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패링에 전부를 건 액션 게임 '루비나이트'

게임소개 | 윤홍만 기자 | 댓글: 2개 |
인디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식의 전략이 필요할까요. 명확한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흔히들 엣지를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점을 장점으로 갈고 닦는거죠. 실제로 이런 전략이 빛을 본 사례 역시 적지 않습니다. 너도 한방 나도 한방, 이른바 '죽창 대전'을 극한으로 갈고 닦은 고스트러너를 비롯해 쿵푸 액션이라는 엣지를 날카롭게 벼린 시푸 등이 대표적입니다.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 하우스에서 만난 컵 도그 게임즈(Cup Dog Games)의 '루비나이트' 여깃 그러한 게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인디 게임씬에서 흔하디흔한 도트 그래픽을 전면에 앞세운 평범한 쿼터뷰 액션 게임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부스를 몇 차례나 지나가면서도 눈여겨보지 않았죠.

그랬던 제 발길을 잡아끈 건 타이베이 게임쇼 취재가 거의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을 때였습니다. 아직 취재하지 않은 게임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전보다 좀 더 느긋하게 게임들을 둘러보던 중 '루비나이트'에 시선이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루비나이트'를 무시했던 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었죠. 그렇게 찾아다녔던 엣지를 갈고 닦은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루비나이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패링 액션에 올인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링 액션이라고 하니 세키로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세세하게 보면 다릅니다. 먼저 세키로의 경우 적의 공격을 패링해서 체간 게이지를 깎아 일종의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게 목적인 반면, '루비나이트'는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루비나이트'에도 평범한 공격과 회피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하다 정도에 가깝습니다. 평타만으로 보스를 잡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효율 측면에서 보자면 그다지 좋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스를 잡기 위해서는 세키로의 패링처럼, '루비나이트'만의 전투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타 액션 게임들과 차별화된 요소로 '루비나이트'는 비장의 수단으로 '집중(Focus)'이라는 시스템을 가져왔습니다. 집중 키를 누르게 되면 루비는 공격을 멈추고 적을 바라보게 됩니다. 동시에 저의 머리 위로 집중 게이지가 차오르게 되죠. 시연 빌드에서는 집중 레벨을 3까지 채울 수 있었는데 집중 레벨이 높을수록 더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었습니다. 사용법 역시 간단하죠. 집중 레벨을 원하는 만큼, 채웠다면 집중을 풀고 강공격을 날리면 끝입니다.




물론 적들이라고 호락호락 집중 레벨을 채우게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집중 중에는 이동을 할 수 없을뿐더러 한 대라도 맞는다면 집중 게이지가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때가 바로 회피가 진면목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그냥 평범하게 적의 공격을 피할 때도 쓰이는 회피지만, 그 진면목은 집중과 함께할 때 발휘됩니다. 얼핏 무방해 보일 수 있는 집중이지만, 집중하면서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할 경우 게이지를 채우지 않고도 단숨에 집중 레벨이 오르게 됩니다. 적이 3연속 공격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회피하면 단숨에 집중 레벨을 3까지 올릴 수 있는 셈입니다.




결국, '루비나이트'의 전투는 보스의 패턴을 파악해 얼마나 잘 회피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적당히, 천천히 잡는다면 모를까 타임어택을 노린다든가 하려면 보스의 패턴을 완벽하게 익히고 그 모든 공격에 대응해 회피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개중에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공격도 있으니 빠르게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선 이 모든 걸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부스에서는 참관객을 대상으로 타임어택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안전하게 확실히 피할 수 있는 공격만 피할 때보다도 때로는 보스의 품 안으로 뛰어들어 일부러 공격을 회피했을 때 더 빠르게 잡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회피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었죠. 개발진 역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단조로울 수 있는 전투의 변주를 주기 위해서 '루비나이트'의 보스들은 온갖 패턴으로 무장했습니다.



▲ 한층 다양한 패턴을 보여준 가디언

시연 빌드에서 두 번째로 만나는 가디언이 대표적입니다. 허공에 띄운 검을 던지거나 다시 자신에게 불러오는 건 물론이고 때때로 던져놓은 검 위치로 순간이동 후 공격을 하질 않나 심지어는 피할 수 없는 잡기 공격을 할 때도 있습니다. 공격을 회피하는 상황에 익숙해진 순간 나오기에 허를 찔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죠.




그렇기 때문이었을까요. '루비나이트' 부스는 참관객들의 도전 의식으로 여느 부스보다도 뜨거웠습니다. 보스를 잡고 옆에 놓인 타임어택 기록을 보면서 전의를 불태우는 게이머 역시 적지 않았죠. 그리고 신기록을 달성하면 현장에 있는 개발자들과 함께 기뻐하는 걸 엿볼 수 있었습니다.

준수한 도트 그래픽에 패링(회피) 액션이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더없이 날카롭게 벼린 '루비나이트'는 여러모로 올해 타이베이 게임쇼 출품작 가운데 가장 엣지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출시 예정인 만큼, 엣지 있는 게임을 찾고 있는 게이머라면 '루비나이트'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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