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마루 이택진 대표 "정부지원산업,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4개 |
인디 개발사. 돈 잘 버는 게임이 아닌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참 낭만이 넘치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함께 일하는 개발자들 역시 똑같은 목표를 추구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긍정적으로 볼 때의 얘기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게임을 개발하는 데는 돈이 든다. 꿈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그런 인디 개발사를 보며 굳이 도전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인디 개발사는 게임 산업의 모판이자 허리다. 자유롭게 만들기에 개중에는 참신한 게임이 나오기도 하고 그런 게임이 게임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게임산업을 진흥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존재들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인디 개발사들을 위한 마중물인 정부지원사업을 받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 높은 경쟁률을 비롯해 지원금 헌터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최근 정부지원사업을 받으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인디 개발사 게임마루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인디 개발사다. 과연 그들은 정부지원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 게임마루 이택진 대표


모바일로 즐기는 무게감 있는 슈팅 게임 '기동타격대'
슈팅 게임의 원론적인 재미로 유저들 사로잡겠다

게임마루는 2018년 3월 설립된 신생 인디 개발사다. 프리랜서로 시작해 인디 게임의 가치를 보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힌 이택진 대표. 그의 말을 듣자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가 본 인디 게임의 가치가 뭘 의미하는 걸까? '마인크래프트'처럼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것? 아니면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인디 게임의 가치를 봤다는 게 무슨 말인가?"

"프리랜서로 토러스에서 일할 때 만든 인디 게임이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나름 인기를 끌었다. 그걸 보니 '역시 게임이 재미있으면 알아주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고 바로 회사를 창업하는 건 좀 무모한 거 같다."

"그런가? 난 오히려 반대로 봤다. 요즘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느낌이지 않나. 토러스에서 만든 게임들이 나름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런 비슷한 게임들에 대한 반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던 중 닌텐도 스위치 개발킷을 얻게 되면서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다. 인디 개발사지만 노력만 하면 충분히 콘솔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 결과 나온 게 '기동타격대'인가?"




"그렇다.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마냥 캐쥬얼하지는 않은 게임을 만든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그간 게임을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집약한 게임이랄 수 있다."

'기동타격대'는 흔히 슈팅 게임이라고 하면 떠올릴 FPS나 TPS 시점이 아닌 탑 다운 뷰 방식의 슈팅 게임이다. 그래서 문득 왜 하필 탑 다운 뷰 방식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미 모바일에선 뛰어난 그래픽의 슈팅 게임이 수도 없이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포트나이트'나 '배틀그라운드'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게임들과 경쟁해야 하는 '기동타격대'는 왜 하필 탑 다운 뷰 방식을 채용한 걸까? 단순히 인디 게임이기에 그에 어울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엔 의문이 남았다.

"슈팅하면 아무래도 FPS나 TPS가 대중적인데 탑 다운 뷰 방식을 채용한 이유가 있나?"

"모바일로 즐기기엔 지금의 FPS나 TPS 방식은 불편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불편한 점?"

"슈팅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바로 조작이다. 한 발 한 발이 승부를 결정짓기에 어떤 게임보다도 정교한 조작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바일은 터치 방식이기에 그런 정교한 조작이 힘들다. 반면, 탑 다운 뷰 방식으로 하면 이런 조작의 난도가 한껏 낮아진다. 기본적으로 좌우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아, 알 것 같다. 모바일로 FPS나 TPS를 하면 뭔가 원하는 데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실제로 탑 다운 뷰 방식은 슈팅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금세 익힐 정도였다. 토러스에서 만든 '나는 AI다'의 경우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3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조작법에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탑 다운 뷰 방식으로 본격적인 슈팅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에 '기동타격대'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답변이었다. 확실히 모바일에서 FPS나 TPS는 여러모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정교한 조작이 안 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터치패드를 쓰는 느낌. 그러다 문득 앞서 얘기한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아까 닌텐도 스위치 개발킷에 대해 얘기했는데 콘솔로도 출시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유니티 엔진의 경우 포팅이 간편하기도 해서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브롤스타즈'랑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탑 다운 뷰 방식이라서 얼핏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브롤스타즈'가 캐쥬얼한 방식이라면 '기동타격대'는 여타 정통 FPS처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기에 실제로 해보면 전혀 다르단 걸 알 수 있을 거다."

실제로 해보면 다르다. 그의 목소리엔 강한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기동타격대'는 현재 오픈 베타 중이다. 한편, 특이하게도 이렇다 할 마케팅을 펼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과연 유저들은 그의 자신감대로 게임을 잘 즐기고 있을까?

"현재까지 지표라던가 반응은 어떤가?"

"나름 고무적이다. 전혀 홍보를 안 했음에도 다운로드 수치가 꽤 높다."

"오, 유저들에게 먹히고 있다고 봐도 되는 건가?"

"그렇긴 한데 여전히 조심스럽다. 오픈 베타 중인 만큼 피드백을 받거나 수정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사실 그래서 아직 마케팅을 안 한 거였다. 완성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할 계획이다."

"마케팅도 뭔가 남들과는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유튜버를 통해서 유저들에게 다가가는 식의 마케팅을 할 생각이다.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으로는 대기업을 이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 각인도 안 되니까."

"근데 뭔가 한 방이 없는 거 같다. 특이한 모드라던가 그런 건 없나?"

"특이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배틀로얄 모드를 기본으로 좀비 모드나 유저들이 역할군을 구분해서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습격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만들 계획이다. 다만, 이런 모드를 만들기에 앞서 우선 기본이 되는 시스템을 완성할 필요가 있어서 현재 오픈 베타에서는 팀 데스매치 정도의 기본 모드만 넣었다."






▲ '기동타격대'는 오픈 베타를 통해 시스템 검증 후 다양한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앞으로 다양한 모드를 넣음으로써 '기동타격대'만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이택진 대표. 밝은 모습을 얘기하는 그였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절대 순탄치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많은 인디 개발사가 어디 있는가. 개발자 중에는 투잡을 뛰는 경우도 많고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개발사도 수두룩하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 역시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설립하고 난 후에 힘든 일은 없었나?"

"왜 없겠나. 어떤 인디 개발사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자금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개발자인 우리가 원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마음에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곧이어 개발비라는 현실이 다가왔다"

"요즘은 기업의 인큐베이팅 사업이나 정부지원사업도 있지 않나."

"그렇긴 한데 쉽지 않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제는 좀 된 이야기지만 한창 모바일 게임이 붐이었을 당시에는 '애니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의 성과 덕분인지 신생 개발사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곤 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실패했고 그로 인해 신생 개발사는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이 생겼다. 우리 역시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하는데 알게 모르게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막막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하면서 다른 식으로 접근했다. 이런 게임을 만들 거다 라는 기획이 아닌, 이런 게임을 만들었으니 완성하기 위한 지원을 해달라는 식이었다. 덕분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정부지원사업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큰 도움이 되는 정부지원사업이지만...
지원금 헌터, 심사위원의 낮은 이해도 등 아쉬움은 여전




정부지원사업. 과연 현직 인디 개발사인 그는 현재의 정부지원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를 만나기에 앞서 꼭 물어보고 싶었다. 최근 게임에 대한 정부지원사업이 활발히 되고 있다고 하는데 현직에선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원금 헌터를 비롯해 전부터 거론되온 문제들이 있었던 만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는지도 듣고 싶었다.

[기자수첩] "차라리 안 한다" 스타트업이 등 돌린 정부지원사업, 왜?

"정부지원사업이 분명 큰 도움이 될 테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정부지원사업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는 다소 조심스럽긴 한데 심사위원분들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이해도 낮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선입견도 그렇고 게임이란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이 적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투자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해서 아쉬웠다."

"실패할 게 뻔히 보이는 사업을 지원하긴 그렇지 않나."

"그렇긴 한데 그런 부분도 좀 더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이 있다면 더 확실히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좋은 게임을 보는 안목이 있는 분들이니 지원을 받고 성공하는 사례가 늘 테고 그러면 게임산업진흥이라는 정부지원사업의 목표가 이뤄지는 것 아닌가. 그러면 지원도 많아질 테고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건 없었나?"

"다른 거라... 아, 그러고 보니 콘텐츠진흥원을 통한 게임지원사업은 경기도나 기타 지방 쪽에는 지원해주는 곳이 많은데 이상하게 서울 쪽은 적었다. 판교가 아무래도 게임 산업의 중심이다 보니 그런 거겠지만, 서울에도 게임 개발사가 많다. 그런데 지역 게임센터를 통한 지원이 많다 보니 좀 아쉬웠다."

"오히려 서울에 이런 지원사업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다른 창업지원은 많은데 게임은 없더라. 물론,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분명 정부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자금에 대한 지원부터 사업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까지 다양한 지원을 해줬다. 여기에 본래라면 만나기 힘든 분들을 연결해주는 것 역시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마케팅 업체의 경우 정부지원사업이 있었기에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게임 부문 정부지원사업 사례




게임에 대한 정부지원사업으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게임허브센터를 통한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플레이엑스포, 게임창조오디션, 경기게임아카데미, 글로벌 게임 제작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 개발사를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개발에 필요한 지원금을 비롯해 개발 공간 등 기본적인 것부터 퍼블리셔와의 멘토링, 창업 피칭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을 지원한다.

경기, 경북,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전남, 전북글로벌게임센터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 전국적인 게임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분명 그가 말한데로 정부지원사업은 지금도 중소 개발사를 상대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가장 가려운 부분이랄 수 있는 자금에 대한 지원부터 개발자 출신이기에 대부분 간과하는 사업적인 영역까지도 케어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부지원사업에서 심사위원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이 정부지원사업에서 어떤 변화를 주기 때문일까.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될까?"

"다른 것보다 지원금 헌터를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도전했던 창업진흥원 주관 지원사업에서도 60% 정도가 떨어졌다고 하던데 선정된 분들과 얼핏 얘기해보니 약간 꾼의 냄새가 났다."

"꾼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는 게 목적인 사람들, 지원금 헌터다. 이런 지원금 헌터의 경우 사업에 대한 아이템은 나오지 않고 말 그대로 지원금을 받는 데만 집중했기에 심사에 유리하다. 말 그대로 어떤 식으로 프레젠테이션해야 선정될 수 있는지 다 파악하고 있다. 내가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할 때도 이렇게만 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며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기도 했을 정도다.

아무튼,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이 있다면 그래도 1차로 이런 지원금 헌터를 상당수 걸러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게임에 대해 해박할 테니 이게 진짜 가능성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말뿐인지 알 테지 않나.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말 필요한 쪽으로 지원금이 흘러갈 테니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현 정부지원사업은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의 존재가 절실하다
(출처 : 제9회 게임창조오디션)


"전문성을 가진 심사위원이 필요한 이유가 지원금 헌터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도 될까?"

"그건 사실 아주 기본적인 거고 좀 포괄적인 부분인데 정말 필요한 조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지금의 정부지원사업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지원자 교육을 담당하다 보니까 온도 차가 느껴졌다."

"온도 차? 게임을 좀 안 좋게 본다거나 그런 건가?"

"그건 아니고, 정부지원사업이라고 해도 분야가 다르지 않나. 그런데 약간 획일적으로 교육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업 아이템을 예로 들자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라는 식이었다. 불편한 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라는 얘기인데 게임은 다르지 않나. 게임을 한다고 편해진다거나 안 한다고 불편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약간 동떨어진 교육이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에 자금 지원 외에도 전문성 있는 교육을 통해 중소 개발사가 성장할 수 있는 모판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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