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4 피플 #11] 바퀴벌레 수프부터 거미 파이까지! '던전식당' 풀코스 인터뷰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카페인몬스터 정성훈 대표

부스부터 눈알 요리가 반기는 '던전식당'. 괴기스러운 비주얼에 이끌려 부스로 가보니 이름 그대로 던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게임이었다. 첫 튜토리얼부터 바퀴벌레 볶음을 주문하는 던전식당 손님들. 바퀴벌레부터 오크, 고블린 등 던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몬스터를 이용해 요리하고, 손님에게 대접하면 되는 방식이다.

부스에서 만난 '던전식당'을 개발한 카페인몬스터 정성훈 1인 개발자는 괴기스러운 소재를 좋아한다며 벽에 걸린 거대한 눈알 요리 그림을 소개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럼 던전식당은 어떤 게임일까. 코스요리를 주문하고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첫 번째 요리 - 바퀴벌레 수프

게임 튜토리얼을 진행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식재료(?)가 바퀴벌레다. 튜토리얼에서는 양파와 볶은 요리를 제작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애피타이저인 만큼 바퀴벌레 수프로 주문해봤다. 자유롭게 요리가 가능한 만큼 들어가는 바퀴벌레 개수도 마음대로. 개인적 취향에 맞춰 0개를 넣고자 했으나, 아뿔싸 정성훈 개발자가 몰래 몇 개를 집어넣었다.

"이건... 무슨 맛인가요."
"사실 상상을 안 해봤는데. 뭐, 영화에서 자주 먹잖아요. 설국열차에서도 미래식량으로 꼽히고. 수프니까 바삭하진 않고 번데기 맛 같은 거겠죠. 영양가도 높고. 어서 드셔 보세요."
으으!

먼저, 카페인몬스터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와그작.

전 1인 개발자고, 창업은 작년 5월에 했어요. 지금까지 게임은 2개 출시했고, 지금 개발 중인 ‘던전식당’이 세 번째 게임이에요. 전작은 식인 식물 키우기와 응가팩토리였는데…. 그런… 걸 만드는 기계가 있고… (생략)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워낙 ‘어그로를 끄는’ 소재를 좋아해요.




이전에도 게임을 개발하셨나요?

네, 회사에서 개발하다가,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퇴사하고 창업을 하게 됐어요. 판교 경기게임 아카데미에서 작년부터 시작했죠.


전작의 성과는 어땠나요?

사실 잘 되진 않았어요. ‘폭망’까지는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볼륨이 작다 보니 금방 지루해진다는 점이었어요. 유저가 오래 플레이할만한 요소가 부족했죠. 이번에는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고, 요리 게임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소재를 선정하게 되는 기준이 있다면?

스스로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소재가 우선입니다. 여기저기 만화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에요. B급 컬쳐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전 작품에서도 이름부터 식인… 응가…. 등….


전작을 생각하니 이번 작품은 제목이 노말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제목은 노말하게 가되, 비주얼을 특이하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가 있으신가요?

영화를 자주 보는데,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요. 판의 미로같이. 약간 괴기스러운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 분위기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실력이 아직 부족해서 아쉬운 부분은 많지만요. 아트 부분도 직접 제작하는데 처음 해보는 부분이라 미숙합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아이디어는 많은데.


두 번째 요리 - 오크 고기 스테이크

전체 시식이 끝나고 메인코스 요리가 나왔다. 비주얼이나 이름부터 조금 무난한 오크 고기 스테이크. 조금 질기지 않을까 걱정은 됐지만, 다른 메뉴로 볼 수 있었던 폭탄 고기 스테이크보다야 나아 보였다. 옆에 장식된 좀비 손가락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먹는 건 아니니 옆으로 치우자.

"이건 무슨 맛일까요. 그래도 고기맛이겠죠?"
"오크 고기 스테이크는 맛을 상상해보긴 했던 요리에요. 돼지의 휴머노이드 버전이니까… 돼지고기 맛이 아닐까요."
"왠지 말도 할 줄 아는 생물이라서 그런지 신경 쓰이네요."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해볼까요. 먼저 ‘던전식당’ 소개 부탁드립니다.

던전식당은 간단하게 던전에 사는 몬스터로 요리해 식당을 운영하는 게임입니다. 기존의 요리 게임이 순서대로 재료를 조합해서 음식을 만드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면, ‘던전식당’은 자유롭게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어요.


‘던전식당’에는 어떤 손님들이 오나요. 도대체 바퀴벌레 먹는 손님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일단 몬스터를 요리하는 식당인데 손님으로 받으면 이상하잖아요? 기본적으로 손님들은 던전을 공략하러 오는 용사들이에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과같은 콘셉트인데, 플레이어는 마스터가 되어서 손님들이 요청하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던전밥’이라는 만화를 보면 던전에 먹을 게 없어서 몬스터를 요리해 먹는 내용이 나와요. 아예 없는 콘셉트는 아니고, 먹을 게 없는 던전이라도 굶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몬스터라도 요리해 먹는 거죠. 만화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휴머노이드 몬스터는 안 먹는 설정이 있는데, ‘던전식당’은 가리지 않고 다 먹습니다.




생각해보이 오크도 말을 할 줄 알잖아요!

네. 뭐…. 고블린도 말을 할줄알지만, 고블린 눈알 요리도 있고. 대신 좀비 손가락은 데코레이션만 하는 용도니까 걱정 마세요.


흠. 그럼 요리 재료는 어디서 구하죠? 직접 사냥하고 와야 하나요?

용사들에게 퀘스트 형식으로 부탁해서 수급하는 방식이에요. 용사들과 친밀도를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친밀도가 낮으면 퀘스트를 잘 안 해주니 높여야 해요. 채소류는 텃밭에서 키워서 사용할 수 있고요.


세 번째 요리 - 고블린 눈알 수프

앞서 언급된 고블린 눈알 수프. 톡톡 튀는 맛이 입가심으로 알맞은 메뉴다. 정성훈 개발자는 “제가 눈알 같은 걸 좋아해요”라며 소개하며 눈알 모양 젤리를 건네기도 했다. (실제로 받았다. 아쉽게도 사진 찍는 걸 잊었다.) 수프에 들어간 것과 똑같이 초록색 눈알이었다. 초점이 없는 게 조금 스산하지만.

"다시 수프군요. 이건 무슨 맛인가요."
"말…캉말캉한 식감…?"
오우.

기본적으로 용사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플레이 외에 콘텐츠가 있다면요?

게임의 기본적인 목표가 던슐랭 스타를 올리는 거에요. 미슐랭 스타 같은 건데. 별을 올릴 때마다 유명한 손님들이 등장해요. 이 유명인사들은 직접 재료를 들고와서 요리를 요청하는데, 스타가 올라갈수록 레벨이 높은 손님들이 등장하고, 요리 난이도는 높지만 그만큼 보상을 많이 줍니다.




돈을 벌어서는 어디에 쓸 수 있나요?

메뉴를 해금할 수도 있고, 아까 언급한 좀비 손가락 같은 데코레이션 아이템을 살 수도 있어요. 식당의 인테리어 아이템도 있고요.


앞으로 추가할 예정인 콘텐츠가 있나요?

요리대결을 넣어보고 싶어요. 온라인 점수 배틀같은 콘텐츠를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요리 점수는 어떻게 책정되나요? 말씀하신 대로 마음대로 요리를 할 수 있어서 정확한 기준이 모호하더라고요.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빼먹었는지. 얼마나 익혀야 하는지, 태우지는 않았는지. 재료를 몇 조각으로 잘랐는지. 여러 가지 조건으로 점수를 책정하도록 메뉴에 다 로직이 정해져 있어요. 다만, 기존 요리 게임처럼 정해져 있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대로 만들어보면서 알아가도록 자유도를 부여했더니,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시연판은 튜토리얼 버전을 급하게 넣었는데, 정식 출시에서는 신경 써서 가이드를 추가할 생각입니다.


출시는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계신가요?

목표는 이번 달에 출시하려고 합니다. 늦으면 6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요리 - 거대 거미 파이

마지막 디저트입니다. 거대 거미 파이. 이름부터 도망가고 싶은 요리지만, 빵 부분만 떼어먹으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마주해봅니다. 굽고 수프로 우리는 것 외에도 파이 류도 제작이 가능하군요.

"이건… 무슨 맛일까요."
"이쯤 되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전에도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하신 적이 있나요?

처음이에요. 전시회에는 꼭 나가보고 싶었어요. 홍보목적이라기보다는 체험해보고 싶었거든요. 집이 분당 쪽에 있어서, 너무 멀어서 놀랐습니다(웃음). 혼자다보니 부스를 비울 수가 없어서 조금 힘들긴 해요. 그래도 유저분들이 피드백해주시는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유저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앞서 말했듯 가이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약간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 외에는 소재가 재밌다고, 특이해 보인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의외로 다들 놀라시지는 않았어요. 비주얼이 징그럽지는 않아서 그런지, 코웃음 치시는 분들은 있더라고요. 아, 그리고 먹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혹시 이후에는 다른 팀원들을 모집해 규모를 키워나가실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당분간은 혼자 개발할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외롭고. 게임이 안 되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기도 하고요. 많은 개발자분들이 느끼시는 부분일 거예요.


전작에서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기존 두 게임을 개발할 때 사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어요. 그래서 BM이 악랄하다고 해야 하나, 광고도 많았죠. 근데 리뷰에 영어로 어떤 유저분이 코멘트를 올리셨더라고요. ‘광고에 오염된 게임’이라고. 충격이었어요. 내가 너무 심했구나. 이번 게임에서는 그런 부분을 빼고 플레이를 재밌게 할 수 있도록, 재밌게 하다가 좀 더 하고 싶다면 상품을 사도 좋다는 스탠스로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돈을 벌려고 해도, 그렇게 구성하면 어차피 돈을 벌 수 없더라고요. 게임이 재밌으면 수익은 알아서 따라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며, 유저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색다른 경험을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었습니다. 재밌게 즐겨주신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5월 9일부터 5월 12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PlayX4가 진행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들이 다양산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PlayX4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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