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그인 듯 로그 아닌 로그 같은 너, '위자드 오브 레전드'

리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21개 |




⊙개발사: Contingent99 ⊙장르: 로그라이크 액션 어드벤처
⊙플랫폼:
PC, PS4, 스위치, 엑스박스 원 ⊙발매일: 2018년 5월 15일 ⊙가격: 16,500원

[게임 소개] '위자드 오브 레전드(이하 위오레)'는 지난 15일에 출시된 로그라이크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2인 개발사인 Contingent99의 첫 작품이다. 2016년 6월부터 킥스타터를 통해 후원을 받아왔으며, 한 달만에 7만 달러 넘게 모금이 이루어지며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졌다. 속도감 넘치는 전투와 다양한 마법을 조합하는 기능이 특징이며, 현재 스팀뿐만 아니라 스위치, PS4 등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위오레'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선명한 원색 위주의 일러스트에 '전설의 마법사'라는 직설적인 네이밍이 알 수 없는 매력을 뿜어냈다. 평소 로그라이크 장르를 크게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오묘한 끌림 같은 걸 느꼈다. 뭔가 나랑 잘 맞을 거 같고, 나 역시 트레일러에서 보여주는 저런 화려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행동을 실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 스팀에서 구매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1분 만에 라이브러리가 한 줄 길어졌다. 대다수가 플레이 시간이 3시간을 채 못 넘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위오레'는 다르리라. 난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최근 상당 시간 '위오레'를 플레이했다. 재밌었고, 즐거웠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3스테이지를 넘는데 억겁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 정도. 이성의 끈을 붙잡는데 안간힘을 써야했다.



■ 이렇게 다이나믹한 마법사가 있다니




먼 옛날, 혼돈의 아르카나라는 강력한 마법이 있었다. 혼돈은 쉽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기에 선택된 '전설의 마법사'들만이 이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전설의 마법사'를 발탁하기 위한 '혼돈의 시험'이 매해 치뤄져왔으나 오늘날에는 아르카나만이 박물관에 덩그러니 전시되어있을뿐 그 전통은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마법사인 주인공은 '혼돈의 시험'과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는 '라노바 박물관'을 찾아 견학을 하게 된다. 다양한 아르카나와 유물을 살피던 중, 갑작스레 일어난 모종의 사고로 인해 과거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혼돈의 시험'이 한창 치뤄지던 그 시절로 돌아가버린 주인공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련을 받아들이게 된다.

▲ 게임은 문제가 없다

처음 플레이를 시작했을 때, 아무리 로그라이크라 한들 1-1 스테이지에서 죽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만만하게 바로 던전으로 돌진했다. 옆자리 L모 기자에게 생방송으로 보라며 권유까지 했다. 스킬 세팅이나 튜토리얼도 생략했다. 내 게임 경력과 숙련도를 믿었다. 단숨에 클리어는 못 하더라도 주변의 탄성을 이끌어낼 수준의 플레이가 나오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비웃음뿐. 몬스터보다 내 손이 더 느리더라.

눈물이 다 났지만, 차마 위오레 탓은 할 수 없었다. 위오레는 트레일러와 동일한 수준의 액션 쾌감을 제공했으니까 잘못이 없었다. 양심 개발자의 귀감이라 할 정도였다. 실제로 다채로운 마법이 구비되어 있고, 간단한 조작으로 수준급의 콤보를 구사할 수 있다. 아울러 던전 내에서 습득 가능한 강화마법이나 다채로운 변화요소들을 통해 매번 다른 느낌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 문제는 나였다

기본적인 액션성 역시 출중하다. 화려한 고급 마법이 아닌 사소한 평타 하나에도 충분한 타격감이 살아있었고, 회피동작은 좋은 속도감과 반응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며 얻게 되는 마법들을 자기 입맛에 맞춰 조합하다 보면 독특한 리듬이 생겨난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종류가 적어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이 리듬이 은근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버튼을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상쾌한 피드백이 돌아오는 게임이었다.

어쨌든 게임은 죄가 없었다. 내 손이 만악의 근원이었을 뿐.



■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 캐릭터야 미안해

초반 1시간 동안은 너무나 큰 자괴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 리뷰가 올라가면 난 직장을 잃을 거라 생각했다. 멀쩡히 구덩이를 통과한 횟수가 더 적었고, 몬스터 하나랑 싸울 때마다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 안 맞을려고 용암 건너편에서 파이어볼만 날리고 있으니 게임의 정체성이 30% 정도 사라진 거 같았다. 마지막 타격은 근접으로 마무리 할려고 건너가다 용암에 빠져 죽었을 때는 소실율 99%에 달해 보였다.

그만큼 초반 체감 난이도가 당혹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최종 스테이지까지 진출할까 싶어 막막한 기분이 앞섰다.

그런데, 시간이 쌓일수록 난이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게 체감됐다. 내가 드디어 각성한 걸까 싶었지만, 이내 빠르게 현실을 파악했다. 대다수의 플레이어가 느낄만한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위오레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가장 큰 장점인 변화무쌍함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 몇 번 마주치면 지겨워지는 보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아르카나와 시그니처 스킬을 통해 다채로운 콤보를 구사할 수 있고, 망토와 유물 등의 장비 아이템으로 캐릭터 특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렇듯 분명 캐릭터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던전이 변하질 않는다. 로그라이크인 만큼, 맵의 구성은 매번 변하지만 정작 중요한 '유저 체험'이 크게 바뀌질 않는다. 매번 똑같은 몬스터에 똑같은 공략법이 반복될 뿐이다. 이런 특성 탓에 후반 스테이지로 갈 수록 쉬워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아울러 반복플레이를 자극할만한 요소가 거의 전무하다. 특정 속성 세팅이나 유물 세팅으로 색다른 플레이를 즐기는 건 가능하지만, 이 역시 금방 소모돼버리고 만다. 기본적인 구성이 계속 동일할뿐더러 보스도 4종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로그라이크 장르로서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



■ 그래서 갓겜인가요?




'위오레'가 소위 갓겜이냐 아니냐를 묻는다면, 거기에 O를 하나 추가해 굿겜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스킬과 유물을 조합해 몬스터 무리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맛은 각별하다. 최근 진중한 액션이 AAA 게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위오레' 특유의 속도감과 리듬감은 단연 빛났다. 게다가 2인 플레이를 지원하고, 가격까지 저렴한 덕에 친구 혹은 연인과 같이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로그라이크 장르를 표방하기엔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부족한 다양성이 게임의 발목을 잡았다. 캐릭터는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데, 막상 던전 내 체험이 변하질 않으니 스킬 시뮬레이터에 가까운 느낌 마저 든다. 아울러 Perk 같은 성장요소가 전무해 반복 플레이의 의미가 떨어진다. 다른 스킬 세팅, 유물 세팅을 시험하는 게 현재 콘텐츠의 한계점이다.

분명 '위오레'의 가성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만약 진득한 로그라이크의 맛을 원한다면, '위오레'는 어쩌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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