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6] 골드로쉬 김현석 대표, 욕먹지 않는 기획자가 되기 위한 팁을 공개합니다

게임뉴스 | 김오찬 기자 | 댓글: 12개 |


▲ 골드로쉬 김현석 대표이사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90년대 후반에 게임업계에 들어와, 잠시 다른 직군에 몸을 담다가 2004년부터 게임 기획자로 일해왔고 현재는 골드로쉬 대표 겸 기획자로 여전히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모두가 익히 알다시피, 건물을 짓기 위해선 설계도를 그리는 것부터부터 출발한다. 건물의 구조나 치수,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 설계도는 좋은 건물이 되기 위한 초석이 된다. 게임도 이와 마찬가지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설계도인 '게임 기획서'가 필요로 하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기획서는 좋은 게임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온 결과물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됐을 땐 누구의 탓을 하게 될까? 우선 유저의 혹독한 비난은 게임사로 향하게 되고, 그리고 게임사는 담당자에게 화살을 돌리게 된다. 그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난의 화살은 결국 게임을 기획했던 게임 기획자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만큼 기획자라는 포지션은 '욕먹기 딱 좋은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럼 과연 욕을 먹지 않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IGC 2일차 행사에서 골드로쉬의 김현석 대표 이사가 게임기획의 발생부터 기획의 역할 변화와 타 직군의 기대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트랜드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기획자의 자세 및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 강연주제: 왜 항상 기획자는 욕을 들어야만 하는걸까? - 게임 기획의 포지션 변화 -

⊙ '게임 기획자'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게임 기획자를 알아보기 위해선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짚어봐야 한다. 우선 게임 기획자는 말 그대로 게임에 대한 제안서와 게임 기획서를 작성한다. 부가적으로, 게임에 들어갈 시나리오부터 연출, 그래픽 컨셉 드로잉부터 BM(Business Model) 기획과 서버 구축까지 담당한다. 이처럼 게임 기획자는 한 가지 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만능 나이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게임 기획자가 한 가지 일에 대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아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현석 대표는 게임 산업이 시대에 따라 발전/확장이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게임 기획자가 하는 일이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즉, 게임 기획은 시대에 따라, 더 나아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과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특정 대상에 따라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 게임 기획자는 왜 욕을 먹게 된걸까?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하는데도 게임 기획자가 욕을 먹게 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김현석 대표는 게임 기획자가 욕을 먹게 되는 이유를 총 3가지로 나눴다.

첫째, 개발의 전문성에 의존하는 다른 직군과는 달리, 기획자는 하나의 장르에 종속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미소녀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을 주로 기획했던 사람이라 가정해보자. 자신에게 액션 게임에 대한 기획을 맡기게 되면 과연 거기에 전문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이처럼 기획자는 하나의 장르를 시작하게 되면 끝까지 한 장르만 파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게임사의 특성상 기획자 역시 다양한 장르를 마주해야 하며, 그만큼 전문성이 부족한 기획자는 욕을 먹게 된다 할 수 있다.




둘째, 기획자들이 스스로 신입 단계부터 좋지 않은 이미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김현석 대표는 기획자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소 문턱이 낮은 QA나 운영에 발을 먼저 담그고, 경험을 쌓은 다음 기획자로 옮기는 일이 많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획에서는 이를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것이 개발 외의 직군에서 기획 포지션을 좋지 않게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바라는 기획자의 모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획자가 게임의 방향성, 디테일을 모두 정해주는 리더 역할을 바라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과 논의를 하거나, 디테일을 맡겨주는 역할을 바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획자에게 갖는 기대감이나 역할이 모두 다르고, 이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우므로 자연스럽게 기획자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이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게임 기획의 시대별 포지션 변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게임 업계의 특성상 게임 기획도 함께 변화됐다. 그리고 게임 기획이 변화한 만큼 기획자들이 욕을 먹게 됐던 이유도 다양한데, 김현석 대표는 이를 시대별로 정리하여 소개했다.

2003년부터 온라인 게임의 성장이 진행되면서 게임의 규모가 점점 커졌다. 한 명의 기획자가 하나의 게임을 기획했던 피처폰 시대와는 다르게 여러 명의 기획자가 하나의 게임에 동시에 투입됐다. 즉, 여러 사람이 하는 만큼 더 디테일하고 확장된 기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간 혼자서 작업하는데 익숙했던 기획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 부담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이와 같은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갔었다.

온라인 게임의 본격적인 부흥이 시작된 2006년부터 기획자들은 타 직군의 업무 중 일부를 겸직하는 것이 일반화 됐다. 이에 맞춰 VBA, 3DMAX, Lua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섭렵한 신입 기획자들이 등장했으며, 경력 기획자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부했다. 하지만, 해당 직군의 기본기보다는 스킬 위주의 학습을 했으며, 겉모습만 따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기본적인 이해도가 부족하여 다른 직군과 일을 함께 해도 불협화음만 생겼었다.

온라인 게임의 후반기라 할 수 있는 2009년도 전후, 게임의 규모가 더욱 대형화 되면서 기획자는 게임의 극히 일부만을 담당하게 되고 기획자들은 극단적으로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로 분류됐다. 스페셜리스트로 분류된만큼 자기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였지만 의외의 변수인 학문 전공자들에게 비교당하며 물러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학문 전공자 대부분은 게임에 대해 잘 몰랐으므로 좋은 평판을 받지 못했었다.




게임 산업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2012년 전후을 살펴보자. 게임의 규모가 급격히 작아짐으로써 다시 기획자라 하나의 게임을 맡아야하는 상황으로 돌아갔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플랫폼의 변화로 많은 기획자들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부족해 다른 사람들이 갖던 기대에 충족시키지 못했었다.




2014년은 미드 코어급 모바일 게임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모바일 게임이 미드 코어화되면서 게임의 유지성이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에 집중하게 됐다. 이로 인해 만드는 사람들도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반감을 갔게 됐으며, 게임 기획이 아닌 시장에 대한 분석이 중요해진 시대였던만큼 기획자들의 반발도 상당했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의 대작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를 살펴보면 게임이 다시 대형화가 진행된만큼 기획의 분야가 다시 세분화됐다. 하지만, 세부 기획을 진행해야하는 만큼 게임사에선 경력 기획자를 쓸 필요가 없어졌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 경력 기획자들은 1인 개발자로 전향했다. 또한, 게임 산업 들어오고 싶어하는 신입 기획자들은 많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 대체 욕 먹지 않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시대에 따라 맡은 역할도 다양한 만큼 게임 기획자가 욕을 먹는 이유도 정말 가지각색이다. 그러면 대체 욕을 먹지 않는 기획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현석 대표는 기획자가 욕을 먹지 않으려면 만능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게임의 플랫폼에서 기획자에게 요구하는 니즈가 모두 다르며 이를 모두 충족하려면 사실상 불가능한 능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즉, 아예 욕을 먹지 않는 기획자가 되는 건 매우 이상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야기를 돌려 어떻게 하면 욕을 조금이라도 '덜' 먹는 기획자가 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기획자는 게임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하나의 게임의 가장 기초적인 설계도를 작성하는 기획자의 특성상 변화하는 트랜드에 조금이라도 늦게 대처하게 된다면 이는 어떠한 결과물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직접적인 이야기지만, 자신만의 '편'을 만들어두자. 자신의 편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제가 있을 경우 욕을 하기보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을 줄 것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도 도맡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더불어, 약간이라도 자신의 일에 연관되어 있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욕을 먹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막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선 이를 받아드리고, 학습해야 한다. 다양한 업무를 맡아야 하는 기획자의 특성상 자신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에선 어쩔 수 없이 모르는 부분이 나올 것이다. 이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물어보거나 학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데이터 베이스를 키워야 한다. 오타쿠가 돼도 좋다. 자신의 특기가 될 수 있는 하나의 장르를 포함, 여러 가지 장르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현석 대표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기획자와 다른 직군의 관계를 '연예 관계'라고 표현했다. "마치 연인이 짜증을 내도, 투정을 부려도, 화를 내도 이를 나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기획자도 다른 직군의 불평과 불만에 반응하지 말고 개발팀 전체의 멘탈을 관리해주는 것이 기획자로서 중요한 일이다."고 말하며 이번 강연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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