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험가들의 득템 로그를 봤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리는 멘트. 착실한 사람들은 열심히 은화를 모아 거래소를 주기적으로 둘러보고, 샤카투 신을 믿는 누군가는 오늘도 주화를 바치며 득템을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 두 방법으로도 얻을 수 없는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수정이다. 수정은 거래 불가 아이템이기 때문에 오직 본인의 노력과 운으로만 얻을 수 있다. 상위 등급 수정은 운이 좋다면 고대인의 미궁 클리어 보상으로 단번에 얻을 수 있지만, 보통은 낮은 등급 수정들을 합성해 등급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해 얻는 경우가 대다수다.
시스템 메시지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려웠다. 최대 신화 등급 수정이 나온다고 한 고대인의 미궁 6단계를 수없이 입장했지만, 인벤토리에는 고급~유일 등급 수정이 가득했으며, 그나마 얻은 수정들도 합성을 통해 등급은 그대로인 채 수만 줄어들 뿐이었다.
도대체 합성을 얼마나 반복해야 전설 등급 수정을 얻을 수 있는 걸까. 너무 궁금하고 약이 오른 나머지, 동료 기자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감수하고 이번 실험에 도움을 요청했다.
실험 내용은 간단하다. 충분한 표본이 모일 때까지 합성을 반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단, 수정 합성 전에는 정확한 확률을 확인하기 위해 '키' 부위를 장착하지 않은 광원석 판을 장착해 상위 수정 합성 확률 증가율을 0%로 고정한 채 진행했다.
인벤토리 수에는 제한이 있으므로, 약 3주에 걸쳐 수정 합성 일지를 기록하고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1만 개가 넘는 수정을 동원해 총 3,660회의 합성 표본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일반, 고급 등급 수정은 필드 사냥과 수정 상인 등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어 각각 1,500회씩 합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반 수정은 1,500회 중 986회, 고급 수정은 1,500회 중 657회 합성에 성공했다. 합성 성공률은 각각 65.7%, 43.8%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처음 목표로 한 전설 등급 수정을 얻기까지 앞으로 두 단계. 이때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높은 합성 확률에 실험에 참여한 인원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후 확인한 합성 결과는 잔인했다. 희귀 수정은 600회 중 137회, 유일 수정은 60회 중 단 5회만 합성에 성공했다. 하위 등급보다 표본이 적어 확률 편차는 다소 크겠지만, 이 표본에 의하면 유일, 전설 수정 합성 성공률은 각각 22.8%, 8.3% 정도라는 것이다.
장비 잠재력 돌파를 10%로 시도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10%조차 결코 만만한 확률이 아니다. 그런데 고작 8.3%라니.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유저들이 선호하는 수정은 공격력, 공격속도, 치명타 확률 옵션이 붙은 '무력', '속공', '치명' 3가지다. 또한, 주력으로 사용하는 기술들의 계열 피해까지 붙으려면 실제 원하는 수정을 얻을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전설 등급 수정을 얻는 데만 해도 이 정도인데, 신화 등급 수정을 얻는 과정은 오죽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신화 등급 수정 합성 확률을 실험하려는 생각은 접어두었다.
실험으로 얻어낸 결론은 다소 뻔하다. 현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보라색 수정을 장착하는 게 효율상 좋다는 것. 그러나 실험이 끝나고 본래 쓰던 광원석 판을 착용하자, 무슨 자신감인지 이번엔 될 거라는 확신과 함께 전설 수정 3개를 합성해버렸다. 그 결과는...
'합성 확률을 20%로 세팅하여 실험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합성 확률이 0%일 때, 순수 성공 확률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Veil@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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