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으로 국악을 전달하고 싶었다" 펄어비스 오디오실

인터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18개 |


▲ 왼쪽부터 주인로 작곡가, 류휘만 음악감독, 김지윤 오디오실장, 오동준 작곡가

펄어비스 오디오실이 게임사 최초로 국립국악원의 초청을 받아 '아침의 나라' 게임을 위한 창작 국악 작업기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류휘만 음악감독과 김지윤 오디오실장, 주인로 작곡가, 오동준 작곡가까지 네 명이 참여해 각자 발표를 할 만큼 이번 강연에 힘을 쏟았다.

네 명의 작곡가는 모두 서양음악을 전공했다. 그런 그들이 아침의 나라를 통해 창작 국악을 작업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류휘만 음악감독은 몇 달에 걸쳐 국악을 공부했고 서양음악과의 접목에 대해 고민했다. 다른 작곡가들 역시 작업 전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류휘만 음악감독은 그 이유를 "검은사막을 플레이하는 전 세계 유저들에게 정말 제대로 국악을 들려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아침의 나라는 조선시대를 게임 속에 제대로 풀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였다. 가끔 다른 매체에서 비주얼은 한국적이지만, 사운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펄어비스 오디오실 멤버들은 제대로 된 한국의 소리를 전달하고 싶었다.




검은사막은 서구권 플레이어가 매우 많은 게임이다. 그들에게 동아시아풍이 아닌, 한국의 전통 음악을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건 '농악'이었다. 농악은 한국 전역에서 행해지는 대표적인 민속예술로, 꽹과리, 징, 장구 등 타악기의 소리가 중심이 되는 음악이다.

김지윤 오디오실장은 거대한 에너지를 지닌 농악을 게임 음악화한 게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기존 동아시아풍 음악과 차이를 느끼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악의 특징을 살려내면서, 그들에게 ‘이게 뭐지?’라는 놀라움을 끌어낸 것이다.

그 중심에는 꽹과리가 있었다. 꽹과리는 전투 장면의 음악을 고민할 때 바로 떠오를 정도로 신명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사운드, 토속적인 사운드를 지녔다. 류휘만 음악감독은 “꽹과리의 소리는 다른 나라의 악기와 굉장히 다르고 독특하다"며 “그 독특한 소리 덕에 일반적인 동아시아풍 음악과 차별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국악이 낯설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게임과 전투에 어울릴 수 있게 리듬감과 볼륨, 템포 등을 맞춰가며 작업했다. 아침의 나라 사전 작업들을 통해 창작 국악이 해외 유저들에게도 충분히 수용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체험하고 본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선보인 아침의 나라는 여러 부분에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 온전히 한국적인 콘텐츠가 글로벌에도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메타크리틱에서 80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류휘만 음악감독은 이런 뜻깊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국악을 제대로 선보였다는 것, 그 경험 자체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동준 작곡가에게 아침의 나라는 도전정신을 갖게 한 작업이었다. 국악에 몸담은 이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또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선보인 결과물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게임은 쌍방향 매체다. 특히 검은사막은 오픈월드 게임이라 인터렉티브적 요소에 대한 고려도 필요했다. 사운드가 단순히 배경으로 삽입되거나 지나가는 게 아니라, 유저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곡적인 완성도도 높아야 하고, 게임 내 콘텐츠에도 어울려야 했다. 이를 위해 많은 부분에서 도전과 시도가 있었다.



▲ 아침의 나라 파트2 서울에서는 더 많은 도전을 할 계획이다

다만 아침의 나라 파트1의 경우, 최대한 국악적인 부분을 타협 없이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래서 오디오실의 작곡가들은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함께 파트1에서 아쉬웠던 점에 대한 도전을 파트2에서 해볼 계획이다. 아침의 나라 파트2는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 서울을 선보인다.

류휘만 음악감독은 파트2에서는 파트1을 통해 성장한 국악 능력으로 다양한 시도의 곡을 쓸 예정이다. 특히 정악을 모티브 삼아 곡을 쓰는 것이 목표다. 김 실장 역시 정악을 통해 전통성을 좀 더 표현할 계획이라며, 엄숙하면서도 근본적인, 그런 정악만의 요소를 열심히 찾아내 도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네 작곡가는 아침의 나라에 멈추지 않고, 더 다양한 국악적 시도를 게임과 접목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류휘만 음악감독은 양악기로 연주한 사물놀이 리듬을 서양풍 게임에 넣어볼 생각이다. 쉽지 않겠지만, 이번에 공부한 사물놀이에 대한 것들을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주인로 작곡가는 판소리를 합창으로 선보이려 하고, 오동준 작곡가는 덕수궁과 경복궁 등에서 수문장 교대 의식에 쓰이는 취타 음악을 게임 음악으로 작업하려 한다. 이외에도 네 작곡가는 민요, 좀 더 깊이 있는 농악 활용 등 국악과 게임이 결합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이렇게 치열한 고민과 연구, 열정, 그리고 시도 끝에 탄생한 아침의 나라 속 창작 국악들을 라이브 공연으로 들을 기회도 생길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공연을 비롯 여러 방면에서 구체적인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검은사막 1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네 작곡가는 모두 이번 강연을 통해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격려와 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 강연을 준비한 것 역시 그런 이유였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고충, 정보, 경험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해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번 강연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었다는 김지윤 실장은 “서양음악 전공이지만, 국악을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책임감이 작업 내내 흐르고 있었다"며 “그 책임감이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