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6] 버프 스튜디오 김도형 대표의 '용사는 진행중 2' 포스트모템

게임뉴스 | 지민호 기자 |


▲ 버프 스튜디오 김도형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98년부터 게임 개발에 뛰어든 개발자. 4년 정도 프로그래머로 이후는 기획자로 전향하여 태울, 엔씨, 위메이드 등의 개발사에서 근무했다. 2014년부터 1인 개발을 시작하여 '용사는 진행중'의 성공을 계기로 창업, 현재는 용사는 진행중 2를 서비스하고 있다.

IGC의 마지막 날인 8일 버프 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는 '용사는 진행중 2 포스트모템'이라는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용사는 진행중 2'는 2014년에 출시돼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디게임상을 수상한 '용사는 진행중 1'의 후속작이다.

이날 김도형 대표는 용사는 진행중 1과 2의 개발을 되돌아보고 어떤 점이 잘 되었는지,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강연주제: 용사는 진행중 2 포스트모템

⊙ 게임 소개

'용사는 진행중 2'는 '라인 체인징 액션 RPG'를 표방하고 있다.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4개의 라인이 있고 횡스크롤로 자동 진행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유저가 전투에서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은 용사를 선택해서 Drag & Drop으로 용사들의 위치를 바꿔주는 것이다. 고전 게임인 '손손'이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트콤 히어로 RPG'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전투와 함께 이 게임의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다. 기존의 시나리오들은 원화 이미지와 함께 대사가 나오고 터치를 하면 다음 대사가 나오므로 계속 터치를 통해 스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유저들에게 좀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가 '선술집'이다. 선술집에서는 용사들이 어떻게 해서 용사가 됐는지, 용사들 간의 관계 등 용사들 개개인의 스토리를 볼 수 있다.

보시다시피 이 게임의 그래픽은 '도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작인 '용사는 진행중 1'도 도트 그래픽으로 런칭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도트 그래픽은 세대나 나라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3D 그래픽을 만들려면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고퀄리티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2편도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용사는 진행중 2'는 '용사는 진행중 1'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1편의 경우 과금이 없는 패키지 형식에 엔딩이 존재하는 게임이었지만, 2편은 그와 정반대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2편의 히스토리는 아래와 같다.

◆ '용사는 진행중 2'의 히스토리

- 2015년 2월 개발 시작 4명
- 2015년 5월 프로토타입 5명, 도쿄 인디 게임 페스티벌 참가
- 2016년 2월 네이버 앱스토어 베타존 9명
- 2016년 7월 구글플레이 출시 10명






게임을 개발하면서 크게 3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 번째는 회사의 '캐시카우'가 될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최종 목표 중 하나가 '언차티드'와 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며 그에 맞는 게임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캐시카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차별화된 상용 RPG'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RPG들과는 달리 우리만의 색을 가진 RPG를 만들고자 전투와 선술집을 통해 다른 게임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투자 유치'를 목표로 삼았는데 캐시카우가 될만한 게임이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볼륨과 퀄리티가 있어야 하고 그런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원과 개발 기간이 더 증가할 것이다. 그에 따라 필요한 개발 자금을 투자 유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 잘된 점

그리 많지는 않지만 4가지 정도를 뽑아봤다. 첫 번째는 '비전 영상'이다. 처음에 프로토타입 제작까지 3개월이 걸렸는데 비전 영상을 만든 이유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 말이나 문서로 설명하기에는 내 의도를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고자 '용사는 진행중 1'의 리소스를 활용해 스테이지 하나를 플레이하는 영상을 제작해서 공유했다.





두 번째는 앞서 목표로 설정했던 '투자 유치'를 받았다. 프로토타입이 나온 시점부터 컨택을 해서 완료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그에 대한 과정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다만, 이 과정은 프로젝트의 종류와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세 번째는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를 위해 한글 이름에 '님'자를 붙이려고 했으나 적용하기가 어려워 지금은 영어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98년부터 2014년까지 게임 회사에서 일했는데 거의 모든 회사가 수직적인 구조였다. 그래서인지 의사결정이 느리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게다가 특정한 윗사람의 잘못된 결정으로 프로젝트가 사달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게임을 개발하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게임 회사는 수직적인 구조보다는 수평적인 조직이 적합하다가 생각했다. 경력이 많다고 재미있는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권위적인 환경을 싫어하는데 이런 환경은 주로 수직적인 구조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경험'을 뽑을 수 있다. 용사는 진행중 1편과 2편은 개발 환경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2편의 경우 프로젝트 크기가 상당히 커져사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외주의 경우 사운드, 애니메이션, QA를 모두 외주에 맡겨봤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고, 앞으로 외주를 맡기기 전에는 철저하게 사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애니메이션은 홍보 영상에 쓰이는 고퀄리티 영상을 만들고자 했으나 외주 업체와 작업을 할 때 프로세스와 퀄리티 부분에서 협의가 잘 안 됐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다가 결국에는 중단을 하고 이 부분은 우리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분이 있어 그분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이나 iOS 런칭 시기에 맞춰 활용하려고 한다.

마케팅도 여러 채널로 진행해봤다. 바이럴 마케팅을 시작으로 사전 예약, 웹툰, 동영상 광고, 포스팅 광고, MCN 광고 등 여러 가지 마케팅을 경험해봤다. 이를 통해 런칭 이후 효율 측정을 통해 어느 채널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 아쉬웠던 점

발표를 준비하면서 포스트모템만 나와 있는 책을 참고했는데 공감을 많이 했고 비슷한 사례도 많았다. 말 그대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로 반복하는 것이다.

우선 아쉬웠던 점 첫 번째는 '툴 지원 부족'을 뽑을 수 있다. 레벨 디자인 관련 툴이 없어서 몬스터 배치부터 모든 작업을 엑셀로 진행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레벨 디자인이 매우 간단했는데 레벨 디자인이 지금처럼 복잡해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프로그래머가 1명뿐이었다. 그래서 생산성도 떨어지고 인수인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째는 '소프트 런칭'이다. 네이버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는 지표와 피드백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일정 연기를 많이 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소프트 런칭을 연기하기는 힘들어 소프트 런칭을 건너뛰고 바로 런칭을 했다. 그렇다 보니 베타 테스트 때의 지표는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1편과 2편은 모든 면에서 방식이 다른 게임이다. 그래서 용사는 진행중의 후속작으로 할지 신규 타이틀로 할지 '게임 타이틀'을 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용사는 진행중 1'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용사는 진행중 2'라는 타이틀로 런칭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된 판단을 했던 것 같다. 1편을 알고 1편의 게임성을 기대하고 온 유저들은 대부분 안 좋은 피드백을 남겼다. 성공하더니 변했다고. 그래서 글로벌 출시 때에는 기존 이름을 버리고 신규 타이틀로 갈 예정이다.








운영 면에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공식 카페를 통해 각종 버그나 문제 발견 시 조기 대응이 가능할 수 있으나 카페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나 분쟁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카페를 운영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온다. 양날의 검과 같은 느낌이다.

운영 업무 담당자가 따로 없어 기획 쪽에서 병행한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운영 업무가 추가되면서 개발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경험한 적이 없던 업무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전문적인 테스터 인원이 없다는 것도 아쉬웠던 점 중 하나다. 우리가 직접 테스트를 하는 것도 가능하나 전문 인력이 아니다 보니 체계적인 테스트가 부족하다. 게다가 업데이트 전 테스트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버그가 업데이트 이후에 발견되는 문제도 계속 발생했다.

여기에 런칭 이후 계획했던 업데이트가 버그 대응, 고객 응대, 운영 이슈 등의 문제와 겹치면서 계속 연기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 정리

예로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지금은 성공한 게임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실수를 경험했었기 때문에 지금의 크루세이더퀘스트나 몬스터 길들이기와 같은 출중한 게임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용사는 진행중 2'가 망한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진행중'이다. 이제 구글플레이에만 런칭한 상태니 지금까지 겪었던 문제들과 지표를 통해 부족한 콘텐츠를 보완하고 iOS 및 글로벌 런칭을 준비하겠다. 그리고 좀 더 좋은 성과를 거둬서 다음에는 더 긍정적인 포스트모템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질의응답

자체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했는데 어떤 플랫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지?

=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르다. 부스팅을 위한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MCN 광고가 가장 좋았다. 진행했던 것 중에 사전 예약은 무료로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진행했는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홍보 효과와 함께 런칭 초기에 부스팅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전 예약을 통해 들어오는 분들이 결제 비율도 높은 편이라 사전 예약은 꼭 하는 것을 추천한다.


레벨 디자인이 안 좋았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 레벨 디자인을 해결할 방법으로는 프로그래머가 레벨 디자인이 가능한 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아무래도 엑셀을 통해 수작업하기보다는 툴을 통해 몬스터를 배치하고 바로 테스트하는 것이 좋으니 레벨 디자인을 담당하는 기획자와 프로그래머가 이야기해서 작업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공식 카페에서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했는지?

= 일단 유저들끼리 싸움이 난 상황인데 그 유저들이 서로에게 제재를 가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우리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 특정 유저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데 그런 부분이 서로 불만인 상황이었다. 카페는 미리 운영 정책을 만들 수 있으니 이런 것들을 미리 만들어둬서 활용하면 운영 이슈가 발생해도 좀 더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식 카페의 단점에 대해 말했는데 그래도 차기작이 나오면 카페를 계속 이용할 것인지?

= 게임이 제품으로서 다가갈지 서비스로서 다가갈지에 따라 다를 듯하다. 만약 제품으로 다가간다면 공식 카페를 이용할 것이고, 서비스가 중심이라면 전문적인 운영이 가능한 업체와 연계할 예정이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개발자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해외 진출 시 퍼블리셔를 따로 찾을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원빌드로 진행할 것인지?

= 아직은 명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다.


포스트모템이 대부분 게임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진행됐는데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다면?

= 잘한 점은 앞에서 설명했던 전투와 시나리오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두려 한 것이다. 시나리오의 경우 기존의 게임들이 대승적인 구조로 어필하는데 우리는 큰 시나리오도 중요하나 용사들 개인의 스토리로 개성을 부여해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진행하고자 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잘한 점일 수도, 아쉬운 점일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프로토타입까지는 내가 모든 기획 작업을 했는데 그 후에 다른 기획자가 들어오면서 기획 부분을 모두 인수인계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작업했을 때와는 게임의 성격이 많이 변했다. 내가 기획할 때는 1편과 비슷한 전투 방식을 많이 차용했는데 인수인계 후에는 방향성이 많이 수정됐다. 잘못된 점이라기보다는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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