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7] '블랙 서바이벌', 이 작은 게임이 글로벌 서비스에서 살아 남는 법

게임뉴스 | 이현수 | 댓글: 12개 |


▲ 아크베어즈 황민중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아크베어즈를 설립하고 실패의 연속을 경험한 황민중 대표. 야심 차게 준비했던 에콘과 건슈터는 개발 과정에서 포기했고, 퍼피라이더는 출시했지만 대실패. 하지만 절치부심해 현재는 2015년 말 출시한 블랙서바이벌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소규모 팀으로도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이 재편된 이후, 역설적으로 거대 기업의 독점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거대 퍼블리셔는 막강한 자금을 앞세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노출 빈도수의 차이가 되어버린다.

작은 개발사는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나 자금이나 조직의 한계로 녹록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소규모 개발사 아크베어즈는 '블랙 서바이벌'을 전 세계에 서비스 중이다. 이들은 국내나 해외 퍼블리셔 없이 글로벌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황민중 대표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청중들에게 설파했다.



■ 강연주제: 어떤 작은 개발사의 글로벌 직접 서비스

⊙ 캐즘 문제(Chasm Problem)

모바일 게임 TV 광고가 충격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모바일 게임 광고에 출연한다. 그리고 이제는 거대 IP를 탑재한 블록버스터 모바일 게임들도 나오고 있다. 블록버스터 게임들이 난립하는 시장에서, 소규모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를 이어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거대 IP로 시장이 정립되면서 시작단계서부터 마케팅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콘텐츠 시장의 특수성 중의 하나가 사용자들은 '쿨'한 것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은 이점을 굉장히 잘 알고 있어 결코 같은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게임성을 찾고, 항상 새로운 IP를 찾는다. 이미 도전을 통한 검증을 받았기에 이들은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당연하게도 같은 경쟁을 작은 팀이 따라가려고 하면 무리다. 그렇기에 작은 팀은 작은 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만 한다. '블랙서바이벌'은 10년 이상 갈고 닦은 '배틀로얄 온라인'에 기반을 둔 모바일 게임이다. 이처럼 소규모 팀은 비주류 시장에서 오랜 기간 정립된 게임성을 차근차근 메이저 시장으로 가져오는 일을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경로를 거쳐 메이저 게임이 된 사례는 적지 않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장르 자체를 알리며 자리 잡았고, 중국에서의 '크로스파이어'도 마찬가지다. 또한 '매직 더 개더링'같이 매니악한 게임을 '하스스톤'으로 대중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모든 매니악한 게임을 메이저 시장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실패한다. 바로 캐즘 문제(Chasm Problem) 때문이다. 캐즘이란 시장 진입 초기에서 대중화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대부분은 이 구간을 넘어서지 못한다.

블록버스터 게임은 애초 대중 마케팅 동반하기 때문에 전기 다수(Early Majority)로 직접 접근한다. 때문에 캐즘 문제를 겪지 않는다. 그러므로 작은 게임은 캐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생사의 문제와 닿아있다.



▲ 작은 게임은 캐즘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마케팅

에반젤리스트는 선교사를 뜻하는 단어다. IT 업계에서는 테크니컬 에반젤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애플의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 )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그는 에반젤리스트를 "의미 있는 명분을 퍼뜨리고 꿈을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즉,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을 장점을 전파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광고'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시장(Market)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권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연하게도 매우 어려운 이야기다.

사용자들이 '블랙 서바이벌'을 지인에게 추천할 때 일반적으로 "이거 돈 안 써도 되는 게임이야"라는 말을 자주 하고는 한다. 이는 팬덤을 부르는 게임성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겨룬다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무엇을 겨루는가는 게임마다 천차만별인데, 현재 블록버스터 시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지출을 겨루게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 서바이벌'은 'Non Pay-to-win'이라는 존재가 블록버스터보다 우위에 있게 됐다.

블록버스터 게임을 이길 수 있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를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 아크베어즈는 서비스하는 모든 언어로 '과금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다고 게임 내 안내를 했다. 하나의 제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결국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 애플의 테크니컬 에반젤리스트 가이 가와사키


⊙ 매니아의 존재

블록버스터 게임과 다르게 비주류 게임은 만드는 사람부터 매니아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 흔히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단순히 야근을 많이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본인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극한까지 디테일을 파고드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모에'라는 단어가 있다. 쉽게 공식화할 수 없는 단어이며 모에라는 요소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있어 보이는 무언가'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니아들은 다르다. 이들은 어떤 요소에 극한까지 파고들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블랙 서바이버' 커뮤니티에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가 양말을 신었는지 신지 않았는지로 활발한 논쟁을 벌일 만큼 대단한 요소이다. 그만큼 매니악한 게임은 디테일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매니악한 게임의 핵심 게임성은 디테일의 양이다. 한두 가지의 큰 기능이 아니라 얼마만큼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디테일을 쌓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게임을 직접 글로벌 서비스할 때 가장 좋으면서도 쉬운 시작은 스토어 리뷰에 댓글을 다는 것이다. 이는 개발자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실제로 아크베어즈는 열심히 댓글을 달았고, 이러한 열정에 관심을 보인 글로벌 퍼블리셔들도 있었다. 그리고 사용자 참여 번역도 댓글에서부터 시작했다.



▲ 나타폰이 양말을 착용 여부를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활발한 논쟁이 오갔다.


⊙ 캐즘 문제를 극복하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마케팅

아크베어즈는 글로벌 서비스를 하면서 국내에서처럼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레딧을 개설했으나, 불편한 기능과 해외 게이머들의 속어를 동반한 언어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한국의 팬덤이 큰 활약을 했다. 한국의 매니아들은 공략과 동영상을 번역해 레딧에 올려다.

아크베어즈는 게임피디아 위키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위키는 헤비사용자 한, 두 명에 좌지우지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커뮤니티를 규합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줄기 빛처럼 내려온 툴은 '디스코드'였다. 20명의 사용자가 모여서 떠들던 디스코드 방은 두 달 사이에 천 명 이상이 떠드는 거대한 커뮤니티로 변했다. 주제별 카테고리가 생겨나 실시간 채팅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 카페 시스템의 상위호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 디스코드는 한 줄기 빛이었다.

게임 정보를 아무리 제공해도 활성화가 안되는 게 커뮤니티인데, 디스코드에서는 의미 없이 수다를 떨다가 그 속에서 정보가 꽃 폈다. 유도하려고 해도 유도할 수 없는 일이 디스코드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태국이나 베트남 쪽에서는 페이스북 그룹이 활발했으며 일본은 널리 알려진 소문처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힘들었다.

공략을 작성하고 커뮤니티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 외에도 '팬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에반젤리스트들의 활동도 많은 도움이 됐다.

팬 크리에이터는 합작, 온리전 등 굉장히 체계적으로 2차 창작물을 생산해 낸다. 보통 이들은 트위터에서 활동한다. 트위터에는 2차 창작에 관한 경험적 지식이 레퍼런스로 축적되어 있고 크리에이터간의 네트워크도 공고히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아크베어즈는 팬 크리에이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아트리소스와 성우 음성 등을 모두 개방했다. 또한, 공식 저작권을 개방하여 자유로운 2차 창작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2차 창작은 저작권법의 관점에서는 회색시장인데, 아크베어즈는 이를 개방한 것이다.



▲ 팬 크리에이터는 에반젤리스트 중에서 가장 늦게 형성된다.

최근 대두하고 있는 스트리머도 에반젤리스트로서 게임에 많은 도움을 줬다. '블랙 서바이벌'이 영어 서비스만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태국 사용자들이 급격히 유입된 적이 있었다. 태국의 파워 유튜버가 '블랙 서바이벌'을 플레이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본인을 파워 인플루언서(Power Influencer) 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돈을 대주면 방송을 하겠다는 제안을 많이 해왔다. 그러나 아크베어즈는 이를 다 거절했다. 에반젤리스트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진짜로 좋아해서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지원하고자 스트리머 지원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원 시스템 선정 기준은 방송 시간이었다.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공평한 기준을 만들고자 한 결과였다.

스트리머들은 누구보다 '게임을 보는 재미'에 대해서 잘 안다. 덕분에 '블랙 서바이벌'도 관전 모드 등 스트리머의 요청을 받아들여 개발을 진행했다.

'블랙 서바이벌'은 구글 전 세계 피처드를 받았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을 유입시킬 수 있었다. 동시에 자국의 언어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평점 테러를 하는 사용자들과 마주치게 된다. 아크베어즈는 그러한 댓글에도 일일이 '소규모 팀이라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앞으로...' 라는 식의 댓글을 달아줬다.

이러한 댓글이 많아지자 다른 사용자들이 번역을 해주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1시간 만에 30명이 지원자로 몰릴 만큼 반응이 좋았다. 태국 버전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들은 번역 작업이 끝나고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있어 좋아하는 게임에 일조했다는 사실은 훌륭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아크베어즈는 내친김에 12개국 언어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 번역자를 공개 모집했다. 확실히 게임 이해도가 높은 사용자들이라서 그런지 전문 번역가보다 자연스러운 번역을 했다. 물론 전문 번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글 플레이 번역 서비스를 통한 초벌 번역을 교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행사를 연결해주는 구글플레이 번역 서비스는 싼 가격에 빠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는데 교정을 중심으로 하는 번역에는 안성맞춤이었다.



▲ 사용자들의 참여로 진행한 번역 작업

번역 툴은 'Zanata.org'라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이용했다. 모든 텍스트가 공개된다는 위험이 있고 개별적인 성과관리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업 번역이 아닌 영역에서는 최고로 좋은 툴이다. 특히 유사 문장 비교, 용어사전 기능, 상호 컨펌 프로세스, 다국어 관리 등은 매우 강력하다.

앞서 언급했던 디스코드 참여자들은 스스로 리더(Discord Moderator)를 선출해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갔다. 스웨덴, 필리핀, 일본,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리더로서 커뮤니티를 운영했으며 구글 문서를 이용해 회의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설문조사를 시행하여 결과를 아크베어즈에 전달하기도 했으며 개발사가 어려워했던 레딧, 위키의 운영을 도와주기도 했다. 게임과 관련한 전방위적 활동을 유기적으로 '찾아서' 진행했다.

개발사가 커뮤니티와 접함에 있어 공식(Official)을 공식적(Formalize)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팬클럽을 공식적 통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적인 통로를 제공하면서도 통로 안에서는 동등하게 대우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게임의 향후 방향성을 어느 한 그룹에게만 이야기하는, 특히 밸런스같이 민감한 요소를 특정 그룹에게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 팬들과 함께 게임 만들기

'블랙 서바이벌'은 분명 엄청나게 대단한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나게 대단한 게임이 될 것으로 믿는 팬들과 함께한다면 언젠가는 분명 그렇게 되리라고 아크베어즈는 믿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시장감각을 키우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 시장감각은 단순히 숫자나 통계에 대한 감각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조사를 많이 하고 다양한 게임을 출시해봤다는 것은 상식(Common Sense)에 강하다는 말이다. 즉 메이저 시장에서는 통하지만, 비주류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면 캐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주류 시장에서의 시장감각은 고객과 교감하며 쌓는 감각이다. 캐즘은 어느 날 갑자기 뛰어넘는 요소가 아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개선으로 대중을 설득할 때까지 게임을 이끌어갈 시장감각이 정말 중요하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것이 쿨하다'라는 말은 비주류 시장에서도 통한다. 얼리어답터들은 언제까지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리 떠날 수 있는 존재다. 이들이 떠나기 전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가만히 있으면 팬들은 서서히 떠나가게 마련이다.

물론 급격한 변화는 팬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블랙 서바이벌'도 시즌3의 대격변으로 팬덤의 3할이 등을 돌린 적이 있다. 모든 커뮤니티가 비판과 욕으로 도배됐다. 다만, 초보리그에서 유의미한 성과와 지표가 발견됐고, '다수가 이해할 수 없는 로직을 버리자는' 큰 모토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열심히 반영한 결과 '블랙 서바이벌'의 사용자는 순증했다.

결국 진정성의 문제다. 의미 있는 명분과 꿈은 저절로 주변 사람에 퍼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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