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돌아온 그랜드체이스, "우리 지금부터 시작이야"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75개 |

2015년 12월 31일. 그랜드체이스를 한 유저들은 이날을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그랜드체이스의 정식 서비스 종료일이기 때문이죠. 2000년대 초반부터 오랜 시간 유저들과 함께했던 그랜드체이스가 이 날 13년의 장정을 마쳤었습니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간단한 조작으로 속 시원한 액션을 즐길 수 있던 그랜드체이스는 다양한 국가에서 서비스됐고, 브라질에서는 ‘국민 게임’이란 칭호를 얻기도 했었습니다.

그랜드체이스가 모바일로 돌아왔습니다. 전작의 개발사 KOG에서 제대로 만들어 CBT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모바일로 돌아온 그랜드체이스의 시원한 전투 액션은 653일 만에 봐도 여전했습니다. 또한, 향수를 자극하는 BGM과 일러스트 역시 원작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원작과의 변경 점도 다소 있었습니다. 횡 스크롤 액션 RPG에서 쿼터뷰 시점의 파티형 RPG로 바뀐 게 대표적이죠. 또한,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파티를 꾸려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왜 KOG는 이런 방식을 취했을까요? '그랜드체이스 for kakao'의 개발을 이끈 이창우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KOG 이창우 개발 팀장

유저들과 다시 만났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거 같아요.

정말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모바일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였으니까요. PC가 아닌, 모바일 버전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마음의 부담도 있었지만, 다시 유저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설렜습니다.

CBT 시작 직후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일부 유저분들은 3인방이라 부르던 캐릭터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만을 보여주셨어요.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게임이 생각보다 재밌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한 게 느껴진다’와 같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게임의 개선점을 애정 어린 목소리로 남겨주셨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좋게 마무리된 CBT였습니다.


게임사로써 가장 아픈 경험인 서비스 종료를 겪었습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조금 서운하다’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요. 결국,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이 내려졌어요. 저 같은 경우에 그랜드체이스는 2005년부터 참가해 20대를 전부 바친 게임이었습니다. KOG에는 저와 같은 경험과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유저분들이 ‘왜 닫냐’, ‘다시 열어달라’ 말씀해주실 때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KOG에서 그랜드체이스를 모바일로 만들겠다는 결정이 나왔을 때, 다시는 서비스 종료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준비하자고 저희끼리 얘기했습니다. 개발자들도 다시 그랜드체이스를 위해 뭉쳤고 다시 흩어지지 않도록 잘 준비했습니다.


모바일 버전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PC 그랜드체이스의 특징이라면 횡 스크롤 액션과 박자감, 속도감 있는 조작이었습니다. 이걸 그대로 모바일에서 구현하려고 하니 유저분들에게 PC 때만큼의 경험을 주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냉정하게 다시 생각했습니다. ‘KOG는 그랜드체이스로 어떻게 유저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를 말이죠.

예전부터 그랜드체이스 유저들 사이에서 나온 의견 중에서 다수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점을 바탕으로 모바일에 맞는 조작법으로 개선했고, 만화풍의 그래픽과 쿼터뷰 게임으로 선보이게 됐습니다.

컨셉은 다소 바뀌었지만 컨트롤은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타 수집형 RPG처럼 자동사냥만 하는 그랜드체이스를 만들면 정말 욕먹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바일 그랜드체이스는 캐릭터를 갖고 노는 맛을 살릴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KOG는 모바일 게임 제작사가 아니었는데요.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저희 모두 모바일 게임 개발은 처음이니까 시작하는 단계가 쉽지 않았습니다(웃음). 자체적으로 공부하면서 진행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3D로 만들고 2D로 바꾸는 작업을 하니 작업량이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진행한 이유는 만화풍 감성을 살리기 위해서였어요. 시쳇말로 ‘가성비’ 좋은 개발 방법은 아니었지만 결과에는 만족합니다.


CBT를 통해 유저들의 피드백이 있었을 텐데, 반응이 궁금해요.

제일 중요하게 여긴 점은 스토리를 제대로 정리해야겠다는 점입니다. 게임의 조작이나 전투, 콘텐츠보다 스토리에 대한 피드백이 의외로 많이 나왔어요. 그랜드체이스 IP는 유저분들이 코믹이나 팬픽과 같이 2차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주셨는데요. 유저들 서로 그랜드체이스에대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지크하트는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야?’ 하는데 유저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생각해주시고, 심지어 저희 개발진들도 기억하고 있는 세계관이 조금씩 달랐어요. 이런 설정, 세계관 정리를 잘해서 오피셜하게 전달을 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PC판 그랜드체이스 캐릭터를 가지고 싶다는 의견입니다. CBT 기간에는 많은 캐릭터를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들은 저희 개발진들이 잘 준비하고, 유저분들이 노력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저분들의 플레이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게임 플레이, 콘텐츠 소모가 빠르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 생각보다 더 빨랐어요. 심지어 5일 동안 110시간 즐기신 분도 계셨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 유저분들을 만족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외 유저의 피드백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CBT를 진행하면서 굉장히 낯선 언어로 쓰인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저희는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몰랐어요. 알고 보니 포르투갈어였는데, 브라질 유저분이 보내주신 의견이었습니다. 과거, 원작이 브라질에서 ‘국민 게임’으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받았던 만큼 관심이 이어진 거 같습니다.

놀란 이유는 이번 CBT 버전은 국내에만 소식을 알렸고, 한국어 버전만 준비됐습니다. 그런데 브라질 유저가 어떻게 CBT 소식을 듣고 한국어 버전으로 즐겨 의견을 주신 거예요. 저희로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BGM에서 추억이 가득합니다. “우리 지금부터 시작이야”를 다시 들을 수 있어 유저들 반응이 좋아요.

유저분들이 그랜드체이스를 추억하실 때, BGM ‘희망’을 같이 떠올리세요. 모바일 버전을 준비할 때 당연히 ‘희망’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CBT 피드백에서도 오리지널 BGM을 재사용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앞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때, 기존 유저분들이 반갑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일러스트가 낯익어요. 오리지널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 건가요?

네, 맞습니다. PC 버전 때 인기 있던 지크하트는 물론이고 아직 게임에 적용하지 않은 그림도 많아요. 캐릭터들에 대한 컨셉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일러스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PC 버전 때 참여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들고 있습니다. 그 시절 그랜드체이스를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거 같아요. 앞으로 나올 캐릭터들 역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원작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한 '엘리시스 지크하트'

오리지널에서 쌓아온 IP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인데, 게임에선 어떻게 유저들이 만날 수 있을까요?

예전부터 그랜드체이스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좋아해 주시던 유저분들이 많았어요. 캐릭터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서 최대한 멋지게 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PC 버전 서비스 종료와 함께 더 풀지 못했던 이야기를 모바일로 준비 중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시작을 만들고 있어요. 정식 출시 이후에 유저분들이 ‘아 그땐 그랬지’와 같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요.


CBT 버전을 보면서, 1세대 PC 게임과 같이 스토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PC 그랜드체이스가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긴 게임이었습니다. 원작 이야기가 ‘소멸의 탑’에서 끝나게 되니, 당연히 그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CBT 버전은 새로운 이야기의 프롤로그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많은 유저들이 바라는 대로 원작의 세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오게 될 것입니다.

모바일 그랜드체이스가 처음인 유저분들도 있으니, 스토리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오리지널에서 오랫동안 진행된 이야기라서 신규 유저는 모바일에서 진행되는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글로만 설명을 하면 대부분의 유저들이 스킵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화로 준비했습니다.



▲ '스킵' 당하지 않으려고 200여 컷의 만화를 준비했다

콘텐츠 중에 대전이 흥미롭습니다. 밴 시스템을 준비하는 등, 신경 쓴 부분이 보여요.

아무 생각 없이 대전에 들어가 이길 수 있는 대전은 만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캐릭터를 준비했고, 진형은 어떤지 생각해야 해요. 또, 자신의 구성에 따라 상대방의 성가신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밴 시스템을 도입해 부담감을 줄였습니다. 물론, 상대방도 내 캐릭터 구성에 밴을 할 수 있으니 서로의 심리 싸움이 중요합니다.


준비한 콘텐츠 중에 특히 자신 있는 게 있나요?

레이드 콘텐츠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다른 모바일 게임의 레이드는 바닥 피하는 정도가 전부일 텐데요. 현재 준비된 레이드 6개 모두 다양한 공략이 필요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일단, 압도적으로 전투력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자동사냥으로는 못 깨도록 만들었어요. 던전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공략할 수 있습니다.

저희 개발진들도 준비하면서 핸드폰을 몇 번 던지기도 했어요.






▲ 대전(위)과 레이드

그랜드체이스의 경우 2차 콘텐츠를 만드는 유저들이 많았어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저희도 계속해서 기대하는 부분입니다. 기존에도 유저분들의 창작을 공식적으로 돕기도 했고요. 내년 2월 ‘온리전’에서 유저분들의 창작물을 공유하고 판매하는 장을 지원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게임은 되지 않겠습니다’ 같은 각오를 한다면요.

개발자 스스로가 재미없는데 계속해서 만드는 게임이 있습니다. KOG 개발자들끼리 각오한 것은 ‘우리가 해서 재미없는 게임은 만들지 말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쉽게 보이는 게임은 만들지 말자’입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20일 넘게 테스트하면서 어느 부분의 재미가 떨어지고, 어떤 타이밍에 지루해지는지 수십 번 확인합니다. 에피소드 1-1의 경우 수천 번은 해본 거 같네요.


그랜드체이스를 어떤 게임으로 완성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KOG 내부적으로는 두 가지 칭찬을 듣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하나는 ‘가지고 노는 게 정말 재밌네’ 그리고 ‘앞으로 스토리가 궁금하다’입니다. 스토리는 원작을 해보신 분들과 그랜드체이스를 처음 해보는 유저 모두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한 게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CBT 피드백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피드백은 ‘정성이 느껴지는 게임이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면에 마음 아팠던 의견은 ‘추억팔이하고 있네’였어요. 앞으로는 ‘추억이 생각나서 좋았고 빨리 다음 이야기를 업데이트해달라’는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잘 만들겠습니다.

어렵게 팀원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제 그랜드체이스를 가지고 오래오래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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