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개방의 기본원칙, 선부론(先富論)은 중국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능력 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어라.” 중국의 지도자가 내세운 이 원칙은 국민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 심어졌고 무엇보다 가장 돈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게 된다.
사람들은 먼저 부자가 되기 위해서 법을 따지지 않았고, 물질 만능주의적 생각과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사회적 도리나 정의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법보다는 권력이 앞서게 되는 정부의 방침이었고, 국민들은 순수하게 따랐다. 이 때문일까? 중국에서, 때로는 자본이 개입하지 말아야 할 영역까지 침범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중국 리그 1위 프로게임단 인빅터스 게이밍의 게임단주 왕쓰총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그는 19일 상하이 정대광장에서 열리는 LPL 9주 차 비시 게이밍과의 경기에 주전으로 출전했다. 인빅터스 게이밍은 현재 LPL 동부 지구에서 리그 1위가 확실시 되기에 게임단주 왕쓰총의 출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언뜻 보면, 재미있는 이벤트 경기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빅터스 게이밍 게임단주 왕쓰총의 경기 참가를 즐겁게만 바라보긴 힘들다. 그가 참가한 경기는 엄연히 정규 시즌 경기이지, 이벤트 경기가 아니다. 프로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가, 게임단주의 놀이터로 변모된 셈이다.
인빅터스 게이밍은 왕쓰총이 마스터 티어의 실력자라고 그의 경기 출전에 타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그는 저조한 실력을 보였다. 왕쓰총의 경기 총 피해량은 16,000으로 상대 원거리 딜러(피해량 52,000) 과 세 배 가량 차이가 났다. 중국을 대표하는 원거리 딜러 유망주 재키러브는 서포터 탐 켄치로 보직까지 변경해 게임단주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 밖에, 궁극기 거리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거나 평타 캔슬로 어이없게 죽는 등, 왕쓰총의 경기력은 마스터 티어 실력으로 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그의 LPL 정규 시즌 경기 참가가 게임단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이 보는 이들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실력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 프로들의 세계에, 돈이라는, 실력이 아닌 다른 기준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진지한 마음으로 리그에 뛰고 싶었다면, 돈과 지위라는 요소가 제외된 상황에서 테스트와 같은 정식적인 절차를 밟고, 연습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어야 하지 않았을까?
중국 내부에서도 왕쓰총의 출전에 대해 일부는 부정적으로 봤다. 중국 명문 프로게임단 EDG의 게임단주 에드워드는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나도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 하지만 EDG 아론 총 감독은 나에게 실력이 안된다고 했다. EDG의 목표는 우승 하나 뿐이다. 오너 개인의 이유로 출전할 수 없다"고 전하며 왕쓰총의 경기 출전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왕쓰총은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프로 스포츠화를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인 인물이다. 그는 인빅터스 게이밍의 게임단주이기도 하지만 LPL 리그를 중계하는 방송사 바나나 컬쳐의 소유주이며 중국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팔아 중국 e스포츠리그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중국 e스포츠의 프로 스포츠화를 위한 이러한 노력은 그의 이번 정규 리그 참가로 크게 변질 됐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LPL 리그를 생각할 때, 돈 있는 게임단주라면 언제든 참가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엔터테인먼트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선은 설령 LPL 리그에 속한 팀이 이번 월드 챔피언십을 우승한다 해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물질이 침투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경쟁의 공정성 등. 그리고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는 스포츠 정신”도 자본 만능주의가 침투하지 말아야 할 분명한 가치다. 중국의 e스포츠가 진짜 스포츠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Haa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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