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회풍자부터 후방주의까지!" 아웃오브인덱스 2017 다녀왔습니다

게임뉴스 | 박태학 기자 | 댓글: 10개 |




올해 '아웃오브인덱스 2017'은 개최 장소부터 특이했어요. 영등포구청역 근처 '인디아트홀 공'이라는 곳인데, 폐공장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아니... 지붕 위에 길쭉하게 솟아 있는 굴뚝을 보고 '정말로 폐공장 아니야?' 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입구부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쿵짝거리는 사운드가 먼저 반겨줍니다. 군대 가기 전 몇번 들락거렸던 홍대 클럽에 온 것 같았죠. 작년에 열렸던 곳은 넓직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반대였어요. 게임 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엔 좀 작은 규모, 그리고 뭔가 정리되지 않은 배드애스한 분위기.

박선용 대표는 "작년에 비해 규모를 축소했어요"고 설명했습니다. 왜냐고 물으니 "작년엔 예상보다 규모가 커져서 제대로 못 즐겼거든요. 그래서 줄였어요. 즐기려고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웃오브인덱스의 지휘자다운 대답.





폴란드, 영국, 미국, 아르헨티나, 일본, 브라질, 한국,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총 7개국의 12 작품이 모였습니다. 벽을 등지고 쭈욱 배치됐고, 약 100여 명의 관람객이 즐기고 있었죠. 타 게임 행사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출품작 면면을 봐도 작년 못지 않게 실험 정신이 가득한데요. 이 '실험 정신'은 박선용 대표가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올해 '아웃오브인덱스 2017' 홈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언급한 말이기도 했죠. "실험이 없는 창작은 창작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험적인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전세계에서 선정한 12개의 작품들.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 보기에는 별로 대중적이지 않은, 다듬어지지 않은, 어떻게 보면 약간은 장난스러운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형이 전부가 아니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게임들입니다.

재기 넘치는 게임들의 요람 '아웃오브인덱스 2017'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깊었던, '한 번 제대로 파보고 싶은 게임'들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리갈 던전(Legal Dungeon)
개발: SOMI (한국)

▲ '리갈 던전'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


'레플리카', '레츠놈'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인디 개발자로 올라선 '소미'의 신작입니다. 마침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리갈 던전'은 지금 한창 개발중인 신작으로, 범인 검거를 승진의 열쇠로만 보는 현직 경찰들을 풍자했습니다. '레플리카'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하는 요소가 가득 담겼죠.

'소미'는 단순 절도범 검거 2점, 연쇄살인범 검거는15점, 이렇게 범행 강도에 따라 성과 점수가 쌓이는 현직 경찰들의 시스템에서 RPG적인 요소를 느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시스템으로 인한 폐해를 게임 속에 녹였죠. "빨리 점수를 쌓아 승진할 생각만 하고, 사전 범죄 예방에는 관심도 두지 않는 경찰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입국심사 속에 많은 메세지를 담았던 '페이퍼 플리즈'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경찰들의 서류 업무 처리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분위기는 전작 '레플리카'와 마찬가지로 다소 무겁습니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으로는 출시할 예정입니다. 정말 열심히 개발 중이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소미


키두(Kidu: A Relentless Quest)
개발: INvoluntary Games Studio (아르헨티나)

▲ '키두'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


고전적인 횡스크롤 플랫포머 장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스마트폰의 기울임에 따라 지형의 각도도 변하고, 이를 통해 목표 장소까지 가야 해요.

룰은 참 심플한데, 이게 은근히 머리를 써야 합니다. 아무리 이리저리 스마트폰을 돌려봐도 가야할 곳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각도는 잘 맞췄는데 점프 강도가 약해서 그냥 떨어져버리기도 합니다. 다행히 '절대 다시하고 싶지 않은' 난이도는 아니에요. 딱 적당한 수준이라 여성 유저나 어린 유저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픽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로우 폴리곤을 채택했고, 덕분에 몽환적이면서도 말끔한 느낌이 납니다. 이런 로우 폴리곤 그래픽은 다양성을 주기가 참 어려운데, 다행히 '키두'는 배경 테마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 이 단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어요. 현재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모두 출시되었으니, 관심있는 분은 한 번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셈블런스(Semblance)
개발: Nyamakop (남아프리카 공화국)

▲ '셈블런스'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


방금 설명드린 키두와 마찬가지로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여러 장애물을 피해 목표지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일단 조작감이 참 좋아요. 점프액션 플랫포머는 심플한 장르 특성상 조작감이 갖는 비중이 꽤 큰데, 이 부분에서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조작감에서 온 감탄을 뒤로 하고,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셈블런스'의 진가를 알게 됩니다. 캐릭터가 점프와 대쉬를 이용해 지형을 직접 바꿀 수 있어요. 이걸 이용하면, 원래 갈 수 없는 곳에도 도달할 수 있죠. 박선용 대표는 "플랫포머란 장르 자체를 능동적으로 바꾼 작품"이라 평가했습니다.

'키두'와 마찬가지로 난이도가 호락호락한 편은 아니라서, 하다가 꽤 많이 죽었습니다. 죽음 이후를 처리한 방식도 칭찬할 부분인데, 죽자마자 중간 세이브 포인트에서 바로 부활하고, 곧바로 게임에 재투입됩니다. 덕분에 죽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었고, 흐름이 끊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게임플레이의 몰입도가 높아졌죠. '슈퍼미트보이'의 그 느낌이라고 할까요?(물론, 그 게임보단 쉽습니다)

플랫포머의 점프를 그 모습 그대로 '퍼즐'로 풀어낸 게임. 이번 '아웃오브인덱스 2017'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었고,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보로노이드(Voronoid)
개발: Zach Aikman (일본)

▲ '보로노이드'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


'아웃오브인덱스 2017'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비트의 주인공입니다. 그야말로 '파티 게임'이란 단어에 가장 적합한 게임이 아닐까 싶은데요. 게임과 DJ라는, 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조합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보로노이드'에는 총 4명의 플레이어가 참가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땅따먹기' 룰에 맞춰 최대한 땅을 크게 먹기 위해 움직이고,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연주용 코드로 변환되어 DJ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됩니다. 즉, 플레이어의 움직임 그 자체를 DJ의 음악으로 감상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실력있는 DJ와 관련 장비가 갖춰져야 100% 즐길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실험성만 본다면 이번 '아웃오브인덱스 2017'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작년 아웃오브인덱스에서 봤던 1D 게임, '라인 와블러'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18세 이상 입장(You Must be 18 or Older to Enter)
개발: Seemingly Pointless (미국)

▲ '18세 이상 입장'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


게임플레이 자체는 일반적인 텍스트 어드벤처입니다만, 소재가 신선합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성적인 요소를 주제로 내세운 게임인데요. 무작정 야한, 그런 게임이 아니라...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후방주의' 상황을 표현한 게임이라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건강한 성인 남성이라면, 인터넷을 하면서 수많은 '후방주의' 상황을 마주치게 됩니다. 이거 참 마성의 단어죠. 클릭하면 뒤를 조심해야 할 만큼 낯뜨거운 장면이 노출될 걸 알면서도, 그냥 뒤로가기 버튼 누르기는 왜 이리 아쉬운지... (저는 모니터링이라 하고 그냥 회사에서도 누릅니다)

그런 상황을 표현한 게임입니다. '울티마1'같이 텍스트로 이루어진 그래픽이라 야한 장면 나와도 몸이 크게 반응하지는 않습니다만, 플레이어로 하여금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진 게임입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저는 멀쩡한데, 뒤에서 보는 사람은 반응할지도.




■ 아웃오브인덱스 2017 현장 사진



▲ 절대 게임행사 안 할 것 같은 곳에서 열린...



▲ 실험게임의 요람... '아웃오브인덱스 2017'입니다. '근데 정말 여기 맞아?'



▲ 포스터 보니까 안심이 돼요. '다행이야, 제대로 찾아왔어'



▲ 흥겨운 비트가 반겨줍니다. 쿵쿵따리 쿵쿵따






▲ 어깨 너머로 보이는 외형부터 '실험'의 향기가 솔솔 납니다.









▲ 오잉? 중학교 때까지 갖고 놀던 패미컴 패드가!?









▲ 입구부터 들려오던 Beat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독특한 게임이에요.












▲ 여러 명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도 보이고요.









▲ 내년에 또 올게요! 인디게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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