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퍼즐과 추리의 앙상블 '더 길티 하츠'

게임소개 | 윤홍만 기자 |
개인적으로 마이너하지만 좋아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역전재판 시리즈로 대표되는 추리,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입니다. 장르의 모든 게임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든 게임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날을 꼴딱 세울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 하우스에서 참관객을 맞이하고 있던 '더 길티 하츠' 부스에 저도 모르게 발길이 향했습니다. 퍼즐과 추리를 기반으로 한 텍스트 어드벤처라는 점이 딱 취향 저격을 한 느낌이었죠.


'더 길티 하츠'는 냉철한 여형사 유서연과 다소 얼빵한 구석이 있는 후배 형사 오경인, 2인조가 사건 현장을 발로 뛰면서 증거를 찾고, 때로는 용의자를 심문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 수사물입니다. 다만,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에서는 시연 시간을 오래 잡아먹는 텍스트 어드벤처 특성상 시연 빌드가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더 길티 하츠'의 진면목을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대신 게임에 대한 간단한 조작법을 익히는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프롤로그 파트만 체험해 볼 수 있었죠.

시연 버전은 딸의 병실을 찾은 유서연이 같은 병실을 쓰는 아이 부모의 열쇠를 찾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플레이어에게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조작법을 알려주는 형태로 구성된 거죠. 일반적으로 이 과정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한 대화 파트를 통해 대략적인 정보를 얻게 되고 이어서 본격적인 조사 파트로 넘어가는 식이죠. 조사 파트로 넘어가면 3D로 구성된 현장을 둘러볼 수 있게 됩니다.



▲ 조사의 시작은 대화로 시작된다
(타이베이 게임쇼 시연 버전과는 다른 버전의 이미지)



▲ 사건 현장은 확대와 축소, 상하좌우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더 길티 하츠'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가 바로 이 추리 파트였습니다. 현장에서도 제 눈길을 잡아끈 부분이기도 했죠. '이거 제대로만 만들면 대박인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프롤로그였던 만큼, 찾아야 하는 것들이 대놓고 있어서 딱히 어려울 게 없었지만, 본편에서는 얼마나 매력적으로 작용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질 정도였죠. 그렇게 현장에서 놓치는 게 없도록 여기저기 현장을 돌아보면서 단서를 전부 모았다면 이제 그것들을 한데 짜맞추는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추리 파트인거죠.

현실과 마찬가지로 '더 길티 하츠'에서도 단서를 모았다고 해서 알아서 사건이 해결되거나 하지 않습니다. 대화 파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단서들이 뭘 증명하는지 짜맞춰야 하죠. 어떤 단서는 쓰임새가 애매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단서들은 '?' 표시가 붙어 있어서 추론을 해야 하거나 '+' 표시가 붙어 있어서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단서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흡사 추리 영화에서 증거판에 용의자와 사건, 단서를 한데 모아놓고 끈으로 연결하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뭔가, 진짜 형사가 된 느낌을 안겨주죠.







한편, 이렇게만 얘기하면 다소 복잡한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적어도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파트는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증언과 단서의 숫자가 적은 것도 있지만, 관계자(용의자)별로 증언과 단서가 일종의 카드 형태로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현장을 조사하면서 얻은 단서와 증언을 종합해 서로 연관되는 것들을 연결해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들을 하나씩 쳐내는 식으로 게임은 진행됩니다. "불가능한 것을 전부 제외하면 남은 게 아무리 말이 되지 않더라도 진실일 수밖에 없다"는 셜록 홈즈의 말이 떠오르게 하는 부분입니다.



▲ 단서를 조합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게 핵심이다

시연 버전은 심각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게 아니었기에 여기서 끝나지만, 메인 파트에서는 이다음으로 대미를 장식할 심문 파트로 넘어가게 됩니다. 단서와 증언을 기반으로 관계자들 가운데 유력 용의자를 지목하는 거죠. 당연하게도 지목했다고 해서 '예, 제가 범인입니다' 할 리도 없으니 각종 단서들을 활용해 용의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그렇게 용의자의 모든 주장을 무너뜨리면 마침내 죄를 시인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됩니다.

사실상 수박 겉핥기에 다름 없는 시연이었음에도 '더 길티 하츠'는 분명한 색과 매력을 지닌 게임으로 여겨졌습니다. 메이저 게임은 물론이고 인디 게임에는 더더욱 필요한 '엣지'있는 그런 모습이었죠. 단순한 선택지의 나열이 아닌 3D로 만들어진 현장을 360도 자유롭게 둘러보거나 확대해 놓친 단서는 없는지 찾는 부분 역시 신선하게 느껴졌죠.




진중하지 못한 캐릭터들의 언행이나 행동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마냥 진지한 추리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호불호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진중하다면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도 금세 질리게 되는 만큼, 완급을 준거라고 볼 수도 있죠.

국내에서는 드문 추리 어드벤처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더 길티 하츠'입니다. 정식 출시 버전의 플레이 타임이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절한 플레이 타임만 보장한다면 저와 마찬가지로 텍스트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흔쾌히 지갑을 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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