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개발사가 고백한 '앵그리버드2'에서의 세 가지 실수들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4개 |


▲ 로비오 미얀스 와이드(Mans Wide)' 수석 프로듀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태동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앵그리버드'는 개발사인 로비오를 일약 대형 개발사로 만든 작품이 됐다. 수십 종에 이르는 앵그리버드 시리즈가 시장에 출시되었으며, 애니메이션, 완구 등 다양한 상품으로도 IP를 확장했다.

첫 작품 출시 이후 5년이 넘어 출시한 '앵그리버드2'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출시 초반의 성적은 준수했으나, 전작과 외전작 만큼의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게임의 정식 후속작이었기에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GDC 2019 강연자로 자리한 미얀스 와이드(Mans Wide)는 앵그리버드2를 만드는 과정에서 크게 세 가지 실수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큰 성공을 거뒀던 전작의 후속작, '앵그리버드2'의 개발 과정에 어떠한 실수들이 나왔는지를 솔직하게 언급했다. 그리고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과정과 교훈을 되짚었다.

매우 크게 성공한 후속작을 두고 어떤 방향으로 기획했는지를 알아보는 것과는 별개의 강연이다. 해당 강연은 말 그대로 '실수'와 극복 과정에 주목한다. 개발 및 기획과 관련한 강연은 20일에 진행되는 별도의 세션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 첫 번째 실수 - 금붕어에게 먹이를 너무 많이 줬다!

강연자는 첫 번째 이유로 금붕어에게 먹이를 너무 많이 줬다는 비유를 들었다. 앵그리버드2의 수익 비율을 동물에 빗대서 설명한다면 개인이 사용하는 금액에 따라 이렇게 나눌 수 있다.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유저를 고래로, 500달러 이상 소비한 유저들을 돌고래로. 그리고 100달러 이상 쓴 유저는 물개, 10달러 이상 소비층은 고등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의 돈을 쓰지 않는 유저층을 '금붕어'라고 표현했다.

당연하게도 수익 비율 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고래' 유저들이다. 이들의 전체 수익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다음으로는 물개 유저층이, 돌고래와 고등어는 비슷한 비율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돈을 소비하지 않는 금붕어 유저층이 전체 수익 비중에서는 가장 낮은 지분을 차지한다.




강연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첫 번째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익 비중에서 가장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금붕어 유저들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제공하고, 맞춰 나가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다. 애초에 돈을 잘 쓰지 않는 유저들이었기에 매출 측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금붕어 유저들의 수가 적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개발자 스스로 상상하지 못했던 숫자의 금붕어 유저층이 있었고, 매출 수치는 악화됐다. 개발자는 이러한 실수의 원인을 '평균치의 함정'을 간과했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았다.

소비 금액처럼 소수의 유저층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평균을 기준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은 실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로가 극단적인 지표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수가 극단적인 다른 사람의 몇십 배에서 몇 백배의 수치를 가지고 있다면, 평균치는 집단의 일반적인 경향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개발자는 모바일 게임 개발 과정에서 바로 이 부분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금붕어 유저들이 10달러 이상 사용한 고등어 층이 되는 것보다, 돌고래 층이 고래 유저층으로 변화하기가 쉽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미 돈을 지불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을 쓸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지만, 한 번도 돈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무료 플레이로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 두 번째 실수 - 헬리콥터 부모짓(Helicopter parenting)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남기고, 학부모와 교사에게 간섭하는 부모의 유형을 뜻한다. 부모가 아이의 머리 위에서 하나하나 가이드를 제시하고 이를 따르게 한다는 과보호적인 행동을 대표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미얀스는 개발 과정을 돌이켜봤을 때, 개발진이 유저들을 과보호했다는 점 또한 실수로 판단했다. 후속작을 만들면서 추가한 시스템을 너무 세세하게 설명하고 강요하는 데서 발생한 문제였다. 유저들은 이러한 시스템. 그리고 갑작스레 등장하는 튜토리얼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또한, UI도 유저 친화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출시 초에는 둥지 메뉴를 들어가고자 한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첫 화면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 택한 조치였지만,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혼란과 불편함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개발진이 생각한 방법만을 따라가게 하였다는 점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실수를 파악한 개발팀은 UI의 전면 재배치를 진행했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둥지 메뉴를 주 화면으로 바꿨으며, 이외 자주 사용하는 메뉴들을 첫 화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출시 초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형태와 배치 모두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캐릭터의 능력보다는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새로운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리즈 팬들에게 있어서는 앵그리버드의 캐릭터가 더 중요했다는 분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업데이트 방향성도 캐릭터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지표는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개발자 스스로 '너무 많이 추가한 것이 아닌지' 고민할 정도로 다양한 사용처를 갖게 됐다.


■ 세 번째 실수 - 6.78%라는 숫자. 그리고 재미

세 번째 실수를 설명하기에 앞서, 강연자 6.78%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6.78%는 앵그리버드2 출시 초기의 잔존율이다. 성공한 전작을 가진 게임으로서는 매우 낮은 수치이며, 개발자들도 의아하게 느낄 수 있는 수치이기도 했다. 심지어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전작의 장점을 계승한 작품이었기에 더욱 의구심을 가질 부분이었다.




개발자는 너무도 낮은 잔존률을 해결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출석부를 도입해 보기도 하고, 클랜 시스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라, 팬들이 원하지 않는 요소와 시스템이 있어 나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뜻밖에 답은 본질적이고 간단한 곳에 있었다. 더 멋들어진 무언가를 유저들이 원하지 않았다. 유저들은 어디까지 앵그리버드2에서 '시간을 잘 죽일 수 있는 디자인'을 원했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에 유저들의 요구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개발사는게임을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대상으로 잔존율을 조사해 나갔고, 레벨 디자인을 고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물론 모든 유저층에서 재미있다는 반응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게임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고침으로써 더 좋은 게임을 만들 가능성을 확인했다. 큰 폭은 아니지만 잔존률 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결국, 모든 문제는 '재미가 없었다는 것(No Fun)'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것이 개발진이 겪은 세 번째 실수다. 그리고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들이 보통 원하는 것은 그저 '재미' 하나뿐이었으며, 이를 갖추지 못했기에 잔존율도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렇기에 강연자는 마지막 교훈을 제시하며 '이건 그냥 게임이다' 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고 개발한 것은 게임이며,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 '재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이기에, 이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마지막 교훈으로 삼았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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