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게이머와 위험한 게임이용의 기준, 명확히 해야"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2개 |


▲시드니대학교 의학보건학부 블라단 스타서빅(Vladan Starcevic) 부교수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ICD-11를 공개한 이후,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진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ICD-11에서는 게임이용장애(GD)를 도박 중독과 함께 '중독 행동에 따른 장애' 범주로 분류하고 있으며, 증상으로는 크게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여타 활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무시 등을 언급하고 있다.

오늘(1일)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인터넷게임장애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엄’에서 호주 시드니대학교 의학보건학부 블라단 스타서빅(Vladan Starcevic) 부교수는 ICD-11의 게임이용장애와 DSM-5의 인터넷게임장애 진단 기준을 비교하고, 명확성을 진단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에서는 두 기준의 차이가 무엇이며, 정확한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과제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문제가 되는 게임 이용이란 무엇인가? 2017년 WHO가 국제질병분류 개정안, ICD-11을 공개하기 전부터 게임이용장애와 그 기준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이루어져 왔다. 스타서빅 교수는 2년 전 한국에서 진행됐던 ‘게임과 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음을 언급하며, 마지막 토론 세션에서 결론지어졌던 몇 가지 요소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토론에서 제기된 첫 번째 질문은 과연 문제적 게임 이용에 대한 진단은 지정될 필요가 있는가였다. 스타서빅 교수는 당시 패널들은 다소 주저하기는 했지만, ‘그렇다’는 결론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적 게임 이용을 어떻게 진단적으로 개념화해야 하는가, 그리고 문제적 게임 이용이 정신 장애에 해당한다면, 어떻게 특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으며, 행동중독인가, 충돌 조절장애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ICD-11의 게임이용장애 분류 기준

ICD-11에서는 현재 게임이용장애(GD)와 유해한 게임이용(Hazardous Gaming)을 포함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는 정신적, 행동적 또는 신경발달적 장애로 분류된다. 약물 사용 또는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 중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에 해당하며, 도박과 같은 행동장애로 보고 있다. 한편, ‘위험한 게임이용’은 건강상태 또는 보건서비스 접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건강 행동 관련 문제를 뜻한다. 신체활동이 부족하거나, 위험한 도박이나 내기, 부적절한 식습관, 위생 등의 문제에 대한 부분을 포함한다.

그럼 WHO에서 제시한 ICD-11의 게임이용장애 진단 기준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그리고 DSM-5의 인터넷게임장애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ICD-11은 먼저, 공식 진단이며, DSM-5는 연구를 목적으로 한 임시진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ICD-는 게임 이용장애를 중독에 따른 장애로 분류하며, DSM은 추가연구 조건으로 세션 3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상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하위유형으로 ICD-11은 게임이용장애를 온라인, 오프라인, 그 외로, 세 가지 하위유형으로 분류한다. 한편, DSM-5에서는 심각도를 척도로 사용한다. 두 분류 모두 12개월을 진단의 최소 기간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ICD-11에서는 모든 진단 요청사항이 충족되고, 증상이 심할 경우 필요한 기간은 단축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ICD-11은 단일 원칙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는 모든 기준을 충족해야 진단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DSM-5은 제시된 9개 기준 중 최소 5개를 충족할 경우 인터넷게임장애로 판단하고 있다. ICD-11과 DSM-5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 있다.

먼저 두 기준의 진단 요소를 보면, ICD-11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 네 가지는 모두 DSM-5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기준이다. 게임에 대한 통제력 약화, 게임이 다른 관심사 및 활동보다 우선시되는지,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용을 지속하거나 확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양한 주요기능 영역에서 중대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성을 보이는지가 두 기준 모두 명시하고 있는 진단 요소다.



▲ICD-11과 DSM-5가 공통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진단 기준

ICD-11은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해야만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DSM-5은 위 네가지 기준 외에 출가로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총 아홉 가지 중 5개 이상을 충족하면 인터넷게임장애로 분류한다. 추가적인 기준 요소로는 인터넷 게임에 대한 선입견, 금단 증상, 내성, 온라인게임 이용량에 대한 기만, 그리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가가 포함된다.

ICD-11과 DSM-5의 기준을 비교하는 연구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결론은 ICD-11의 기준이 DSM-5과 비교했을 때 더욱 엄격하며, 심각한 장애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ICD-11 기준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들은 모두 DSM-5의 진단기준을 충족시켰으며, 그 수도 훨씬 적었다. 또한, DSM-5만을 충족한 경우는 없었다.



▲ICD-11 기준으로 게임이용장애로 진단된 환자는 36명이었지만,
DSM-5 기준으로 인터넷게임장애로 진단된 환자는 무려 61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중간지대의 사용자들은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스타서빅 교수는 “ICD-11의 게임이용장애(GD)는 DSM-5의 인터넷게임장애(IGD)보다 진단 임계값이 높으며, DSM-5과 비교해 과다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 거짓 양성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특히 DSM-5의 다중진단시스템은 9개의 기준 중 5개 이상을 충족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충족이 가능하고, 더욱 중요한 기준과 덜 중요한 기준에 대해 구별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스타서빅 교수는 GD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IGD 기준을 충족하는 중간 지대에 대한 연구가 계속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으며, 진단 기준이 진단 목적에 맞게 수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열정적인 게임이용과 과몰입을 제대로 구분하고 있는지를 계속해나가야 할 과제로 꼽았다.



▲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되는 기준들은 계속해서 비판받아왔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내성’이다. 내성은 약물 사용과 같이, 처음에는 기분전환 효과를 위해 사용하지만, 점차 더 많은 양의 물질을 필요로 하는 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게임과 관련해 이야기할 때는 시간보다는 게임의 특성과 관련해 언급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을 필요로하는 가에 대한 요소다. DSM에서는 내성을 인터넷 게임이용 증가가 내성을 의미한다고 잘못 암시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비판받아왔다.

논란은 되고 있지만, 내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기준으로 꼽히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더 흥미로운 게임을 원하거나,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자 하는지, 장시간의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에도 만족도의 감소를 느끼는지가 내성의 범주에 포함된다. 따라서 내성은 게임 시간 증가와는 무관하며, 스타서빅 교수는 내성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위해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내성과 함께 비판받고 있는 기준은 ‘다른 활동에 대한 흥미의 감소’다. 스타서빅 교수는 “이는 병리학적 기준이 아니며,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하나의 활동을 즐기다 보면 다른 활동을 위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타서빅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게임이용장애가 아닌, 우울증 증상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오히려 ‘다른 중요한 활동을 무시할 정도로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그는 금단증상과 같은 기준에 대하여, 많은 연구에서 게임이용에 대한 금단증상은 없다는 보고가 이루어진바 있으며, 특히 신체적인 금단 증상을 보고한 연구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스타서빅 교수는 이에 대해 “부모님이 갑자기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다”며,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게 했을때 부정적인 반응은 게임에 대한 금단증상이라기보다는 환경과 관련된 행동이며,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럼 ICD-11에서 명시하고 있는 ‘위험한 게임이용’이란 무엇을 뜻할까.

위험한 게임이용은 개인 또는 주변인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에 해로운 결과를 미치는 게임 패턴을 뜻한다. 다른 활동과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게임을 지속하는 경우다.

게임이용장애와 위험한 게임이용은 ‘통제력 상실 여부’와 ‘기능장애 유무’에서 구분된다.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았고, 기능장애를 보이지 않는다면, 게임이용장애가 아니라 단순한 위험한 게임이용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그럼 위험한 게임이용은 어떻게 분류할 수 있으며, 어떻게 게임이용장애로 발전되는 것일까. 스타서빅 교수는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연구하기에 좋은 분야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위험한 게임이용에 관한 기준이 매우 모호한 상태기도 하다.




특히, 게임의 이용 시간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와 위험한 게임이용으로 분류되는 유저를 구분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스타서빅 교수는 문제적 게임 이용을 특이한 정신장애 또는 대처 전략으로 개념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와 시기에 대한 논쟁이 계속 진행 중이며, ADHD, 우울증, 사회 불안장애 등으로 더욱 잘 설명되어 게임이용장애를 배제할 수 있는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스타서빅 교수는 “현재로서는 ICD-11의 진단기준이 임상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추가적으로 게임이용 패턴의 정상 범주와 문제적인 범위의 중간과정을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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