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아트 대들보를 만들어라!" 야생의 땅: 듀랑고, 아트 제작 포스트모템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9개 |
그래픽, 아트는 단순히 게임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게임을 즐기기에 앞서 그 게임을 알리는 대표적인 요소이자 세일즈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을 하는 이유 중 외견이 큰 축을 차지한다고 하니 좋은 그래픽, 자기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아트의 중요성은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할 것이다.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잘 알릴 수 있을까 한눈에 봐도 '듀랑고'임을 알도록 하려면 어떤 특징을 갖춰야 할까 고민했다. 이 고민에서 '듀랑고' 아트 제작은 시작됐다. 과연 '듀랑고'의 매력적인 아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한 건지 넥슨 왓스튜디오의 최은영 아트디렉터가 이날 강연을 통해 소개했다.



▲ 넥슨 왓스튜디오 최은영 아트디렉터



■ 듀랑고 아티스트가 해결해야 했던 미션은?




최은영 AD는 우선 '듀랑고'란 어떤 게임인지부터 소개했다. '듀랑고'는 현대인이 광활한 듀랑고 세계에 떨어져 개척, 생존한다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모바일 MMORPG다. 이러한 특징은 킥오프 때부터 거의 변한 게 없을 정도로 이른바, 핵심인 셈이었다.

신규 IP란 것과 국내에선 드문 공룡을 다룬다는 콘셉트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한 최은영 AD였지만 아티스트에게는 몇 가지 넘어야 할 미션이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이러한 미션은 크게 3가지였는데 첫 번째로는 신규 IP인 만큼 눈에 띌 필요가 있었고 두 번째로는 여타 경쟁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아트를 보여줘야 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리메이크되더라도 IP 원천으로서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했다. 포스하면 스타워즈를 떠올리고 악마의 열매와 해적하면 원피스를 떠올리는 것처럼 확실한 요소가 말이다.

하지만 킥오프 당시 '듀랑고'에는 타 생존 게임과 차별화된 명확한 콘셉트가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아트 요소들의 기준이 되는 아트 대들보를 만들기 위해 왓스튜디오에서는 우선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개발에 착수했다.



■ 듀랑고, 프리프로덕션을 통해 방향을 정하다




개발 당시 프로젝트 K라고 불린 '듀랑고'는 우선 어떤 플랫폼으로 개발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부터 출발했다. 가벼운 그래픽의 웹, 모바일 기반으로 할지 아니면 하이퀄리티 그래픽의 PC를 기반으로 할지 고민했고 각각의 요소를 명확히 하기 위해 2개의 프로토타입을 준비했다.

K1으로 명명한 초기 모바일 버전의 경우 그래픽 묘사를 낮추는 대신 게임의 핵심 콘텐츠를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불에 탄 나무의 경우 '불에 탐' 이라는 효과가 붙는 것부터 자유롭게 마을을 건설하고 희귀 자원을 둘러싼 부족전쟁 등을 검증할 수 있었다.

게임의 기본 요소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으니 다음에 해야 할 건 그래픽과 최적화였다. 이쯤에서 프로토타입은 K1에서 프로토타입 A로 발전한다. HTML5 기반 모바일 게임이 됐고 현재의 '듀랑고'에 가까워진 형태가 됐다. 이를 통해서 조작계, 지형, 모바일 웹에서의 최적화 등을 검증할 수 있었다.

게임의 기본 요소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으니 다음에 해야 할 건 그래픽과 최적화 부분이었다. K1에서 프로토타입 A로 발전했는데 HTML5 기반 모바일 게임으로 조작계, 지형, 모바일 웹에서의 최적화 등을 검증할 수 있었다. 얼핏 봐도 알겠지만, 현재의 '듀랑고'와 큰 차이가 없는 형태의 프로토타입으로 최은영 AD는 프로토타입 A의 많은 부분이 지금의 '듀랑고'에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원화가였던 김범님의 아트를 참고해 캐릭터를 만들고 거기에 원화가가 리터칭해 완성하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 분석해 셰이더를 만들었죠. 이 셰이더는 프로토타입 A뿐만 아니라 현재 '듀랑고'에서도 사용되는 셰이더가 됐습니다."

프로토타입 A에 대한 검증이 끝난 다음에는 PC를 기반으로 한 프로토타입 B에 대해 검증 할 차례였다. 프로토타입 B는 하이퀄리티 그래픽을 목표로 공룡, 픽업트럭 등 다양한 탑승물을 타고 광활한 세계를 누비며 몰이와 덫을 이용해 공룡을 사냥하는 시스템을 검증코자 했다.


프로토타입 B도 나쁘진 않았지만 하나만 선택해야 했고 여기서 왓스튜디오는 프로토타입 A의 손을 들어줬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하길 결정한 거다. 그리고 이때까지의 프리프로덕션을 통해 '듀랑고'의 게임 디자인을 확립할 수 있었다. 아트 대들보를 세울 순간이 온 것이다.



■ 듀랑고의 아트 대들보는?




대들보란 건물을 받치는 기둥이다. 아트 대들보도 마찬가지다. 해당 게임의 아트워크를 정의하는 요소이자 목표, 기준이다. 프리프로덕션이 종료된 직후 '듀랑고'에는 7개의 아트 콘셉트가 잡혔었는데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 10개의 콘셉트로 다듬어졌다.

그 첫 번째는 야생이었다. 그것도 공룡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생존하는 현대인들을 표현해야 했다. 이러한 야생을 표현하는 요소로는 얼룩, 피, 땀 등이 있었다. 글자 그대로 야생에서 생존한다는 느낌을 주고자 한 거다. 이런 콘셉트는 인 게임에도 유지돼 가구들은 어딘지 헤졌고 아이템은 뼈와 가죽으로 만들어져 한눈에 야생이란 걸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놀러 온 것 같은, 갖춰진 듯한 말끔하고 말쑥한 느낌은 최대한 배제해야 했다. 야생에서 살아남는다는 콘셉트를 헤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야생을 표현코자 했지만 그렇다고 '듀랑고'가 처절한 생존을 표현코자 한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생존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거다. 이를 위해 '듀랑고'는 밝은 포인트 컬러를 줌으로써 부정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했다.

모바일 게임이니만큼 5인치 화면에서도 효과적으로 눈에 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잔잔한 묘사보다 큼직한 실루엣을 사용했고 사실적이기보다는 게임적 허용을 통해 아이템 크기를 다소 과장하는 식의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면서도 '듀랑고'의 특색을 놓쳐선 안 됐다. '듀랑고'는 현대인이 공룡 세계로 워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즉, 야생의 세계와는 이질적인 혼재된 기술을 보여줘야 했다. 그게 바로 현대 워프물들이었다. 하지만 주의할 게 있었다. 스팀펑크처럼 개성이 너무 명확한 요소나 야생이라는 개성을 죽이는 첨단 요소는 최대한 배제해야 했다.

야생에서 느낄 수 있는 로망도 빼놓을 수 없다. 지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휴식, 사운드테라피 느낌을 주고자 했다.


살아있는 세계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공룡 등의 야생 동물이 괴물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생명처럼 느껴지길 바란 것이다. 이를 위해 실제 동물의 울음소리를 베이스로 사람의 연기를 합성해 그럴듯한 공룡 보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동물의 AI와 모션에도 공을 들여 먹고 먹히는 야생의 세계를 구현했다.

▲ 알로사우루스 사람 목소리는 이은석 디렉터가 맡았다

워프라는 키워드도 명확히 주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워프의 상징으로 육각형을 대입했다. 일종의 시각 메타포로 워프가 마법이 아니라 아직은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접근하도록 한 거다. 주상절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요소로 주상절리의 원리는 알려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비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이 요소를 사용했다.

'듀랑고'에는 완제품이 거의 없다. 돌칼과 나뭇가지를 조합해 돌도끼를 만드는 것처럼 여러 요소들을 부품으로 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대부분이다. 이는 '듀랑고'의 아트 중 가장 개성적인 요소 중 하나로 아티스트가 원하는 데로 제어할 수 없는 대신 유저가 예상외의 방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건물을 지을 때도 1X1의 문으로만 만들어 일종의 미로를 만드는 유저가 나올 정도였다.




12세 이용가이기에 표현수위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가죽을 채집할 때 시체 훼손 요소나 혈흔을 표현하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아트 대들보 마지막 요소로는 '글로벌 스탠다드'였다. 애초에 글로벌로 출시할 게임이었던 만큼, 글로벌 기준으로 다양한 인종, 성별, 나이를 표현해 어색하지 않도록 했으며, 이른바 비키니 아머같은 개연성이 없는 콘셉트는 최대한 지양해 노출이 있더라도 맥락에 맞도록 했다.

이러한 아트 대들보는 문서로 정리했고 여기에 Do(추구해야 할 것)와 Don't(지양할 것)을 함께 기술해 아트를 좀 더 명확히 했다.



■ 아트 대들보의 필요성




누군가는 이러한 아트 대들보에 대해 너무 빡빡한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런 거 짤 바에야 개발하는 게 더 이득일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최은영 AD는 이러한 의문을 대들보의 필요성을 들며 반박했다.

"아트 대들보를 정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팀과 개인의 비전을 일치시킬 수 있거든요. 같은 말을 들어도 사람들은 다르게 해석하곤 합니다. 빨간 사과를 예로 들게요. 누군가는 아주 새빨간 사과를 생각할 거고 다른 누군가는 살짝 노란색이 깃든 사과도 빨간 사과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빨강의 정의가 다른 거죠. 사과도 이런 데 추상적인 개념은 해석이 더 달라지겠죠."

이외에도 프로젝트의 긴 생명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특정 콘셉트를 구전으로만 전수한다면 전파자의 취향과 주관적 판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명확히 문서화한다면 이러한 변질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아트 대들보는 개발 문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기준이 있으니 디렉터가 막무가내로 바꿀 수 없어 수평적인 개발 구조를 갖추게 되고 몇몇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는 아트 대들보가 판단 기준이 돼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의 사례로 최은영 AD는 2월 출시한 한복을 예로 들었다.




"한복의 경우 소매 끝이나 노리개의 경우 별개로 염색하지 않는 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더 이뻤어요.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는데 다양하게 갖고 노는 게 '듀랑고' 게임 디자인에 어울린다고 판단해 염색 파츠를 다양하게 나눴습니다. 아티스트로서는 아쉬웠지만, 게임의 콘셉트에는 이게 더 어울렸으니까요."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능률적으로 참여한다는 장점도 있다. 아트 대들보라는 기준이 있으니 결정권자가 일일이 컨펌할 필요가 없고, 기준 범위 내에서 디테일은 작업자 본인이 결정한다. 덕분에 작업자는 본인의 의도가 가급적 반영되는 만큼,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작업 능률도 향상된다.

이처럼 아트 대들보는 게임 아트워크의 기준이 될 뿐 아니라 개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듀랑고'의 경우 신규 IP이기에 생기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비전을 확립할 수 있었을 정도다. 끝으로 최은영 AD는 "아트 대들보는 단순히 게임을 표현하는 것 외에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참여도를 끌어올릴 수 있으니 이러한 아트 대들보를 꼭 만들길 바란다"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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