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보병 근본'으로, 콜오브듀티: 뱅가드 멀티플레이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6개 |



과거, 슈팅 게임의 멀티플레이는 이런 저런 기준에 의해 플레이 스타일이 꽤 갈리는 편이었습니다. 지금은 '둠'정도나 명맥을 잇고 있는 하이퍼 페이스 슈터들이 한 갈래였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대표되는 밀리터리 택티컬 슈터들이 다른 한 갈래를 차지했죠. 큰 틀 안에서는 다들 비슷비슷했습니다. '퀘이크류'냐 '카스류'냐 정도가 그럭저럭 통하는 대분류 기준이었죠.

하지만, 지금에 와서 플레이 스타일은 게임의 테마나 컨셉보단 게임 프랜차이즈에 의해 갈리는 편입니다. 똑같은 밀리터리 택티컬 슈터라 해도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레인보우 식스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 감각을 표방합니다. 오랜 기간 맞붙고 있는 '배틀필드' 시리즈와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플레이 감각도 굉장히 상이한 편이죠. 달리 말하면, 오늘날 유명 프랜차이즈 슈터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십수년에 걸쳐 만들어진 독특한 그들만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콜오브듀티'를 봅시다. 콜오브듀티 멀티플레이를 짧게 정의하면, '런앤건' 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친듯이 달리고, 쏩니다. 로켓 런처나 펄스 라이플 등의 SF물에서나 나올 무기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실존하는 실탄 화기 위주의 무기 로스터를 유지하며, 정조준과 포복 등의 움직임을 표현해 밀리터리 슈터로서의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만, 비슷한 컨셉의 밀리터리 슈터 중에선 독보적으로 빠른 게임 페이스를 지니고 있지요.

모던 워페어 이후 수 편에 걸친 시리즈가 출시되는 동안, 무기 시스템이나 퍽 시스템, 보상 등등은 조금씩 변화가 존재했으나 이 근본적인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콜오브듀티의 주요 시장인 북미의 슈터 게이머들의 성향에 딱 맞는 스타일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이미 이 자체가 콜오브듀티만의 고유한 플레이 감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오늘 다룰 게임인 '콜오브듀티: 뱅가드(이하: 뱅가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뱅가드의 플레이 감각은 앞선 콜오브듀티 시리즈와 거의 유사합니다. 이전 시리즈를 심도있게 플레이했고, 미세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숙련된 게이머들이라면 약간씩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여러 슈터 프랜차이즈를 두루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나 캐주얼하게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사실 다른 콜오브듀티 시리즈와 큰 차이를 찾아내기 어렵죠. 여전히 빠르고, 잘 죽고 잘 죽이며, 고인물들은 날아다닙니다.

그렇기에, 이번 체험기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이나 다른 콜오브듀티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부분들을 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어떤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다뤄도 쓸 수 있는 너무 뻔한 이야기들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죠.




'건스미스', 돌아오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무기'입니다. 슈터 게임에서 무기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구식이거나 그래픽이 좀 떨어지는 건 참아줄 수 있지만, 무기 밸런스가 개판인 건 참지 못하는 이들이 슈터 게이머들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슈터 게임 개발자들에게 있어 무기의 수치 조절과 밸런싱은 언제나 숙제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출시된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건스미스는 이 총기 밸런싱에 대한 나름의 해답이었습니다. 총기의 각 파츠를 마음껏 변경할 수 있으며, 변경에 따라 성능이 조절되는 방식인데, 일부 파츠의 경우 총기의 컨셉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리곤 했습니다. 단순히 개머리판이나 총구 부착물, 탄창 크기 등을 넘어 탄약의 구경이나 총신의 길이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죠. 실제 총기를 예로 들면, K2소총과 K1기관단총보다도 큰 폭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 '고배율 자동권총' - 가능

아쉽게도, '콜드 워'에 이르면서 건스미스가 개편되면서 더 좋아지긴 커녕 개악에 가까운 모습을 띄어 많은 게이머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뱅가드'에서는 이 건스미스가 다시 모던 워페어의 사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의 마음대로 총기를 주물럭댈 수 있다는 뜻이죠.

물론, 조금 이상하게 보이긴 합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경우 건스미스 시스템이 큰 문제 없이 받아들여졌는데, 이는 게임의 배경이 현대이기 때문이며, 현대에는 실제로 커스텀 총기들이 굉장히 흔합니다. 하지만, '뱅가드'의 배경은 2차 대전기입니다. 총기 커스터마이징은 전장에서 임시로 개조하는 정도 되엔 딱히 없었던 시절이죠.



▲ 자네는 왜 국가 재산의 개머리판을 떼었는가?

그러나, 게임 내에선 건스미스라는 합법적인 시스템을 통해 2차 대전기의 총기를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습니다. STG-44를 아음속탄을 사용하는 소구경 총기로 만들 수도 있고, 톰슨 기관단총에 배율 스코프를 달아 원거리 대응 총기로 써먹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고증 따윈 저세상으로 가버린 모습이지만, 뭐 멀티 플레이니까 그냥 게임적 허용으로 봐주어야 하는 부분이겠죠.



이시국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또 하나, 달라진 점이라면 '참전 인원'이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점입니다. 지금껏 '워존'을 제외하고 콜오브듀티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많은 참전 인원이 참여하는 전장은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지상전'이었는데, 무려 64명이 한 전장에 들어갑니다. '배틀필드'의 전작들(2042 이전)과 같은 규모의 참전 인원이죠. 물론, 이 전장의 경우 참전 인원 만큼 굉장히 넓었습니다. 지상전에 쓰인 맵들은 하나로 묶여 '베르단스크'라는 워존의 전장이 되기도 했죠.



▲ 6:6으로 해도 괜찮았던 맵인데

'뱅가드'의 참전 인원은 이 정도 까지는 아닙니다. 테스트 중에는 최대 20대 20, 총 40명이 참여하는 전투까지 체험할 수 있었죠. 물론 20대 20도 콜오브듀티의 주요 멀티플레이 모드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인원이긴 하지만요. 그 외에도, 16:16, 12:12 등 꽤 다양한 형태로 참전 인원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다만 모드 이름은 기준을 찾을 수 없이 제각각이라 어떤 모드가 무엇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다만, 큰 문제가 있습니다. 참전 인원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정작 맵은 그대로라는 거죠. 때문에, 6:6으로 싸워도 꽤 격렬한 전장에서 서른 명이 넘는 병사들이 치고박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문제가 많죠.




▲ 자리만 잘 잡으면 캠퍼가 날뛰기 너무 편해지는 대규모 접전


실제로 테스트 중 16:16 팀 데스매치를 플레이해볼 수 있었는데, 게임이 채 3분을 안 갑니다. 팀 1등도 5~6킬 정도 하고 나면 게임이 끝나버리죠. 좁은 맵에 사람이 워낙 많으니 쉴 새 없이 수류탄과 진탕탄이 터지고, 정신차리기도 전에 게임이 끝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몇몇 맵은 특정 포인트를 점거한 캠퍼가 너무나 쉽게 킬스트릭을 쌓고, 이렇게 모은 스트릭으로 무려 폭발탄을 쓰는 데스머신(미니건)을 가져와 게임을 말 그대로 분쇄해버립니다. 전작들의 데스머신이 엄청난 연사속도로 적을 갈아버리는 무기였다면, 이번작의 데스머신은 그냥 근처에만 쏴도 전부 다 박살나거든요. 참전 인원이 늘어난 건 꽤 재미있는 점입니다만, 이에 따른 전장의 크기 조절 정도는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주변까지 싹 쓸어버리는 고폭탄 데스머신



'보병 근본'으로 돌아온 게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변경점을 꼽자면, '탈것'의 유무를 말할 수 있습니다. 전작인 '콜드 워'의 경우 협동 팀 같은 비교적 대규모로 치러지는 게임 모드에는 보트나 전차 등의 탈것이 존재했고,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지상전도 장갑차를 비롯한 탈것들이 더러 보였습니다만, '뱅가드'에서는 이런 탈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직 정식 출시가 이뤄지지 않아 모든 게임 모드를 플레이해볼 수는 없었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나, 일단 확인한 바로는 없었죠.

덕분에, 대전차 화기도 폭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존재 이유인 대전차보다는 그냥 보병 상대 폭발화기 정도의 위치이며, 이번 테스트 중에는 아예 사용이 막혀 있었죠. 대전차 화기의 활용도가 축소된 건 '킬스트릭'의 변화도 한 몫을 하는데, 예전처럼 비행기나 헬기가 공중에 떠 있는 형태의 킬스트릭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통의 첩보와 방첩 스트릭도 정찰기가 뜨지 않는 형태였죠.



▲ 보병들끼리 뭉쳐서 그런지 쉼 없이 주절대는 동료들

반면, 대보병 킬스트릭은 굉장히 강력해졌습니다. 애매하던 화염 방사기는 레이드 끝판왕 같은 모습이 되었으며, 워머신(유탄발사기)은 여전한 위엄을, 데스머신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철갑탄을 고폭탄으로 바꿔 미친듯한 살상력을 자랑하죠.

대보병 킬스트릭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군견'은 가히 끝판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킬을 해야만 부를 수 있고, 부르는 즉시 군견 세 마리가 적을 찾아 뛰어다니는데 엄청나게 빠르고 사다리도 따라 올라오는데다 일단 스치면 죽습니다. 어떤 메커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죽는데다 생긴게 다 똑같아 피아식별도 안되기 때문에 아군 군견이라도 떴다 하면 패닉에 빠진 병사들이 총알을 쏟아내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 개 한마리 들어오면 분대가 절단난다

여하튼, 1회용 원격 폭탄인 '골리앗' 정도를 제외하곤 이처럼 탑승 장비랄 것이 없다 보니 전투의 모습도 전작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보조 장비로 폭발 화기를 쓸 필요가 줄어 권총의 무게감이 올라갔고, 대량 사살을 책임지던 장비가 사라지다 보니 보병용 킬스트릭이 그 위치를 차지해 굉장히 강력해졌죠.

탑승 장비가 뜨면 일단 실내로 숨어 대책을 강구하던 이전과 달리 본작의 킬스트릭은 실내에서 오히려 더 깽판을 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고인물 플레이어가 스트릭을 쌓기 시작하면 답이 없습니다. 배틀필드 시리즈가 장비 고인물들을 꺾을 수가 없는 게임이라면 '뱅가드'는 총격전 고인물들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죠. 뭐, 원래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그래오긴 했지만, 이전보다 더 심한 실력 편차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전에야 총질을 아무리 잘 해봐야 대응책 없이 탱크 만나면 바로 천국 사출이었으니까요.



▲ 게임 중에는 눈에 잘 안 들어오지만 훌륭한 그래픽

요약하자면, '뱅가드'의 멀티플레이는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빠른 속도감과 TTK를 유지하면서, 전보다 더욱 '보병근본적' 모습을 띈 게임입니다. 어설프게 배틀필드를 따라하려던 시도를 아예 버렸는지, 보병의, 보병을 위한, 보병에 의한 게임을 만들어 놓았죠. 이에 따라 에임 실력의 중요도도 덩달아 상승하다 보니 슈터에 약한 일부 참가자들은 매 판 순위표의 바닥에 머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체험기를 보고 게임을 모두 판단하기란 무리입니다. 참전 인원과 맵 크기 같은 경우 대충 봐도 '아 이건 테스트 목적이구나'싶을 정도로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무기는 아예 잠가놓는 등 확인할 길이 없었거든요. 그러니, 본작이 출시되기 이전까지 이 기사는 그냥 참고하는 수준에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출시 이후에 게임이 어떤 모습을 띌 지는 아무도 모르니 말이죠.
  • 높은 수준의 시네마틱 영상 퀄리티
  • 다양한 배경의 전장 묘사
  • 한국어 더빙과 이름값 하는 멀티플레이
  • 캠페인의 개연성 없고 빈약한 시나리오
  • 노골적인 사상 강요와 교조적 연출
  • 역사 왜곡과 빈번한 고증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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