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그랑사가, MMO로서 증명만 남았다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30개 |

작년 9월 처음으로 공개된 그랑사가는 원화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뒤로 1년이 지난 지난 9월, CBT를 통해서 그 그래픽이 트레일러용이 아니라 실제 인게임 사양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그간 국내 모바일 MMORPG에서 고퀄리티 그래픽하면 으레 채택하는 실사화 스타일이 아닌, 다른 스타일로 에스프로젠 곳곳의 디테일한 모습까지 살려낸 것을 1차 CBT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1차 CBT에서는 앞으로 짚고 넘어갈 문제도 일부 엿보였다. 특히 당시에는 최적화와 발열 등 으레 CBT면 겪게 되는 문제들만 있던 건 아니었다. 화려한 그래픽의 이면에는 시인성이 낮은 UI/UX, 다소 조잡한 조작감이 물밑에 자리잡고 있었다. 1차 CBT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저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이 문제들을 호소해왔으며, 개발사인 엔픽셀은 CBT 종료 후 개발자 노트를 통해 출시 전까지 개선을 약속했다.

첫 CBT 종료 후 약 3개월 간, 엔픽셀은 쇼케이스 및 개발자 노트를 통해 개선된 사항을 공지했다. 유저들이 문제 삼았단 UI 및 UX를 개선했으며,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플레이 경험을 한 층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최적화, 조작감까지 개선했다고 밝힌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널 CBT 모집 소식을 알렸다.

유저들이 지적한 문제를 하나하나 되짚으면서 개선을 약속했던 그랑사가, 지난 5일 간의 파이널 CBT에서 그 노력의 편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기엔 3개월은 짧지만, 디테일을 다듬어간 것만으로도 플레이 경험이 상당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CBT였기에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조작감과 최적화 개선의 시너지는 상당했다
작은 변화가 플레이 경험을 대폭 끌어올리다




고퀄리티 3D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은 많았지만, 그랑사가는 그간 국내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의 그래픽을 퀄리티 있게 구현해냈다. 언리얼 엔진하면 떠오르는 실사풍 그래픽이 아닌, 여기에 카툰렌더링 스타일을 일부 가미하면서 원화의 느낌을 한 껏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래픽은 이미 1차 CBT 때부터 검증이 됐던 만큼, 남은 것은 최적화였다. 1차 CBT 초에는 발열뿐만 아니라 일부 기종에서 튕기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등, 첫 인상이 완벽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발목을 잡았던 것은 최적화만이 아니었다. 다소 불편한 조작감도 문제가 됐다. 오토를 돌리면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이제는 MMORPG의 기본 소양이 되어버린 터라 초기엔 이슈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자 점차 커뮤니티 내에서 가장 큰 문제로 자리잡았었다. 고난이도 콘텐츠 혹은 아슬아슬한 전투력 차의 콘텐츠는 스펙업에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컨트롤로 빨리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 유저의 심리인데, 1차 CBT의 그랑사가는 그 컨트롤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조작감이 썩 좋지 않았다.



▲ 뻔히 보이는 패턴도 지난 CBT에선 조작감이 안 좋아서 예측컨이 필요했지만



▲ 이젠 어지간한 패턴은 보고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감을 끌어올렸다

그랑사가의 전투는 유저가 세 캐릭터를 번갈아가면서 쓰거나, 혹은 동시에 전투에 투입하면서 따로따로 조작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CBT에서는 어느 쪽에서든 유저가 생각하는 것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캐릭터를 교체하고 컨트롤하기까지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고, 그 사이 보스의 패턴에 맞아서 캐릭터가 큰 타격을 입거나 혹은 비명횡사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특히 산개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석화로 파티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챕터 3의 보스는 유저 사이에서 통곡의 벽으로 자리잡았다.

개발자 노트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언급됐던 만큼, 파이널 CBT에서 어느 정도 개선이 됐나 관건이었다. 실제로 파이널 CBT에서는 캐릭터 교체시 후딜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소 움직임이 갑갑해보이긴 했지만, 이전 대비 대시로 전환하는 타이밍도 빨라졌기 때문에 보스의 패턴을 피하고 딜하기엔 충분했다.

태그뿐만 아니라 해방 스킬 조작감도 한 층 개선되고, 해방 스킬 발동시 해당 캐릭터가 무적 상태가 되는 것을 명확히 표시하면서 전략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SSR급 그랑웨폰 중 변신 계열을 제외하면 컷신 재생이 간략화되면서 좀 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 미처 피할 수 없는 패턴도



▲ 해방 스킬 사용시 무적 판정으로 무사히 넘길 수 있다

UI/UX의 개선도 조작감을 끌어올리는 한 수였다. 이전 CBT는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인터페이스의 좌우 측면을 다 잡아먹을 정도로 크고 화려해서 시선이 분산됐다. 자연히 컨트롤할 때 다소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이널 CBT에서는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좀 더 심플하게 바꾸면서 측면으로 시선이 분산될 여지를 줄였다. 그리고 UI가 좌측 이동패드에 걸리적거리는 현상도 줄어들어서 더 매끄럽게 컨트롤이 가능했다.

플레이 경험의 질이 올라오면서 그랑사가의 그래픽 퀄리티와 매력도 한 층 눈에 들어오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는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유저의 주관, 심리도 평가할 때 영향을 미친다. 이전의 그랑사가는 그래픽이 좋았지만 다소 난잡한 UI/UX에 조작감은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렇지만 부족했던 점을 확실히 개선하면서, 그 감성적인 그래픽의 느낌을 온전히 보며 플레이에 몰입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다만 아직까지 카메라 워크는 아쉬웠고, UI/UX도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지 여전히 편의성은 다소 부족했다.



▲ 1차 CBT 화면과



▲ 파이널 CBT 화면 비교. 좀 더 심플해지고, 게임 화면을 더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한 캐릭터의 성장기가 아닌, '기사단'의 이야기
육성 구조 개선으로 MMORPG+수집형의 강점을 살리다




그랑사가는 장르상 MMORPG지만, 여기에 수집형 RPG의 요소도 가미됐다. 모험을 나서게 된 5인의 기사단과 자신의 이름 빼고는 모든 기억을 잃은 세리아드, 이 여섯 명이 에스프로젠 대륙과 세계 곳곳을 모험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투에는 최대 3명까지 편성하지만, 처음 고른 캐릭터들 말고도 다른 캐릭터도 언제든지 편성할 수 있게 하면서 설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임 내에서도 이러한 교체 시스템을 강조하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수집형 RPG처럼 6개 속성과 상성 관계를 채택했으며, 그에 맞춰서 조합을 편성하는 것이 좀 더 플레이하기 편하게끔 설계가 됐다. 여기에 클래스나 캐릭터에 따라 레벨업하면서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랑웨폰'을 수집하고 편성해서 스킬을 쓰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 처음에 고른 세 명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따라 다른 캐릭터도 팀에 편성할 수 있다

그랑웨폰은 캐릭터마다 최대 4개까지 착용 가능하며, 각 캐릭터마다 착용할 수 있는 그랑웨폰이 다르다. 착용한 그랑웨폰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조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만큼, 이를 연구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맛은 있었다. 그리고 레벨 업에 따라서 천편일률적으로 특성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노드를 찍는 방식을 채택해, 캐릭터와 조합에 대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지난 CBT 단계에서 보여준 저력이었다.

단 지난 CBT에서는 자신이 주력으로 키우던 캐릭터 외에 다른 캐릭터는 처음부터 육성을 시작해야 했다. 따라서 이 저력을 온전히 보여주기란 어려웠다. 안 쓰던 캐릭터의 SSR 장비가 나와서 그 캐릭터에게 끼워주고 바로 투입하고 싶지만, 레벨 차 때문에 저렙 구간을 비효율적으로 꾸역꾸역 돌아야했기 때문이다.

파이널 CBT에서는 주력으로 키우던 파티 외에 다른 멤버들도 경험치를 일부 공유하고, 경험치 물약을 도입하면서 키우지 않던 캐릭터를 처음 구간에 다시 돌아가서 키우는 수고를 덜었다. 뿐만 아니라 언제든 캐릭터에 맞는 장비가 나오거나, 세팅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바로 채택할 수 있게끔 하면서 플레이가 이전 대비 끊기는 구간 없이 스무스하게 이어지게끔 했다. 여기에 일종의 도감 시스템인 소울링크까지 도입, 안 쓰는 캐릭터의 아티팩트나 그랑웨폰도 잘 챙겨서 준비해두면 기사단 전체 스펙이 올라가면서 한 층 더 고난도 콘텐츠를 공략하기 쉽게끔 했다.



▲ 경험치 물약뿐만 아니라, 경험치도 일부 공유하는 식으로 개편되면서



▲ 캐릭터 육성을 비교적 고르게 되고, 격차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게 바뀌었다



▲ 일종의 도감 시스템인 소울링크도 캐릭터의 고른 성장에 도움을 주는 요소다

캐릭터 육성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메인퀘스트-서브퀘스트 외에 그랑웨폰과의 인연퀘스트 해금과 보상까지 연결되는 플레이 루틴이 한 층 더 매끄럽게 이어졌다. 중간중간 강제로 초반 구간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맥이 끊어지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보상을 얻기 위한 플레이 타임도 줄었고, 동일한 시간 내에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텐션이 떨어지기 전에 연속적으로 콘텐츠와 퀘스트가 해금되면서 몰입감도 한 층 더 높아지는 시너지도 발휘됐다.

그러나 미처 개선되지 않은 편의성이 다소 발목을 잡는 느낌이었다. 한 차례 개선됐지만 여전히 그랑웨폰 및 장비, 아티팩트의 특성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비 해제 및 분해도 다소 번거로웠고, 일부 유저들은 그랑웨폰 및 아티팩트 분해 메뉴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튜토리얼을 통해 '환원'이 안 쓰는 그랑웨폰과 아티팩트를 처리하는 메뉴라는 걸 한 번 지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랑웨폰이나 아티팩트를 보는 캐릭터 장비창이나 가방 칸이 아니라 메인 메뉴창 하단에 조그맣게 써있어서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쉽사리 지나치기 일쑤였다.



▲ 안 쓰는 그랑웨폰과 아티팩트는 고양이가 수거해간다옹. 그렇지만 의외로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부족한 점을 채우고자 한 신규 콘텐츠들
그러나 균형추는 아직 수집형 RPG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CBT의 그랑사가는, 엄밀히 말하면 MMORPG보다는 수집형 RPG나 MORPG에 가까웠다. 물론 장르 구분상 그랑사가는 MMORPG가 확실하다. MMORPG는 말 그대로 한 서버, 하나의 월드에 다수의 유저가 같이 모여서 즐기는 RPG고, 그랑사가는 기본적으로 그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요는 MMORPG의 기본 정의까지 들먹여야 할 정도로 그랑사가의 콘텐츠 구조는 MMORPG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다. MMORPG하면 떠오르는 유저 간 협동 콘텐츠나, 커뮤니티 요소가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요 콘텐츠는 기사단 멤버 여섯 명의 메인 스토리인데 일부 필드 구간 사냥을 제외하면 혼자서 진행하게 된다.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인연 퀘스트 및 캐릭터 퀘스트도 혼자서 훑어보는 콘텐츠에, 캐릭터를 육성하는 다수의 콘텐츠도 혼자 플레이하는 것들이 많았다.



▲ 구조상 MMORPG는 맞지만, 유저간 교류하는 콘텐츠는 드물다

물론 모바일 MMORPG에서도 요일 던전 등은 혼자 플레이한다. 그렇지만 파티를 짜서 던전을 공략하거나 필드 보스 보상을 얻으려고 합심하고, 유저 간 필드 PVP 혹은 RvR을 벌이는 등 다른 유저와 이어지는 느낌을 콘텐츠가 몇 개씩은 있었다. 그러나 그랑사가에서는 그런 콘텐츠가 부족했다.

그래서 선보인 강림 콘텐츠는 필드 보스와 인던 보스의 중간 정도 해당하는 콘텐츠였다. 정해진 시간대 안에서 랜덤한 지역에 보스가 갑자기 출현하고, 이를 유저들이 협동해서 사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마저도 MMORPG 특유의 다수 유저와 같이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다. 보스가 있는 필드로는 최대 10명의 유저까지 같이 들어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강림 보스는 너무 쉬워서 소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리어되는 등, 메인으로 내세우기엔 다소 애매한 구간이 있었다.


반면에 또다른 신규 콘텐츠 무한의 서고는 물약 없이 자신이 육성한 캐릭터와 장비를 각 상황에 따라 조합하고, 중간중간에 주어지는 버프를 최대한 이용해서 클리어하는 묘미가 있었다. 다른 콘텐츠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어그로 컨트롤의 묘미나, 캐릭터 고유 스킬을 사용해서 쿨타임이나 마나가 차는 시간까지 버티는 등 플레이의 재미를 한 층 더 느낄 수 있는 구성이었다.

그러나 이 콘텐츠도 메인으로 내세우기엔 애매했다. 한 번 클리어한 뒤에 다시 들어가게끔 유도하는 장치도 부족했으며, 무엇보다도 혼자서 깊이 파고들면서 공략하는 부류의 콘텐츠라 MMORPG라는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던전을 탐사하면서



▲어려운 적들을 격파해나가는 묘미를 살린 '무한의 서고'

메인, 서브, 인연 퀘스트까지 풀더빙하고 혼자서 세팅을 연구해보는 각종 콘텐츠까지, 그랑사가가 그간 보여준 요소들은 스토리 중심의 싱글플레이 RPG에서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분야였다. 그러나 다른 유저와 함께 하는 콘텐츠는 섬멸전, 강림, 결투장 셋이고 그마저도 엔드, 메인 콘텐츠로 내세우기엔 볼륨이나 완성도에서 다소 의문이 들었다. 길드 콘텐츠 또한 아직 부족해서 커뮤니티 요소도 아직 미흡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 PVP 콘텐츠인 결투장과



▲ PVE인 섬멸전



▲ 여기에 일종의 필드 보스인 강림 콘텐츠도 추가됐지만, 길드 콘텐츠 및 협동 콘텐츠는 아직 부족하다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가다듬은 그랑사가
남은 건 MMORPG로서 콘텐츠 및 운영 관리 능력 검증


최근에는 CBT가 OBT와 거의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CBT 이후 게임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일이 드물었다. CBT를 1차에 끝내고 바로 출시하는 일이 잦았고, CBT 단계에서 발견된 치명적인 오류만 개선하고 골자는 거의 유지한 채로 출시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CBT를 추가로 거치면서 개선된 점을 보여주고, 다시 한 번 검증을 받는 케이스도 드물게나마 있었다. 그랑사가 역시도 이런 케이스에 속했다. 1차 CBT에서 이미 감성적인 그래픽과 풀더빙, 방대한 퀘스트와 보상 체계 등 저력을 보여줬지만, 그대로 출시하기엔 고쳐야 할 부분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 개발사인 엔픽셀은 이를 방치하지 않았고, 한 차례 개선을 거쳐서 이번 파이널 CBT에서 검증받고자 했다.

그 결과 플레이 경험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요소들은 개선이 됐다. 조작감이 좋아지면서 플레이 경험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아직 편의성이 다소 미흡하지만 이전보다 UI/UX의 가시성은 좀 더 좋아졌다. 여기에 한 캐릭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사단의 모험이라는 컨셉에 충실하게끔 육성 구조가 개선되고, 플레이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으면서 지난 CBT보다 훨씬 더 몰입감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 안 키우던 캐릭터도 약간의 투자로 바로 사용 가능하게 하면서, 플레이에 연속성이 생겼다

여기에 이야기를 무턱대고 스킵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보상도 제공하면서 유저가 스토리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게임을 이어간 것도 이번 CBT의 핵심이었다. 메인, 서브, 인연 퀘스트 등 방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각 캐릭터 및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그걸 하나하나 음미하는 것이 그랑사가가 내세운 묘미였다. 그냥 내버려두면 지나치기 쉬운 만큼, 유저가 지나치지 않는 대신 보상을 통해서 어쨌든 한 번 찍먹하고 보게 유도하는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고, 나중에 퀘스트를 다시 볼 때 이해할 수 있는 근간은 마련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CBT에서 그랑사가가 완전히 개선된 건 아니었다. UI/UX와 반복 사냥 편의성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싱글플레이 요소는 어느 정도 잘 구축했지만, MMORPG 유저들이 기대하는 협동 콘텐츠나 경쟁 콘텐츠, 길드 콘텐츠도 아직은 미흡했다.

무엇보다도 1차 CBT에서 줄곧 언급됐던 재화의 수급 문제는 크게 개선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CBT에서 이것저것 테스트하기 위해서 각종 보상들을 수시로 제공해서 스무스하게 플레이가 이어졌지만, 정식 출시는 이야기가 다르다. 소소한 보상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루틴으로 캐릭터 육성과 장비 강화가 매끄럽게 이어지긴 어려웠다.



▲ 필요한 재화의 양은 급격히 올라가는데



▲ 퀘스트 소모 행동력 대비 자원 수급량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특히 일종의 반복 퀘스트인 왕국 퀘스트는 행동력 대비 수급률이 떨어지고, 행동력은 굉장히 적었다. 이를 의식한 듯 CBT에서 행동력을 계속 지급해주고, 마지막 날에는 소모되는 행동력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이벤트까지 진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






▲ 그나마 CBT 단계에서는 여러 이벤트와 보상으로 커버했지만, 정식 출시 땐 어떨지가 관건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개선할 수는 없는 만큼, 시급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상책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랑사가의 파이널 CBT를 살펴보면, 괄목상대라 할 수 있겠다. 기본기까지 완전히 고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부족한 점은 인지하고 고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랑사가에 이제 남은 건, 정식 출시 전까지 미흡한 점을 고치면서 콘텐츠를 빌드업해나가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여태까지는 그랑사가가 왜 MMORPG인지 증명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던 만큼, 정식 출시 단계에서는 이를 증명할 무언가를, 혹은 그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느 한 기사단의 소소한 모험이 끝이 아닌, 세계의 운명을 건 방대한 이야기를 내건 그랑사가가 그 이야기를 MMORPG에 형태에 맞게 콘텐츠적으로도 준비를 마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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