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과 없는 것을 공유하는 데는 많은 차이가 난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아니라, 지표가 될 것이 없기에 모두가 같은 가치를 생각하기 힘들다는 데에 있다.

    드래곤 하운드를 개발하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음에도 많은 고생을 했던 부분이다. 완성해야만 어떤 가치를 그려나가는지 구성원들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종 모습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불안감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관심을 야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첫 번째 교훈으로 선정했다.




    두 번째는 복잡도는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만들어 보지 않은 장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없는 게임이기에 그 어려움은 컸다. 이현기 디렉터는 복잡도에 관련된 교훈으로 '단순하게 만들고자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평균적으로 복잡한 수준으로 맞춰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실제 게임 개발은 매우 세세한 영역까지 생각해야 하므로 처음부터 너무 복잡도를 늘려나가는 방향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교훈은 '목표보다 의도를 신경 쓸 것'이라는 점. 무엇이 아니라 '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각자의 담당 영역에서는 실무자들이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이현기 디렉터는 개발 과정에서 '왜'를 강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처음부터 무엇을 제시해버리면 실제 개발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다음으로는 '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스스로 모든 교훈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잘하려는 마음 자체는 긍정적이나,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갖다 보면 여유를 조금씩 앗아가는 위험성이 있다.

    개발 과정에서 시야도 좁아지기 마련이며, 결과적으로는 사람을 가두는 악영향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이현기 디렉터는 이러한 부작용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조금만 더 넓은 시야'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집중하는 과정에서 주변을 보는 것은 힘든 일지만, 자신이 보아야 하는 것에서 조금 떨어져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봤다. 남의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성을 탐색하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맥락'을 볼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기에 하나를 보고 수많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들은 대부분 개인이 과거에 재미있게 했던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맹점이 있다.

    또한, 타인의 의견을 모두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유저들이 좋아할 가능성은 100%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도 전했다.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되는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평가의 맥락을 파악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왜 나왔는지. 실제로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개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Q&A

    Q. 수익 모델은 어떻게 구성할 생각인가.

    = 일단은 부분 유료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한다. 구체적인 것은 사업부와 이야기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정액제 형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Q. 장비는 크지만, 반대로 말은 작아서 불쌍해 보인다. 개선은 안 되나.

    = 그래서 말 다리를 굵게 만들고 있는 상태다. 말을 크게 만드는 방법도 생각은 했는데, 너무 튼튼하게 만들면 개인화기만 사용할 수 있는 시점에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편이었다. 그래서 말에 갈기를 붙이는 것으로 수정 중이다.

    Q. 몬스터 헌터와 비교해서, 이것만은 다르다 싶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인터뷰 때에도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몬헌과의 비교는 언급해주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짝퉁이라고 표현해도 상관은 없다. 관심이라도 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차이는 전투에서 사용하는 공간의 크기가 다른 점을 꼽을 수 있다.

    몬스터 헌터가 주로 적에게 붙어 난관을 극복하는 느낌이라면, 드래곤 하운드는 공간을 매우 넓게 쓴다는 점에서 특징을 가진다. 넓은 공간에서 소고 빠지며 전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검과 같이 근접해서 배를 가르고 지나가는 식의 무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치고 빠지는 과정이 기본이 된다. 플레이 양상에 차이가 있다.

    Q. 게임을 개발하며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로망이다. 아재라는 표현이 좋을지 나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설레던 로망. 이제 흐릿하게 변한 것을 다시금 이어 붙이고 싶었다.

    Q. 콘솔 출시 계획은 있는가.

    = 하고 싶다. 콘솔은 개인적으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일단은 PC에서 출시하고 실적을 남겨야 회사 내부적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 계획 자체 유무만 질문한다면, 지금은 모르겠다는 답 밖에 드릴 수 없다.

    Q. 스토리가 튜토리얼이고, 50시간 분량이다. 이러면 모든 기능을 접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닌가.

    = 당연히 길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보면,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방향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써보고 싶은데? 하는 느낌을 스토리를 통해 제공하고, 선보이려 한다. 노가다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스토리로 새로운 목표를 제공하는 것으로 게임을 끌어나가고 싶었다.

    Q. 내장 구현, 선혈 표현 등이 있다. 심의 등급과 관련해 발목이 잡히지는 않을까.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나.

    =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피 대신 우유를 나오게 하라고 말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엑스레이 형태로 내장이 표현되는데 이것만으로도 심의에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Q. 용을 키우는 컨셉을 살려서, 말 대신 날 수 없는 용을 타고 다니는 것은 어떨까.

    = 하고 싶다. 강연에서 설명했던 알을 키우는 형태가 원래 만들려던 게임이다. 개발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반대되는 게임을 만든 것이 드래곤 하운드인데, 그것마저 오래 걸렸을 뿐이다. 드래곤 하운드가 잘 된다면, 이와는 반대 형태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

    Q. PvP는 어떻게 구성할 계획인가.

    = 만들고야 싶기는 하다. 하지만 무기가 무기인지라... 사람 대상으로는 변경을 거쳐야 할 것 같다. 대포로 대동맥을 뚫는 다는 걸 인간에 대입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나. 별개의 게임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장 표현도 삭제하고 탄을 페인트 탄으로 바꾸던가. 이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이외에는 축구나 경주 등의 경쟁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Q. 유저가 용을 잡는 속도보다, 새로운 용이 추가되는 속도가 빠를까? 아니면 결국 반복 사냥을 하게 될까?

    =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의미 없는 반복 사냥은 싫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밤새서 만들어도. 아니, 이제 밤을 못 새니... 열심히 만들어도 소모 속도를 따라잡을지는 모르겠다. 워낙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른 편이라서... 그래서 그나마 반복은 덜 하도록 스토리를 최대한 많이 넣고자 했다. 지루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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