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 2019] 독립 개발 4년차, 한대훈 대표가 전하는 조언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25개 |



독립 개발. 글자만 놓고 보면 참 매력적이다. 개발자로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자유롭게 만들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자금에 쫓기게 마련이고 개발 중에 생기는 모든 문제들 역시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개발 기간은 곧 돈이기에 독립 개발을 시작할 때 구상한 정말 재미있는 게임,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제대로 된 게임을 내놓기부터 쉽지 않다.

유나이트 서울 이틀째인 금일(22일), 독립 개발의 이상과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스튜디오HG의 한대훈 대표가 강연에 나섰다. 올해로 독립 개발을 한 지 4년 차에 들어선 한대훈 대표는 그간 ‘스매싱 더 배틀’, ‘오버턴’을 출시했고 현재는 신작 ‘메탈릭 차일드’를 개발 중이다. 나름대로 독립 개발에 잔뼈가 굵다고 할 그가 이야기하는 이상과 현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무엇일지 이날 강연을 통해 들어봤다.



▲ 스튜디오HG 한대훈 대표


한대훈 대표는 우선 독립 개발을 시작한 계기부터 이야기했다. 그는 13년간 게임 회사에서 나름 이름을 날린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였다. '마비노기', '블레이드앤소울' 개발에 참여한 바 있으며, 스스로도 지금까지 참여한 프로젝트가 전부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마침내 위기가 다가왔다. 30대 초반, 한창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의 드랍. 그에게는 최초의 시련인 셈이었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대훈 대표는 그때 위기감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그전까지는 프로젝트가 드랍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생한 프로젝트가 드랍되니 뭔가 공포가 생겼다. 지금은 단순히 프로젝트가 드랍된 거지만, '언젠가 회사가 날 원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공포가 30대 초반의 날 덮쳤다."

고민 끝에 한대훈 대표가 내놓은 답은 심플했다. 그 스스로가 콘텐츠를 만들어서 팔 수 있는 개발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이후 그는 4년간 회사를 더 다니다가 약간의 퇴직금을 들고 독립 개발을 시작했다.


첫 작품인 '스매싱 더 배틀'은 액션 아케이드 게임으로 모바일에서도 나름 고퀄리티를 목표로 개발됐다. 워낙 아트에는 자신이 있었던 한대훈 대표다운 목표였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한 적이 없었기에(05.23 11:52 수정된 기사입니다) 복잡한 패턴이나 AI를 만들기는 무리였다. 액션 게임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 이를 한대훈 대표는 숫자로 보완했다. 적의 물량을 많게 함으로써 어렵게 한 거였다.

보통 이럴 때 최적화에 문제가 발생하지만 아트는 한대훈 대표가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아트로 해결했고 덕분에 처음 개발한 게임치고는 준수한 게임이 나올 수 있었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게 뭔지 명확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한대훈 대표 역시 처음에는 고생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스매싱 더 배틀'을 개발하던 중 예기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VR 버전으로 게임을 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개발비도 지원해주겠다고 하니 한대훈 대표로서는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스매싱 더 배틀'은 VR 버전으로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VR 버전으로 개발된 '스매싱 더 배틀'은 오큘러스 리프트 런칭 파티와 GDC 현장에 전시되는 등 첫 게임으로서는 과분할 정도의 관심을 받았다. 한대훈 대표도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하지만 다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출시 후에는 비평도 이어졌다고 한대훈 대표는 설명했다.

"VR답지 않다는 얘기부터 콘텐츠가 반복적이란 비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 가지, 캐릭터에 대한 평은 대체로 다 좋았다. 특히, 일본에선 열광적일 정도로 좋아했다. 의도한 부분이었지만 이 정도로 관심을 끌 줄은 몰랐다."

비평에도 불구하고 '스매싱 더 배틀'은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VR로 출시된 이후 각각 약 3개월의 텀을 두고 스팀과 모바일로 출시됐는데 콘솔을 제외하고 약 20만 장이 넘게 팔렸을 정도였다.

나름 성과를 내자 한대훈 대표는 바로 차기작 구상에 들어갔다. 그가 선택한 차기작은 바로 VR 게임이었다. '스매싱 더 배틀'을 VR로 만들면서 관심도 갔고 여러모로 아쉬웠던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기작으로 VR 게임 '오버턴'이 탄생했다.


'오버턴'은 여러모로 '스매싱 더 배틀'이 들었던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가득한 게임이었다. 단조롭다는 비난에 다양한 전투 상황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맨손으로 싸우다가 근접 무기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총으로 싸우는 식이었다. 여기에 진지한 이야기가 추가됐을 뿐 아니라 다소 불편하게 느끼더라도 직접 몸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VR의 특징을 살리는 등 여러 시도가 들어갔다.

다행히 이런 한대훈 대표의 노력이 통했는지 '오버턴'은 스팀에서 2주간 VR 부문 탑셀러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비롯해 4개 이상의 상을 수상했다. 게임 자체의 성과임은 물론이고 '스매싱 더 배틀'과 달리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퍼블리셔를 찾던 노력이 빛을 본 셈이었다.




'스매싱 더 배틀', '오버턴'을 거쳐 실력을 쌓은 한대훈 대표는 현재 세 번째 작품으로 '메탈릭 차일드'를 개발 중이다. 전작들의 단점을 거의 다 해결한 게임으로 성우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깊이 있는 스토리로 무장한 게 특징으로 현재 개발에 매진 중이다.


게임들에 대한 소개를 끝낸 한대훈 대표는 마침내 본 강연의 핵심이랄 수 있는 그간 게임을 개발하면서 깨달은 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대훈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조언은 바로 돈이었다. 그는 우선 자금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개발하라고 조언했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조언이었다. 이에 대해 한대훈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금에 쫓기다 보면 그냥 빨리 출시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들은 성공하기 어렵다. 여유롭게 완성도를 높인 게임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급하게 내놓은 게임이 성공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당장 돈이 있는 상태에서 개발할 수 있는 독립 개발자는 적다. 한대훈 대표 역시 이 점을 알고 있었다. 해결법으로 한대훈 대표는 개인 개발자도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지원금이 있다며, 이런 지원 정책들을 잘 알아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조언은 바로 게임을 매력적으로 만들라는 거였다. 매력적이란 건 사실 추상적이다. 얼핏 잘 만든 게임을 매력적인 게임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한대훈 대표는 매력적인 것과 잘 만든 건 다르다고 설명했다.



▲ '스매싱 더 배틀'만의 매력 요소는 바로 안경이었다

"잘 만들었다고 무조건 사고 싶어지는 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누구도 인디 게임을 사지 않았을 거다. 블록버스터급 게임과 경쟁하면서 인디 게임이 더 잘 만들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게 가능한 건 그 게임이 가진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매력을 하나로 정의할 순 없지만, 이를 일종의 타겟층을 공략하는 열쇠로 쓰라고 한대훈 대표는 조언했다. 하나의 무기(매력)를 날카롭게 갈고 닦는 것만이 인디 게임이 블록버스터급 게임과 경쟁해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출시 초 눈도장을 확실히 찍기 위해서라도 게임의 퀄리티는 높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특히, 인디 게임은 초기 반응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개발사가 아니라면 다시 반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어느 정도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본전을 찾았다며 인디 게임이라고 퀄리티에 등한시하는 풍조를 경고했다.

한편, 한대훈 대표는 특이하게도 게이머들을 팬으로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게이머들을 팬으로 만든다고 과연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데이터가 없었다. 하지만 한대훈 대표는 "앞서 초기 진입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팬들이 생긴다면 초기 반응을 끌어주는 원동력이 되기에 절대 손해 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라며, 그 역시 SNS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게이머들과 교류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어서 현실적인 조언으로 마케팅에 대해서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아서 게임에 대한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으면 덜 완성된(05.23 11:52 수정된 기사입니다) 예전 스크린샷이나 부정확한 정보가 게이머들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마지막에 반짝하는 마케팅은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다 완성한 후에 게임을 공개해봤자 게이머들은 단순히 광고라고 생각하고 반감을 갖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한대훈 대표는 SNS을 통해 게임의 개발 단계를 공개하는 식으로 꾸준히 마케팅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마지막 조언으로 한대훈 대표는 폴리싱에 '이 정도쯤이야' 하고 간과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며, 폴리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이 완성될 때쯤 되면 정신력이나 체력이 바닥난다. 그쯤 되면 그냥 '아, 이건 그냥 넘어갈까'하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근데 알아야 한다. 게이머들을 절대로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폴리싱을 통해 게임이 극적으로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니 마지막이라고 그냥 넘기지 말길 바란다."

독립 개발을 목표로 하는 개발자들을 위한 조언을 끝마치며 한대훈 대표는 즐겁게 개발하라고 이야기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시대가 변하고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에 개발자들의 욕심 역시 커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건 평생의 숙제다. 해결할 수도 없다. 나 역시 고민했는데 어느 순간 놔버리니 개발 자체가 즐거워졌다. 여러분도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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