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던파'에 미친 남자, 네오플 윤명진 대표

인터뷰 | 강민우,이두현 기자 | 댓글: 19개 |
0. 독일에서 못 물어본 질문
윤명진 대표가 말하는 '검은신화: 오공', 'GTA6'

최근 네오플 윤명진 대표를 본 자리는 독일 게임스컴이었다. '검은신화: 오공'을 시연해 보고 나오니,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윤명진 대표였다. 액션게임 개발사 대표가 해본 '오공' 소감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당시 물어볼 기회가 여의찮았다. 시간이 지나 윤명진 대표와 인터뷰 기회가 생겼고, 우선 '오공'에 대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근 'GTA6' 트레일러 감상평과 함께.



▲ 네오플 윤명진 대표

지난 게임스컴에서 '검은신화: 오공'을 해보려 기다리는 윤명진 대표를 봤다.

= 잘 만든 게임이라 생각했다. 특히 인간형이 아닌 캐릭터와 몬스터들의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매우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고 돌아왔다.

게임스컴 때는 호랑이 보스 빼고는 다 잡았다. 준비된 보스가 4마리였으니, 3마리를 클리어했다. 사실, 호랑이 보스의 갑자기 튀어나오는 패턴은 억지라고 여겨지더라.(웃음)

여담이지만, 게임스컴 때 '오공'하고 '젠레스 존 제로'는 플레이를 해보며 충격을 받았다. 정말 잘 만들었더라. 두 게임은 게임스컴 이후로 일부러 안 보고 있다. 이후 TGS(도쿄 게임 쇼)에 갔을 때도 손대지 않았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거 같았다.


최근 'GTA6'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다.

= '어나더 레벨'이었다. 영상 자체가 어마어마하더라. 그렇게 나오는 게 맞겠지?


그렇지 않을까? 단순히 따져보면 10년 넘게 1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알려졌으니까.

= 아직 한국에선 패키지 게임에 그렇게 오랜 시간과 자금을 들이는 건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런 개발 방식이 익숙하지 않고, 그만큼 투자했을 때 회수 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개발할 수 있는 IP, 그렇게 개발할 수 있는 게임사가 있다는 게 대단한 거 같다.


1. 윤명진 대표의 '벌써 1년'
포부 없던 신입사원에서 대표가 되기까지

윤명진 대표를 말할 때 '신입사원에서 대표이사까지'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그는 2008년 네오플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2014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디렉터 자리에 올랐고, 2022년 네오플 대표이사가 됐다. 윤 대표는 '던파' 유저들 사이에서 때때로 '빛명진' 또는 '둠명진'으로 불린다. 다양한 별명은 '던파' 모험가들이 윤 대표를 가깝게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험가와 가까운 '던파' 디렉터, 그가 바랐던 것이다.




대표이사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예전 대표님들한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 솔직히 대표라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대표가 되고 나니, 되게 바쁘게 보내셨다는 걸 알게 됐다. 생각보다 더 너무 정신이 없었다. 대표가 되기 전에도 바쁘게 보냈다고 자신했는데,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인간이 더 바빠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계속 바쁨의 한계를 돌파한다는 느낌으로 1년을 보냈다.

게다가, 대표가 되면서 PC '던파' 디렉터 자리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다시 한번 물러나게 됐다. 항상 마음속의 고향이 아라드라고 생각하는 만큼,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기존과는 다른 도전들도 많았고. 다만, 좋은 대표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갈 길이 멀다.

대표이사가 되니 책임감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지금까지는 뭔가 하다 실패하거나 사고를 치더라도 다음이 있거나 누군가 통제해 줄 거란 생각이 있었다. 의지할 구석이 있었으니까. 이제는 의지할 게 없으니까 더 잘하고,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일종의 중압감이랄까.

반대로 기존에 해왔던 것보다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의 영역이 넓어졌다고도 느낀다. 예전에는 생각만 했던 것들을 실행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예전에는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 예를 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시각이 넓어진 거 같다. 앞으로 10년간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으니까. 회사를 바라보는 면에서도 과거보다 차이를 느낀다.


대표가 되고서 바꾸고 싶어서 바꾼 게 있나?

= 바꿨다기보다는 만들고 싶다는 것에 더 가까운 거 같다. 네오플은 PC '던파'를 오랫동안 개발하고 서비스한 게임사다. 그동안 '사이퍼즈', '공각기동대'도 있고 '던파 모바일'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오랫동안 변화가 없는 회사라는 시각이 많은 거 같다. 직원들도 우리 회사가 "던파 원툴회사라는 느낌을 받는다"라 하고, 네오플이 제주도에 가면서 "갈라파고스란 이런 것이다"라는 얘기도 있었으니까.

대표가 되면서 그런 이미지를 좀 바꾸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앞으로 네오플이란 회사가 더 성장할 것이고, 더 도전적으로 공격적으로 할 거라고 얘기를 많이 하고 다닌다.

우리는 '던파'라는 정말 좋은 IP를 갖고 있다. '던파'의 장점으로 액션성을 많이 꼽아주시지만, 나는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정말 큰 강점이라고 여긴다. 이를 기반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게 진짜 많다. 하지만 그동안 다소 안일하게 해왔던 거 같다.

더 도전적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더 과감하게 도전할 거라고 내부에 얘기를 많이 했다. 결국은 회사가 더 도전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야, 직원도 '여기서 내가 뭔가 더 해볼 수 있겠구나'라거나 '여기서 열심히 하면 다른 기회가 생기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긴다. 그런 기대가 있어야 회사에 마음이 더 가기도 할 테고. 그렇게 도전적인 개발자가 몰리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싶다.


그러한 회사 분위기가 게임사엔 특히 중요한 거 같다.

= 회사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지면 안 될 것 같은 게 되기도 하니까. 예를 들어 과거 PC '던파'에서 전체 서버 통합은 기술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회사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내부적으로 해보자는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담당자가 "됐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안 된다고 하더니만 왜 됐냐고 물어보니, 하다 보니까 됐다더라. 그런 것들이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탁월한 성과라고 본다.



▲ '던파' 10주년 행사 '열파참' 때의 윤명진 당시 디렉터

2014년에 '던파' 디렉터가 되었고, 이때부터 이름과 얼굴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던파' 10주년 행사는 프로그램이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거 디렉터 때의 기억이 궁금하다.

= 디렉터가 됐던 해에 '던페'에서 처음 발표했었다. 당시 정준 해설과 같이 진행했는데,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오프라인에 '던파' 모험가 수천 명을 처음 마주했으니까. 나는 발표가 처음이지만, 정준 해설은 초보가 아니니까 조언을 해주더라. 원래 앉아서 발표하려 했는데, 정준 해설이 앉아서 발표하면 임팩트가 없으니 일어서라고 했다. 그래서 서서 발표했다.

2015년 '던페'는 10주년을 맞아 서울대공원에서 했었는데, 가수 아이유에 감사한 마음이 있다. 아이유는 '던파걸'도 하는 등 우리와 인연이 많았다. 2015년 '던페' 당시 비가 많이 와서 행사가 지연됐고, 아이유가 거의 2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아이유가 다음 일정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던페'에서 본인이 맡았던 바를 다 해주고 가더라.

그리고 성승헌 캐스터와 업데이트 발표를 하던 중이었는데, 비가 와 우산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우산을 쓰고 발표를 하니 맛이 안 산다고 우산을 던지더라. 그리고 나한테도 우산을 던지라고 했다. 2014년에는 정준 해설이 서서 발표하라 하고, 2015년에는 성승헌 캐스터가 우산을 던지라는 둥 발표를 호되게 배웠다.

그래도 두 분의 말을 듣고 발표를 하니 모험가분들이 굉장히 좋아해 주셨다. 나 역시 발표에 재미를 느꼈다. 발표는 2017년까지만 했었는데, '던페'를 되돌아보면 2015년부터가 재밌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 비가 많이 내렸던 10주년 '던페', 성승헌 캐스터가 비를 맞으며 진행했다



▲ 최선을 다해준 가수 아이유

'던페'가 잘 되니 다른 게임사도 벤치마킹한다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 워낙 '던페'가 잘 됐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니 아무래도 다른 게임사가 벤치마킹을 안 할 수 없지 않았을까. 그래도 우리가 원조라는 자부심이 있다.


윤명진 대표를 얘기하면 많이 떠오르는 게 '신입사원부터 시작했다'라는 말이다. 혹시, 신입사원 면접 때 어떤 포부를 말했는지 기억하나?

= 사실, 입사할 때 포부라는 게 딱히 없던 거 같다. 그것보다는 그냥 내가 워낙 '던파'를 좋아했다. 당시 면접 때 얘기를 다 하지 못해서 떨어지더라도 전하고 싶었던 제안을 따로 회사에 보냈다. 지금으로 치면 인사팀이던가. 네오플에 들어오고 나서도 계속해서 게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어떻게 더 좋게 만들 것인지를 생각했던 거 같다.

여기가 첫 회사이니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회사에서 '던파'를 계속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신기하기도 했고. 그때 친구하고 같이 '던파'를 했던 시기여서 회사에서 '던파'를 한다고 자랑하니,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하더라.

그렇게 회사에서 '던파'를 한다는 게 너무 재밌어서 매일 조기출근을 했다. 10시 출근이었지만 매일 3시간 일찍 회사로 가서 '던파'를 했다. 점심에는 간단히 김밥을 먹으며 '던파'를 했다. 퇴근 후 저녁에도 당연히 '던파'를 했다. 그때는 사무실에 음식을 가져와 먹어도 상관없는 때였는데, 맥주를 사다 놓고 '던파'를 했다. 주말 토요일에는 집에서 '던파'를 하다가 일요일에 회사로 와 다시 '던파'를 했다. 일요일 회사에서 밤새도록 '던파'를 하다가 회의실에서 자곤 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던파'를 했었다.

결국에는 당시 사수한테 한 소리 듣고, 앞으로 조기출근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 "회사에서 '던파'를 계속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면접 질문이 뭐였나?

= 가장 오랫동안 얘기할 수 있는 것을 1시간 동안 말해보라더라. 난 삼국지를 좋아하고 또 굉장히 많이 읽어서 삼국지를 얘기했다. 그런데 면접관도 삼국지를 좋아한다며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지 묻더라. 그래서 조자룡이라고 답했다. 그 당시에 조자룡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해 보았고, 그에 관한 얘기를 1시간 동안 했다. 나중에는 그만 얘기하라고 했다.


그때 면접관의 질문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얘기를 1시간 동안 한다는 게.

= 이제는 나도 면접을 많이 봤으니, 아마 뭔가에 미친 듯이 빠져봤는지를 봤던 거 같다. 1시간 동안 혼자서 계속 떠들 만큼 무언가를 깊이 알고, 뭔가에 빠져서 할 수 있는 가를 가늠하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좋은 질문이라고 본다.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대표까지 경험했다. 다음 직원을 위해 한가지 조언을 해본다면?

= 그동안 내가 네오플에서 해왔던 일들은 굉장히 단순한 거였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미친 듯이 한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얼마나 미친 듯이 하냐는 정도의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아무도 이렇게까지는 못 할 거 같다' 정도로 미친 듯이 일하고, 좋아하는 방향이 마침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았던 거지.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조언으로 하기에는 좀 어렵더라. 그래서 다른 말을 빌려서 하면, 이미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그렇게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팀원인데 팀장처럼 일하는 사람이 나중에 팀장이 된다거나, 대표 같이 행동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결국 대표이사 직책에 있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지 생각해 보면, 그 누구보다 회사의 성공을 바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다른 예로 본부장은 그 어느 본부보다 자기 본부의 성공을 바랄 것이다.

나 다음 누군가가 대표이사가 된다면, 당연히 나보다 이 회사의 성공을 더 바라는 사람이 될 거라고 본다. 또 그런 사람이 대표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대표가 되고 나서 '오너쉽'이란 단어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다. 오너쉽이라는 게 진짜 중요한 거였단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된다. 나는 회사에 대한 오너쉽은 사실 없었지만, 게임에 대한 오너쉽이 강했다. '던파'에 대한 오너쉽이 강하다 보니 내가 무슨 희생을 하더라도 이 게임이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확실히 직원들을 보면 오너쉽을 갖고 일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행동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2. '던파' 디렉터의 무게감
"남에게 물려줄 때 더 좋은 옷으로, 부끄럽지 않게"

'던파' 유저가 네오플에 입사해 디렉터 자리까지 올랐다면, 마냥 좋아할까? 우선 윤명진 대표가 내놓은 대답은 의외였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던파 디렉터'는 옷이라고 표현했다. 옷을 잠시 입었을 뿐 자기 몸이라 여기지 않았다. 남에게 물려줄 옷을 잠깐 입었기에, 누더기로 만들면 안 될 일이다.




신입사원에서 디렉터로, 그리고 대표가 됐다. 직책이 바뀔 때마다 변한 것도 있을까?

= 나는 직책의 변화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게 입에 발린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직책이 올라간다는 게 승진한다는 건데, 승진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직책이 바뀔 때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많이 오는 느낌이었다.

변화라고 한다면... 대표가 됐을 때보다 디렉터를 맡았을 때 변화나 충격이 더 컸던 거 같다. 디렉터 이후로 직책 변화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직책보다는 직무의 입장이라고 많이 생각했다. 그러니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중요한 것은 역할이 확장된다는 건데, 확장됐을 때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직책이라는 것은 옷 같은 거여서, 언제든지 갈아입을 수 있는 거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걸 내 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지. 지금은 입고 있지만, 다음에 누군가에게 물려줘야 하는 옷일 뿐이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은 내가 옷을 받았을 때보다, 남에게 물려줄 때 더 좋은 옷으로 만들어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스트레스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거 같다. 부끄럽지 않게 해내야 할 텐데, 남에게 물려줄 때 더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할 텐데, 이런 생각들 때문에 좀 힘들기는 했다.


확실히 역대 '던파' 디렉터를 되짚어보면 다들 색깔이 다양해서, 모험가들도 그런 성향을 파악하는 거 같다.

= 완전히 다르게 게임을 만들어 나가니까. '던파'의 디렉터 역할이 그런 거 같다. 특히 우리 '던파' 같은 게임은 피드백이 타게임보다 더 세게 오는 편이다. 그래서 또 신경 쓰이는 면들이 있고,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나쁠 때 넘겨주면 안 되는 거다.

뭐랄까, 장렬하게 전사하는 느낌으로 디렉터를 넘겨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서 전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디렉터가 뭔가를 더 과감하게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을 테니까.


게임 개발자로서 보면, 디렉터는 참 멋진 자리 아닌가? 게임의 색을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바꿀 수도 있으니까.

= 회사마다 다르고,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던파'는 디렉터가 마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색을 칠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디렉터가 뭔가를 하자고 하면, 주위에서 반발이 굉장히 심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가 좋은 거라고 본다. '던파' 구성원은 각자 자기 생각이 굉장히 뚜렷하고, 잘 양보하지 않는다. 디렉터가 얘기를 해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구성원 모두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해의 방향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각자가 보는 방향에서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디렉터라고 해도 그걸 어기는 일은 쉽게 할 수 없다. 어떻게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면, 모든 구성원이 그 방향으로 각자 깊이 파고든다. 그렇기에 방향만 잘 맞춰지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깊이 있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디렉터는 방향을 잡는 사람이다.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수가 들어간다. 디렉터가 통제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많은 것이 자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게 '던파'가 오랫동안 인기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디렉터를 하다 보면 이래서 안 돼요, 저래서 안 돼요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나는 통계로 시작한 경우지만, 프로그래머로 시작한 디렉터는 답답해서 본인이 직접 코딩해서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도 안 보는 밤에 몰래 코딩해서 구성원들에게 스윽 보여주는 거다. 그러다 구성원들이 "좋은데요?" 하면 "거봐 되잖아"하는 거고, "별론데요?" 하면 "내가 잘못 생각한 거 같다"로 마무리되는 거지. 이런 나름의 고충들이 또 있다.




최근 들어 넥슨 쪽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인데, 디렉터가 유튜브 등을 통해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옆 동네 게임도 그렇고.

=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가 잘하셨지. 옆 동네 그분도 잘하셨고. 나는 그게 맞다고 본다. 재미있기도 하고. 2013년쯤인가, 당시 인터뷰 때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게임사가 유저와 직접적으로 소통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딱 10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래도 부족했던 거 같다. 더 적극적으로 더 일찍 해야 했는데.

지금도 모험가와 접점을 늘릴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출범시키지 못한 게 있는데, 앞으로 '던파' 유저와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유저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그냥 하는 거 같지 않다. 유저의 게임 이해도가 개발자보다 더 깊을 때도 있다. 특히 '던파'는 어떤 콘텐츠가 생기면 개발자의 의도를 분석하는 모험가도 많다. 가끔 모험가의 분석 글이 올라오면 내부에 엑스맨이 있는 거 아닌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게임사가 유저를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어떤 것을 선보이고, 조정한다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앞으로의 밸런스를 위해 모험가에게 조금 손해를 입히더라도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골드 드랍률을 낮춰야 할 때가 있다. 옛날이었으면 "골드 수급률을 조정했습니다"라고 공지만 하고 끝이었다면, 이제는 "왜 하향해야 하고, 하향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다"라고 설명해 드려야 한다. 잘 설명하면, 모험가분들은 충분히 이해해 주시더라.

그래서 나는 게임사의 소통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서비스하기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디렉터가 단순 개발자에서 연예인에 가까운 모습도 보이는 거 같다.

= 유저가 어떤 게임을 할 것인지 선택할 때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영향을 준다. 특히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 서비스를 짧게 하고 종료되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까. 아무래도 플레이 타임을 오래 갖고, 결제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게임을 판단하게 된다.

그럴 때 회사의 강점을 대변하는 게 디렉터의 역할 중 하나인 거 같다. 유저는 게임이 앞으로 더 좋아질 거란 판단을 디렉터를 보고서 한다. 예전에 광고를 할 때 신뢰감을 주는 연예인을 쓰는 거처럼, 그 역할을 디렉터가 일부 맡는 거 같다. 그리고 앞으로 그 역할의 중요도가 더더더 올라갈 거 같고.

옆 동네의 그 분께서도 이러한 역할에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다. 그래서인지 디렉터의 역할이 특별해진다기보다는, 안 하면 뒤처진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커뮤니티 여론이라는 게 있다. 과거와는 여론의 무게가 다른 거 같은데, 이로 인해 디렉터로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나?

= 과거에는 2년에 한 번 큰 업데이트를 했던 거 같은데 이제는 주기가 짧아졌다. 할 게임이 늘어나기도 했고, 게임끼리 경쟁도 워낙 심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콘텐츠 생산력 자체는 계속 올라가고 좋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모험가들의 기대도 계속 올라가는 거고. 기대하니 실망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실망의 목소리를 그만큼 게임을 오래 해주시고, 기대해 주셨기에 나타난다고 본다.


신입 개발자보다 '던파'를 더 잘 아는 모험가도 많을 테니까.

= 그런 경우 모험가의 이해도가 개발자보다 더 깊기도 하다. 예전에 '항아리 파편'이란 희귀 아이템이 있는데, 많은 직원이 없는 아이템을 갖고서 인증하는 모험가도 있다.

나한테도 '던파'는 인생 게임이지만, 많은 모험가에게도 인생이 걸려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예전부터 모험가에게서 많이 듣던 말이 "이 게임 못 잃는다. 그러니까 잘 좀 해라"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욕을 하는 게 아니라, "너희가 잘돼야 내가 '던파'를 오래 한다"와 같은. 고마운 말이라고 여긴다. 그 덕분에 회사가 계속해서 잘하려 노력하고, 운영하는 거니까.


3. 윤명진 대표가 말하는 '카잔'
"'카잔'은 앞으로 '던파' IP에서 풀어낼 이야기들의 시작이다"

12월 7일, 네오플이 개발 중인 신작 '카잔'의 플레이 장면을 TGA에서 공개했다. 개인적으론 네오플이 소울라이크에 도전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오랫동안 '던파'를 즐긴 모험가들은 "드디어 카잔의 이야기가 나오는구나"하고 기대했다. 윤명진 대표는 소울라이크라는 단어만으론 다 담아낼 수 없는 '카잔'만의 게임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풀어낼 '던파' IP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하드코어 액션 RPG를 기대하는 게이머와 '던파' 이야기를 기대하는 모험가 기대케 했다.




어느새 네오플 임직원 수가 천 명을 넘겼다. 인력에 비해 게임 숫자가 많은 건 아니지만, 앞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금의 네오플은 어떤 단계인가?

= 우선 '카잔' 같은 경우 개발 인원은 확정된 상태다. 채용 자체는 거의 끝나서, 지금 인력으로 런칭까지 갈 수 있다. '오버킬'은 지금 인원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프로토타입 때 적당한 인원으로 해본다는 느낌은 끝났고, 이제 콘텐츠 양을 늘려가는 중이다. '던파 모바일'은 라이브 서비스에 해외 서비스 인원까지 있으니 출시 때보다 꽤 늘었다. 네오플은 대규모 인원으로 큰 프로젝트를 만드는 게 익숙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인원이 꽤 늘어난 거 같다.

그 이후의 차기작들에 대한 것들도 지금 논의되는 중이다. 논의가 끝나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되면, 많은 인원이 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반 자체를 갖추고 있는 단계가 지금의 네오플이다. 개발사로서 훨씬 더 큰 게임,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계속해서 만드는 중이다.

앞으로 회사는 외형적으로 더 성장할 계획을 하고 있다. 채용도 더 많이 할 생각이고, 아울러 새로 나오는 게임 라인업도 탄탄한 재미를 갖춘 것들이 많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다.


'카잔' 유튜브 영상 댓글을 보니까, 카잔의 이야기도 좋은데 다른 캐릭터 얘기도 재밌으니 이런 식으로 더 만들어 달라는 의견이 있더라.

= 우리 계획 중에 하나로 있다. 사실, '카잔'과 같은 게임을 처음 만들려고 할 때 고민이 주인공을 카잔으로 할지, 다른 캐릭터로 할지였다. 결국 카잔으로 결정됐고, 모험가의 의견과 같은 이야기가 내부에서도 같이 있다.

처음 '프로젝트 AK'라 발표했을 때 AK 뜻이 아라드 크로니클이었다. '카잔'에는 아라드 크로니클을 계속 써 내려갈 거란 의지가 담겨있다. 다만, 충돌하는 것은 'DNF 유니버스'로 갈지, 'DNF 크로니클'로 갈지였다.

'던파' IP 자체가 유니버스(Universe)라는 단어에 굉장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게임 자체가 세계관을 다중 우주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크로니클이 하나로 쭉 이어진다는 느낌이라면, 유니버스는 하나의 시점을 사방팔방에서 관찰하는 느낌이니까. 그래서 유니버스라는 개념이 더 적절하다고 여긴다.


최근 공개된 '카잔' 영상은 이펙트를 많이 쓰지 않았던 점이 인상 깊었다.

= '프로젝트 BBQ' 단계 때부터 확고하게 잡았던 방향이다. 모험가를 가짜 플레이로 현혹하고 싶지 않았다. 실제 버전에는 영상보다 이펙트가 강화되고 카메라 효과도 여기저기 들어갈 텐데, 그걸 오히려 간소화해서 트레일러로 내보였다.

'카잔' 아트 디렉터와 얘기했던 것은 이펙트를 과하게 쓸 거라면 남들과는 다르게, 확실히 몰입을 줄 수 있을 때만 쓰자고 했다. 그게 아니라면 간소화해서 강약 조절 분리하자고 했다. 그렇게 일반적인 타격은 최대한 리얼하게, 특별한 스킬은 정말 멋있게로 분리했다. 이번 영상에서 스킬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나올 영상에서는 조금씩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점차 정보가 풀리는 상황에서 '카잔'에 대한 인식이 바뀔 거라고 예상한다. 지금 공개된 것은 일부분일 뿐이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

'DNF 유니버스'라면,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무엇이 오리지널 이야기인지 결정할 수 없다. 아마도 많은 모험가가 PC '던파'를 오리지널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 내부에서도 그렇게 여길 테니 외부에서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PC '던파' 이야기도 메인이 아닐 수도 있다. 정확히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도 무엇이 'DNF 유니버스'의 중심인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세계관은 평등해야 하니, 어느 세계관이 정사라고 하면 다른 세계관이 불평등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해 게임기자로서 뿌듯했던 일이 우리나라 게임이 GOTY를 노린다는 거였다. 윤명진 대표는 GOTY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예전에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가 발표를 할 때, 그냥 발표 내용 중에 'GOTY를 노리는 게임 카잔'이라고 이야기 하신 적이 있다. 그걸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데.(웃음) GOTY는 내부에서 목표로 잡았던 것 중 하나다.

그런데, 게임 개발자로서 GOTY란 그런 거 같다. 애초에 GOTY를 노린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명확하게 표현한다면, 'GOTY를 받는 게임들과 같은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자'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런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는 얘기하고 있다.

2023년엔 정말 GOTY 경쟁이 어마어마했다. 평점 90점 이상도 지난해가 제일 많았다고 하더라. 만약 그런 해에 좋은 게임을 출시했지만, GOTY를 못 받았다고 해서 못 만든 게임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수상에만 의의를 둘 수는 없는 거로 생각한다. 다만, 수상을 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한 퀄리티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그걸 핵심이라 여긴다. '카잔'도 거기에 목표를 두고 노력하는 중이다.

비슷하게 '트리플 A급 게임'에 대해서도 단어의 정의를 개인적으로 명확히 못 하겠더라. 정의를 찾아보려고 해도 뚜렷하게 정리된 것은 없는 듯하고. 우리는 '카잔'을 트리플 A급 게임으로 만들겠단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차피 노린다고 노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카잔'에 대해 '던파로 만든 소울라이크 게임인가?'라는 반응도 있더라.

= 프로젝트 AK로 소개됐을 당시 '소울라이크'로 기사가 많이 나갔었지. 그래서 '카잔'이 '소울라이크'냐고 혼선이 있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카잔'은 하드코어 액션 RPG다.

'소울라이크' 특유의 게임성이 있다. 우리가 봤을 때 '카잔'은 '소울라이크' 성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게임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하드코어 액션 RPG라고 강조하고 싶었다.

게임을 만들면서 계속 생각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카잔'을 했을 때, 이 장르에서 정말 기억할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만들고 싶단 거다.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네오플이 패키지 게임을 처음 내놓지만 '던파' IP 자체는 정말 오래됐다. '카잔'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카잔'의 성공으로 '던파' IP 인지도가 높아지고 세계관에 대한 관심도 높이는 게 우리 목표다. 그래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카잔'이 정말 퀄리티 높은 게임으로 나와야 한다.

해외 다른 작품을 보면 처음부터 GOTY, 트리플 A급 게임을 노리며 출시되는 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걸 보면 그들이 정말 경험이 많다고 여기지만, 그걸 따라 하기엔 우리의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오로지 게임 자체의 퀄리티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다.


'카잔'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면, 나중에 '카잔라이크'도 나올 수 있겠다.

= 그러면 너무 좋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생각들을 다 배제하려고 한다. 다 배제하고, 우리가 '던파' IP를 쓴 것에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개발자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다른 생각이 껴들면 혼란스럽더라.


잘 안되는 게임을 보면 못 만들어서라기보다는, 중간에 방향이 바뀌거나 기획이 꼬이는 경우가 많더라.

= 이미 '프로젝트 BBQ'에서 크게 한 번 바뀐 적이 있다. 그래서 'AK' 때는 절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처음 계획했던 그대로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다. 그거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


요즘 게임에 AI 기술을 적용하거나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카잔'도 AI를 활용한 게 있을까?

= '카잔'에는 전혀 쓰지 않았다. 앞으로 AI를 활용해서 게임을 만드는 세상에 될 거란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부 못 할 거 같다. 조금만 테스트를 해봐도 생산력이 너무 다르니까. 언젠가 접목이 되고, 적용될 수 있을 거로 생각은 한다. 다만, 아직 우리는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모험가들은 언제 '카잔'을 체험해 볼 수 있을까?

= 체험은 올해 무조건 할 수 있다. 올해 해외 게임쇼에 나갈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고,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준비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계획을 딱 정해둔 것이 아니니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유저가 어떤 방식으로든 '카잔'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카잔' 출시를 위해 PS나 Xbox와 협업하는 게 있을까? 스팀 출시도 준비하고 있을 테고.

= 이미 콘솔 기기를 확충해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네오플이 '던파 모바일'을 준비하면서 최적화를 굉장히 격렬하게 경험해 봤는데, 그때 경험 덕분이 콘솔 최적화는 비교적 수월하더라. 그래도 콘솔 최적화의 기준을 평균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잡아 진행할 계획이다.

잠깐 '던파 모바일' 최적화 얘기를 하자면, 정말 지옥 같은 일이었다. 원래 중국 출시를 준비했으니까, 중국에 모바일 기기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많다. 그거에 대한 최적화 비용을 정말 어마어마하게 들였다. 콘솔 최적화는 난이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대상이 명확하니까, 더 수월하더라.

물론 PC 최적화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이다. 최적화 부분은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강점이 될 거라 자신한다. 이미 중국 모바일 기기 최적화라는 불지옥을 겪어봤으니...


'카잔'을 기대하는 모험가에게 윤명진 대표가 게임을 소개해 주셨으면 한다.

= 재밌는 게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생각했었다. '던파' 세계관을 아는 모험가라면 카잔이란 영웅이 어떤지, 오즈마의 이야기는 어떤지 흥미를 느끼셨을 거로 생각한다. '던파'에는 정말 재밌는 얘기들이 많다. 그중 하나인 카잔의 이야기를 풀어낸 게 이번 작품이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의 핵심 이야기 중 하나인 카잔과 오즈마의 이야기를 담은 하드코어 액션 RPG다. 흔히들 이야기하시는 소울라이크와도 유사성이 있지만, PC '던파'와의 유사성 역시 적지 않다. '던파' 특유의 강력한 스킬을 활용하여 도전적인 난도를 가진 적들을 상대하는 재미있는 액션 게임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카잔'은 앞으로 '던파' IP에서 풀어낼 이야기들의 시작이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전 세계 어떤 게임들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강력한 액션성이다. 도전적인 플레이, 몬스터와 주고받는 공방이 정말 재밌을 거다. 난도는 만만치 않다. 모험가가 '카잔'을 플레이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패턴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실 거다.

강력한 액션 플레이, 그리고 아주 좋은 카잔의 서사가 결합한 게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다.


4. ETC
"'던파' IP를 더 멋지게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과거 인터뷰를 보니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지만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실제 사례를 듣고 싶다.

= 라이브 서비스를 하면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생각을 실수했을 수도 있고, 개발을 실수했을 수도 있는데, 결국 모험가께 피해를 끼쳐드리는 경우가 많아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어쨌든, 예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우리가 꽤 큰 오판을 하는 바람에 이후 지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접속 지표가 상승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어라 이게 실제로는 그렇게 부정적인 상황이 아닌가?'를 헷갈린 적이 있었다. 당시 그게 부정적인 상황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많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지표가 상승한 것이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 아니고, 모험가분들이 게임을 정리하러… 접속 빈도를 잠시 높였던 거다. 다행히 저희가 그 데이터만 보고 있던 게 아니고, 팬사이트 모니터링이나, 실제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해당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긴 했다. 다만, 그냥 데이터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충분히 오판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


게임 개발자로서, 다른 작품을 보고 좌절감을 맛본 경험이 있을까?

= 세키로. 세키로를 하면서 좌절감을 맛보고, 그다음 엘든링을 해보며 정말 멋있다고 여겼다. 게임이 가진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고, 외부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간다는 게 멋졌다. 그리고 우리 '던파'도 아이덴티티를 계속 살려 가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던파 모바일'을 개발할 때 구성원과 많이 했던 얘기가 "모바일이니까 액션성은 이 정도면 됐어가 아니라, 모바일이고 뭐고 그냥 액션성은 우리가 최고여야 해"였다. 액션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하니, 반발도 많이 있었다. "모바일인데 왜 이렇게까지 만들어야 되나"와 같은. 그래서 "액션을 포기하면 '던파'라고 할 수 없으니,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도 많이 얘기해서 이제는 자리 잡혔지만, 그렇게 만들 때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던파 모바일'에 자동사냥을 넣을지 고민했을 거 같은데.

= 원래 있었다. 그리고 개발 버전에 있던 자동사냥 기능은 지금도 내부에서 잘 돌아간다. 만약 자동사냥을 넣었다면 한국 서비스 이용자 수가 몇 배는 더 많았을 거로 생각한다. 매출도 더 잘 나왔을 테고. 그래도 뺄 수밖에 없었다.

나의 기준이기도 했지만, 자동사냥을 넣는 순간 모험가들이 '던파 모바일' 말고 다른 게임을 할 거 같았다. 자동사냥이 잘 돌아가는 게임은 이미 여럿 있다. '던파 모바일'은 아무래도 자동사냥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은 아니어서, 던전만이라도 자동사냥이 되게끔 지원한다고 될 것은 아니었다.

자동사냥을 넣으면 거기에 맞게 플레이 패턴을 바꿔야 하고, 당장의 피로도 시스템 같은 것도 개편해야 한다. '던파 모바일'이 자동사냥을 지원하면 게임이 가진 아이덴티티도 약해지니까, 결국 게임이 이상해져 버린다. 그래서 차라리 안 하기로 했다. 애초부터 자동사냥을 생각하고 다른 게임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본다.


'던파 키우기' 같은 걸까?

= 맞다. 차라리 그런 걸 새로 만드는 게 맞지. '던파 모바일'에 자동사냥을 추가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도 내부에서 '던파 모바일'에 자동사냥을 넣니 마니로 얘기가 오간다. 지금도 공격 버튼을 누르면 쫓아가서 평타를 때리는 기능이 있는데, 그것만이라도 자동화시켜 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결국 드랍되고 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 같다.


최근 유튜브 채널 'DNF 유니버스(Universe)'를 신설하고 다큐멘터리 'DNF: 체인저'를 공개했다.

= 이제 네오플이 '던파 유니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단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 게임 내적으로도 공개하겠지만, 게임 외적으로도 확장하려 한다. '네플리'처럼 음원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듯이 앞으로 'DNF 유니버스'에 다양한 것들을 준비해 올리려고 한다.

비유하자면... 모험가분들이 보시기에 '던파'에 가지처럼 파편화되어 뻗어나간 게 있다면, 그게 가지가 아니라 기둥이었고 나무가 되어 뻗어나가는 식이다. 여러 가지 감각으로 동시에 올라가는 느낌이다. 이제까지 가지라고 여겼던 것들이 더 대규모화되어 운영될 거 같다. 정말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최근 '던파' 2024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향후 10년에 대한 로드맵도 있다면 듣고 싶다. '던파'를 어떤 IP로 만들고, 유지하고 싶은지?

= '던파'를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IP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너무 진부한 답변일 것 같다. 하지만 말 그대로, 즐거운 경험을 전달하고,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냄으로써, 많은 분이 '던파'를 생각할 때, 다시 한번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 한 번 더 파고 들어가고 싶은 이야기로 기억해 주시길 기원한다.

그래서 언제라도 '던파'의 새로운 게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 번은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IP로서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앞으로 네오플은 그런 게임들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던파' IP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이퍼즈'는 앞으로의 방향성이 어떻게 되는 건가?

= 외부에 홍보가 잘 안 되어 있지만 '사이퍼즈'도 '던파' 세계관의 일부다. '던파'의 다른 평행세계로 소개하기도 했고. 다만, '사이퍼즈'를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니까 '던파'와 어떻게 연계하고 활용할지 생각이 그동안은 없었던 거 같더라.

올해에는 이 부분을 잘 활용해서 '사이퍼즈' IP의 세계관을 더 강조하는 데 있어 적극 활용하잔 생각이 있다. 지난 지스타 때 '사이퍼즈'가 나갔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여전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그동안 '던파'에 치중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사이퍼즈'에 더 많이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네오플의 10년 전, 10년 후를 예상해 본다면 역시 '던전앤파이터'가 중심에 있을 거 같다. 완전히 새로운 IP에 대한 계획이 있나?

= 내부에서도 많은 질문이 나온다. "우리는 계속 '던파'만 만드는 거냐"와 같은. 나는 "지금은 '던파' 아니면 안 된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IP를 만드는 것에도 관심은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굉장히 재밌을 거 같다.

우리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하고, 많은 성과를 냈고, 해외 진출에도 노하우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새로운 신작을 만들어 출시하는 노하우가 많은 게임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우리가 '던파'에서도 못 풀어낸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어내는 경험조차도 부족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지금은 이것저것 한 번에 다 하려고 했다가 다 안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우선, 지금 우리가 가진 강력한 '던파' IP를 더 멋지게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여기서 더 경험이 쌓이면, 그다음에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게 현재의 회사 기준이다.

'던파' IP가 다양한 게임으로 확장하기 굉장히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미 가진 좋은 IP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지 못하는 회사가 아예 새로운 IP를 잘 만들어내기 어렵다. 우리는 아직 여기서 더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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