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BIC, 언제나 인디게임 개발자와 게이머의 다리가 되겠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2개 |
BIC(부산 인디게임 커넥트 페스티벌)가 바뀌고 있다. 기우제처럼 매년 비와 함께하는 행사였던 BIC는 올해 처음으로 실내에서 개최됐다. 지난해까지 텐트 안에서 즐기던 인디스러운 분위기는 조금 줄었지만, 날씨에 상관없이 개발자와 게이머가 더 편히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던 컨퍼런스 역시 지난 행사보다 수준이 더 올랐다.

변화 뒤에는 서태건 조직위원장과 이득우 사무국장이 있다. 이들은 메이저 게임을 배제한 인디 게임만으로 매년 행사의 규모를 키워나갔다. 지난 2017년에는 유료 관람으로 바꾸었는데도, 관람객 수는 전년 대비 더 늘었다. 이제 글로벌 인디게임 행사로 발돋움하는 BIC, 그 미래를 서태건 조직위원장과 이득우 사무국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 (왼쪽부터) 서태건 조직위원장, 이득우 사무국장(이하 직함생략)

어느덧 BIC가 5회를 맞이했다. 기반이 없던 인디게임 행사를 5년 동안 이끌기 쉽지 않았을 텐데, 소감이 궁금하다.

서태건 = 이전까지 인디게임은 소수 개발 커뮤니티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이후 국내에서는 상업화되는 게임의 본질을 인디게임 커뮤니티에서 찾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점차 나왔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렇게 BIC가 탄생했다.

게임의 본질을 인디게임에서 찾겠다는 열정이 지금까지 BIC를 5년간 이끄는 원동력이다. BIC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진정성을 갖고 활동하니 이룰 수 있던 결과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BIC를 더 오래 볼 수 있을 거 같다.

이득우 = BIC가 발전하는 데에는 게임의 재미를 찾고자 하는 유저들의 요구와 개발사의 열망, 산업 환경 등이 분명히 작용했다고 본다. 메이저 회사에서 나오는 게임들과 반대되는 독특한 게임을 유저들은 요구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처럼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가 스스로 퍼블리싱할 수 있는 산업 환경도 갖추어졌다. 이런 요소들이 인디게임 시장이 됐고, 행사가 됐다. 그리고 점차 인디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이번 BIC에서 인상 깊게 본 게임이 있다면?

이득우 = 스웨덴에서 온 '씨 솔트'와 요즘 화제를 일으키는 '스컬'이다. 게임의 짜임새와 액션이 마음에 든다. 이외에 학교에서 좋은 게임들이 나와 만족한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에서 나온 '리플이펙트'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나온 '큐비트'를 보면 중견 게임사 정도의 퀄리티를 낸다. 학생 수준이 크게 올라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서태건 = 학생 수준이 올라가 루키 부분을 새로 만들었을 정도다. 학생뿐만 아니라 한국 인디게임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5년 전 시작한 BIC 이후로 게임산업 생태계에서 인디 층이 두터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도 인디게임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힘써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인디게임은 저마다 정의가 다르다. 인디게임이 뭐라고 생각하나?

서태건 = 똑같이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시작한 동기가 어떤지에 따라 구분 짓는다. 처음부터 시장을 바라보고서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 내놓는 게임이 있다. 반면,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좋아서 만든 게임, 그리고 그 게임을 알아봐 주고 성공하는 걸 인디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발자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각자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득우 = 인디에 대한 정의를 물을 때, 정부나 회사에서는 정량적인 잣대로 측정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원이나 매출로 구분하려고 한다. 적은 인원이 배고프게 만들어야 인디라는 식이다. 나는 이런 논의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인디 게임을 정성적인 평가로 구분하기에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부분이 많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

다만, 게이머 입장에서 인디를 구분하는 건 쉽다. '해보면 안다'는 것이다. 개발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플레이에 어떤 철학과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졌는지는 유저가 해보면 안다.



▲ 인디게임을 보는 '정성적 평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관점을 바꿔서, 왜 인디게임이 활성화돼야 할까?

이득우 = 인디게임은 게임산업이 존재하는 의의라고 본다. 오늘날 우리 게임은 공산품과 예술품 사이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게임은 공산품으로만 치우친 게임시장을 반대로 트는 역할을 한다. 만약 중국처럼 비즈니스 모델만 발전한다면, 하나도 재미없는 게임만 나올 것이다. 인디게임이 바로 이런 편향성을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마치 수제 맥주와도 같다. 냉장고에 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맥주만 있는 게 좋은지, 소수나마 개성 있는 맥주가 한쪽을 채우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라.

서태건 = 모두가 비즈니스 모델만 쫓으면 게임의 다양성을 만들기 힘들다. 그리고 획일화된 게임만 나오면, 결국 다 똑같은 게임만 즐기게 되는 유저가 피해를 입는다. 인디게임은 곧 게임의 본질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것들, 당장 돈을 벌지 몰라도 미래엔 어찌 될지 모른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해 인디게임이 풀뿌리로 굳건히 자리 잡아야 한다.


올해 BIC가 부산항국제여객센터(BPEX)에서 개최됐다. 지난 영화의전당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해서 내심 아쉬운 마음도 든다. 장소를 바꾼 이유가 있다면?

이득우 = 최근 3년 연속 BIC는 비와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야외의 분위기도 좋지만, 비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발자와 참관객으로부터도 비에 관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도 비가 내림으로써 개발자와 참관객이 소통하는 데 큰 불편을 겪었다. 텐트 보수 공사나 장비를 보호하는 데 신경을 써야 했으니까. 비의 영향이 행사의 본질을 흐릴 만큼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다른 자리를 알아보게 됐다.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BPEX만의 멋에 매료됐다. 특히 밖으로 보이는 부산 바다 경치가 특별했다. 이후 사단법인 회원사와 함께 논의하고서 장소를 옮기는 걸 결정했다.

서태건 = 막상 바다를 배경인 곳으로 와보니 세계를 느끼게 된다. BIC 참여 개발사도 바다를 보며 글로벌 진출을 꿈꾸길 바라본다.



▲ 행사장 내에서 보이는 풍경

올해 BIC에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이득우 = 행사를 구성하는 시스템에 집중했다. 외형적인 이벤트나 전시에 대한 변화는 크게 없다. 야외 활동과 음식 반입이 안 되는 정도다. 여러 차례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부대 이벤트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개발자와 게이머가 서로 소통하게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해 수집하고 있다. 이후 BIC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느 유저가 어떤 부스에 갔고, 인기 장르의 비중을 얼마나 되는지 수치화한다. 그리고 이 결과는 개발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가공할 것이다.

서태건 = 23세 이하 개발자가 참여하는 루키 부문의 신설이다. 이들만의 리그가 별도로 만들어지길 희망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리고 루키 개발자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BIC에서 활성화되도록 방법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BIC는 발전을 이루어냈다. 반면, 개인적으론 BIC가 점차 정체된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른바 'BIC가 좋아하는 게임'이 생겨나고 있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 로그라이크, 도트 그래픽이 주목받고, 타 장르는 감춰지는 경향이다.

이득우 = 우리의 심사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다. 알기에 항상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염려하는 의견도 이에 비롯된 거로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심사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심사의 권위는 높이려고 한다. 개선된 심사 방안이 완성되는 데로 발표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루키 부분에 기대를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인디 게임이 게임산업의 방향성을 유지한다면, 루키 개발자는 정체된 인디게임 산업에 자극을 주는 역할이다. 루키 개발자들의 다양한 시도가 발휘되길 바란다. 루키 개발자에 대한 전시는 내년에 좀 다른 형태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루키 개발자가 정체된 인디씬에 자극이 되길"

인디게임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정책 지원이 필요할지 제언한다면?

서태건 = 결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 예산이 많아지는 거다. 최근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인디게임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걸 느낀다. BIC에 오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 거 같더라. 또한, 인디게임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거 같다. 정부에서 온 관계자도 인디게임 활성화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지원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득우 = 증액이 된다고 해서 기존 방식에 이어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인디게임에 대한 이해를 더 갖추고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 게임은 평가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이걸 투자 관점에서 정량적 지표로 매출이 얼마나 나올 것인지 평가한다면, 인디게임은 지금까지처럼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서태건 =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과 인디게임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제이커브(매출 지표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를 바라고 지원사업에 맞게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인디게임은 지원사업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인디 게임은 예술과 산업 중간에 있다. 이에 맞는 정성적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메이저 게임사 역시 이 논의에 참여해 의미 있는 결과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게이머의 관심도 중요하다. 게이머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득우 = 인디게임 스튜디오마다 게임을 구매하는 유저층이 있는 게 바람직하다. 그걸 토대로 인디게임 스튜디오는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개발자는 자기의 색깔을 분명히 밝히고, 게이머도 자신들의 취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내 돈을 주고 게임을 사도 아깝지 않은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결국 개발자는 게이머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BIC가 이런 인디게임 시장 형성에 좋은 시작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의 BIC가 궁금하다. 원하는 BIC의 모습은 어떤가?

이득우 = 인디게임 축제라는 본질을 유지한 상태에서 게이머에게 더 편히 다가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전까지는 여러 부대행사를 진행했었다. 다만, 이거 하다가 저거 하는 등 중심이 없었다. 이제는 목표가 정해졌으니 시스템을 갖추고 진행하려 한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BIC는 시스템을 완성해 의미가 깊다. 기초가 다져졌으니 개발자와 게이머가 즐거워하는 본질을 만들어가겠다.

앞으로 BIC는 하나의 서비스로 도약하려고 한다. 매년 9월 부산에서 진행되는 인디게임 축제를 넘어, 언제나 개발자와 게이머가 소통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길 바란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