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메이크 러브'가 게임 속에서 사마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는 방법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 후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어 양분으로 삼는다. 이러한 무시무시하고도 비극적인 이야기를 사람의 입장에서 다뤄보면 어떨까.

인디게임 페스티벌(IGF)에서 수상한 바 있는 '돈 메이크 러브(Don't Make Love)'는 사마귀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인디게임이다. 관계와 사랑을 주제로 깊이 다루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사마귀 암컷이나 수컷이 되어 플레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부분은 플레이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대답할지 직접 적어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데브컴 2019에서 강연자로 나선 Maggese의 다리오 담브라(Dario D'ambra) 개발자는 게임에서 사랑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리고 '돈 메이크 러브'에서는 어떻게 다루고자 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Maggese 다리오 담브라(Dario D'ambra) 개발자



'돈 메이크 러브'는 두 가지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됐다. 죽이고 죽어야 하는 사마귀의 관계와, 관계 자체의 어려움이었다. 이를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담브라 개발자는 사랑의 결실 끝에는 죽거나 죽여야 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관계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주제가 관계를 다루는 만큼,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도전과제가 떠올랐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에서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무엇에 기반을 두는가.

담브라 개발자는 이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돈 메이크 러브'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대화였다고 설명했다. 관계가 이루어지는 데에는 소통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었다. 게임에도 대화는 있지만, 현실의 대화와는 조금 달랐던 것이다. 현실에서의 대화에는 언어뿐만 아니라 제스쳐나 뉘앙스, 표정과 같은 여러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다. 관계의 기반이 되는 '대화'를 표현하기에 언어는 충분하지 않았다.

'돈 메이크 러브'에서 다루고자 하는 사랑은 단순히 파트너를 찾거나 상으로 주어지는 요소가 아니었다. 담브라 개발자는 게임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짚으며 설명했다.

사랑을 다루는 게임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게임에서 등장하는 사랑의 대부분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거나, 파트너를 찾거나, 부가적인 요소로만 다뤄진다. 가장 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류다. 여기서 사랑은 게임의 주제가 아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레지던트 이블 7'에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이 시작된 이유지만, 게임 플레이는 사랑과 전혀 관련이 없다.

또는 파트너를 찾거나 부가적인 요소로 등장하는 경우다. '하토풀 보이프렌드'와 같이 파트너를 찾는 게임들은 사랑과 관련된 게임이지만, 관계를 다룬다기보다는, 시작된 사랑, 상으로 주어지는 무언가로 다뤄진다. '파이널 판타지7'에서의 러브스토리와 같은 서브 플롯으로서의 사랑은 의미 있게 다뤄지기는 하지만, 사랑 자체가 게임의 주 테마는 아니다.

그럼 사랑을 주제로 다룬 게임은 무엇일까. 담브라 개발자는 'Queers in Love at the End of the World'와 'One and One Story'를 예시로 들었다. 하이퍼 텍스트 게임인 'Queers in Love at the End of the World'는 세계 종말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를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One and One Story'는 매 스테이지마다 변화하는 관계와 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임 메커니즘을 담고 있다.



▲Queers in Love at the End of the World

'돈 메이크 러브'에서는 어떻게 사랑을 다루고 있을까. 담브라 개발자는 앞서 언급했듯,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대화를 다루는 게임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선택지 형식이다. 담브라 개발자는 선택지 형식은 루핑/논루핑, 그리고 토픽 베이스/논토픽 베이스로 나누어진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루핑 방식 선택지는 선택 후 다시 선택지로 돌아갈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루핑 선택지는 대화라기보다는 유틸성을 위해 대화를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NPC에게 정보를 묻기 위해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이나, 퀘스트를 받기 위해 Yes/No를 선택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논루핑 선택지는 선택한 순간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방식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 영향을 주고, 다음 결과를 보는 것이다.

한편 선택지의 내용에 따라서 토픽 베이스/ 논토픽 베이스로 나눠 볼 수 있다. 토픽 베이스 선택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것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대략적인 주제만 플레이어에 알려주고, 실제 선택지 내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에게 동조한다'라는 선택지가 있다면, 플레이어는 의사의 말에 동의하는 선택지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난하는 선택지가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논토픽 베이스 선택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내용 그대로 대화문이 뜨는 형식이다.

선택지 방식은 분명 뚜렷한 장점이 있지만, 여러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먼저. 선택지는 주로 무언가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인식을 준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거나, 무엇을 하려는 정보를 얻거나, 퀘스트를 얻거나.




또한, 충분한 옵션을 모두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행동을 반영하지 못한 선택지만이 등장할 수도 있다.

담브라 개발자는 따라서 '돈 메이크 러브'에서는 자연스러운 언어 방식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현실에서 대화하듯이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답변을 문장으로 적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고 게임은 문장의 패턴을 인지해 이해하고 반응하게 된다.

'돈 메이크 러브'에서 플레이어의 문장은 대략 네 가지 단계에 걸쳐 판단된다. 기본적으로 문장의 패턴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하지만 패턴을 이해할 수 없을시, 더욱 큰 카테고리인 테마로 분류해 이해한다. 테마로도 파악할 수 없는 문장일시 프로그램이 임의로 추측해 반응하게 된다. 그럼에도 반응이 불가능할 땐, 그대로 무시하고 다음 대화로 넘어가도록 설계되어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 프로그램의 답변이 즉각적인 피드백과 장기적인 피드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상대방에게 욕설을 보냈다고 생각해보자. 플레이어는 상대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을 예상한다. 이 같은 경우 플레이어의 말과 관계있는 반응을 즉각적으로 답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장기적인 피드백이다. 담브라 개발자는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했을 때, 그를 기억하고 엔딩에 반영되거나, 중간마다 이를 언급하는 피드백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게임과 상호작용 했을 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우 플레이어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게임을 망쳐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상한 답변을 하거나 답변할 수 없는 문장을 적을 수도 있다. 게임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방향성을 가이드하고, 대화를 컨트롤하고 있어야 한다.




한편, 대화만이 관계를 다루는 게임을 만드는 데 중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담브라 개발자는 게임의 비주얼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돈 메이크 러브'에서는 두 마리의 사마귀가 등장한다. 처음 사마귀의 디자인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입고 있는 옷이나 물건을 통해서만 구분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수컷보다 암컷이 더 크다는 사실도 반영되어있지 않았다. 또한, 쓰다듬는 것처럼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터랙션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점도 문제였다.

따라서 캐릭터는 점점 팔 다운 팔을 가진 사람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해갔다. 또한, 캐릭터의 설정도 구체화됐다. 담브라 개발자는 대화를 다루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 당사자,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돈 메이크 러브'의 암컷은 자신의 본능을 두려워하며, 자신이 수컷보다 피지컬적으로 우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사랑하는 수컷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며, 동시에 그 결말을 원치 않는다. 수컷은 반대로 암컷이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두려워하며, 쉽게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함께 구현된 대화 형식의 게임, '돈 메이크 러브'는 많은 유저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담브라 개발자는 모든 유저가 만족하기는 어려운 방식의 게임이었지만, 진짜 관계를 경험하는 것 같았다는 유저들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라고 설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현지시각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과 게임스컴 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게임스컴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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