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시장, 인디게임에겐 가능성이 있다" 하루엔터테인먼트 강문현 대표

게임뉴스 | 정필권,윤홍만 기자 |



자본주의 시장은 크게 메이저와 마이너로 분류됩니다. 어떤 상품이든 소위 잘나가는 게 있으면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것도 있는 법이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수천만 장이 팔린 역대급 게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게임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인디 게임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소자본이기에 수십, 수백억을 들인 메이저 게임과 비교해 퀄리티 면에서 초라할 수밖에 없고 마케팅 역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하루엔터테인먼트와 한국인디게임협회의 MOU 소식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나 '언더테일'처럼 일대 파란을 일으킨 인디 게임이 더러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의 얘기일 뿐. 대부분의 인디 게임은 소위 돈이 되지 않는 게임이란 게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하루엔터테인먼트가 인디 게임 및 중소 게임업체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뭐였을까요. 남들은 보지 못한 인디 게임의 비전이 그들에겐 보였던 걸까요?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루엔터테인먼트의 강문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강문현 대표의 눈에 비친 인디 게임 시장의 미래와 그들이 투자를 결정한 이유, 함께 들어보시죠.



▲ 하루엔터테인먼트 강문현 대표


하루엔터테인먼트 강문현 대표는 현재 중소기업 청년기업가 정신재단 감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전 벤처기업협회 감사,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감사 및 소프트웨어 진흥원 감사로 벤처 진흥을 위한 제도, 자문을 해주곤 했다.

딜로이트 회계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대우, 삼성, 쌍용 등 다양한 기업의 M&A를 담당했으며, 과거 EA가 한국 기업을 인수할 때 참여한 적도 있었다. M&A 관련법 및 벤처기업육성법 입안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Q. M&A와 자문을 오랜 기간 해오셨는데, 게임 업계에 관심을 둔 이유가 궁금하다.

게임을 통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영화 산업이나 게임 같은 것들이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AI와 로봇이 결합되면, 반복적인 업무들은 기계들에게 넘어가지 않겠나. 그렇다면 즐거움을 갖는 엔터테인먼트 같은 산업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의 여유시간을 커버하는 산업으로써 의미가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게임이 최근 여러 산업과 융합하고 있는 점 역시 관심을 끌었다. 라이브 방송과 연계해 게임 방송을 하는 등 여러 산업적 진화를 이룩하고 있는데 앞으로 인류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부가가치도 크고 한국이 글로벌 리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쟁력을 가진 산업이다.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특성과 잘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Q. 회사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한국인디게임협회와의 MOU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맺게 되었는가.

일단 1억짜리 법인은 설립된 상태다. 1월에 설립했고 현재 내부적으로 로고나 기타 자료를 만드는 준비 중이다.중국 내에 화장품이라든지 여러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회사가 있다. 거기 팀장이 한국인디게임협회의 조훈 대표와 친분이 있어서 서로 소개받아 얘기하던 중 MOU까지 하게 됐다.



▲ 2월 초에는 한국인디게임협회와 MOU를 체결했다.

Q. 인디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와 퍼블리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인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역시 인디 협회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게임은 결국 다양한 아이디어가 중요하지 않나. 돈을 들여 대작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꼭 성공한다고 볼 순 없다. 그렇기에 다양한 소그룹들이 형성되고,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활동이 중요해진다고 본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자금적·마케팅적인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는 게임들을 발굴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을 발굴할 수 있는 소스가 곧 인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에 대해서는 아직 거대한 자본이 없기에 일단은 인디 게임을 소개하는 측면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보통 인디 개발자들이 자기들 게임을 노출하는데 어려움이 갖고 있고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있는데 우린 이미 중국 쪽과 여러 사업을 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강점이 있다. 그래서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내 한류 채널 등을 통해 인디게임협회의 게임을 퍼블리싱, 소개하는 식이 될 것이다.

젊은 분들에게 경험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물론, 게임사가 실패하는 사례도 종종 나오기는 한다. 이는 연구 개발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아서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실패를 하더라도 지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제도 등을 플랫폼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말씀을 지금 다 드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플랫폼을 만들고 서로 간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그리고 많은 분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가져가고자 한다.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은 게임에 대해서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 자금 소싱을 통해 개발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Q. 중국 시장을 일차적인 진출 목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인디 게임을 소개하는 첫 번째 시장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라고 하면 유저풀이 넓은 게 강점이다. 국내에는 이미 많은 기성 게임사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오히려 중국 시장이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다가 게임이 잘 되면 우리도 더 적극 투자해서 게임을 더 키우는 것 역시 가능하리라 본다. 개발자로서는 이후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투자사인 우리로서도 당장에 거창하게 투자하는 게 아니다 보니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인디 게임이기에 취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Q. 중국 시장에 주목한다고 했는데 판호 문제가 여전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텐센트가 자체 방송을 통해 게임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있는데 그쪽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게임을 낸다고 해도 판호를 발급받는 형태가 아니라 텐센트 마켓에 위탁해서 내는 식이 될 것이다. 만약 자체적으로 한다면 판호를 발급하기에 앞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구성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중국 마켓을 통해 낸다면 그런 불확실성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게임을 낸 후에 인기가 있다면 중국 쪽에서도 협업을 더 확대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게 있다면 카피캣이 횡횡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선 완성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기관과 업계에서 어떤 지원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보면 집중도가 엄청나다. 그런 개발자들의 개발 공간, 에셋 구매비 등을 오픈 앤드(Open-End) 식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도 인디게임협회를 통해 이런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인디G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러 벤처투자사와 게임사들의 투자를 받아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도 멘토들을 연결해서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정신적인 부분과 자금적인 부분들 모두를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 2월 18일까지 인디GO 1기 팀을 모집 중이다.


Q. 5월에는 '인디TV'를 통해서 게임들을 소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항을 알고 싶다.

중국에 한류 관련한 방송을 통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판다TV 같은 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프로토콜이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웹으로 해서 게임과 연결해야 하므로, 웹 자체가 게임과 관련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인터렉티브하게 개발 중이다. 현재는 판다TV에서 방송을 했을 때, 우리가 개발 중인 플랫폼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Q. 상장사를 M&A 해서 퍼블리싱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시점까지 진행된 사항은 어느 정도인가.

상장 게임사를 M&A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자본력은 물론이고 퍼블리싱 하는 힘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상장사라면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도 메리트가 있을 것 같다. 현재 물색 중인 몇 개의 게임들이 있기는 한데, 자금 부분에서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있다. 아주 뚜렷하게 팔겠다고 하는 곳도 두 세 군데가 있고, 접촉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Q. M&A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다른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실리콘밸리 회사를 M&A 하고 나서 실패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제조기업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 간에는 R&D 과정이나 개발 문화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들의 문화와 개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자본 종속으로 돈만 벌면 안 되고, 파트너십을 이용해서 시너지를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엔터테인먼트는 자본 종속과 같은 형태로 진행할 생각이 없고, 대외적인 부분에서만 리드하는 형태가 되고자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 괜히 나서고 사고를 통제하는 것은 안 되지 않을까. 그래서 할 수 있는 역할, 중국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거나, 자금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젊은 분들과 우리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내부에서 통제하려 하면 결국에는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내부는 어디까지나 젊은 분들 하게끔 접근하고자 한다.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자는 것이다. 전문가가 있는데, 모든 것을 다 통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M&A를 하더라도 여러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지향한다.

Q. 언제쯤이면 구체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까.

인디게임협회에서 추천하는 게임들을 심사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후에는 우리와 퍼블리싱하는 방법이나 룰 등을 협의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MOU 상태니까 서로 Win-Win하는 구도로 가고자 한다. 현재 개발비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나름의 룰은 정한 상태다.

2월에서 3월에는 만들어진 룰을 체계화하여 계약서화 하는 과정, 중국 쪽과의 협의 과정이 진행된다. 인디게임을 개발하고 퍼블리싱 하는 것, 라이브 방송과 웹을 통한 홍보 등 본격적인 일들은 5월 정도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시스템적인 테스트는 3월 말에서 4월 말까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Q. 최근 국내 게임사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정부 기관 및 관계자들의 투자나 기업의 투자가 아쉽다. 대체로 그렇지 않나. 바이오 산업의 경우 모르는 사람이 투자하는 것보다 바이오 산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투자해야 올바르게 투자할 수 있고 산업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예전보다는 나아지기는 했는데, 이미 성공한 회사들이 후속 주자에 대한 투자를 안 하는 것 같다. 성공한 벤처, 게임사들이 해줘야 한다고 본다. 게임을 아는 사람이 게임사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선순환이 된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이미 성공하기 위해서 몇 번의 실패를 겪지 않았나.

업계 리더로서의 경험, 실패를 딛고 성공한 경험을 가진 회사들이 후속 주자에게 경험을 전달하면서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다른 벤처의 사례에서 볼 때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파트너가 들어오게끔 해야지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디어만 훔쳐가는 것이 아니라, 인디게임에 출자를 해서 지분 일부를 획득하는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기업이 그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투자해줘야 좀 더 산업이 커질 텐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 후 5년 이내, 소위 데스밸리 기간의 생존율이 낮은데 이때 산업에 정통한 관계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 국내 기업생존율 현황 (출처: 2015년도 조세특례 심층평가)

Q.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장기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인가?

이제는 게임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넣어야 할 것 같다. 영화의 사례를 들어보면, 영국과 인도 같은 경우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많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헐리우드 영화보다 자국 영화들이 버티는 것 같다. 제약보다는 경쟁력 자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국내 R&D 자금 자체는 적지는 않지만, 정부에서 형식적인 지원에 그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50억이던 100억을 그냥 일괄적으로 몇 군데에 나눠주는 것들이다. 알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큰 소프트웨어나 결과물을 거두기 어렵다. 괜찮은 회사에 지속해서 투자하는 과정, 제작 외에도 테스트와 마케팅까지 일괄적으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속적인 지원은 하되, 꾸준한 심사를 통해서 드랍시킬 프로젝트는 드랍시키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실패를 겪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인프라와 펀드들이 갖춰져야 한다. 최근 창업 재기 펀드 등이 생기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외국사회는 실패해도 추스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보면, 국내보다 가치를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창업했다가 실패했을 때, 다시 재기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런 부분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그래도 최근 게임사들의 투자 성향이 바뀐 것 같은데?

바뀐 곳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개발사만 그렇게 바뀐 것 같다. 앞으로는 대기업들이 정부와 함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인디 개발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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