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둘러싼 세대 갈등... "답은 인디에 있습니다"

게임뉴스 | 박태학 기자 | 댓글: 6개 |
오늘(5일)부터 8일까지 국내 최대 인디 게임 행사인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19'가 진행된다. 2015년 시작해 질과 양에서 매년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BIC는 올해 출품작 130개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고, 장소도 기존 야외 행사장에서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로 옮기면서 편의성도 높였다.





첫날 열린 BIC 컨퍼런스에서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과 이득우 사무국장은 '디지털 이주민과 게임'이란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서태건 위원장은 "WHO의 권고에 따라 빠르면 2025년, 한국에 질병상임규정 코드가 만들어진다. 그 다음 해인 2026년이면 제도가 실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서 "WHO 회원국 중 특히 우리나라 정부가 이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하지만, 디지털&게임 세대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탄생했고, 단편적인 규제가 아닌 종합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서태건 위원장의 생각이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대 간 변화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서태건 위원장은 과거 아날로그 시절을 겪어왔고 이제 디지털 시대에 적응 중인 '디지털 이주민 세대', 1990년대에 태어나 보편화된 인터넷 속에서 혁신적인 격동기를 보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분류했다.



▲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태생부터 게임과 친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디지털 이주민 세대에게 게임은 공부의 반대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게임 산업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 역시 네이티브 세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산에서 상담치료센터 공공기관을 조직해 운영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당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게임 과몰입을 호소하는 동기로 가족관계, 성적, 학업 및 직장 부적응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게임 내에서 문제를 찾기보다 주변 환경 개선이 우선이며, 관련 연구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6,000여 명의 게임 과몰입군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자료를 봐도, 게임 과몰입 유형군 비율이 5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젊은 청소년의 병리학적 게임을 연구한 정의준 & 퍼거슨 공저 논문 역시 부모의 과잉보호와 부족한 소통, 높은 수준의 학업 스트레스가 청소년의 자제력 부족 및 게임 과몰입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서태건 위원장은 "질병 코드화 이슈에 있어 섣부른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BIC 역시 게임 질병 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게임의 최우선 가치는 재미다. 호모 루덴스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게임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서태건 위원장은 게임의 3대 요소로 매커니즘, 다이나믹스, 미학적 요소를 짚었고, 특히 미학적 요소가 게임의 재미에 매우 깊게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우 감정적인 영역이기에 이성적 판단을 중시하는 디지털 이주민 세대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 속에서 게임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발생하는 가운데, 인디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이득우 BIC 사무국장은 "인디 게임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이주민 세대의 갈등을 풀 열쇠가 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이득우 BIC 사무국장


"디지털 이주민이 원하는 게임이 무엇일까요?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교훈적이며, 현실 세계로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몰입성도 약해야 합니다. 또, 학교 수업과 병행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게임이면 더 좋겠죠. 즉, 일과 학업을 방해하지 않는 건전한 게임을 원할 겁니다. 이런 게임은 별도의 명칭이 없어요. 전 그냥 굿 게임(Good Game)이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원하는 게임은 뭘까요? 몰입감이 높아야 할까요? 극적 반전이 있어야 할까요? 짜릿하거나 커뮤니티가 강조되어야 할 수도 있겠죠. 디지털 네이티브가 원하는 게임은 정답이 없습니다. 게이머 별 취향의 영역이니까요. 일단 오늘 강연에서 전 좀 더 대중적인 의미로 갓 겜(God Game)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디지털 이주민 세대와 네이티브 세대의 시각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주민은 게임을 스쳐지나가는 소비자 콘텐츠로 보지만, 네이티브 세대는 단순 여가활동을 넘어 장래 진로를 설정하는 데도 영향을 주는 사회적 활동으로 본다는 게 이득우 사무국장의 생각이다.

이렇듯 중요하게 인식되는 게임이지만, 국내 게임산업의 상황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일단, 허리 역할을 하는 게임사가 축소되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크고 작은 구조조정이 연이어 발생했고, 잊을만 하면 프로젝트가 접혔단 소식이 뉴스 상단을 장식했다. 투자금액도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게이머들은 '새로운 게임이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고민해봤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결론은, 현재 게임사들이 정량적 평가 기준에 맞춰 게임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적... 그러니까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요."





정량적 평가는 눈에 보이는 지표를 말한다. 매출과 순이익, 결제 비율, 재방문률 등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건 사실이나, 게임 산업이 다른 산업과 다른 측면이 있는 만큼, 정성적 평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이득우 대표는 강조했다. "정량적 평가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과감히 신작 개발에 도전하는 게임 개발자들이 더 많아져야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인디게임 스튜디오에 관련 업계인과 유저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득우 대표가 생각하는 인디 게임의 정의는 간단하다. '갓 겜'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다. 흥행 요인과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 모두를 추구하지만, 굳이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자신의 철학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 이득우 대표가 보는 '인디 게임 개발자'다.

"이주민 세대는 굿 게임을 원하고, 네이티브 세대는 갓 겜을 원하는데, 인디 게임 스튜디오는 이를 풀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네이티브 세대가 좋은 인디 게임을 많이 발견하고, 시장이 커진다면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바뀔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물론, 넘어서야 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작다보니 게임 스케일에 한계가 있고, 품질과 운영도 대형 게임사의 작품과 비교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최근 인디 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너도 나도 '인디'라고 붙이는 상황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디 게임을 골라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좋은 인디게임을 발굴해 세상에 알린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BIC는 지난 5년간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다. 전세계 인디게임행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야외 설치형 인디게임 발굴에도 적극적이었다.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의미있는 인디 게임을 정기적으로 소개했고, 유튜버/인디게임 스튜디오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다. 올해는 '독그리드'를 선보이며 인디게임을 직접 배포하는 역할도 맡았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갓 겜을 구별하기 위한 '정성적 게임 심사'입니다. 인디게임을 많이 접한 사람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3달간 출품작을 직접 해보고 심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두고 있습니다."

이득우 사무국장은 "BIC의 심사 시스템은 정성적 평가 결과를 정량적 수치로 변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신설한 루키 부문은 디지털 네이티브 또래들이 만드는 게임인 만큼, 동일한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더 좋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9월 3일 기준으로 비영리 게임 심의가 면제된 점 역시, 어린 개발자들의 인디 게임이 오프라인의 제약을 벗어나 온라인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인디게임 스튜디오를 직접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 BIC는 긍정적 의미를 가집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인디 게임을 좋아하는 네이티브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BIC는 인디 게임에 해박한 코어 유저풀을 확보해, 이들의 평가에 따른 게임을 선정하고, 전시와 부대행사를 통해 국내외 인디게임 스튜디오에 열정팬들을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어 인디와 메이저 게임 개발사와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이나마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BIC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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